지난 주 금요일밤(11.23), 'KBS독립영화관'을 보았습니다.
<터틀넥 스웨터(Turtleneck sweater)>라는 제목의 35분 단편영화였습니다. 중간부터 보게 되었지만
제 시선을 계속 붙잡았던 것은 다름아닌 남자 주인공이 윤동환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윤동환이 누구야?"
하실 분도 많으시겠지만 얼굴을 보시면 대략 알만한 배우입니다. 아주 가끔씩 TV에 나오기도 하니까요.
예전부터 윤동환님의 독특한 분위기를 주목하고 있던 저로서는 단편영화의 동환님 모습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터틀넥 스웨터는 간단히 말해서 폴로 스웨터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터틀넥 스웨터는 목이 아주 펑퍼짐한 그런 스웨터였습니다.(말 그대로 거북이목을 연상시키는)
윤동환님의 옛 애인역으로 나온 여자주인공은 김예령님입니다. 이 예령님 또한 얼굴을 보시면 대략 알만한
그런 배우일 겁니다. TV출연은 안 했지만 영화나 연극무대 혹은 CF에 많이 나왔으니까요.
영화는 홍상수류의 세심한 일상 더듬기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헤어졌던 옛 애인을 만난 윤동환, 자신은 결혼을
했고 뉴욕에서 잠깐 휴가차 나왔다고 말하는 김예령, 그들은 무언가 지나버린, 잃어버린 것들에 애써 무심한
것처럼 보이려 했습니다만 옛 추억을 더듬으면서 조금씩 엿볼 수 있는 그 아련함 그리고 슬픔......
윤동환과 김예령은 그렇게 하룻저녁을 만나고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말미, 윤동환은 친구에게서 김예령
의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녀는 미국에 간 적이 없고, 남편은 교통사고로 몇 해전에 죽었으며, 지금은 동대문 근처
에서 홀로 작은 양품점을 하고 있다고 하는...
윤동환이 양품점에 찾아가 문을 열고 빤히 김예령의 얼굴을 바라보는 대목이 압권이더군요.(10여초의 롱 테이크로...)
김예령은 그런 윤동환에게 괜히 터틀넥 스웨터를 가리키며 그 시선을 피하려 하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 영화였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것을 보면 말입니다. 진솔한 연기를 보여 준 윤동환님과 김예령님의 건승을 빕니다.
꾸우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