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의 북소리 둥둥둥 3
조상들을 닮아서 그런지 같은 또래 다른
아이들보다 체구도 크고 체격도 건장한
종근당은 늘 여유자적 희희낙락이다
사춘기라 얼굴은 여드름이 즐비하지만
평소부터 꿈이 사진작가라
방과 후 공부보다는 돌도사의 사진관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전수 받고 있다.
재주는 별로 없지만 열성적인 돌도사의
지도 아래 일취월장 발전하고 있다.
오늘은 중딩 마지막 봄소풍 가는 날
싱글벙글 둥이맘이 싸 준 김밥이며
사이다랑 챙겨서 학교에 가는 종근당은
너무 흥겨워 모든 것들이 다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9시쯤 학교에 도착해서 보니 여기저기
먼저 온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아무리 눈씻고 둘러보아도 여친 은빛아델라가
보이지 않는다
분명 9시에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불길한 생각이 들어 교실과 운동장 주변을
샅샅히 뒤지다보니 어디선가 ‘소곤소곤’
대는 소리가 들린다
귀에 익은 음성인 은빛아델라인 것이다.
학교 뒤편에 화장실뒤에서 나라라 동가스와
무슨 얘기를 주고 받는지 즐거워 죽을
지경이다
웃는 소리가 너무 커서 누구도 다 들을 수
있고 특히나 가까이 붙어서 소근대니
울화통이 분수처럼 치밀어 오른다
“야! 정말 풍경 좋네. 아니 화장실이 연애
장소인가 뒤가 마려우면 얼릉 화장실이나
갈 것이지. 냄새나는 곳에서 몰래 숨어
못생긴 쌍판데기 맞대고 히히덕거리다니“
라면서 종근당은 빈정대며 은빛아델라를
잡아 먹을 듯이 째려 본다
겁이 난 나라라 동가스는 큰 일 났다
싶어 속으론 안절부절 못했지만 명색이
체통있는 집안의 5대손 독자라 기죽지
않으려고 ‘그냥 학교 숙제 물어 보았다며
오해하지 말라며‘ 휑하니 가버린다.
은빛 아델라도 종근당에게 그냥 별일 아니니
오해말라며 겉으로만 미안해 하며
위기를 빠져나갈 기회만 엿보다
모일 시간이라며 운동장으로 줄행랑을 놓는다
하여튼 초장부터 기분이 꾸리꾸리해진
종근당은 침을 담벽에 ‘칙칙’ 하고 내뱉으며
운동장으로 가며 ‘내 이 년놈들 쥑여 버린다’
고 마음속의 칼을 간다
산꾼 중학교 ‘남녀칠세 부동석’ 이란 말이
버젓이 살아있지만 설립자의 뜻을 이어 받아
남녀 공학인 중학교이다.
남학생이나 여학생 모두 오고 싶어 몸부림
치는 선망의 학교이다.
대머리 까진 교장의 장황한 연설이 끝나고
교사의 지도 아래 두 줄로 정렬한 학생들이
소풍지로 간다.
그런데 은빛아델라는 작심하였는지 아니면
무슨 큰 뇌물을 먹었는지 종근당곁에
서지 않고 나라라 동가스 가까운 줄에
서 있다
더욱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종근당은
참다 못해 애꿎은 돌을 걷어 차다 잘못
맞은 돌이 튀어 마침 지나가던 할아버지
의 자전거에 맞아 일이 난다.
놀란 할아버지를 진정시키고 자전거를 수리해
준다고 담임교사가 약속하여 마무리한 후
해명산으로 향하고 종근당은 벌로 오늘 소풍지에서
사용할 기구며 준비물을 가득 짊어지고
‘낑낑’ 대면서 대열 맨 뒤에서 오뉴월 더위
먹은 똥개처럼 헐떡이며 쫓아오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종근당이 맨 뒤에서 보이지 않자 은빛안델라는
얼른 자리를 바꿔 나라라 동가스곁으로
가서 온갖 아양을 있는대로 떨며 눈웃음 치는
데 곁에 있는 여학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늘상 건더기만 걸리면 인정이고 의리고
다 개천에 팽개치고 배신을 밥먹듯 때리는
은빛 아델라이다
그동안 종근당이 얼마나 잘했는가
둥이맘 몰래 뒤 헛간에서 닭이 나은 계란을
훔쳐 가져다 주었지, 점심시간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맛있는 반찬은 다 빼앗어
상납했지, 방과 후 학교앞에 있는 만화방
구독료 및 음료수, 떡복기, 핫도그 등등
투자한 돈이 천문학적 숫자인데 먹는 것은
옛 일 늘 새로운 것만 요구하는 여학생이다
요새 며칠 동안 용돈 타서 사진 배우느라
필요한 필름이며 현상이며 다 써 버려
은빛 아델라한테 투자할 돈이 없었다
돌도사는 처음에는 건성으로 가르치다가
종근당이 너무 열성적으로 덤벼들자
마음을 바꾸고 자기가 배우고 연구하고
경험한 사진 기술-각법, 명암, 구도 등-을
엄청 많이 가르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돈도 궁하고 더군다나 만날 시간
조차 없는 종근당이다
그런데 늘상 둘이 사귀는 것을 배아퍼 온
나라라 동가스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그동안 모아 놓은 돼지 저금통의 배를
시원스럽게 갈라 주머니를 채우고, 몰래
보아둔 형님 옷을 차려 입고 은빛아델라의
창문을 두둘긴 결과 큐피트의 화살이
정확히 은빛 아델라의 심장에 꽂혔던 것이다
돈도 ‘펑펑’. 감미로운 밀어, 특히나 자기를
최고를 하니 그야말로 ‘뿅’ 간 것이다
그러니 종근당이 생각이야 나겠는가
발바닥에 붙은 껌처럼 그냥 냅다 차버린
것이다
의리가 밥먹여 주냐, 금강산도 식후경이지
공주는 늘 공주답게 살아야 한다
호호호 거리는 은빛 아델라이다
봄소풍인지 개고생인지 죽을 맛의 종근당,
더한 것은 할아버지의 자전거 수리비가
만만치 않을 것인데 걱정이 태산이다
머리는 무거워지고 저 여시같은 은빛 아델라
는 곁에 와 주지 않고
용광로처럼 속은 끓고 너무나 화창한 날씨는
간장만 타게 한다
저렇게 꽃들이 예쁘고 날씨가 화창하면
뭐하냐. 다 배신 밥 먹듯 하는 인간들땜에
즐거운 하루가 이렇게 고달픈데
종근당의 얼굴은 갈수록 헐크가 되어 가고
다리는 무거워 간다
흘러내리는 땀으로 온 몸을 목욕하고
심발은 흙투성이가 되어 길바닥에 질질
끌리고 나라라 동가스와 은빛 아델라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훨훨’ 날아 하늘을
멋지게 퍼져 나간다
|
첫댓글 픽션은 픽션이네용내가아는 은빛아델라님과는 전혀 다른사람이니......
ㅎㅎㅎㅎㅎ
픽션입니다
꽁트로 글을 이어갈려니 가능하면 코믹하게
글을 구성할려고
주인공들을 이렇게 저렇게 요리합니다
저도 괜한 짓 하는것 아닌가
고민 많이 됩니다
실제 님들의 모습은 안 그런데...
하늘이 늘 파랬으면...
진주님하세요
겁습니다^^방긋
글을 읽노라니
어찌나 웃기고 재미나는지...
어쨌거나 제가 인기가
많은거잖아요
모네타님
또다른 저를
만들어주시니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지둘려유
제가 잘할게유
알았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