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age〃──────────────────────
† Æ-mail (lovestay20@hanmail.net)
† 기루나라 (http://cafe.daum.net/lovestay20)
† ㅇ1ㄲ1FAM♤ (http://cafe.daum.net/E771)
──────────────────────〃mirage〃─
55편.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 좋은 아침이다.
너무 기분이 좋아 밤새 잠 한숨 자지 못했지만 전혀~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혹시라도 이것이 꿈인가? 그런 의심도 들지 않았다.
밤새 선배를 붙들고 물고 늘어진 탓이리라. -_-;
“너, 어제 어떻게 된 거야?”
학교 가는 길목에서 마주쳐, 각자의 교실로 헤어지는 순간까지, 어제의 일들을 캐내기에 바쁜
아영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필시 보연이로부터 선배와 나의 만남을 전해 들었을 것을
알기에,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그냥, 그냥…”
“기분이 꽤 좋아 보이는 게, 잘 된 모양이지?”
“후훗.”
“어라? 정말인가보네?”
잠시잠깐, 작은 변화를 가져오는 보연이의 표정. 그를 보며 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아주아주 행복한 웃음이.
“부정도 안하네?”
“후훗.”
“이야~ 축하한다. 야~”
“고맙다. 친구야.”
“다만, 너의 그 실없는 웃음이 다소 재수 없어 보이긴 하지만,”
“재수 없어 보이는 게 아니라 부러운 거겠지. 좀 솔직해져봐. 백아영.”
“이야~ 원래 같으면 죽자 사자 덤벼들면서 꼬치꼬치 말 꼬리 물고 늘어져야 정상인데,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거냐?”
아영이는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절래 절래 내 저으며 자기 반으로 쏙~ 들어갔다.
그리고 마주친 보연이. 보연이 역시 아영이 못지않게 어제의 일이 궁금했는지, 꽤 오래전부터
날 기다리고 있던 눈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뒷문에 들어선 나를 확인 한 순간 쪼르르~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더니 낱낱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한참을 보연이와, 어제의 이야기를 나누고는, 일교시가 시작했을 때부터, 난 쉬지 않고 손을
놀렸다.
【선배! 좋은 아침 이예요. 아침은 먹고 왔어요?】
【어제 나 때문에 잠 못 자서 피곤하죠? 어떡해요?】
【근데요 선배. 그래도 수업시간엔 졸지 말아요. 졸릴 땐 내 생각 가끔 해 주면 고맙고.^^】
등등의 문자를 아주 바삐 찍어 보냈다. 때문에 간혹- 선생님들이 눈치를 체는 것도 같았지만,
걸렸구나싶은 게 혹시라도 핸드폰을 빼앗길까봐, 선배와의 문자를 낱낱이 보게 될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다행이도 위험천만의 상황들은 아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중식도, 석식도… 모두 선배와 나란히 마주 앉아서, 아주아주 맛갈나게 먹을 수 있었고,
바삐 식사를 마치고 난 황금 같은 시간은 나란히 돌고래장에서, 혹은 옥상에서 수다를 떨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주위에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어벙이 일당… 아니, 우리 선배 친구들과 아영이가
있었지만, 소문은 무섭다고, 벌써 알만한 사람들은 우리의 사이를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내 얼굴엔 오랜만에 찾아온 웃음이 한시를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하루가 지났다. 어젯밤에는 핸드폰을 거머쥔 채 잠도 못 자게 괴롭히며 아침부터 데리러
오라고 극성을 다 부려봤다. 한사코 싫다던 선배. 한두 시간 끝에 결국엔 안 되겠거니,
포기하기에 이르지만, 끝내, 졌다며 아침부터 날 데리러 친히 행차한다. 후후~
다소 귀찮은 것도 날 위해 억지로 해 주는 사람. 잠시나마 선배를 향한 마음을 접었더라면,
그날, 그렇게 마주치는 일 조차 없었더라면, 지금쯤 난 어떠했을까? 별로 상상 하고 싶지도
않은 일임이 분명한데도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온다.
한시도 웃는 것을 멈추지 않고, 마냥 실없는 사람마냥 배시시 거리며 실실 쪼개는 모양새가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져도 단단히 빠진 것만 같다.
그래도 좋은 걸 어쩌랴?ㅡㅡ;
“선배, 우리 주말에 뭐할까요?”
이제 옆에 아영이가 있거나 말거나, 아무렇지 않게 팔짱을 끼고는 달랑달랑, 그 팔에 매달린 나.
말없이 그 꼬락서니를 바라보던 아영이는 짜증난다는 듯 먼저 앞질러 갔다.
“주말?”
“네. 주말.”
“뭐하긴, 봉사 가잖아.”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그게 아니잖아요.”
“그럼?”
“진짜 재미없게.”
“후후.”
“하루 종일, 아니, 무려 이틀이나 되는 주말 내내 선배는 봉사활동만 할 거예요? 그건
아니잖아요.”
난 마치 심통이라도 났다는 양, 한껏 양 볼을 부풀렸다. 선배는 그런 내 모습을 은근히 즐기는
것도 같지만. 암튼, 난 지금 뿔이 났단 말이다.
난 아직까지 제대로 된 데이트 한번 못 해 봤는데. 좋아하는 사람 손 꼭 붙들고 룰루랄라~
신바람이 있는 대로 나서는 거리를, 시내를 활보 하고 싶은데. 왜 이리 내 맘을 몰라 주실까나.
=_=
“당연히 그건 아니지.”
“헤헤. 그쵸? 그쵸 선배.”
“하루 종일 몸이 고단할 테니, 일찌감치 이불속에 몸을 던져야지.”
“이런, 낭만이라고는 개미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아!”
“후후.”
“웃지 마요. 칭찬 아녜요!”
지금 누구는 있는 대로 없는 대로 뿔이 잔뜩 나 있구만, 뭐가 좋다고 후후~ 실실 쪼개는지
모르겠네. 정말.
아~ 벌써부터 앞으로가 까마득하다. 정말이지 눈치라고는 개미 눈곱만큼도 없는 이 사람
데리고 우째 연애질을 한단 말인가?
썩어문드러질! 아무리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지만, 남자가 어지간해야 어찌 해봐도 해 볼
거 아니냐고. 흐엉~ 눈물이 앞을 가리는 구나.
뻥~ 휘익~
괘난 억하심정에 때 마침 내 눈에 포착 된 것이 있었으니,
“아야! 뭐야? 이게.”
그러나… 그것이 바로 화근이 되고 말았다. 언제나처럼. 썩어문드러질!
“서, 선배. 어, 어떡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학교 교복은 아니었다. 얼핏 보아하니, 어라? 저건 은한교복이잖아?
은한이 왜 이 시간부터 남의 학교 앞에는 기웃거린대?
난 가만히 교복무리를 눈여겨보았다. 우락부락~ 해비 급도 저런 해비 급은 없어 보인다.
하나가 아닌 세 마리의 거대한 돼지 무리. 꿀꿀꿀ㅡ,.ㅡ
내가 알기로는 은한은 씨름 특성화 학교가 아닌데… =_=;
“휴우~ 정말 못 말려.”
“씨, 은한인데. 어떡하죠?”
“몰라, 임마! 니가 저지른 일이니까 니가 알아서 해.”
“그러고 싶긴 한데, 인상이 너무 험악하잖아요.”
“니가 언제부터 그런 걸 다 따지고 살았다고.”
“앞으론 좀 따져 볼라고요.”
“그럼 앞으론 따지고, 오늘은 잘 해결해 봐라.”
“서, 선배!!”
허걱! 녀석은 정말로 나 몰라라 할 셈인지 학교를 향해 빠르게 움직인다.
아니 이 인간이~ 정말이지 이렇게 나옴 재미없다고요!
“야야, 지금 니가 이 깡통 던진 거냐?”
“그, 그런데. 왜?”
“왜에~? 어우, 이걸 확!”
옴마야! 도대체 저게 사람 손이야, 곰 발바닥이야? ㅡㅡ;;
“아니다, 야. 그러지 말고 말 좀 묻자.”
무슨 심본지, 놈은 마치- 한대 칠 양으로 들어올렸던, 저것이 과연 사람손인지 곰 발바닥인지,
그 정체가 불분명한 것을 내려놓았다. 쿨럭.
그리고 나서는 나를 위아래로 쑥~ 훑어보더니(중간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는 게 기분 나빴다.)
다소 차분한 음성으로 묻는다.
“몇 학년이냐?”
다만 문제가 있다면, 살짝 쿵 작업성 멘트처럼 느껴진 달까?
“그, 그건 왜?”
방어 태세를 늦추지 않고-_-; 물었더니,
“확-! 오빠가 물으면 그냥 곱게 답해라. 아가야,”
“…….”
돼지도 아닌 것이 황소도 아닌 것이… 참 묘한 얼굴이로세. 쿨럭. 차마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
어물쩡어물쩡. 어찌 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 아닌 생각을 하던 찰나, 멀찌감치 에서 수시로
변해가는 내 표정을 즐기던 몹쓸 선배. 하하하 혼자 좋아라 하며 되돌아 왔다.
돼지 무리를 향해 몇 마디 미안하다는 말을 포함하여 나와는 달리 능청스레 놈들을 돌려보냈고,
교문을 지나가고 계단을 사이에 두고 층이 갈라질 때 까지도… 그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내 표정이 그렇게 웃겼나? -_-;; 그건 아닐 텐데.
암튼!! 천하에 이보다 더 도움 안 될 나쁜 애인 같으니라고. 흥이다. 흥!
.
.
그날 밤. 시계 바늘이 10시를 조금 더 넘어섰을 때, 단 삼일 만에 아주 익숙해진 짓을 범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바로, 선배와의 전화 통화였고, 아침에처럼,
그리고 어제에 이어 또 다시 나의 칭얼거림은 시작되었다.
[쥐방울 같은 게, 보기보다 꽤 성가시게 구네.]
“쥐방울 선배 같은 게, 보기보다 한 고집 하시네. 정말.”
[지금 뭐라고 그랬냐?]
“엥? 뭘요?”
[쥐방울 선배 같은 게에?]
“허이고, 생사람 잡네. 내가 언제 그랬어요? 선배 멋지다고 말 했죠.”
[또, 또 둘러댄다.]
“둘러대긴 내가 뭘?”
[왜, 너- 말 돌려대는 데 선수잖냐.]
그세 내 모든 것을 낱낱이 다 파악했구료. 아이~ 예쁜 우리 선배.
“선배는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꿍꿍이라고 그러고 둘러댄다고 그러더라.”
[그럼 아니냐?]
“당연히 아니죠. 흥!”
[아무튼 난 한번 NO면, 끝까지 NO야.]
헌데, 무슨 남자가 고집이 이렇게 쇠고집인지 모르겠다. 여태껏,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졸라 본 기억이 없는 것도 같은데… 도통 들어먹질 않는다. 더럽고 치사해서라도
흥! 하고말고 싶지만, 그래도 또 그렇게 생각 하면 그건 아닌 것 같고….
어떻게든 둘만의 데이트를 가져 보고 싶은데… 찌릿찌릿 머리가 아파오는 구나.
[맨날 보는 얼굴, 주말은 좀 쉬자.]
“그렇다고 뭐, 우리가 언제는 주말이라고 안 봤나?”
[그러니까 더 쉬자는 거야.]
“진짜, 무드라고는 쥐뿔도 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그래가지고 그 동안 연애는 어떻게 했대요?”
[걱정마라. 그래도 할 건 다 했다.]
“할 건 다 해? 그거 무슨 뜻 이예요?”
[무슨 뜻이냐니? … 썩을. 화상아, 너 이상한 생각 하고 있지?!]
선배의 음성이 다소 투박하게 들려왔다. 성질났나?
하지만, 그렇다고 질 내가 아니다. 또 무슨 일이든 지고는 못사는 내 성미도 성미지만,
그래~ 어디 한번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 불끈!
[쥐방울 같은 게, 진짜 그럴래?]
“내가 뭘요?”
[제발 좀 부탁이다. 쥐방울 같은 생각 좀 해 봐라. 좀!]
“쥐방울 같은 생각? 그게 뭔데요? -_-;"
[썩을… 내가 널 상대로 뭘 바라냐. 젠장. 썩어문드러질. 어이고, 화상!]
“그러니까 NO하지 말고, YES하라니까요. 그럼 선배도 좋고 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얼마나 좋아?”
나는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 물론 선배는 악착같이, 노우~ 하는 상태였지만, 즐기는 건지
어쩐 건지. 그렇게 옥신각신한 끝에 선배는 결국 내게 기권을 선언했다.
물론 그렇다고 좋게 기권 한 것도 아니었다. 살다 살다 나 같은 놈은 처음 본다는 말과 함께
더는 귀찮고 성가셔서 허락하는 거라는 말을 거듭 강조 해 가면서 마지못해 하얀 기를 들어올린
것이다. 쿨럭.
그 때는 얼핏 시간이 자정에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기분 좋게 전화를 끊고 침대로 향하는데, 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지. 정말이지 하루가 다르게
웃음이 만발 하는 내 모습. 어딘가에서 빠진 나사를 찾아내기 전에 또 다시 빠져버리는 나사들.
다소 자제를 해야 할 것 같지만 꼭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행복한 내일이 아닌, 행복한 주말을 꿈꾸며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어가기 위해 이불을 덮었다.
그런데…
“야, 밥 차려.”
다 큰 숙녀 방에 노크 하나 없이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밥 차려. 하고는 휙~ 나가 버리는 몹쓸
놈의 작은 오라버니.
이미 침대위에 안착시킨 몸. 귀찮아서 두 눈 꼭 감고 아무 말도 안 했더니, 밖에서부터
‘안 자는 거 다 알아. 임마!’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계속 해서 개기다간 어째 질질 끌려 나갈
분위기.
썩어문드러질! 순간 울컥-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가만… 가만 생각 해 보니 오늘은 밥상
아닌 밥상 할아버지라도 차려 줘야 할 것 같았다. 사실, 나와 선배가 이렇게 좋아 질 수
있었던 데도 유다반. 이 놈, 이거가 아주 큰 목을 해 놓지 않았던가?
후후. 얼른 꿈속에서도 선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오늘은 기쁘게 밥상을 차려
드립죠. 사랑하는 작은 오라버니. 후후.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장편 ]
왈가닥 그녀, 어벙한 그 놈 사로잡기 ♥ 55
신.기.루
추천 0
조회 129
05.05.04 22:11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지존 재미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행복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