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아스날은 기대 이상의 시즌을 보냈다. 시즌 직전 토트넘에게도 밀려 빅4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고 막판까지 맨유, 첼시와 리그 우승을 놓고 다투었다. 비록 엷은 선수층과 뒷심 부족으로 3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아스날이 보여준 패기와 잠재력은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도저히 그 능력의 끝을 알 수 없는 알센 벵거 감독도 '돈'이라는 비극적 현실을 극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아스날은
세스크 파브레가스와 함께 아스날의 중원을 책임졌던 마티유 플라미니를 AC 밀란에게 뺏겼다.
그렇다면 아스날은 왜
플라미니를 밀란에게 내줄 수 밖에 없었을까? 단순히 플라미니의 욕심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을까?
결국 돈 때문이었다. 프로 세계에서는 돈을 빼놓고 그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미니가 돈 때문에 아스날을 떠났다고 해서 욕할 수 없다. 현재 아스날에는
갈라스를 제외하고는 6~7만 파운드 이상의 주급을 받는 선수가 없다. 플라미니가 아스날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아스날이 제시한 주급 조건과 자신의 요구 사항이 너무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등장클럽마다 클럽이 정한 급료 체계가 있다. 그래서 특별히 한 선수의 주급만 대폭 인상할 수 없다. 다른 선수들의 불만과 주급 인상 요구가 쇄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어 왔던 각 구단의 급료 체계를 한 번에 무너뜨린 인물이 등장하면서 프리미어 리그의 주급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그 인물이 바로 현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첼시를 인수한 뒤 막대한 자금력으로 선수를 사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그가 선수를 사올 때 제시한 이적료도 예상을 뛰어 넘었지만 영입 대상 선수에게 제시한 급료 또한 상상을 초월했다.
아브라모비치의 전략은 성공했고 첼시는 프리미어 리그 2연패와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부자 동네의 애물단지에서 세계적인 팀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첼시의 성공에 자극받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도 외국 자본에 손을 벌리게 되었고, 그들 역시 첼시에게 선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기존 선수들에 대한 급료 인상을 단행했다.
현재 첼시, 맨유, 리버풀 이 세 구단의 주급 규모는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유럽 명문 구단들도 따라갈 수 없는 규모가 되었다. 특히 첼시는 매주 125만 파운드 이상을 주급으로만 지출하면서 세계 톱을 유지하고 있다. 뉴캐슬만 하더라도 AC 밀란, AS 로마, 아틀렌티코 마드리드, 발렌시아 등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구단들보다 급료 지출이 훨씬 많다. 그만큼 아브라모비치의 등장으로 이어진 프리미어 리그의 과다 경쟁이 현재의 상황을 초래했다.
그런데 프리미어 클럽들이 앞다투어 검증된 스타들을 영입해 스쿼드를 보강했지만 유독 아스날만은 자금력 부족으로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정말 필요한 선수가 아니라면 거액을 주고 데리고 올 의지조차 없었다. 아브라모비치가 등장하기 직전 아스날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건설하고 있었고, 건설 자금을 대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조달한 상황이었다. 유럽 내 빅클럽들을 뛰어넘기 위해 건설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이 오히려 그들의 발목을 잡게 되었다.
아스날의 Cash Flow아브라모비치의 첼시 인수로 시작된 잉글랜드 축구의 과열 경쟁은 엄청난 수익 상승 효과를 거두었다. 해외에서 벌어 들이는 천문학적인 중계권료와 광고 수익 등으로 프리미어 리그는 프리메라리가와 세리에 A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맨유, 리버풀 등이 많은 지출을 감행함에도 현재의 현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아스날도 매시즌 맨유, 첼시, 리버풀 못지 않는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아스날은 7천 7백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둬 유럽 내 4위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아스날 팬들이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경기를 관람한 사랑이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그 영업이익을 원금 상환과 이자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어 현금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영업이익은 높지만 영업외비용이 많아 당기순이익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당기순이익이 부족하면 유보이익을 통한 새로운 투자가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새 구장 신축으로 인해 자산가치는 크게 증가했지만, 이것이 아스날 구단의 현금 흐름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산가치는 결국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피터 힐 우드 구단주가 클럽을 매각한다면 실로 엄청난 인수대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자본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 한 묶여 있는 가치이기도 하다. 결국 알센
벵거 감독에게 실탄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구단주가 바뀌거나 현 구단주의 전입금이 많아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경기장 건설에 들어간 부채를 모두 상환할 때까지 다른 라이벌 클럽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만 봐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몇 년 간 알센 벵거 감독의 영입 전략은 저비용 고효율 선수를 찾고 어린 유망주를 육성하는 데 있었다. 구단의 유보금에 제한을 받고 있는 벵거 감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최악의 조건에서 최상의 성적을 거두어 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맨유, 첼시, 리버풀이 막대한 자금을 받아 하루가 다르게 전력을 상승시키고 있지만 아스날은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플라미니의 밀란 계약건에서 봤듯이, 급료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한 기존 선수들을 보유하는 것조차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현실은 위 세 클럽 뿐만 아니라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 홋스퍼도 아스날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토트넘 역시 탄탄한 자금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은 지난해 영업이익 6천 4백만 달러를 거둬 유럽 내 6위를 기록했다. 바이에른 뮌헨을 제외하고 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지 못한 클럽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 더욱이 토트넘은 클럽의 부채비율이 15%에 불과한 우량구단이다. 토트넘이 현재의 투자 규모를 유지한다면 아스날이 리그 테이블에서 정말 토트넘보다 뒤떨어질 날도 멀지 않다.
현재 아스날은 나스리 영입 경쟁에 뛰어 들었다. 그런데 올림피크 마르세유 측이 나스리의 이적료로 책정한 금액이 무려 1천 7백 8십만 유로라고 한다. 아스날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게다가 레알 마드리드와 인테르 밀란이 나스리 영입을 추진하고 있어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는 한 영입이 불가능하다.
만약 아스날이 계속해서 투자를 기피한다면 정말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지도 모른다. 현대 클럽 축구에서는 자금력이 곧 성적과 직결되고 있다. 이 사실을 아스날이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위기가 절정에 달할 것이다.
- 사커라인 박통일 -
첫댓글 요즘은 막말로 좀 한다싶으면 개나소나 천만유로가 넘으니... 너무한 건 사실이죠. (지금 청계천이라 쓰는 것이지만, 전두환이 선생들 통제 실패하고, 이명박이 선생들 통제에 성공한 이유가 돈이라는 것과 같다고 해도 되지 않으려나...)
이적료 시장과 급료 시장부분에서 첼스키의 등장으로 거품 교란이 무분별하고 무지막지하게 일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영향을 받는 구단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되지 않나 합니다. 리버풀이나 맨유가 미국계 자본의 힘을 빌어 큰 돈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둘은 원래 돈을 많이 쓰던 구단이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첼시가 지불하는 수준의 상향된 급료표준을 맞출 수 있는 팀은 얼마 돼지 않으며 리버풀이나 맨유 마저도 이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입니다. 첼시가 첼스키가 되면서 사실상의 내부족쇄를 풀어헤쳐 없애버렸다면, 이 둘은 여전히 스스로의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 단순히 돈을 많이 써서 선수를 데려오고, 그로인해 성공하고 하는 것만으로 맨유나 리버풀의 자산가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요. 경영을 얼마나 내실있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맨유와 리버풀의 구단주는 "전문 경영인" 출신이고, 첼스키의 구단주는 마르지 않는 마법의 지갑을 가지고 있는 "기름주인"이라는 차이가 있지요. 인풋에 걸맞는 아웃풋이 있어야한다는 기준을 놓고 본다면 맨유와 리버풀의 자금 지출은 생각처럼 맘모스급이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늦었지만 아스날의 이야기를 하자면 경기장 신축전에도 아스날의 금전지출은 타이트한 편에(경쟁관계의 팀들에 비해) 속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박한 자금운용만으로도 아스날은 충분히 리그를 우수하게 잘 헤쳐나오고 있었습니다. 빈약한 선수층이라는 약점이 맞기도하지만 단순히 그 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즌 중반을 돌면서 공격자원에 집중적으로 부상이 발생하는 그야말러 언럭키한 일이 벌어진 탓도 큽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첼시나 리버풀, 맨유도 어쩔 수 없게 됩니다. 큰 돈을 쓴 리버풀보다 아스날이 더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절대 제가 맨유팬이어서 아스날이 강해지는걸 원치 않아서 이런 말을 하는건 아닙니다.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