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는 장점이 많은 좋은 단련법이죠. 종교적인 색채를 굳이 말하자면, 힌두교적으로 사람이 수행을 하여서 신神에게 다가가고 도를 깨닫는 방법이죠. 그러기 위하여 바르게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몸도 바르게 해야 하고, 먹는 것도 바르게 하고, 숨쉬는 것도 바르게 하고.... 그중에서 몸을 정결하고 바르게 하는 것이 요가라고 알고 있는데 대충 맞지요?
(물론 도를 닦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요가가 주는 심신의 이완과 신체를 똑바로 정렬하는 등 체육적인 효과도 크지요. 쏨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요가이고요. 공도 커리큘럼에도 있네요.)
병후 회복중인지라 요가로 몸을 이완하면서 근력단련도 급하지 않고 서서히 하기 위하여 요가를 선택했습니다. 기본적인 하타 요가 종류로 말이죠. 먼 곳으로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동네에도 많은데 말이죠. 그냥 동네 요가 학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 결과 저는 졸지에 "제 이웃의 아내를 탐하"려는 우리 동네의 변태 용의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얘기를 말씀드리죠.
들어서자마자 쳐다보는 눈길이 다르더군요. 요가를 배우려고 한다고 하자, 남자가 왜 요가를 배우냐고 반문하는 학원장님도 있었고, 받아줄 수는 있지만 개인교습 아니면 곤란하다고 물리치는 분도 있더군요. 아예 여성전용이라고 팻말을 박아놓은 요가학원도 있었습니다. 배우겠다고 온 사람을 내치는 이유를 물어보니, 복장을 보면 모르겠냐는 겁니다. 이게 웃기는 거죠. 정작 인도에서는 남자들이 많고 그냥 평평한 바닥에 카페트를 펼쳐놓고 인도 전통의 펑퍼짐한 바지를 입으면 준비완료 아닙니까. 그런데 한국에서는 무조건 요가라고 하면 맵시있는(!) 쫄쫄이 요가복을 입어야만 하는 줄로 아는 겁니다. 예전에 '미수다'에 출연했었던 아키바 리에가 한국에서 방송활동을 재개하러 왔다고 합니다. 그동안에 지도할 만큼 요가 수련도 했다는군요. 일본에서는 쫄쫄이 의상을 입던 무엇을 입던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오히려 인도풍의 옷을 입는 것이 멋으로 통한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우리나라에서 요가를 수련하는 여성들은 요가학원 안에서는 쫄쫄이를 입으면서 남자도 같이 쫄쫄이 입고 운동하겠다는 것을 가로막는 것일까요? 원인의 일부일수도 있겠지만 지도자들의 상당수가 요가를 서양을 거쳐서 온 요가, 즉 서양화된 요가를 배워왔더군요. 육상에서부터 미식축구까지, 운동할 때에 쫄쫄이를 입는 것이 생활화된 서양인들에게는 남녀가 모두 쫄쫄이를 입고 운동하는 일은 지극히 평상적인 일이죠. 하지만 한국에서 쫄쫄이를 입으려니 너무나 민망한 거죠. 그럼 입지 않으면 될 텐데, 굳이 여러 이유를 따져 가면서 쫄쫄이를 입어야 한다는 겁니다. 국산품은 싫다고 미국으로 공동구매까지 하면서 말이죠.
게다가 우리동네에 있는 학원이니 당연히 수강생들은 우리동네의 아녀자들인 것입니다. 거기에 제가 들어가게 된다면? 옆집 가게 사모님의 정직한 몸매를 보게 되는 것이고, 이웃집 젊은 새댁의 몸매도 보게 된다는 겁니다. 이것 때문에 졸지에 '네 이웃의...' 꼴이 되어 버린 거죠. 자신은 입었으되 납이 보는 경우에는 입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는 그놈의 쫄쫄이 때문에 말입니다. 제 생각은 반대로 저도 같이 쫄쫄이를 입으면 청일점인 제가 오히려 가장 민망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말입니다. 개콘의 '발레리노'처럼 말이죠. 그렇지 않겠습니까?
가까이에 SOM도 있고, 신촌과 멀지 않으니까 남자도 받아주는 곳까지 가면 배울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요가학원은 대개 거울을 설치하니까 옆사람 몸매를 훔쳐보는 짓을 하다가는 금방 눈에 띄게 마련인데 도대체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요? 이해할 수 없더군요. 또한 요가라는 운동에 신경쓰기 보다는 동네 여인들의 사랑방으로 변질되어 버린 분위기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반면교사할 점이 있는 일이죠. 결론은 동네에서는 할 운동이 아니다라는 점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졸지에 '네 이웃의 ..." 될 뻔한 이야기였습니다.
첫댓글 저도 학생 시절에 요가원 한두달 다닌 적 있는데 거기 스타일이 아쉬탕가 스타일이라서 그런 거도 있지만 너무 힘들어서 여자들 몸매 볼 여유도 없든데요 ㅋ 이상한 요가원에 수련생들이네요... 저도 거의 몇명 있는 남정네 중 하나였지만 아무도 신경도 안 쓰던데 ㅋ
아무래도 하타, 빈야사 정도하고 아쉬탕가는 급이 다르지 않습니까. 아쉬탕가를 수련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옆자리에 남자가 있던 호랑이가 있던 신경을 안쓰죠. ^^
그렇죠. 어렸을 때 전교생이 국민체조를 하던 생각을 해보면 말이죠. 내 동작 하느라 한눈 팔 틈도 없고 앞사람 뒷통수 밖에는 안 보이거든요.
어떤 곳은 간판이나 안내판에 여성전용이라고 써놨더군요. 어떤 곳은 요가, 필라테스에 이어 찜질방에 피부관리까지 한큐에 해결하는 곳이 있더군요. 이런 곳이 말하자면 여자들끼리의 커뮤니티가 되는 거겠죠. 한편으로는 사회가 개방적으로 되어 간다는데, 한편에서는 남자어, 여자어 번역기가 등장하기도 하는... 이상한 세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