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첫 청각장애인 사제로서 첫 전용 성당 세우고파” (한겨레)

[다솜이]

“아시아 첫 청각장애인 사제로서 첫 전용 성당 세우고파”

등록 :2015-06-29 19:03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박민서 신부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박민서 신부 “이중장애 농아문화 이해하는 공간”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의 박민서 신부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의 청각장애인 사제다. 2007년 사제 수품을 받은 박 신부는 현재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두 차례 청각장애인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28일 가톨릭대 성신교정에서 열린 ‘제4회 한국 가톨릭 농아인의 날’ 행사에 참여해 미사를 공동 집전한 박 신부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두 살 때 약물 부작용으로 청력을 잃은 박 신부는 “고교 시절 미술 선생님의 영향으로 천주교 신자가 됐고, 신부가 되어 가난하고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살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청각장애인으로서 신부가 되는 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대학 졸업 뒤 직장을 다녔던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수화에 능통했던 정순오(현 한강성당 주임사제) 신부의 지원 덕분에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미국에서 신부가 되는 길 역시 쉽지 않았다. “오로지 신부가 될 생각만으로 미국에 갔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미국 성요셉 신학교에 입학한 지 1년 만에 퇴출당하는 일을 겪었습니다. 뉴욕대교구장이던 오코너 추기경의 지원으로 성요셉 신학교에 개설됐던 청각장애인 신학 과정이 2000년 5월 폐지됐기 때문입니다. 오코너 추기경이 선종하자 학교 쪽에서 청각장애인 프로그램을 없애버린 것이죠.” 사제의 꿈이 꺾이려는 고비에서, 그는 미국인 농아 사제 토머스 콜린 신부의 도움으로 미국 성요한대학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미국의 장애인법에 따라 수화통역자 두 명과 속기사 한 명의 무료봉사를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는 현재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 담당 사제로서 청각장애인 성당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신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어 농아 사목은 여전히 매우 열악합니다. 1957년 서울 돈암동성당에서 시작한 이래 수유동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서울수련원 건물과 명동성당 내 일부 공간 등을 임대해 사용해왔거든요.” 201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본당 80여곳을 돌며 후원미사를 해온 그는 독지가 성금과 신자들의 봉헌금 등으로 2013년 서울 마장동 일대에 성당 터를 마련해 일단 첫 단추는 끼운 상태라고 소개했다. “농아인들은 듣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이중장애인이어서 수화통역으로 이뤄지는 미사보다는 사제가 직접 수화로 미사를 집전해주기를 바란다”며 “그래서 수화를 잘하고 농아들의 문화를 잘 아는 사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청각장애인 신부는 20여명에 불과하고 대부분 미국인입니다. 그래서 제가 1년에 두 차례 아시아에 있는 농아인 사목지를 방문하는데, 저 같은 청각장애인 사제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게 그들의 바람입니다. 이들을 위해 끝까지 사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매 순간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다 함께 기도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교회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