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W B 예이츠 (1865-1939)
이파리는 많아도, 뿌리는 하나
내 젊음의 거짓된 나날 동안
햇빛 속에서 잎과 꽃들을 마구 흔들었지만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The Coming of Wisdom with Time
William Butler Yeads
Though leaves are many, the root is one;
Through all the lying days of my youth
I swayed my leaves and flowers in the sun;
Now I may wither into the truth.
그랬다.
육신에 젊은 피가 끓고 눈에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이 느껴지던 그때에는
뿌리는 보이지 않는다.
햇빛 속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잎과 꽃을 모두 갖고 싶고
또 가졌으면 마구 흔들어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젊음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고
자고 깨면 내 앞에 다가오는 매일은
결코 나를 저버리거나 속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육신을 휘돌던 뜨거운 피가 식고
한여름 더위 속에서도
어딘 가에서 이미 불고 있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느껴지는 나이가 된 이때
비로소 젊음의 나날이
얼마나 미망(迷妄) 속에 지나갔는지를 깨닫는다.
그래도 그 젊음이 아름다웠던 것은 사실이다.
앎과 낢을 추구하며 방황했던 그때의 삶이
지금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젊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돌아와야 한다.
방황은 끝이 있기에 낭만도 있고 아름다움도 있다.
끝이 없는 방황은 혼돈과 헤맴 뿐이다.
예이츠가 그의 시에서 끝으로 읊었듯
‘이제는 진실 속으로 이울어 들’ 때이다.
그리고 진실이란 주어진 남은 삶을 그 삶을 주신 창조주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글 : 석운 김동찬
Yesterday When I Was Young - Charles AznavourYesterday when I was young
The taste of life was sweet as rain upon my tongue
I teased at life as if it were a foolish game
The way the evening breeze may tease a candle flame
The thousand dreams I dreamed
the splendid things I planned
I always built, alas, on weak and shifting sand
I lived by night and shunned the naked light of day
And only now I see how the years ran away
Yesterday when I was young
So many drinking songs were waiting to be sung
So many wayward pleasures lay in store for me
And so much pain my dazzled eyes refused to see
I ran so fast that time and youth at last ran out
I never stopped to think what life was all about
And every conversation I can now recall
Concerned itself with me, and nothing else at all
Yesterday the moon was blue
And every crazy day brought something new to do
I used my magic age as if it were a wand
And never saw the waste and emptiness beyond
The game of love I played with arrogance and pride
And every flame I lit too quickly, quickly died
The friends I made all seemed somehow to drift away
And only I am left on stage to end the play
There are so many songs in me that won't be sung
I feel the bitter taste of tears upon my tongue
The time has come for me to pay for
yesterday when I was young
내가 젊었을 때
인생이란 내 혀 끝에 닿는 빗물마저 달콤한 맛 같았는데
어리석은 장난처럼 애태웠던 추억만이
밤 바람에 나부끼는 촛불처럼 아롱거리네
세일 수 없이 많은 꿈을 꾸었고
장대한 계획을 세웠었건만, 어쩌랴,
흐르는 모래처럼 나약하게 되었을 뿐
한낮의 밝은 빛을 멀리하고 환락의 밤만을 위해 살던 나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세월만 덧없이 흘렀네
내가 젊었을 때
끝도 없이 마시며 노래하며 즐겼고
오직 유흥만이 인생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즐겼지
하지만 지금은 내 현혹된 눈으로
차마 볼 수 없는 고통만이 남는 걸
시절과 젊음은 결국 그렇게도 빨리 보내버렸으니
인생이 그런 것이란 생각을 떨칠 줄 모르고
이제 와서 되돌려 보려 온갖 몸부림을 쳐보지만
결국은 나 자신 뿐, 아무도 남는 건 없느니
지난날 푸른 달빛따라
유흥으로 지새던 나날들이 내게는 새로움도 가져왔지만
지금 생각하니 꿈만같았던 내 지난 인생이
낭비와 무의미한 공허의 피안을 맴돌고 있네
사랑놀이에만 정신이 팔렸고
오만하고 자만심으로 거드름 피우던
열정도 아주 빨리 시들어졌네
사귀던 친구들도 다들 떠나고
막내린 무대에 홀로 남은 쓸쓸함만 남았네
수 많은 노래가 있지만 부를 수 없었고
혀 끝에 떨어지는 눈물은 이제 쓰디쓰게만 느껴지네
나에게 지금은 지난 젊은 시절을 보상해야 할 시간이라네
음악 : Yesterday When I Was Young - Charles Aznavo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