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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한국 산업의 길
미국 애비브 신약 1개 매출 연 23조
'미래 성장동력 되려면 규제 풀어야'
K바이오가 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기회가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오롱 인보사 등의 연이은 3상 실패로 한계를 보았던 한국 바이오산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총 783개 국내 진단키트 업체가 세계 110여 개국에 약 5646만 명분의
코로나 진단키트를 수출했다.(지난달 19일 기준)
진단키트는 바이오산업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첨병이 되고 있다.
미국 CNN 등 외신은 한국 진단키트를 세계 최고라고 극찬했다.
바이오복제제약(바이오시밀러)은 이미 세계 정상이다.
2013년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해 유럽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셀트리온 다음으로 시장에 뛰어든 삼성바이오의 매출을 합치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30%를 차지했다.
셀트리온 판매상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1분기(연결기준) 매출액 3569억원, 영업이익 55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츌액은 62%, 영업이익은 494% 증가했다.
문제는 바이오산업의 '꽃'이라는 신약이다.
제약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조달러(약1224조원)에 이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의약품인 미국 애비브의 자가면역치료제 휴미라의 연 매출이 약 23조원에 달한다.
제대로 된 신약이 나오기까지는 최소 1조원 이상의 돈과 10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걸린다.
선두주자의 연매출이 1조원을 갓 넘는 한국제약사들로서는 신약 개발을 위한 투자가 엄청난 리스크로 작용한다.
세계 시장 규모가 5000억 달러(약 612조원)에 달하는 의료기가 분야도 넘기 어려운 벽이다.
소위 'GPS'(GE.필립스.지멘스)로 불리는 글로벌 의료장비 회사들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채수찬 KAIST바이오헬스케어 혁신.정책센터장 겸 부총장은 '세계 의약품과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반도체(800조원)와
자동차(600조원)를 합친 것보다 크고, 성장세도 가파르다'며 '한국의 바이오 헬스 산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라나려면 데이터 활용과 원격 진료 등에 대한 제도를 하나하나 만들어 주는 시스템적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1년 걸리던 인허가규제 풀자, K진단키트 103개국 진출
5646만명분 코로나 진단키트 수출
최준호 과학 미래 전문기자
사스, 매르스 때 쌓인 기술력 바탕
빠른 의사결정으로 키트 양산 나서
'선진국기업과 진짜경쟁은 이제 시작'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했던 한국 진단키트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맏형' 씨젠은 지난달 14일 공시에서 1분기 영업이익이 3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매출액은 818억원으로 같은 기간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수젠텍.코젠바이오텍 등 후발주자들의 매출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쓰지 않는 면역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는 수젠텍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38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약 6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진단키트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단 두 달 만에 지난해 매출의 15배 이상을 올린 것이다.
씨젠이 기존 외국 고객사들 중심으로 수출물량을 대폭 확대했다면, 후발주자들은 코로나19 덕에
새로운 지난달 20일 러시아 정부로부터 정식 사용승인을 받은 첫 번째 기업이다.
한국 7개사, 미 FDA 긴급사용승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 들어 최근까지 국내에서 긴급 사용승인(EUA)을 받은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에스디바이오센서, 바이오세움, 바이오코아, 웰스바이오 등 7개사의 제품에 그쳤다.
하지만 수출용 허가를 받은 곳은 46개사 72개 제품에 달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부터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한 곳도 7개사에 달한다.
지난달 22일에는 시선바이오버티리얼스가 FDA로부터 15분 이내에 코로나19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첨단 진단키트의 긴급사용승인을 받기도 했다.
식약청 따르면 이들 기업이 지난달 19일까지 수출한 코로나19진단키트는 총 5646만 명분에 달한다.
관세청 집계 기준 국산 진단키트 수출액은 코로나19사태 초기인 올해 1월 3400달러에서
지난 4월 말 2억65만3000달러로 급증했다.
5월 들어 전 세계적으로 진단키트 관련 원재료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수출이 전달보다 34% 이상 줄어든
1억3128만 달러를 기록했다.
진단키트 수출지역은 급증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수출국이 1개국에 그쳤지만, 2월에는 33개, 3월에는 81개국, 4월에는 103개국으로 늘었다.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분명하다.
미국 CNN과 ABC방송이 한국 씨젠을 직접 찾아 리포트를 하는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이 찬사를 보냈다.
핀란드는 자국 코로나19 증상자의 검사를 아예 '한국 서울의과학연구소로 보내 진단을 맡기기도 했다.
덴마크 보건부 장관은 '한국의 진단키트 제공 제안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후회한다.
치명적인 실수였다.
사과하고 싶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사실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만 해도 분자진단은 글로벌 기업들의 무대였다.
스위스계 제약 의료기기업체 로슈와 지멘스의 진단기기 매출이 각각 24.9%, 12.3%를 차지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애보트와다나허 등이 선두 그룹을 따라가고 있었다.
세계 분자진단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 수준에 불과했다.
K바이오에 대한 지나친 '국뽕'에 취해서는 안 된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있다.
채수찬 KAIST 부총장은 '진단키트 덕에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K바이오가 세계에 두각을 드러낸 것은 사실이지만,
서구 선진국 바이오 기업들이 초반에 실기를 했을 뿐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세계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던 한국이 어떻게 갑자기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게 좼을까.
바이오 업계에서는 그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상황에서 정부의 발빠른 대처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체외진단기업협의회 운영위원을 맡은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이번처럼 갑자기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때는 진단키트의 신속한 양산이 필요한데, 관료화된 거대 글로벌 기업보다는 빠른 판단과
실행력을 갖춘 중소벤처기업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질병관리본부가 긴급사용승인제를 활용해
기업에 발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을 요청한 것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경험, 글로벌기업의 디딤돌로'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한국 진단키트 기업들이 계속 선전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한때의 거품처럼 꺼져버릴까.
체외진단기업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손미진 수젠텍 대표는 '지난 수개월 사이 새로 부각된 수십 개 국내 진단기업이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성장을 이어갈 순 없겠지만, 이 중에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곳도 나올 것'이라며
'이번 코로나 특수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과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 브랜드 인지도는 앞으로 사업의 규모와
영역을 넓혀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진단기업의 선전(善戰)뿐 아니라,
정부의 근본적 규제개혁이 어우러져야 K진단키트가 주력 수출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천종윤 씨젠 대표는 '유럽은 진단키트 승인을 하루 만에 내주는데,
한국은 원래 1년이나 걸린다'며 '감염병 관련 진단기기 인허가는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
G.S.P(GE헬스케어.필립스.지멘스)에 막힌 한국 의료기기, 동남아 .인도에 길 있다
국산 엑스레이.환자감시장치 인기
4월 수출액 지난해 대비 48% 증가
태국.베트남 시장 매년 10%씩 성장
'외국 의사와 네트워크 쌓아 공략을'
한국 의료기기업계는 최근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체감하는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K방역'이 뜨면서 의료기기 산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어서다.
한국에서 의료기기 산업의 문턱은 아직 높은 게 현실이다.
'GPS'(GE헬스케어.필립스.지멘스)로 불리는 국제 의료 기기 기업의 벽 때문이다.
삼성이 2010년 '5대 신(신)수종' 중 하나로 의료기기 분야를 선정하며 인수했던 삼성메디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한국의 방역체계와 의료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 효자 상품은 엑스레이와 환자 안전 안전 감시 장치다.
선별진료소와 격리병동에서 관련 장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출액도 급등했다.
4월 수출입 데이터에 따르면 관련 의료기기 업체들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48.2% 증가한 2073만 달러(약 256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관련 제품의 생산 가동률도 20% 가까이 뛰었다고 한다.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료기기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인도.동남아.중국.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 의료 기기에 대한 구입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기회인 것만은 아니다.
초음파 의료기기의 경우는 된서리를 맞았다.
의사 및 임상병리사가 직접 사용해 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게 업계 관행인데, 출장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북미.중남미가 아닌 동남아시아 및 인도 시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태국 의료기기 시장의 경우 2017~2022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이 10.2%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 산정 수치이기 때문에 현재 성장률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역시 주목되는 시장이다.
KORTA는 베트남의 의료기기 시장이 매년 약 19억1579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의료장비가 새로 개발되면 학회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의들의 임상 결과가 발표되고,
이를 토대로 시장 저변을 넓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의 특성을 고려해 의사와 임상 병리학자들을 잘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기업이 해외 병원과의 네트워크를 두뎝게 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에 처음 도전할 때도
'누가 우리 반도체를 쓰냐'는 패배주의가 있었지만, 소수의 뚝심으로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어냈다'며
'코로나19는 의료기기 산업엔 하늘이 주신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조수빈 기자
'진단시약 원료는 대부분 수입,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도 국산화해야'
천종윤 씨젠 대표 인터뷰
건강 검진처럼 아프기 전 진단검사
코로나 이후 생활진단 시대 올 것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 K바이오를 빛낸 대표주자 씨젠의 천종윤(63) 대표를 3개월 만인
지난달 15일 송파 씨젠 본사에서 다시 만났다.
2월 말 국내 언론 첫 인터뷰에서 '적 직원이 코로나19에만 매달리고 있다.
적자를 각오하고 있다.
이번 사테를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하던 그였다.
천 대표는 '이번을 계기로 머잖은 미래에 대규모 '생활진단'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건강검진처럼 아프기 전에 진단하면 사회적으로도 의료비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요즘도 수출 요청이 많은가
'초기에 생산량의 절반을 수출했다면 이젠 98%가 수출이다.
유럽과 브라질 중심으로 세계 62개국에 보내고 있지만, 주문의 70% 정도만 겨우 공급하고 있다.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브라질로부터 1000만 테스트 주문이 들어왔지만 절반밖에 보내지 못했다.
현재 월 생산 규모가 2000만테스트인데 연말까지 5000만 테스트까지 늘릴 계획이다.
-미국 식품의약품(FDA)에 이미 수많은 외국 업체가 등록돼 있는데
'한국의 진단키트 기술은 이미 세계적이다.
특히 씨젠은 이제 4개 유전자까지 동시에 검사하기 시작했다.
바이러스 변이가 자꾸 일어나니 3개만으로도 부족하다.
전 세계에서 4개 유전자를 진단하는 곳은 우리뿐이다.
향후 변이가 일어나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
-과잉 설비가 문제가 되진 않을까
'코로나19는 신종플루나 사스와 다르다.
확진자가 주춤하더라도 코로나19 검사는 계속될 것이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무증상 감염자가 곳곳에 있을 것이다.
이들도 모두 검사 받지 않으면 코로나19 재확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검사체계를 제도적으로 강화해 증상 의심자가 나오면
언제든 주변 사람들을 모두 검사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2차, 3차 대유행이 오더라도, 또 다른 감염증이 돌더라도 물리칠 수 있다.
확진자 한 명 나왔다고 직장을 폐쇄하고 도시를 봉쇄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경제도 살릴 수 없다.'
-최근엔 진단키트 수출이 주춤하다는데
'사실이다.
생산량이 급증하다 보니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약 원료인 핵심은 거의 수입하고 있다.
플러스틱 튜브도 공급받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봉쇄된 곳이 많다 보니 수출도, 수입도 힘들다.
기존에 3주 걸리던 게 지금은 두 달 걸린다.
진단키트는 물론 바이오 전체 분야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국산화돼야 한다.
그래야 바이오 산업이 미래 한국의 주된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최준호 과학.미래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