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부터 시작되는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본선(이하 유로 2008)에 나설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스페인 대표팀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5월 17일 마드리드 라스 로사스에 위치한 스페인축구협회 기자회견장에서 유로 2008 본선을 대비한 23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아라고네스 감독이 발표한 23명의 명단에서 보이는 변화는 어느 때보다 크다. A매치 50회 이상의 출전 경력을 지닌 라울 곤살레스(106회), 다비드 알벨다(52회), 호아킨 산체스(51회)의 베테랑들이 명단에서 대거 탈락했다. 반면 23명 중에서 A매치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5명이나 된다
노력에 대한 보상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의 빨간 유니폼을 입게될 5명의 선수들은 모두 올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대표팀의 3번째 골키퍼로 선택된 안드레스 팔롭은 34살의 나이로 대표팀 내 최연장자가 됐다. 팔롭은 2007년 8월 22일 그리스와의 친선경기(3-2 승)에서 대표팀에 발탁됐다. 때문에 23인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선수였다. 팔롭은 전반기 부진에 허덕이던 세비야를 UEFA컵 진출 순위까지 끌어올린 선수 중 한 명이다.
마요르카의 왼쪽 수비수 페르난도 나바로는 프리메라리가 20개 팀을 통틀어 같은 포지션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그는 이미 프랑스와 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도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나바로는 대인 방어에서 어느 측면 미드필더에게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본선 기간 동안 대표팀 주전 호안 카프데빌라의 백업 역할을 할 것이다.
헤타페의 수비형 미드필더 루벤 데 라 레드도 나바로와 함께 프랑스전 엔트리에 합류한 선수다. 그는 올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헤타페로 임대되어 '10번'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올시즌 데 라 레드는 강인한 수비력을 보여줬고 묵직한 중거리슛으로도 몇차례 골을 뽑아냈다. 그는 1명의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아라고네스 감독의 전술상 마르코스 세나를 대체하게 된다.
산티 카솔라가 없었다면 과연 비야레알이 올시즌 2위로 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을까. 카솔라는 비야레알의 철저한 미드필더 로테이션 체제에서 마르코스 세나와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그라운드에서 보냈다. 그는 2006-07시즌 레크레아티보로 임대된 이후 모든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리한 송곳처럼 수비진을 꿰뚫는 그의 발재간과 스피드는 스페인 대표팀은 '비밀병기'로 선택되기에 충분했다. 황소같이 저돌적인 호아킨과는 또다른 스타일의 미드필더로 전진 패스 성공률이 높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카솔라는 측면 뿐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도 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팀에서도 빛나는 선수 한두명은 존재한다. 사라고사의 공격수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강등권에서 허덕이는 클럽에서 '군계일학'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의 올시즌 기록은 리그 37차전 현재 4골 6어시스트. 하지만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기록보다 팀 공헌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는 공격진과 측면 미드필더를 번갈아가며 소화했다. 또한 기복이 심했던 사라고사 선수들 중에서 가장 꾸준했던 선수였다.
소외된 자, 그리고 라울
아라고네스 감독의 선택을 받은 5명의 신참 선수들의 발탁은 베테랑 선수들의 탈락으로 연결됐다. 당사자들이 소속팀과 자신을 탓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최근 활약도 위주로 선택된 23인 명단이다.
발렌시아의 다비드 알벨다와 호아킨은 올시즌 소속팀의 부진과 더불어 예전 같지 않은 플레이로 인해 A매치 출전 기록을 당분간 이어가지 못하게 됐다. 알벨다는 올시즌 클럽과의 재판등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많은 공식 경기를 쉬었다. 호아킨은 올시즌 암울했던 발렌시아에서 그나마 제 몫을 해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예전의 황소같은 저돌적인 플레이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소속팀의 저조한 성적은 에스파뇰 삼총사 루이스 가르시아, 알베르트 리에라, 라울 타무도에게도 해당된다. 이들은 전반기 에스파뇰이 상위권에 들었을때만 해도 모두 대표팀에 발탁됐다. 하지만 결국 에스파뇰이 후반기에 추락을 거듭하면서 이들은 유로 2008을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게 됐다. 라울 타무도는 부상으로 후반기 대부분의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리에라는 후반기 활약도가 떨어지면서 소속팀 주전도 보장받지 못했다. 루이스 가르시아는 마지막까지 분전했지만, 아라고네스 감독은 결국 세르히오 가르시아를 선택했다.
2006 월드컵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파블로 이바녜스와 마리아노 페르니아는 올시즌 개인기량이 떨어져 아라고네스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경우다. 이들의 소속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올시즌 4위를 기록했지만, 수비진만은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결국 파블로는 실수가 잦았던 올시즌의 플레이 때문에 아라고네스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페르니아는 공간 패스를 쉽게 내주는 고질적인 수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하지만 라울 곤살레스는 위의 상황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 선수다. 그의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는 2년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라울 자신은 18골을 넣으면서 예전의 득점력을 완전히 되찾았다. 1996년 대표팀 데뷔 이후 10년 동안 A매치 44골을 몰아친 '전설'의 복귀를 주장하는 스페인 축구팬들의 외침이 일견 타당하게 들린다.
하지만 아라고네스 감독의 입에서는 끝내 그의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라울이 지난 10년간 대표팀에게 우승 트로피를 선사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 라울을 선택하지 않은 그가 우승 트로피를 선사할 차례다.
우승의 해법은 무엇인가
스페인 대표팀은 2002 월드컵 이후로 페르난도 이에로, 루이스 엔리케, 조셉 과르디올라등 노장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했고, 이후 라울 곤살레스를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과도기'로 평가되었던 유로 2004 이후 스페인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아라고네스 감독은 2006 월드컵에서 과감한 시도를 했다. 스페인의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을 버리고 4-3-3 포메이션을 택한 것이다. 단순한 포메이션의 변화가 아닌 경기를 풀어갈 전술부터 바꿨다. 스페인은 2006 월드컵에서 경기 점유율을 극대화 하면서 다득점을 노리는 공격 지향적인 플레이를 했다. 전방의 3명의 선수를 놓으면서 숫적 우위를 잡고 중앙에 양질의 패스를 공급할 3명의 선수를 배치했다. 보다 많은 패스, 많은 득점 기회, 많은 골. 2006 월드컵에 나선 스페인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도 더욱 화끈했다.
아라고네스 감독이 꾀한 변화는 조별예선에서 3전 전승, 9득점으로 여실히 입증됐다. 하지만 준우승팀 프랑스에게 1-3으로 지면서 그의 전술에 대한 단점도 드러났다. 당시 스페인은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미드필드에서 완벽히 압도당했고, 공만 돌리다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미드필드에서 공이 오지 않으니 페르난도 토레스, 다비드 비야, 라울의 공격진이 공을 받기 어려워졌다. 스페인의 미드필더들이 90분 내내 효과적인 전진패스를 하지 못한 이유는 프랑스의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들 때문이었다. 클로드 마케레레와 파트릭 비에이라는 스페인의 전진 패스를 완벽히 차단했고 역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스페인이 허용한 3골 중에서 2골도 중앙에서 패스가 차단 당한 뒤의 역습에서 나왔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프랑스전을 거울 삼아 유로 2008 지역예선에서 새로운 포메이션과 전술을 들고 나왔다. 새롭게 가동된 스페인의 4-1-4-1 포메이션은 프랑스전의 실패를 보완하고 선수들 개개인을 효율적으로 포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수비진 앞에 전진배치된 1의 자리에는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맡는다. 그 앞의 4명의 미드필더들은 크게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2명의 중앙 지향적인 미드필더들과 2명의 측면 지향적인 미드필더들이다. 샤비와 세스크는 중앙 지향적으로 활동하며 이니에스타, 실바의 경우에는 측면에서 주로 움직인다.
스페인의 4-1-4-1 포메이션의 핵심은 위치 변경이다. 중앙에서 경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샤비, 알론소를 제외하고 세스크, 실바, 이니에스타는 왼쪽과 오른쪽을 막론하고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래서 감독의 지시나 서로간의 약속에 맞춰 위치 변경으로 상대 수비진을 교란할 수 있다. 또한 측면 지향적인 선수가 미드필더에 포진해 있어 중앙이 강한 상대의 강점을 피해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4-1-4-1 포메이션이 잘 맞아떨어지기 위해서는 최전방에 위치한 공격수가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 4-3-3의 경우에는 측면 공격수의 보조를 받을 수 있기에 상대 수비수에서 보다 자유롭다. 허나 4-1-4-1 포메이션에서는 상대 수비진에 대한 부담을 최전방 공격수가 떠안고 있어야 한다. 빼어난 득점력도 갖춰야 하고 이중삼중의 거친 몸싸움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아라고네스 감독은 유로 2008을 대비해 3명의 공격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3명의 공격수 모두 올시즌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리버풀의 페르난도 토레스는 올시즌 24골을 몰아쳤으며, 발렌시아의 다비드 비야도 소속팀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13골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비야는 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도 결승골을 뽑아낼 정도로 국대에서의 활약도가 더욱 뛰어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리고 24골로 프리메라리가 득점왕(피치치)를 예약한 다니엘 구이사가 세번째 공격수로 선택됐다. 구이사는 리그 후반기 이후로 득점력이 더욱 거셌다.
아라고네스 감독이 TV를 보지 않고 신문을 읽지 않는 한 라울의 활약상은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는 지금 자신의 전술에서 라울의 자리가 없다고 판단할 뿐이다. 어쩌면 아라고네스 감독은 1명의 공격수 중에서 4명의 공격수는 필요 이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공격수이자 측면 미드필더인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선택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스페인은 4-1-4-1 포메이션이 가동한 라트비아와의 유로 2008 지역 예선 홈경기 이후 4연승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치뤄진 프랑스와 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에서도 모두 승리를 챙겼다. 시험은 성공적이었다. 아라고네스의 마지막 무대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첫댓글 아라고네스 진정 안짤린게 신기한 양반인데 결국은 라울을.......ㅡ.ㅡ;; 뭐 자기가 옳았다는걸 증명하려면 메이저 대회에 나갈때마다 죽쑤는 스페인을 좋은 성적으로 이끄는거겠죠
아무리 그래도 부활한 라울을 짜르다니... 쩝
레이나는 뽑혀도 카시야스라는 넘사벽의 존재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