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 섬 청등도, 관매도, 조도
닷새 독한 약 복용의 후유증이 스멀거렸다.
보이지 않게 기력과 의욕이 무뎠다.
청등도 예배 참석을 저울질할 정도였다.
‘너무나도 아름답도다’ 주일 찬양을 되뇌었다.
아내와 자가 키트 검사 후 힘을 냈다.
외할머니 만나러 가는 날처럼 설렜다.
30년 전, 관매도 갈 영자 신문 동아리 학생들을 팽목항에 내려 줬다.
홀로 돌아오며 휴가를 그린 곳이었다.
새벽 설교 후 세차, 주유 흐름이 빨랐다.
베스트 드라이버가 운전대를 잡았다.
도중에 셋, 진도 휴게소에서 네 분을 태웠다.
여유 있게 팽목항에 도착하여 일행을 기다렸다.
새로 지은 여객선 대합실이 피난처였다.
코로나로 불참한 분에게 위로를 보냈다.
‘목사님, 좋은 아침입니다.
청등도 가는 길, 백일홍도 웃는 얼굴이네요.
성한 몸 아니라 걱정이 앞서네요.
발목 잡힌 코로나 곪기 전, 짓이기고 일어서세요.
가고픈 곳 동행하지 못함이 아쉽네요. 힘내세요.’
‘목사님도 아직 회복 전인데 조심하세요.
마음은 함께 가고 있어요.
안전하게 다녀오시길 기도할게요.’
안개는 기우(杞憂)였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동요 같은 날,
구름 한 점 없이 펼쳐 놓은 하늘은 선물이었다.
은빛 물결이 살랑거렸다.
첫 배에 아들 셋 거느리고 나타난 사모님 얼굴이 밝았다.
‘목사님! 용돈 주세요!’
전에 큰 아이에게 가르쳐 놓은 대로 다가왔다.
섬김은 삶의 목적이요 에너지였다.
둘러앉은 모든 이의 기쁨이요 세 아이의 좋은 추억거리였다.
약밥, 구운 달걀, 떡, 바나나, 복숭아,
단 호박, 사과로 준비한 아침을 때웠다.
청등도 90분 소요!
선실에서 회의와 쉼을 누렸다.
마중 온 윤 목사님이 선창가에서 반겼다.
갯내음이 쌓였다.
빠른 유속에서 건져 파도 바람에 말린 미역의 명소였다.
트럭 짐칸이 높아 손을 잡아당겼다.
가파른 언덕길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큰 바위 마을 표지 석과 다르게 교회 간판과 십자가는 보이지 않았다.
용납지 않아도 12년 버티며 13명 성도가 모인 예배당이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해 천국 가시고 한 분 생존, 그도 목포로 가셨다.
사실 빈 예배당에 스물한 명의 방문객이 들어섰다.
장의자는 두 개였다.
포도, 도라지 배즙, 커피, 엠앤엠즈 블록 초콜릿 바 밀크..
여분의 선교 물품까지 상에 올려 놓였다.
현지 사정을 알리고 기도 부탁 위해 초청한 자리였다.
열다섯 가구 주민 20명 중 택한 백성 예배자로 세워지길 바랐다.
우리의 교회라 모두가 기도할 문제였다.
자재 운반이 쉽지 않은 곳, 헌신과 눈물과 땀이 젖은 건물이었다.
‘50년 전 교회 부지 마련하고 마귀 역사가 심해 짓지 못했어요.
저도 공사 기간 중 3개월 앓아누웠네요.’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이은 사역에 마음이 아렸다.
손해 본 일이었다.
목사님, 사모님을 20년간 붙잡아 둔 이유는 하나님의 은혜였다.
지금까지 지내 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함께 찬송을 불렀다.
윤 목사님이 설교자로 섰다.
‘신의 성품에 참예하라는 말씀을 묵상했어요.
섬 순회 선교 사역의 세월이 빠르네요.
지난달 환갑이었어요.
사흘 전 외손자 봤지만 남들처럼 건넬 축하 금이 없네요.
요즘 거울 앞에 자주 서지요.
이마 주름뿐이고 예수님 모습이 없어요.
인상 쓴 결과지요.
아내에게 말했더니 누구에게 한 거겠어요? 되묻더라고요.
나더러 휘발유래요.
선교선 운항은 물 흐름과 바람과 정착지를 염두에 두지요.
접안 시 안내가 내려 밧줄 거는데 실패하면 다시 돌아 쓴소리했어요.
스트레스로 가장 먼저 망가지는 게 위여요.
아내가 위장병으로 10년 고생했어요.
누구 탓인 줄 알겠지요.
물에 비취이면 얼굴이 서로 같은 것 같이
사람의 마음도 서로 비취느니라.(잠 27:19)
쓰임 받은 것 성품인데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다듬어지지 않았어요.
은혜 떨어지면 본성이 나와 바울처럼 고백했네요.
내가 원하는 바 선은 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치 아니하는 바 악은 행하는도다.(롬 7:19)
닉네임을 슬레이브(slave64)로 썼어요.
배 밑창에서 북소리 맞춰 노 젓는 자,
노예가 아니라 내 뜻대로 하는 주인이었어요.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하여 불편했지요.
어려서 큰 바위 얼굴 닮기 원했고 예수 성품 닮으려 몸부림쳤어요.
세 명이 송가인 앵무리 마을 카페에 갔어요.
젊은 아줌마가 커피를 주는데 물었어요.
누가 목사님 같으냐?
난 지목받지 못했어요.
세상사람 눈은 정확했어요.
선생님 같다는 말에 돌아보았지요.
그리스도인의 삶은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갈 2:20)’
신의 성품에 참예하길 꿈꾸며 어메이징 그레스를 불렀다.
쉼이 필요한 분은 언제든지 그곳에 머물길 원했다.
주말은 눌옥도 예배당에서 드리고 5년 만에 모도 사역 재계를 밝혔다.
비탈길에 선 자연산 무화과 열매를 따 먹으며 내려왔다.
관매도 해변 풍경 위해 선교 선을 탔다.
작은 배 승선은 처음이라 구명조끼를 입었다.
바닷바람에 뜨거운 햇살이 부서졌다.
길목은 기암괴석의 군락지였다.
솔밭 식당 생선구이는 별미였다.
물 반 모시조개 반인 해수욕장은 명사십리 두 배였다.
파도가 그네 탔고 밀물은 바다사자를 데려왔다.
숲은 고사리 솔밭으로 솔방울 천지였다.
솔가지 부딪치는 소리에 그리움을 채우며 맨발의 성자가 됐다.
해송 천연 그늘에 마음 풀고 새들의 노래에 취했다.
진짜 새들의 섬, 조도로 건너가 전망대에 올랐다.
옹기종기 새떼가 앉은 그림처럼 펼쳐졌다.
차담회 갖고 여객선에 몸을 담았다.
사흘 뒤, 다시 만났다.
축하 금과 우리 밀 빵 내밀었더니 선배! 감사하단다.
‘오빠! 집에 백만 원도 없어?’
보배 섬에 살지만 없었다.
2024. 8. 18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