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 [전영관]
비명이 맴돈다
오후가 기우뚱하는데
명랑한 라디오만 촐랑거린다
환절기 햇살이
며칠 흐려서 못했던 몫까지 집을 밝힌다
눈치 없이 먼지들을 들춘다
얼룩에 구역질하듯 세탁기가 울컥거린다
옷 고를 때 외출을 상상하지만
다림질까지 염려해보는 사람도 있다
기계는 고장 날수록 시끄러운데
아내는 아플 것 같으면 표정이 잔잔해진다
평생 처음 누운 나무처럼 고요하다
쌍화탕이라도 데워줄 생각은 못하고
한 마디 거들고 싶어서 주춤거렸다
세탁기 고장 났는데
멈춰보려다 버튼을 몰라서 멈추지도 못했다
새 옷만 골라 입는 동안 저 사람 낡아가고 있었다
진회색인데 하얘지는
구름의 세탁 방법을 배우라고 농담했다
반성은 왜 이토록 상투적인지
죽어라 지워지지 않는 얼룩과
엎질러지듯 번지던 것들을 돌아보았다
믿는 구석이 있는지
느티나무가 퇴색한 옷을 벗어놓았다
- 미소에서 꽃까지, 여우난골,2022
* 환절기가 되면 몸살이 나기도 하고 감기를 앓는다.
약국에 가면 쌍화탕을 판다. 하지만 쌍화차는 팔지 않는다.
아닌가, 쌍화차를 파는 약국도 있으려나.
감기 기운이 있으면 대개 쌍화탕을 데워 마시면 낫기도 한다.
하지만 가을에 정서적으로 마음의 병이 든 경우는 쌍화탕이 아닌 쌍화차를 마셔야
마음의 활기를 되찾는다.
그런 면에서는 약국에서도 쌍화차를 팔아야 하는 것 아닌가.
우얬든 가을을 타는 사람들은 종로에 가서 쌍화차나 대추차 정도는 마시면서
마음의 병 내지는 계절병을 치유해야 한다.
어때, 쌍화차 한 잔 할까?
첫댓글 이리 진솔한 시를 만난 저녁,,
내 아내를 힐끔거립니다
고운 시 오려주심 감사합니다
아내께서 잔잔한 표정을 지으시거든 따끈한 쌍화탕 한 잔 대령해 주세요.
믿는 구석이 생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