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사교육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어 이제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온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상황에 이르러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된지 오랩니다. 하지만 정부나 수학교육계, 그리고 정치권도 올바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계속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2012년 1월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갈수록 심화되어 가고 있는 이런 수학교육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선진적인 수학교육 발전을 꾀하기 위해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지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수학사교육포럼에서 지난 3년의 시행 과정과 계획을 대비하여 분석한 결과 6대 분야 27개의 과제 중 효과적으로 추진된 것은 4개, 추진했지만 다소 미흡한 것은 10개였고, 13개의 과제는 전혀 추진되지 않거나 추진되긴 했어도 아주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참고자료 2와 참고자료 3). 이와 더불어 지적할 일은 예산 문제입니다. 예산 자체도 국가 일반회계예산이 많이 부족했고, 상당 부분 특별교부금으로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계획된 예산마저도 거의 3분의 1 정도만 집행되고 나머지는 삭감되어 실제적으로 수학교육을 선진화하겠다는 의지가 없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지난 9월 EBS 보도에 의하면 교육부가 최근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준비 중이고, 이 계획은 지난 3년간 시행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후속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에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추진했고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서 철저한 반성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우리 단체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수학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올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에 반드시 담겨야 할 내용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교육부는 수학교육의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 특히 아이들의 수학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로 병들어가는 문제점과 사교육 과열로 야기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해결하려는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과거 3년의 시행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묻고 넘어가기를 바랍니다.
■ 한국 아동 삶의 만족도는 학업스트레스로 인하여 OECD 국가 중 최하위.. 학업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수학 교과에서 기인됨.
지난 4일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 아동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였고, 학업 스트레스 등이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아동의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꼴찌였습니다. 한창 모든 것이 재미있고 즐거워야 할 나이에 벌써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앞으로 그 생각이 바뀔 수 있을지 염려스럽습니다. 회원국 가운데 아동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네덜란드로 94.2점, 한국보다 윗 등수인 루마니아도 76.6점으로 우리와 16점 이상 차이가 납니다.
학업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을 제공하는 과목은 수학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시행 결과가 너무 엉터리가 되도록 예산을 삭감하고 수학교육의 산적한 문제 해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 교육부가 초기에 만들었던 수학교육정책팀을 없앤 것은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실행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임. 또한 이를 위해 한국과학창의재단에 만들었던 수학교육연구센터도 2013년에 없앴음.
교육부는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만들면서 수학교육정책팀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은 수학교육에 대한 역사상 최초의 단독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수학교육계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많은 기대를 갖게 하였습니다. 수학은 주요 과목이면서도 사교육의 주범으로 오랫동안 정치권이나 국민적인 관심사였습니다. 특히 사교육비가 날로 증가하고 그로 인한 가정 경제의 파탄은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학생들을 입시의 고통으로 몰고 갔습니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는 역대 정권의 최대 관심사였으나 시원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국민들은 뭔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정책 추진 1년도 안 되어 수학교육정책팀을 없애고 다른 팀에게 업무를 흡수했습니다. 또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 업무를 추진하는 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수학교육연구센터를 만들어 운영했지만 이마저도 1년 만에 없앴습니다. 정책을 만들어 띄워놓고 해당 부서를 없애는 것은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그 결과 실제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은 허울뿐임이 밝혀졌습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는 현재 전담 연구원이 한 명밖에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앞으로 시행될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의 성공마저도 불투명한 상태에 있습니다.
■ 많은 자료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개발에 그쳤고, 그것을 수능이나 논술시험 등 현장에 전혀 적용되지 않고 사장될 우려가 있음.
이번 선진화 방안에서는 다수의 교수와 교사 등 수학교육 전문가가 동원되어 각종 연구 자료 개발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통합교과 교수․학습자료, 체험탐구 중심의 수학 프로그램, 서술형 문항을 활용한 수학적 과정 평가 방안, 관찰 및 면접 중심의 대안 평가 방안, 창의적 평가의 대학입시 적용 방안 등 많은 연구 자료와 콘텐츠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콘텐츠가 일선 학교에 보급되거나 수능이나 논술고사 등 대학입시에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을 수 있지만 정책적인 의지를 제대로 펼치려면 현장 적용과 실행 방안까지 추진할 예산과 의지가 있어야만 합니다. 개발한 자료가 저작권이나 기타 보급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개발되었어야 합니다. 수능이나 논술 등의 평가 방안이 연구되었으면 수능을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나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각 대학이 이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정책적인 협력이나 추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수능이나 논술고사 등은 거의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애써 만든 연구 자료가 그냥 사장될 우려가 있습니다.
■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계획된 예산의 3분의 1도 안 되는 예산만 사용하고, 많은 예산이 삭감 당함.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계획된 예산의 3분의 1도 안 되는 예산만 사용하고 많은 예산을 삭감한 것은 수학교육 선진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입니다. 자세히 예산 사용을 보면 3년간 총 493억 2천만 원이 편성되었지만 실제로 국가적인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에 3년 동안 투입될 일반회계 예산은 겨우 165억 2천만 원뿐이었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특별교부금이었습니다(특별교부금 296억 5천만 원, 과학기술진흥기금 31억5천만 원, 참고자료 1). 그나마도 실제적으로 집행된 것은 예정된 예산의 3분의 1 수준인 54억 5천만 원뿐입니다. 3년간 겨우 50억 정도의 예산을 들여서 수학교육을 선진화하겠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특별교부금도 그 정도입니다. 그렇다 보니 많은 과제가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 수학교육의 여러 문제를 바로 잡아 수학교육을 바로 세우고, 각종 수학교육 정책을 책임 있게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관이나 연구소, 법령 등의 뒷받침이 필요함.
꼭 사교육의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도 수학교육은 그 자체로 중요함은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현재는 수학교육은 학생들에게 별 의미가 없을뿐더러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사교육의 온갖 문제를 유발하고 있어 성인들의 가정 경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하루빨리 수학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다른 과목과는 차별화된 여러 가지 특화된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우선 정치권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행정부의 영향력을 벗어난 국가수준의 ‘(가칭)국가수학교육자문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설치되어 여기에 수학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학교육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교육과정에 대한 국제적인 비교 등 10년, 20년 후를 대비하는 ‘(가칭)국가수학교육연구소’를 설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계획 중인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역시 지난 3년간 시행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확실한 시행을 위해서는 ‘(가칭)수학교육진흥법’을 제정해서 법률적인 기반 아래 반드시 시행해야 함을 강제해야 합니다.
■ 수학과의 교육과정 과다의 문제, 개념이 아닌 공식을 암기하는 학습을 강요하는 교과서, 그리고 정답이 하나뿐인 지필고사 위주의 시험 제도가 개선되어야 함.
현재 우리나라의 수학과의 교육과정은 국제적으로 그 내용 자체도 과다하지만, 각종 시험문제의 난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또한 교육과정을 구현한 교과서의 전개 방식이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를 전제로 구성되어 있고, 실제 일선학교의 수업에서도 수학 개념을 교사가 설명하고 그 설명을 이해하도록 하는 전형적인 주입식 수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사의 수업 방식만을 바꿔서 될 일이 아니고 교과서 구성 자체가 바뀌어야 할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사가 일일이 수업 자료를 재구성해서 가르쳐야 하는 불편함을 유발합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수학을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학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고, 이것이 사교육을 유발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학적 과정(Mathematical Process)으로 국제적으로 중시되고 있는 연결성과 표현이 교과서에 전혀 구현되어 있지 않아 학생들은 그 많은 수학 개념을 스스로 연결하지 못하고 수학 시간에 자기가 배운 수학 개념을 표현하는 학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혼자서 많은 문제를 풀도록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교과서가 철저히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제작되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교과서를 학습하다보면 자동적으로 수학의 여러 개념을 연결시키고, 자신의 일상의 많은 부분과 수학의 개념을 연결하여 표현하는 학습이 이루어져야 지금과 같은 수학을 어려워하는 현상이나 수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의미 없는 교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1세기에 강조되고 있는 문제해결능력, 추론능력, 의사소통능력과 연결성, 표현능력 등 수학적 과정에 대한 평가가 주된 평가로 자리매김해야 정답이 하나뿐인 지필고사로 공식 암기 능력만 키우는 비교육적 현상을 바로 잡을 수 있습니다.
■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 수립에는 교육시민단체나 수학교육계 외부의 인력도 실행위원으로 포함시켜야 함.
우리 단체는 지난 3월 26일 ‘수학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종합대책’으로 3대 정책 방향과 10대 핵심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수학교육을 개선하는 것은 수학교육계 내부의 일이 아닙니다. 수학교육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전 국민을 생각한다면 수학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우리 단체의 종합대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27개 과제를 분석해 보면, 수학교육계 자체가 할 수 있는 일과 수학교육계의 프로젝트 위주로 되어 있어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제 수학교육의 문제는 수학교육계 자체로 해결 가능한 문제가 아닙니다.
수능 수학 시험범위가 고등학교 이과 학생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으며, 학교가 선행학습을 조장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EBS 연계 교재가 너무나 어려워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더 힘들게 하고 있으며 EBS 교재가 교과서를 대신하는 등 비교육적 현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논술고사가 아직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 논술 형태가 아닌 본고사 형태로 치러지고 있습니다.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이런 시험 제도는 필연적으로 사교육을 유발합니다. 영재교육원 교육대상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됩니다. 이들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해야 합니다. 영재학교 설립이 고등학교로 제한되어 있는 것을 풀어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설립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한다고 합니다. 영재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을 보면 대학 수학과의 전공 내용의 상당부분까지 나가고 있지만 이들이 입학하는 대학의 교육과정은 전혀 이런 상황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에 중복 낭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00% 자기주도 학습전형으로 선발하는 과학고와는 달리 영재학교는 여전히 높은 난도의 지필고사를 이용하여 선발하고 있습니다. 영재교육원 입학과 영재학교 입학을 위한 사교육은 아직도 불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 만들고 있는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 수립에는 교육시민단체나 수학교육계 외부의 인력도 실행위원으로 포함시켜 사교육 문제 등 사회적인 관심사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주장
1. 교육부는 이번 기회에 수학의 사교육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하며, 특히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의 예방과 발생 시 대처 방안 등 수포자 문제 전반에 걸친 대책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2. 교육부는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의 시행을 위해서는, 1차 수학선진화방안 추진에 대한 철저한 점검 토론회가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수학교육정책을 담당하는 팀을 교육부 내에 다시 만들고, ‘(가칭)국가수학교육자문위원회’와 ‘(가칭)국가수학교육연구소’를 설립하고, ‘(가칭)수학교육진흥법’을 제정하여 보다 강력하게 수학교육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기 바랍니다.
3. 사교육 문제 등 현재 수학교육이 안고 있는 사회적 이슈를 소화하고 해결하기 위해 「제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 수립에 교육시민단체 등 민간 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범사회적인 계획을 만들어 발표하기 바랍니다.
2014. 11. 19.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담당 :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02-797-4044, 내선 508)
보도자료(HWP)
참고자료1:「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소요 재원(예산)(HWP)
참고자료2:「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추진 평가(HWP)
참고자료3:「수학교육 선진화 방안」 추진 현황
(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