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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몰아치고 있는 미국 드라마 열풍에 편승해서 나도 최근 몇편의 미드를 재미있게 감상하였다. 군사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Rome처럼 다소 마이너한 내용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았지만 ^ ^;;
요사이 관심 있게 본 드라마 중 백미라면 "배틀스타 갤럭티카"(Battlestar Gallactica)를 들 수 있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스타트렉과 같은 종류의 SF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캐이블 채널에서 야밤 중에 우연히 몇편을 보게 된 이후, 화려한 cg와 치밀한 스토리 구성에 반한 나머지 시즌 1-3 전편을 다운받아서 몇주에 걸쳐 보다가 결국 하루만에 나머지 10편을 단숨에 끝내버렸다.ㅋㅋ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엄밀히 말해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속하며 SF의 범주에는 벗어난다. 후자가 각종 과학 기술 위주로 치밀하고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반면, 전자는 기술적 범주의 설정은 현대 과학의 설명과 무관한 판타지로 설정하고 드라마 그 자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우주선의 초광년 이동을 "워프"하나로 간단하게 설명해 버리는 것을 들 수 있다. 나를 반하게 한 배틀스타 갤럭티카 역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지만, 등장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묘사와 함대 내부의 각종 정치 사회 종교적인 설정은 기존의 그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정교하여 마치 실제로 우주 함대에 갇힌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드라마는 12개 행성으로 구성된 콜로니 연합 국가가 사일론 로봇 군단의 기습을 받아 우왕좌왕 하다가 파멸되는 모습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뇌부가 순식간에 괴멸되고, 마침 구식 항모 스페이스 갤럭티카의 퇴함식에 참석한 직후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교육부 장관 로라 로즐린과 함장 아다마가 각각 행정부와 군부의 책임자가 된다. 이들은 불과 5만도 채 남지 않은 난민들을 이끌고 전설로만 전해지고 있는 지구로 대장정을 떠나게 되는데, 그동안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들이 드라마를 구성하게 된다.
가장 유명한 SF영화 스타워즈가 선악의 구도가 비교적 명확하게 그어져 있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반면 스페이스 갤럭티카는 등장인물들의 복합적인 성격과 관계 구도가 돋보이며, 여기에 각종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적인 모순이 충돌하여 가볍게 시청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대통령 로즐린과 사령관 아다마는 사적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이지만, 공적으로는 자신의 직함과 영향력 때문에 매편마다 서로 충돌하게 되는 입장이다. 갑판장 티롤은 아다마 제독 및 함대 수뇌부와 수년동안 호흡을 함께하며 그들을 존경하였지만, 자기가 태어난 행성 출신과 하층 노동자 계급들이 함대 내에서 차별당한다는 생각을 갖고 상류계층, 수도권 행성 출신의 상관들에 맞서 파업을 주동하게 된다.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다른 SF드라마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섬세한 심리적 묘사로 일관한다. 주요 등장 인물 중 대다수가 과거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저지르거나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여기에 대해 끊임없이 자책하고 고민한다. 예를 들면 함대 최고의 에이스 파일럿인 카라 대위는 과거 자신의 연인을 편애해 비행 시험에 통과 시킨 결과 연인을 비행 사고로 잃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 난민 함대의 대장정을 성경의 출애굽기에 비유할 수 있다면, 등장 인물들의 심리적 고통은 성경의 원죄 의식에 비할 수 있다.
이중에 심각한 죄를 저지르고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유일한 인물이 있으니, 바로 가이우스 발터 박사이다. 그는 후임 대통령이 되어 전임 대통령과 군부의 반대를 부릅쓰고 대장정 도중 정착을 결단하는데 그 결과 사일론의 침공에 다시 직면해 무조건 항복을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천신만고 끝에 난민들은 아마다 제독의 재치있는 작전으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엄청난 인적, 물적 대가를 치르고 난 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터 박사는 그 후에 자신이 "자의반 타의반" 저지른 다양한 범죄를 "실수"라고 우기며, 함대 구성원 모두의 미움을 산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수치스러워하지만, 애써 겉으로는 숨겨야 하는 사람들에게 뻔뻔스러운 발터는 모두의 원죄를 덮어씌우기에 적합한 희생양으로 비춰진다.
시즌 3의 마지막 편, 발터 박사를 둘러싼 재판에서 갈등은 정점에 달한다. 배신자, 반역자 "발터"에게 분노하는 사람들에게 함대 항공 단장이자, 변호사 리 아다마는 사자후를 토한다. 점령 기간 도중에, 장정 기간 도중에, "사일런" 로봇 군단이 침공하기 이전부터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그는 자신과 모든 사람들의 용서받을 수 없지만 용서받은 잘못을 열거하면서,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한 가이우스 발터도 법의 이름 하에 용서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예수의 "죄가 없는 자만 이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말이 연상되는 리의 변호에 감명받은 재판관들은 발터의 무죄를 선고하게 되고, 이로써 함대 구성원 모두의 원죄는 "일단" 지워지게 된다.
시즌 1-2에 비해 시즌 3에 접어들면서 내용이 다소 산만해 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배틀스타 갤럭티카 특유의 체취는 사라지지 않는다. 1978년에 제작된 원작을 모르몬 교도인 작가가 성경의 내용을 모티브로 삼아 자신만의 새로운 SF드라마로 각색하는데 성공하였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그레이스 박이 드라마의 중요 배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감상 포인트이다. 드라마 매화마다 들리는 투박한 아일랜드식 배경음악은 식민 압제를 받고 신대륙으로 떠나 힘겹게 정착하는 아일랜드 이민자들과 드라마의 난민들 모두를 연상시켜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심각한 내용의 SF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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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높은 창공을 나는 갈매기처럼 원문보기 글쓴이: 에스파뇨르

첫댓글 귀여운(..) 발타 박사님 때문에 봅니다.
등장인물들의 복합적인 성격과 관계 구도가 돋보이며, 여기에 각종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적인 모순이 충돌하여 가볍게 시청하기가 쉽지 않다/// 헤에~ 끌리는군요. 언제한번 봐야겠슴다.
이거 거의 몇주를 피곤하게 만든 드라마죠... 밤에 드라마 보고나니 낮에 휴유증이 크더군요...;; 그걸 한 두주쯤 하고나니까 시체가 되더군요-_-;... 드라마는 계획적으로..;;
천하의 찌질이 가이우스 발터 박사가 화면에 나타낼 쯤이면 후딱 화면을 넘기고 싶은 욕망이…
여러모로 인간 혹은 인류의 존속문제 또한 인류가 살아가면서 만들어낸 정치, 경제, 사회, 종교등등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를 제공하여 주는 정말 흥미로운 드라마입죠..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이 된다는 설정자체가 작가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는 듯.. 하나하나 의미있고 신비롭고.. 하루에 후딱 다 볼 드라마는 아닌 듯 싶어요. 외딴 섬에서 살다보니 그 드라마 보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됩니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드라마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