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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대상
"셔?" 대상 오승철
솥뚜껑 손잡이 같네 오름 위에 돋은 무덤 노루귀 너도바람꽃 얼음새꽃 까치무릇 솥뚜껑 여닫는 사이 쇳물 끓는 봄이 오네
그런 봄 그런 오후 바람 봄 그런 오후 장다리꽃 담 넘어 수작하는 어느 올레 지나다 바람결에도 슬쩍 한 번 묻는 말 "셔?"
그러네,제주에선 소리보다 바람이 빨라 "안에 계셔?"그 말조차 다 흘리고 지워져 마지막 겨우 당도한 고백 같은 그 말 "셔?"
오승철 = 1957년 제주 위미 출생. 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개닦이] 우리시대 현대시조 100인선[사고 싶은 노을] [누구라 종일 홀리나] 한국시조작품상.이호우시조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청 근무.
저녁 같은 그 말이 신인상 이태순
늦가을 무를 썰다 느닷없이 마주친 무 속 한가운데 갈라터진 마른 동굴
창시 다 쏟아버리고 검은 벽 발라놓고
알싸한 무밭 건너 가물가물 들려오는 "내 속을 뒤집으면 시커멓게 탔을끼라"
울 어매 청 무꽃 같은 저녁 같은 그 말이
이태순 = 1960년 경북 문경 출생. 2005년 농민 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7년 "오늘의 젊은 시조 시인상"수상. 시집[경건한 집] 시조 모인 이천 동인.
겨울,바람의 칸타타
중앙신인문학상 김성현 시조부문
오래된 LP판이 하나씩 읽고 있는 스산한 풍경 위로 바람이 불어간다 노래가 다 그런 것처럼 스타카토 눈빛으로
산까치 몇 마리가 앉았다가 떠나버린 잎 다진 가로수들 우듬지 그 사이로 흰 구름 붉은 마음은 서쪽으로 흐르고
음역(音域)의 강을 건넌 짧아진 하루해를 빠르게 궁글리며 다시 불어온 바람 아무리 되짚어 봐도 길은 너무 아득하다
누구나 한두 번쯤 절망 끝에 섰겠지만 지워진 음표만큼 눈은 더욱 깊어져서 LP판 둥근 세상으로 봄날은 또 오겠지
김성현 = 1959년 경북 김천 출생 계명대 심리학과 졸,김천고 상담교사. 열린시조학회 대구 경북 사무국장.
<2010년 12월16일 중앙일보> "2010 중앙시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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