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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파라클레토스 2022년 1월)
세키네요시오(関根義夫)
1. 요한복음의 깊은 진심
요한복음은 보면 볼수록, 그 말씀이 풍성하고 유연하여 마음에 가득 차오는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의외로 많습니다. 오늘은 이 복음서의 난점이라 할까,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이런 마음이 계속 들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여러 번 읽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요한복음 1장 1절로 되돌아갑니다.
제가 이렇게 다시 돌아간 이유는 재출발하여 요한복음을 깊이 배워보자는 의미입니다.
2. 복음서 기자 요한의 예수관
그런데 요한이 기록한 것을 잘 읽어 보면, 요한은 이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요한복음 처음부터 확신하고 있습니다. 요한의 눈에 비친 예수는 가나 결혼식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기적을 시작으로, 유월절 무렵 “내 아버지의 집을 시장판으로 만들지 말라.”고 성전에서 장사꾼들을 쫓아낸 후, “당신의 집을 향한 내 열의가 나를 삼키리라.” 하신 사건까지를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의 집’이란 말할 것도 없이, 아버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던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킵니다. 이때 예수는 진정 하나님의 외아들다운 행동 그것이었습니다.
한편 5장 후반 19-47절에서 일어난 사건도 봅니다. 유대인들은 예수가 자신을 하나님과 동등한 사람이라 인정하는 말을 듣고, 이는 명백히 하나님을 모독하는 말이라며 예수를 박해합니다. 예수 편에서 보면, 하나님과 동등한 자인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그들에게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유대인의 입장에 서서 본다면, 예수라는 사람은 어쨌든 그저 보통 사람에 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가 자신을 하나님이라 하면서 당당하게 그들과 맞섰기 때문에, 그들 편에서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자였으며, 살려둘 수 없는 자였습니다.
3. 아버지 하나님과 아들의 일체성, 동일성
예수는 스스로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아버지 하나님을 신뢰하고 순종한다고 자신의 삶에 대해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확실히 말해 둔다. 아들은 아버지가 하는 일을 보지 않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버지가 하는 일을 아들은 그대로 따른다.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여, 자신이 하는 일을 아들에게 모두 보여주시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아들인 자신은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확실히 이야기합니다. 즉 예수 자신은 온전히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자이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버지 하나님에 대한 자신의 완벽한 순종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버지 하나님은 아들 예수에 대해 어떤 자세를 보여주시는가. 아들 예수에 대해 완전한 사랑으로 응답하십니다. 그리하여 자신이 하는 일을 아들 예수에게 모두 보이셨습니다. 둘 사이에 어떤 불투명하거나 애매모호한 부분도 없음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아버지가 죽은 자를 부활하게 하셔서 생명을 주신 것처럼 아들도 자신이 원하는 자에게 생명을 주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심판에 대해서도 그 권한 모두를 아들 예수에게 위임하셨습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아버지 하나님을 믿는 것처럼 아들 예수를 믿게 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버지 하나님과 아들 예수의 완전한 일체성과 동일성을 확인합니다.
4. 아버지 하나님께 완전히 순종하는 아들 예수
두 분 사이에 딱 하나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아들 예수가 아버지 하나님께 완전히 순종한다는 게 결정적 차이입니다. 그래서 예수의 완전한 순종과 하나님의 아들을 향한 완전한 사랑이 두 분 관계의 기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버지 하나님은 아들 예수를 사랑하여 자신이 하는 일을 모두 아들에게 보여주신다는 것입니다.
아버지 하나님을 섬긴다 하면서도 그 아버지 하나님이 사랑하는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건 성립할 수 없습니다. 아들 예수만을 사랑하고 그 아들 예수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버지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성립할 수 없습니다. 요한은 예수의 말씀을 기록하여 이미 이렇게 알려주었습니다.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자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고, 심판을 받지 않으며,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 가리라.”
그리고 예수는 이어서 놀라운 말씀을 하십니다.
“분명히 말한다. 죽은 자가 하나님 아들의 말을 듣는 때가 온다. 지금이 그때이다. 그 소리를 듣는 자는 살리라. 아버지가 생명이시듯 아들에게도 생명을 가지도록 해 주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는 자신을 믿고, 또 그의 아버지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는 죽어도 사는 생명을 얻도록 해주신다는 말입니다.
5. 하나님의 아들 예수라는 분
예수는 아버지께서 아들인 자신에게 심판하는 권능을 주신 이유가 “아들은 사람의 아들이기에 그렇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꽤 오랫동안 이 ‘아들은 인자이다’라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부를 하면서 조금이지만 비밀의 문이 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에게 보여주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마태복음에서 예수는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로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특별한 운명 아래 있었기 때문에, 탄생 직후부터 역사에 유례없는 유아기를 보냅니다. 그러나 아버지 요셉이 목숨을 걸고 이집트로 도피하여 그 위기를 벗어납니다. 이후에는 평범하지만 자상한 부모에게 사랑받고 보호받으며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고 예루살렘에서 멀리 떨어진 갈릴리 나사렛에서 성장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요셉이 죽은 후에는 많은 형제자매의 장남으로서 어머니 마리아를 도우며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 예수가 어느 때, 세례 요한의 소문을 들은 이후, 억누를 수 없는 마음의 소리에 쫓겨 어머니와 형제를 두고 집을 떠납니다. 그리고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습니다.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올 때,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맞는 자다.”라는 소리를 듣고 영의 신생을 경험합니다. 이후 예수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선포에 매진하게 됩니다.
그런데 누가복음에 그의 탄생 기사 이후 어린 시절에 대해 한 구절이 있습니다. “아이는 씩씩하게 자랐고, 지혜가 가득하여 하나님의 은혜에 둘러싸였다.” 그리고 12세 때의 일로 가족과 함께 유월절에 성전에 간 일화를 말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성전 경내에서 학자들 한가운데 앉아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묻기도 하였는데, 듣는 사람들 모두가 예수의 슬기로운 답변을 놀라워했다는 내용입니다.
누가가 전하는 부분을 봅니다.
“지혜로운 소년 예수는 장성한 후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물에서 올라온 후 기도하고 있을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눈에 보이게 내려왔고, ‘너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맞는 자’라는 하늘의 음성을 들었다.”
6. 인자로 살았던 하나님의 아들
이 마태와 누가 두 복음서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건, 하나님의 아들 예수도 또한 사람의 아들로서 살았다, 육의 부모에게 양육 받아 성장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예수가 이렇게 한 인간으로 우리와 똑같이 이 땅에서 삶을 보냈다는 것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비할 데 없는 영적인 행보를 하셨지만, 인생의 고통과 번뇌를 우리와 똑같이 겪으며 살았음을 보여줍니다. 이 사실은, 구주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우리와 다르지 않게 몸과 마음을 가졌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살다 간 분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이렇게 마태와 누가는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임과 동시에 완전한 사람의 아들로서 지상의 생애를 보냈다고 기록하였습니다. 어디까지나 철저히 인자로 살았던 예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복음서 기자 마가도 첫머리에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고 기록합니다. 즉 지금부터 말하려는 복음은 ‘사람으로 태어난 나사렛의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숨길 수 없는 자신의 영적 체험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7. 복음서 기자 요한이 증거한 예수
그런데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요한복음도 처음부터 이분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또 하나님 자신이라는 사실을 밝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요한은 예수께서 자신을 낮추어 말씀한 이야기를 반복하여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 자신은 스스로 무엇도 할 수 없다. 오직 아버지에게 들은 대로 판단한다. 나의 판단은 바르다. 나는 나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따라 실행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하나님의 아들이면서 인간으로서도 비교할 자가 없을 만큼 겸손하게 사셨던 예수. 그는 인간의 안과 밖을 모두 경험하셨습니다. 게다가 아버지 하나님의 계시에 절대 순종하는 하나님의 아들로 살았다는 사실을 실제 목격하듯 볼 수 있었습니다.
8. 자신에 대한 증명
지금까지 예수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말해 왔습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겸손하게 아버지 하나님에게 순종하고 살아왔던 삶, 그러나 한편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여 활동한 하나님의 아들 예수, 사랑으로 가득한 예수의 모습이었습니다. 예수는 자신을 어떻게 말하였을까, 자신을 무엇으로 증명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만일 내가 자신에 대해 증명한다면, 그 증거는 진실하지 않다.”
즉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자신이 증명한다면, 그 증거가 진실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입니다.
“나에 대해 증거할 분이 따로 있다. 그분이 나에 대해 하시는 증거는 진실하다는 걸 나는 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아마도 세례요한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말씀하십니다.
“나는 인간의 증명을 받지 않는다. 요한은 정말 빛나게 타올랐던 등불과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요한의 증명보다 큰 증거가 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행하도록 하신 일, 즉 내가 행한 일 그 자체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낸 증거가 된다.”
지금까지 본대로, 예수는 언제나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나도 그대로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그 말씀대로 아버지가 하신 일 무엇이든 100% 이어받아 그대로 행한 분이 예수라면, 예수의 모든 것이 아버지 하나님의 마음과 영으로 가득 차 있으며, 아버지 하나님 스스로가 여기에 나타나신 게 됩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지금 예수가 말씀하신 부분을 반추해 보면서 가르쳐주는 바를 찾아보겠습니다. 예수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따르는 아버지 하나님과 유대인의 하나님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여기(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9. 성서는 나를 증명하는 것
예수는 이 일에 관해서 자신을 박해하는 유대인에게 직언합니다.
“확실히 말한다. 나의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자는 영생을 얻어 심판받지 않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간다.”
“또 너희 안에는 아버지의 말씀이 있지 않다. 아버지가 보낸 자를 너희가 믿지 않기 때문이다. 너희는 성서 안에 영원한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여 성서를 뒤져 연구한다. 그 성서가 나에 대해 증명하고 있는데도 너희는 생명을 얻기 위한 길인 나에게 오지 않는다.”
여기서 예수가 말씀하신 의도는 이렇습니다.
‘하나님을 믿는다’ 하는 건 율법의 일점일획을 하나도 빠짐없이 실행하는 게 아닙니다. 안식일을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말씀에 온전히 귀 기울이는 일입니다. 아버지 하나님은 예수를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이 땅에서 살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 예수와 우리의 결정적 차이라면, 예수께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말씀을 하셨다는 점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을 인류 구원을 위해 지상으로 보내신 하나님. 하나님의 뜻을 가슴에 품고,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우리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살아 움직이는 예수. 그 예수가 하시는 말씀에 우리 모두 조용히, 온전히 귀를 기울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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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동적입니다. 인자로 오신 예수님에대해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우리와 똑같이 사셨다는 사실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참으로 기쁨의 소식이다. 하나님의 놀라운계획이 우리에게 왔으니 이보다 더 기쁜소식이 없을것이다. 오늘도 우리에게 성령충만한 시간이 연속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