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평생 다이어트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주변에서 보면 인사처럼 오늘은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에 들어가는 거야! 하면서 웃는다. 물론 나도 ‘다이어트 중’에 속한다. 매일 걷는 것도 극심한 다이어트를 하기 싫어서다. 산책하러 가는 마음이 더 커서 빨리 걷지는 않는다. 안 걷는 것보다는 매일 만 보씩 걸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체질적으로 약하게 태어나서 30대 초반까지는 마른 체형이었다. 밥을 새 모이처럼 먹는다고 부모님께 걱정들 들으면서 자랐다. 결혼하고 출산을 하면서 체중이 55kg까지 간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매일 산책하고 식사조절을 했다. 30년간 50kg에서 53kg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지내고 있다.
나는 소식가다. 육류보다는 채소와 생선을 좋아한다. 50대 후반부터 육류를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식구들이 모두 육류를 좋아해서 자주 육류로 음식을 만드는데 그때도 간만 맞추고 먹지는 않을 정도였다. 일부러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삼겹살을 서른이 넘어서 처음 먹었다. 이런 식습관을 갖고 있어도 말라깽이는 아니다. 매일 걸으며 적당한 체중을 관리한다. 어려서부터 음식 먹는 속도가 느렸다. 밥 먹으면서 소화 다 시키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천천히 오물오물 오래 씹는 것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너도 다이어트를 하느냐고 친구들이 묻는다. 그럴 때면 먹을 때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고 매일 걷는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어차피 먹는 양도 남들보다 적으니까 먹을 때만은 즐겁게 먹는다. 대신 아무리 맛있고 비싼 요리라도 양이 차면 수저를 놓는다. 비싼 음식 남기면 아깝다고 꾸역꾸역 먹는다거나 맛있다고 많이 먹지는 않는다. 천천히 오래 씹으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가장 어려운 것은 야식이다. 늦은 시간에 식구들이 라면을 먹거나 치킨을 먹거나 피자를 먹을 때이다. 한 수저 정도만 맛을 보거나 아예 서재로 들어가서 글을 쓰거나 음악을 듣는다. 먹을까 말까 갈등을 부르지만, 결국엔 내가 이긴다. 건강한 미인으로 살려면 이 정도쯤은 이겨내야 한다고 유혹을 잘라버린다. 식구들도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 저 정도 독한 마음으로 사니까, 저 몸매를 유지한다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해준다. 먹고 싶은 것을 스트레스받아 가면서 참는 것이 아니라서 잠시 마음을 비우면 먹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나에게 다이어트는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다. 운동과 음식으로 조절하니까 크게 늘거나 줄거나 하는 고무줄 체중은 아니다.
요즘은 당근과 양배추를 갈아서 공복에 먹는다. 몇 년 전에 건강이 안 좋아서 먹지 못했을 때 체중이 40kg대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다. 건강이 회복된 후에는 체중을 올리려고 세 끼 식사를 챙겨 먹었다. 원상회복이 목표였는데 2kg이 늘어서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체중을 조절했다. 먹지 못해서 살이 많이 빠질 때를 생각하면 무엇이든 먹을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렇다고 마구 먹어서 불편할 정도로 체중이 늘어나면 그것도 문제다. 살면서 약간의 긴장감은 필요한 것 같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라고 하시던 엄마가 문득 보고 싶다.
아침에 체중을 재어보니 뒷자리가 바뀌었다. 아들도 작업실에서 그림만 그리니까 체중이 불어서 요즘 닭가슴살과 야채를 먹으면서 조절하고 있다. 남편도 체중이 늘어서 술도 줄이고 야채와 계란으로 식사한다. 자기 관리를 하면서 사는 것은 자기를 사랑하는 일이다.
엄마가 웃어야 가정이 화목하다. 엄마는 가정의 주치의다. 가족에게 건강한 식탁을 차려주고 싶다. 나는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다. - 2024년4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