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님들 화투의 유래아세요? 웬 화투냐고요? 심각한 토론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잡학`(?)을 통해 정신건강(?)과 교양(?)을 증진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 의미의 `진짜 가벼운 타치`로 동양화 48폭의 유래와 의미를 다뤄볼까 합니다.
`고추`와 `화투`의 공통점
역사적 문물은 서로 주고 받으며 발전하듯이 한국과 일본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겠어요? 지리적 인집성 , 역사적 특수관계때문에 더욱 그러했겠지요. 그 가운데 혹시 "일본으로부터 건네받았지만 정작 한국에서 꽃 피운 것, 시작은 일본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의 문화로 정착된 것"을 찾아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꼽으시겠습니까? 여러 의견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고추`와 `화투`를 떠올립니다. 생각하는 스케일이 고작 그것뿐이냐고 힐난하시는 분도 있겠지만요 .
`시작은 일본` , `꽃핀 곳은 한국`
먼저 고추는 아시다시피 포르투칼에서 16세기 일본에 전해진뒤 `임진왜란`때 한국에 건너온 것입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이지요. 그러나 지금 어떻습니까? 김치를 포함한 한국음식에 고추가 빠진 것을 상상이나 하시겠습니까? `일본으로부터의 수입품`을 `한국음식의 대명사`로 꽃피워낸 대표적 사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또 하나가 `화투`입니다. 화투는 `19세기경 일본에서 건너온 놀이`라고 합니다만 정작 일본에서는 없어진 놀이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어떻습니까? 명절때는 물론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으례 필수로 여겨지지 않습니까? 게다가 한국인의 독창성(?)으로 부지기수의 `고스톱`방법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곧 추석입니다. `화투판 시즌`을 앞두고 화투 48장의 뜻과 뒷 얘기를 소개할 까 합니다.
`꽃 그림 놀이`라는 뜻의 語源
그럼 화투를 옆에 놓고 직접 봐가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화투를 한자로 쓰면 `花投`입니다. 원조격인 일본에서는 화찰(花札-하나후다)라고 부릅니다. 꽃이 그려진 카드를 던지는 게임, 또는 꽃이 그려진 카드를 맞추는 게임이라는 뜻이지요. 그럼 화투가 일본에서 만들어졌을 때 화투의 48장, 특히 1월부터 12월까지의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1월- `복과 건강`을 담은 松鶴
1월 - 맨 먼저 솔(松)과 학(鶴)이 나오지요? 먼저 솔부터 설명할까요? 일본에는 정월 초하루부터 1주일동안 소나무(松-마쯔)를 집앞에 꽂아두는 풍습이 있습니다. 카도마쯔(門松)라고 불리는 세시풍속으로 福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요즘도 각 집마다 각 회사마다 변함없이 이뤄지고 있는 전통입니다. 이런 유래가 소나무가 1월을 장식하게 된 이유라고 합니다.
1월 화투에 솔과 함께 등장하는 게 학입니다. 우리도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치듯이 학은 일본에서도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결국 1월의 화투는 `福과 건강`을 비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이지요.
2월 - `우메보시`에서 보는 일본인들의 `매화`觀
2월 - 무슨 꽃입니까? 그렇죠. 매화입니다. 2월은 일본에서 매화 축제가 벌어지는 때입니다.꽃도 꽃이려니와 특히 열매, 즉 매실로 만든 절임인 우메보시(梅干)는 일본인들의 입맛을 돋구는 대표적 일본음식입니다. 일본인을 어머니로 둔 어느 한국인의 수기에 보면 "한국에 살던 그 일본인 어머니가 "죽기 전에 `우메보시`가 먹고 싶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입니다. 그만큼 매화는 일본인들에게 친숙한 꽃입니다. 화투의 2월을 매화가 장식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죠?
또 매화나무에 앉아있는 새는 꾀꼬리류의 휘파람새(鶯-우구이쓰)라고 합니다. 일본의 초봄을 상징하는 새라고 하더군요. 참고로 우리의 꾀꼬리는 일본에서는 `고려 꾀꼬리`(高麗鶯-코라이 우구이쓰)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뒤집어 해석하면 `우리나라의 꾀꼬리`는 일본에는 거의 없는 텃새라는 이야기가 되네요. 2월의 새를 잘 보시죠. 우리 꾀꼬리와 생김새가 어떻게 다른지? 제 눈에는 그게 그거인 것 같이 보입니다만...
3월 - 3光의 `사쿠라를 담은 바구니`는?
3월 - 3월은 잘 아시다시피 벚꽃, 즉 사쿠라(櫻)입니다. 3광(光)을 한 번 보실까요? 대나무 바구니에 벚꽃을 담아놓은 것 처럼 보입니다만 `만마쿠`(慢幕)라고 부르는 막이라고 합니다. 각종 式場에 둘러치는 전통휘장으로 쓰여진다고 하네요. 물론 제가 일본에서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4월 - `등나무`와 `비둘기`는 전통명가의 상징
4월- 검은 싸리나무처럼 보여 보통 `흑싸리`라고 부릅니다만 원래는 등나무(藤-후지) 줄기와 잎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등나무는 일본의 초여름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가마의 장식 또는 가문의 문장(紋章)으로도 자주 쓰이는 나무입니다. 일본에서 후지(藤)로 시작하는 이름들, 예를 들어 후지모토(藤本),후지타(藤田),후지이(藤井)등의 이름이 많은 것도 `등나무`가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친숙한 나무인가를 설명해주는 사례이지요.
또 4월에 그려진 새는 비둘기(鳩-하토)입니다. 일본에서 비둘기는 `나무에 앉더라도 자신의 부모보다 더 낮은 가지에 앉는 예절바른 새`로 평가됩니다. 가문의 문장(紋章)에 쓰는 엄숙함이 담겨진 등나무인만큼 거기에 앉는 새도 `예절의 상징`인 비둘기를 썼다는 이야기가 되는 셈이지요.
5월- `초`가 아니라 `창포`랍니다
5월- 우리는 초(草), 즉 난초라고 하지만 실제는 `창포(菖蒲-쇼우부)라고 합니다. 5월의 풍취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하는데 이 점은 우리하고 비슷하죠. 우리도 5월5일 단오날 창포물에 머리감는 풍속이 있으니까요.
6월 - 향기없는 모란에 왠 나비?
6월 - 모란입니다. 일본에서는 `보탄`(牧丹-보탄)이라고 해서 꽃중의 꽃, 고귀한 이미지의 꽃으로 인식됩니다. 여기서도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발견됩니다. 한국에서는 모란은 향기가 없다고 해서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 게 관례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모란의 향기를 확인했는지 나비를 그려넣었습니다. 6월의 `열끝 자리`화투를 자세히 들여다 보십시요 .틀림없이 `나비`가 앉아있습니다.
7월 - 멧돼지의 등장이유는?
7월 - 속칭 `홍싸리`라고 하죠. 실제로도 7월의 만개한 싸리나무(萩)를 묘사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설명했듯 4월의 `등나무`를 `흑싸리`라고 오해(?)하는 것도 4월의 꽃이 이 7월의 꽃 생김새와 비슷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싸리나무를 지나고 있는 동물은 멧돼지(猪-이노시시)인데 왜 멧돼지가 7월에 등장하는지는 아직 설득력있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혹 아시는 분 있으시면 `댓글`형식으로 첨가해주시기 바랍니다.
8월 - `한국과 일본의 그림이 달라요`
8월 - 속칭 `8월의 빈 산(八空山)`이라고 합니다만 화투 48장중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뒤 그림이 바뀐 것이 이 8월이라고 합니다. 원래 일본화투의 8월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7가지 초목 (秋七草)` - 억새, 칡, 도라지등 -이 그려져 있었는데 우리의 지금 화투에는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밝은 달밤과 세마리의 기러기가 떼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있을 뿐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어느쪽이 더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지요?
9월 - `일본 중앙절`과 `9쌍피`에 담겨진`長壽`
9월 - 국화이죠. 국준(菊俊)이라고도 합니다만 9월에 국화가 등장한 것은 일본의 중앙절(9월9일)관습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이때가 되면 `술에 국화꽃을 넣어 마시면서 무병장수를 빌었다`고 합니다. 9월의 `열끝자리-흔히 쌍피로 대용되는 그림`을 보십시요. 목숨 `수(壽)`자가 적혀있지요? 무병장수를 빌었던 9월 중앙절 관습때문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일본 왕실의 문양도 `국화`입니다. 무병장수의 기원과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일 그렇다면 옛부터 `왕이건 상것이건 그저 오래살고 싶은 욕망`에는 차이가 없었나 봅니다.
10월 - 사슴은 사냥철의 의미?
10월 - 단풍의 계절입니다. 단풍과 함께 `사슴`이 등장하는 것은 사냥철의 의미라고 합니다. 단풍에 사슴이 곁들여진 아름다운 자연을 연상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인데 반해 단풍철에 사슴사냥을 연상하는 것이 옛 일본인들의 정서였던가 봅니다
11월 - 일본에서는 `똥`이 12월이래요.
11월 - `오동(梧桐)`의 `동`발음을 강하게 해서 속칭 `똥`이라고 부르죠. 원래 일본 화투에서는 이 `똥`이 `12월`이었다고 합니다. `오동(梧桐)`을 일본말로 `키리`라고 하는데 `끝`을 의미하는 `키리(切)`와 발음이 똑같아 마지막달인 12월에 배치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와서 11월로 순서가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똥광(光)`에 있는 닭대가리 같은 동물은 무엇인지 아시죠? 예, 왕권을 상징하는 전설속의 동물, 봉황입니다
12월 - 비`光`의 갓 쓴 사람은 도대체 누구?
12월 - 12월의 광(光)에 나오는 갓 쓴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일본의 유명한 옛 서예가라고 합니다. 개구리가 버드나무에 오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고 `득도`했다는한 서예가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비광(光)을 잘 들여다 보십시요. 다른 광(光)들과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옵니까? 틀림없이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네. 그렇죠. 다른 달의 광(光)은 `光`字가 아래쪽에 적혀있는데 이 비광(雨光)만큼은 `光`字가 위쪽에 적혀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비광(雨光) 아래쪽을 보면 `노란 개구리`가 보이시죠? 노란색이지만 `청개구리`라고 생각하면 추측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모든 것을 거꾸로 하는 청개구리의 설화에 따라 아래로 가야할 `光`字를 거꾸로 위에 적어넣었다는 가설도 가능합니다. 물론 진짜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모릅니다. |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건날 행복 한날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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