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헌 / 이조년

[안정훈]

百花軒(백화헌)

이조년(李兆年:1269~1343)

본관은 성주(星州). 자는 원로(元老), 호는 매운당(梅雲堂) ·백화헌(百花軒).

고려 충렬왕 · 충선왕 · 충숙왕 · 충혜왕 4대에 걸쳐 왕을 보필함.

충혜왕 복위 후 에문관 대제학이 되어 성산군(星山君)에 봉해졌다.

시조 ‘이화에 월백하고’가 유명하다.

시호는 문렬(文烈)이다.

무슨 댓가를 바라고 꽃을 심은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하지 마라

爲報栽花更莫加 위보재화갱막가

백화원에 여러 가지 꽃들이 가득 차도 지나치다 할 수는 없지만

數盈於百不須過 수영어백불수과

눈 속에 매화, 서리 맞은 국화 고고한 정표이니, 그 외에

雪梅霜菊淸標外 설국상국청표외

자줏빛 붉은 꽃들이 울긋불긋 많다한들 부질없네

浪紫浮紅也謾多 낭자부홍야만다

*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구태여 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꽃의 등급을 매기는 것은 지구상에 인간이 유일하다

꽃은 꽃 나름대로 살아가는 이유도

존재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모든 꽃들은 아름답다

백화헌(百花軒)은 이조년의 호이며, 살던 집이다.

정원에 온갖 꽃들이 얼마나 많았기에

더 이상 꽃을 심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울긋불긋 저마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꽃을 보면서도

매화와 국화만 찾는 저 심보를

꽃들은 이해할까?

꽃마저 차별심을 가지고 보는데, 사람은 오죽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