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예당 위에 베토벤이 강림한 날
게르만 남매 외르크 비트만, 캐롤린 비트만이 찢었습니다 !!!
오늘은 공연 전부터 의도인지 우연인지 베토벤 운명교향곡이 분수에서 터져나오고 있었어요~
그걸 한참 보다가 공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모처럼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예당 야외 분수대 앞에 모인 사람들도 정겹고 날씨도 낮과는 달리 딱 맞게 시원한 참 만나기 힘든 상쾌한 가을 저녁이었어요02:08
베토벤의 운명에 맞춰 춤추는 물줄기라니요~
베토벤을 들으러 공연장안으로 들어갑니다
외르크 비트만 & 캐롤린 비트만 ~ 둘 다 딱 봐도 독일사람같이 생겼어요 !!!
<1부> 는 캐롤린 비트만 협연으로 먼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C 장조를 시원하고 깔끔하게 연주하면서 오늘 공연이 호연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게 합니다 비트만 남매의 호흡도 척척, 서울 시향의 연주도 흠잡을 데 없이 좋았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이 끝나고 비트만 남매와 서울시향단원이 다 퇴장하고 한참동안 자리정돈을 합니다
오늘은 연주곡들이 낯설어서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궁금함으로 시작해서 아하 ~ 하게 되네요
무대 가운데 의자없이 7개의 보면대를 둥글게 세웁니다
캐롤린이 등장하고 비트만이 그녀를 위해 작곡한 바이올린을 위한 에튀드 2번, 3번 솔로 바이올린 연주를 시작합니다
7개의 보면대에 악보를 연달아 펼쳐놓고 보면대를 하나씩 이동하면서 곡을 연주하는데 정말 이런 연주를 보게 되는구나 하는 감탄과 경이로움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첫 시작부터 기묘한 바이올린 현의 소리와 나즉한 음성이 섞이는 언밸런스한 듯 어우러지는 듯한 도입부부터 제 마음을 다 앗아갔는데 이런 곡을 작곡한 외르크 비트만도 놀랍고 그걸 연주해 내는 캐롤린 비트만의 놀라운 테크닉과 몰입도에 곡을 다 마치고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현대음악의 놀라움, 생경함, 그리고 고전과는 결이 다른 감동, 이 모든 감정을 한번에 느낍니다
그녀의 연주가 끝나고 분주히 자리를 정돈하고 다시 서울시향 단원들 입장, 외르크 비트만 지휘자가 들어옵니다
이제 콘브리오 연주차례인데, 사실 예습할 때부터 이곡이 너무 안들려서 과연 어떨까 기대반, 의혹반으로 연주를 기다립니다 결론은 역시 현대음악은 직관으로 들어야 합니다 ~ 현장감있는 연주로 들은 콘브리오가 베토벤 교향곡 7, 8번의 서곡 개념으로 작곡되었다는데 그걸 확 느낄 수는 없었지만 오케스트라 현악부가 타악연주를 하는가 하면 관악부는 쇳소리, 바람소리같은 효과음을 내뱉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을 쏙 빼놓는 전개가 이게 뭔가 싶다가도 정말 허투루 만든 게 아니라 짜임새있는 느낌이 나기도 하고 후반부에 베토벤 7번 교향곡 주제선율이 잠깐 스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런 기분 처음이야 ~ 였어요
인터미션이 끝나고 서울시향단원이 더 보강된 인원으로 다시 들어오고
<2부> 베토벤 교향곡 7번이 시작되었습니다
외르크 비트만의 지휘스타일은 정말 종횡무진 활약하는 스타플레이어 스타일이었는데
정말 혼자보기 아까울만큼 액션과 제스처가 대단히 화려하고 간간히 보이는 옆얼굴에서 그가 얼마나 음악을 즐기고 좋아하는 지 엿보여서 같이 미소가 지어졌어요 지휘자들 중에 대단히 특이한 지휘스타일이 가진 듯 했는데 지휘봉없이 온 몸으로 지휘를 합니다 손, 발 , 어깨 심지어 골반도 좀 흔드십니다 클래식 연주회라는 것을 모르고 보면 물랑루즈 쇼나 응원단장 같은 느낌도 좀 났어요 그런데 엄청 음악과 어울리고 그 모든 뒤태, 옆태에서 열정이 느껴져 존경심마저 들었습니다
베토벤 교향고 7번을 1악장, 2악장을 거의 중단없이 연결해서 연주하고 잠시 휴지, 그리고 3, 4악장을 또 묶어서 연주했는데 좀 스피디한 전개를 추구하는 스타일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저는 2악장을 좀 완전히 몰입하고 싶어서 1악장 임팩트있게 끝내고 숨고르고 2악장을 가는 걸 선호하는데 준비없이 2악장이 나오니까 처음에 조금 몰입이 안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점 빌드업 되어 전 파트가 터져나오는 대목에서 전 또 울컥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죠
이제 지쳤어 그만 하고 싶다고... 할만큼 했어
아니야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조금만 힘내 조금만.... 거의 다왔어
죽을 것 같다고 더 가도 아무것도 없어 언제까지 계속해야돼?
조금만 더 더 더 이제 다 왔어 자 이제 끝 넌 해냈어~~
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은 2악장은 이 나이가 될 때까지
힘든 일을 참 많이 겪고 지금 우뚝 서있는 내 모습을 상기시켜주어서인지
들을 때마다 울컥합니다
2악장이 끝나고 뜬금없는 박수가 관객석 오른편에서 나왔는데 정말 뜬금은 없어서 곧 사그라들었어요
정말 관객의 반응은 언제나 예측이 안됩니다
3악장을 경쾌하고 임팩트있게 시작해서 좋았는데 4악장에서는 부분부분 조금 박자가 엉키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하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듯이 4악장 마무리를 잘해서 모든 공연이 끝나자 우뢰와 같은 박수와 갈채가 쏟아집니다
재미난 에피소드는 오늘 제 자리는 C구역 6열, 제 양 옆이 다 나이 좀 있으신 남자분이었는데 왼쪽에 앉은 분은 공연장에 들어올 때 저보다 먼저 앉아계셨고 어마어마한 카메라를 손질하고 계셔서 속으로 큰일이다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공연내내 무척 조신하고 조용히 관람하시는 듯 해서 다행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공연 끝나고 정말 큰 소리로 브라보 하고 일어서서 사진 막 찍으십니다 소리가 너무커서 기절초풍할 뻔요
관크까지는 아니었지만 정말 의외의 반응에 조금 놀라고 재밌었어요
베토벤이 준 선물같은 가을밤, 현대음악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 같은 기분,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음악이 있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