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는 가운데 노후된 채 방치된 굴뚝의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목욕탕 굴뚝이 도시 미관을 해치고, 각종 재난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추산동 한 목욕탕에서 굴뚝 해체 작업을 하던 인부 2명이 추락했다. 이 사고로 1명은 목숨을 잃고 나머지 1명은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고정 로프 4개 중 2개가 풀리면서 탑승 작업대가 떨어졌고 두 사람은 19m 아래로 추락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목욕탕은 폐업해 10년 동안 운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룸 신축 공사를 하려고 오랫동안 방치했던 목욕탕 굴뚝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도내 목욕탕은 총 922곳이 있다. 이 중 창원시에는 총 312개가 있다. 각 구별로는 마산합포구 86개, 마산회원구 74개, 의창구 69개, 성산구 34개, 진해구 49개로 옛 마산시에 밀집돼 있다.
그렇다면 굴뚝이 세워져 있는 목욕탕은 몇 개나 될까.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도와 각 지자체가 목욕탕 굴뚝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는 각 지자체가 관리운영할 문제라고 떠넘겼고, 시는 "각 구청에서 알 것"이라고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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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목욕탕이 LNG를 사용하면서 방치되고 있는 굴뚝. /김구연 기자 |
마산회원구청·합포구청 환경미화과 관계자는 "나무, 벙커C유 등을 사용했을 때는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높은 굴뚝을 세웠지만 지금은 대부분 LNG를 사용하기 때문에 굴뚝이 필요없다"면서 "별도로 굴뚝이 설치된 목욕탕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목욕탕 굴뚝은 28~30m로 표면의 페인트가 벗겨져 있거나 금이 가 있는 등 노후된 상태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목욕탕 굴뚝 인근 주민들은 "태풍이나 강풍이 불면 혹시 무너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한다. 굴뚝이 설치된 목욕탕을 운영하는 주인들도 목욕탕 굴뚝이 재난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에 공감을 했다.
김주홍 한국목욕업중앙회 전 마산지부장은 "목욕탕 굴뚝이 태풍, 폭우 등 천재지변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위험한 시설물"이라고 말했다. 마산합포구 목욕탕 한 주인도 "사용가치가 없어 도심의 흉물로 남아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철거를 하고 싶어도 철거 비용이 만만찮아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굴뚝 철거 비용은 대략 2000만~3000만 원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와 지자체는 목욕탕 굴뚝 현황도 파악하지 못하는 등 안전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인 대중목욕탕을 특정관리대상 시설물로 지정해 위험 정도에 따라 A~E등급으로 분류해 관리는 하고 있지만, 연면적 1000㎡ 이상이어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소규모나 폐업한 목욕탕은 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
창원시 안전행정과 관계자는 "목욕탕은 사유재산이기에 소유자(건축주)가 개인적으로 정밀안전진단을 해야 한다"면서 "관련 법이나 규제조항이 없어서 시는 행정지도밖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