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잠을 잤겄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내리던 비는 그칠 줄을 모른다.
오늘밤 12시에 이탈리아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마저 비가 내리면
스위스에서는 결국 좋은 날씨 한번을 못보고 가는 꼴이된다.
가장 기대가 많았고 또 기대에 배신않는 멋진 나라인데 그 나라의 날씨 하나로 모든 기대가 아쉬움으로 바뀔 판이다.
게다가 나름 일찍 준비하고 숙소아래 식당서 기다리는데 경양, 수양이 내려오질 않는다.
오~ 릴렉스. 컴다운컴다운~~~
그때 컴퓨터 앞에 앉아 가만히 검색만 하고 있던 웬 낯선 남자 하나가 슬그머니 말을 걸기 시작한다.
"오늘 어디로 가세요?"
훤칠한 키에 분위기만으로는 약간 정우성 닮은 듯한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김장훈 목소리의
나이대 가늠하기 힘든 얼굴의 사내였다.
"글쎄요. 아마도 쉴튼호른 오르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 거기 괜찮데요?"
" 융프라우요흐가기에는 날씨도 그렇고해서... "
비가 와도 스위스까지와서 알프스도 못 올라보고 돌아간다는 것은,
병장 때 다쳐서 의가사제대하는 것과 다를바 없는 것이란 생각이어서 정말 평생 후회할 일이 될지도 몰라
사실 전날 치군에게 비가 와도 경양, 수양이 싫다면 둘은 놔두고 우리 둘만이라도 쉴튼호른 오르자 약속했던 터였다.
그 훤칠한 사내는 이미 베른,루체른 등을 들르고 온 우리에게 스위스의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고,
아는바대로 답변해주는 사이 경양, 수양, 그리고 그 방의 새로운 멤버였던 명누나가 내려왔다.
'아~저 사람이 런던에서 소매치기 당한 사람이구나. 나이보다는 어려보이네.'
잠시 new face에 대한 나름 평가 내리고 있는데, 대뜸 수양
"오빠. 저희는 융프라우요흐 갈께요. 오빠랑 치군은 쉴튼호른가세요. "
엥? 알프스 갈지 안갈지도 장담할 수 없었던 수양이었는데, 뭐시라? 어째 아침부터 이상한 기운이다.
뭐 따로 가는 것 난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이 날씨에 5만원이상 돈 더주고 융프라우요흐를 오른다하니
한번쯤 얘기는 해주어야 할 듯 싶어
" 이런 날씨에 융프라우요흐를 간다고? 돈도 더들고 더 안보여서 후회할텐데..."
한마디 해주니 또 내말 믿지 못하고는 낼름 숙소주인에게가서 물어본다.
숙소주인도 어디가 낫다 말해주기는 그런데 이런 날씨라면 쉴튼호른이 좀 더 낫다고 말해주고 나니
고민에 빠져버린 세 여성...
그러다가, 경양이 먼저 나와 치군을 따라 쉴튼호른을 오르겠다고 결정을 내려 버린다.
그 와중. 고민하는 시간도 아깝고 우선은 기다리는다는 것 자체가 조금 짜증이 났는지
치군 슬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와 먼저 기차역쪽으로 이동하자고 한다.
마침 비슷한 감정세계에 있던 나였기에 치군과 나는 둘이 먼저 역쪽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리고는 뒤의 일행들도 이내 결정이 났는지 200m거리 정도 차이를 두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잠깐!!!
갑자기 수양과 경양이 융프라우요흐를 올라간다 했던 이유를 물어보지 않아서 끝내 몰랐었는데,
여행서 돌아와 만났던 명누나를 통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날씨 상태가 매우 유감스런 상태여서
경양과 수양은 사실 그 날 둘이서 루체른이나 취리히로 나가 쇼핑이나 할 생각이었단다.
옆에서 듣던 명누나 웬지 좀 기가 차서
"너네 도대체 왜 인터라켄에 왔는지 생각은 해봤니?"
라며, 인터라켄까지 와서 숙소를 잡은 이유,
그리고 여기서 그렇게 쇼핑이나 나가버리면 나중에 얼마나 후회할 만한 짓이 될 것인지 장황하게 설명을 해주었단다.
이내 동요 된 2명 그럼 어디를 가는게 좋을지 묻는데,
사실 쉴튼호른에 대해서 아는 바도 별로 없었던 명누나, 할인쿠폰이 있으니 융프라우요흐가자 얘기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 당연히 융프라우요흐를 올라야 하는 이유가 되어 아침에 고민만 하다 버린 시간이 20여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에휴... 뭐 여튼 총총총. ---
뭐 그렇게 가다 잠시 기다려 어떻게 결정이 되어졌는지 물어보려는데,
어라? 사람이 좀 많네?
나와 치군, 경양, 수양이야 그렇다치고, 명누나까지도 뭐 그렇다치고,
아까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그 사내까지도 동행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이 모든 인원이 다 쉴튼호른을 오르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 사내도 canon450d를 가져와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여러 곳을 돌아보고 있던 중이었고,
나와 비슷한 여행 모습에 급호감을 가지고 있던 차,
통성명을 시작하니 이 사내 역시 같은 호감이었던 것 같다.
이 후 남군으로 부를 이 사내까지 총 6명이 뭐 어디서나의 아침이 그랬던 것처럼 마켓에서 아침거리를 산 후
인터라켄의 기차역에 섰다.
라이브로 보여주는 융프라우요흐의 상황이 꽤 심각하다.
참 그러면 안되는데 웬지 뿌듯해지는 나. 쩝...
이윽고 라우터부르넨으로 오는 기차가 멈춰섰고,
기차에 올라탄 나는 큰 기대감에 휩싸였다.
사실 난 융프라우요흐나 쉴튼호른의 정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르면서의 마을들 모습과 그리고 전 스위스 여행때 해보지 못했던 하이킹에 제일 큰 기대가 있었다.
대충 어디서 어떻게 하이킹을 해야 하는지 알아봐웠던 터
비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 기차 출발과 함께, 하이킹은 비맞으면서도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으로 급하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역시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인지
wow!!! 라우터부르넨에 도착하니 비가 말끔히 개어있었다.
개어있는 정도가 아니라 비가 안내린지 좀 됐는지 땅도 말라 있었다.
라우터부르넨
이제껏 계속해서 내렸던 비를 안보는 것 자체로, 안개때문에 좁아진 시계 따위는 불평의 꺼리도 되지 않았다.
호수 옆의 도시들만 보다가 산으로 올라와 첫 만나는 도시이다 보니 모두들 흥분됨을 감추지 못한다.
또 이제부터는 융프라우요흐 등반길에서는 해보지 못하는 케이블카도 타볼 수 있게 된다. 흐흐흐
어수선했던 아침이었지만 첫 코스에서의 상쾌함에 웬지 좋은 예감이 든다.
나만의 생각으로는 칠칠맞다 생각했던 명누나는 상당히 활기차며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좋았고,
생각보다 많이 어렸던 남군은 (치군과 동갑내기 정도로 봤는데, 나이로는 막내였다.)
아무래도 관심사가 같다보니 여러 얘기들이 많이 통하고, 진지하면서 군데군데 농담 잊지 않는 센스가 좋았다.
약간은 이기적이었던 수양, 우유부단했던 경양, 얌전했던 치군, 열심히 돌아다니기만 하는 나 사이에
이 사교성 좋은 두명이 끼게 되니 덩달아 우리끼리의 얘기들도 많아진것 같아 즐거운 마음이 든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스위스에서의 첫 케이블카를 타는데,
이 케이블카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는 무섭다.
하지만, 곧 보여지는 케이블카 밑으로의 전경은 이런 것 따위 이승엽의 잘 맞은 홈런처럼 한방에 날려주신다.
케이블카에서 본 라우터부르넨
도대체가 흙색깔을 찾아볼 수가 없는 나라다. 스위스라는 이 곳.
잔디와 나무, 호수 아니면 설산 밖에 없나보다.
참 쓸데없고 실현성없지만,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만 막든다.
그리고, 정말 멋진 광경들을 함께 하는 사람이 나외에 5명이나 되니 감동도 더 커지는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들 그런 상태였을 것이다.
대화와 감탄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다 도착한 곳은 뮤렌마을로 가는 기차역이었다.
뮤렌마을로는 기름을 쓰는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기차나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마을 밑의 인터라켄이나 다른 마을 들에 비해 세금이 훨씬 비싸단다.
그만큼 살기 좋고 멋지다는 뜻?
여행책자에서는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도 하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게단 생각이 들게 한다.
여튼 기차에서 내리니 여기서부터는 다음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15분 정도 도보로 이동해야 한단다.
야호! 난 이런 워킹이 하고 싶었다구~ 정말루~
지나가면서 보는 경치말고 즐기면서 갈 수 있는 경치!!!
게다가 이 곳에 오니 (원래 날맑을때는 선명하게 잘도 보인다던데...)
이제껏 보지 못한 설산의 모습들도 어렴풋이 나타나주신다.
뮤렌마을에서
여유로운 풍경과,
뮤렌마을
스위스의 멋진 전통집들을 지나치다보니,
뮤렌마을( 정말 예쁜 마을인데 잘 찍힌 사진이 없네요)
어느덧 쉴튼호른으로 오르는 케이블카 정거장이다.
쉴튼호른.
아무리 하이킹에 제일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치더라도 그래도 정상인데, 기대 안할수가 도대체 없다.
게다가 비는 이제 더이상 내릴 기미가 없고, 설산들도 희끗희끗 보이고, 내 기대에 불을 지핀상태이니 얼마나 설레였겠는가.
하지만, 정상으로 오르는 케이블카 안에서 이런 기대는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점점 하얀 안개가 케이블카를 덮쳐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도착도 하기전인데도
케이블카안에서조차 밖이 하얀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케이블카를 내려 전망대에 섰는데도 정말 안개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즐거웠던 우리들 일행에게 잠시 지치는 기운이 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그 때였다.
"와! 저기봐!"
정말 거짓말처럼 한곳의 안개가 쫙 걷혀주는 것이었다.
쉴튼호른에서...
저렇게 멋진 산과 하늘을 가려놓았던 안개가 너무나 낙담해하는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불쌍했는지 또 아니면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지가 어쨌건 그때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상태였던지라 저정도 살짝 보여주는 아량에도 한없이 고마웠다.
그렇게 한 2분정도 보여주다가는 다시 안개로 다 가려버리고,
하지만 더 멋졌던 것은 그렇게 전망대를 기준으로 360도로 한번씩은 다 안개가 걷혀주었다는 것이다.
쉴튼호른에서...
안개가 깨끗하게 걷혀지지 않아도,
사진 한번 찍을 시간도 안될만큼 잠시만 보여주고 말아도,
그 감동! 영원히 가슴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쉴튼호른에서...
그리고 정말 쉴튼호른에 고마웠던 건 우리가 올라갔던 50분중 30분 동안 아주 잠시 장관을 연출해주더니
이후 나머지 20분동안은 다시 안개속에 저 장관을 꼭꼭 감추고 끝내 다시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 30분 보여주는 타이밍에 어떻게 운좋게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더 없는 행운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잠시 잠시 보이는 장관이었지만, 이런 사정들 모두 알았던 일행들 얼굴 가득 미소가 번졌다.
아예 못볼수도 있다는 날씨상태란 것 알고 올랐던 쉴튼호른이 아니던가...
내려가면서는 날씨가 점점 더 좋아지는지 올라올때보다 시계가 훨씬 좋아졌다.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올때는 올라올때와는 다른 길로 가기 때문에 또 다른 매력들이 곳곳에 남아있다.
그리고 케이블카를 내렸는데 도저히 이 곳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 곳이었다.
쉴튼호른 내려오면서...
정말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멋진 광경에 모두들 마치 자신이 하이디라도 되는양 이리저리 팔짝팔짝
애들마냥 신나한다.
게다가 웬지 '잔디조심. 들어오지마시오'요런 팻말같은 것 써있을 분위기엔데,
어디든 맘내키는대로 들어갈 수가 있다.
병풍같이 깍여있는 멋진 계곡을 병풍삼아 마치 제 안방인냥 여기저기를 누비던 우리는,
이제껏 귀찮아서 시도조차 잘 않았던 단체사진도 찍어보고,
이래저래 컨셉정해놓고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간 곳에서부터는
케이블카
내가 그렇게 그렇게 고대하던 하이킹을 할 수가 있다.
그곳에서부터 라우터부르넨까지 약 1시간 30분가량의 코스로 하이킹을 즐기는 것인데,
사실 산비탈 내려오면서의 하이킹을 기대했던 나에게 잘 닦여진 산책로같은 곳으로의 하이킹은 웬지
좀 서운함도 있었지만, 단 몇걸음만으로 하이킹을 시작하니 바로 그 매력말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게 그 몇걸음 시작할려는 찰나,
수양 갑자기
"여기 버스 있어요. 버스 안타고 가요?"
이런다. 버스 있는 것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에게 그 사실도 알려놓은 상태다.
하지만, 모두들 그 보다는 하이킹을 원하고 있었고, 사실 내가 가자고 안했다하더라도 이미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들 있었다.
"하이킹 할거라고 말했었잖아."
"버스 타고 갈수 있는데 걸어갈거예요?"
흠... 하지만, 내가 무슨 결론을 내어줄 것도 없이 이미 다른 일행들 하이킹을 할 수 있는 코스에 접어들어 있었다.
모두들의 반응이 당연히 하이킹으로 굳어져가니 수양도 이내 더 이상의 질문없이 따라붙는다.
하이킹 코스로 가는 다리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된 하이킹.
정말 순도 100%의 좋은 공기에, 시원한 물소리, 자주 나와도 전혀 지겹지 않은 여러 폭포들, 푸른 녹음, 즐거운 사람들.
신선이라도 된 느낌이랄까.
이런 것은 대중교통이든 자가용이든 무언가를 타고 가면서는 결코 느낄 수가 없다.
정말 상쾌한 공기는 어느새 바람이 되어있고, 물소리도 차소리에 묻히고 폭포는 지켜보기가 무섭게 지나쳐지고...
하지만 우린 걸어가면서 이 모든 걸 그것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 행복했다.
이미 며칠이나 같이 여행을 한 사람인양 남군과 명누나하고도 친해져버렸고,
아까 버스 타자던 수양도 너무 즐거워 보인다.
하이킹코스
잘닦여진 길을 따라 하이킹을 하다 보니 이윽고 익숙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딸랑딸랑~~~딸랑딸랑~~~'
Wow!!! 요새 우리나라에서는 말 많고 탈많은 소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소는 우리가 얘기하는 죽은 소가 아닌 누구보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살아있는 소다!!!
스위스의 소
우리나라에서 '개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있는데, 여기서 이런 광경 보고 있으니 '소팔자가 상팔자'같기도 하다. 하하!
여튼 이런 평화로운 모습들을 따라 계속해서 하이킹을 하다보니 어느새 해까지 떠버렸다.
정말 될때는 뭐라도 다 되는 가보다.
하이킹코스에서...
자연에 동화되어 걷다보니 사람은 사람으로만 보여 그냥 만나는 외국인들도 외국인같지 않고 그저 반갑다.
그네들도 비슷한 감정이어서 지나치는 외국인들과 인사 주고받는 것 정도는 당연한듯 되어버리고,
대화가 통하는 범위안에서만 어느정도의 대화들도 주고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인터라켄앞 상점의 한국인 점원이 강추해줬다는 동굴폭포에 가게 되었다.
(사실 쉴튼호른으로 확실히 맘못정했던 미녀(?)삼총사께서들 그 점원의 이 한마디에 쉴튼호른 확정했단다 ^^;)
그 점원말로는 입장료의 100배의 감동을 받게 될거라고, 꼭!꼭!들어가보라고 강추했단다.
동굴폭포
사진에서 보이는것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상당히 크고 길어서 정말 입장료 100배까진지는 모르지만,
입장료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다.
폭포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체험이 되고,
그 시원한 물줄기가 옆으로 튀면서 계속 맞을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것 또한 시원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게다가 그 물내려가는 소리는 동굴안에서 더욱 큰 소리로 증폭되어 정말 압도적이다.
그렇게 동굴폭포까지 보고 난 후 우리는 두 패로 나뉘어지게 되는데,
라우터부르넨까지 남은 30분정도의 하이킹을 걸어서 가겠다는 나, 치군, 명누나와
마지막은 버스를 타고 가겠다는 수양,경양,남군으로 나뉘어졌다.
사실 버스 시간까지 한 20여분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그 기다리는 시간에 그냥 걷겠다 싶어
난 치군과 둘이 걸으려는 생각이었는데,
(치군 여유로운 관광이 좋다고 걷는 것 그닥 좋아하진 않았는데, 스위스에서만큼은 나보다 더 열정적이었다.)
명누나! 당연하다는 듯 걸어가야 한단다.
그때까지 이래저래 얘기는 나누면서 왔지만, 초면이다보니 이례적인 대화들 뿐이었는데,
막상 같이 간다니 처음엔 좀 어색할까 걱정스러웠는데,
이 누나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다.
체력도 뒤지지 않는데다가(아마도 정신력이었겠지만)
성격도 참 cool해서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뭔가 통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래저래 볼 건 다 봐야하고, 입장료 내서 봐야하는 것도 다 봐야한다는!!!
나에게는 너무 멋진!!! 나와 같은 여행 스타일을 얘기한지라 너무 반가웠다.
게다가 치군과 같은 업종에서 일하다 비슷한 시기 관둔 사람인것까지 알게되니
세 명은 계속 된 대화로 하이킹을 즐기고 있었다.
하이킹코스에서...
그러다 여느 폭포같은 폭포를 지나치면 걷고 있는데,
엇?
저 폭포.
뭔가 틀리다.
올라가는 길이 있다.
아주 자세히 보니 폭포 뒤까지도 들어가 볼 수 있다.
폭포의 뒤에서...
우리는 이미 1시간 10여분을 걷기만 한 상태지만, 한 걸음에 그곳까지 가보았다.
얼마나 멋진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정말... 딱 이 말이 정답이다.
폭포 바로 뒤에 서서 폭포 내려가는 거 본적 있어요? 에이~ 없으면 말을 말아요.
감동을 나누는 이 때 전화가 온다.
또 번호가 보통보다 긴 걸 보아하니 수양 같다.
대충 비슷하게 도착할 듯 싶었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길이 엇갈렸나 걱정되서 전화한 것이다.
라우터부르넨에서 멀지 않은 곳의 폭포였기에,
10여분 후 우리는 라우터부르넨에 모두 모이게 되었고,
만나자마자 남군에게 마지막에 본 폭포 얘기하니 표정이 죽을 맛이다. ㅋㅋ
막판까지 고민하다 버스 탄걸 끝내 후회하는 듯 싶었다.
뭐 그래도 어차피 지나온 일이 되어 버린 것을...
여행 내 봤던 풍경만으로는 정말 최고였던 이 날의 여행은 그렇게 라우터부르넨에서 만나 기차를 타고,
다시 인터라켄으로 도착하고서야 아쉽게 끝이 나고 말았다.
인터라켄
이제 여기서는 각자의 길이 달라진다.
우리 일행은 밤 11시50분기차를 타고 볼로냐에 가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고 베네치아로 가게 되고,
아직 스위스 일정이 하루씩 남아있던 남군과 명누나는 다음날 루체른에 간다고 한다.
꼭! 유람선 타라고 충고해주면서,
헤어질려니 이 사람들 웬지 아쉽다.
이미 이탈리아밑에서부터 치고 올라온 남군은 어쩔 수 없지만,
얘기들어 보니 명누나 이탈리아 내려간단다.
혹시나 해서 같이 따져보는데,
엇 대충 로마에서 숙박하는 날이 같다!!!
호오~ 모두들 정들어버린 와중.
그때까지 바티칸투어 신청못해 고민하던 명누나.
우리 바티칸투어 때 같이 합세하면 안되냐고 물어본다.
모두들 아쉬웠던 마당에 그 날 약속장소와 시간 알려주고,
냉큼 글로 오시오 한 후,
마켓에서 저녁식사 거리를 산 후,
(명누나와 남군이 같이 맥주를 사주니 그것마저 웬지 감동스러웠던... 스위스 맥주 맛있다.)
남군과 명누나는 다시 스위스의 숙소로,
우리는 베네치아로의 이동을 위해 기차역으로 그렇게 헤어졌다.
그렇게 모두가 함께여서 더 즐거웠던,
가장 멋진 나라 스위스에서,
가장 멋졌던 하루를
멋졌기에 더 아쉬움을 안고 끝마쳤다.
여행 스타일 나와 참 잘 맞았던 남군과 명누나.
아쉬워하면 다시 보게되는지 (남군은 코스가 넘 달라서 이 후 다시 보지는 못했지만...)
명누나 생각보다 빨리 의외의 재회를 하게 된다.
따로 궁금한 내용이 있으신 분은 댓글로 문의주세요.
그리고 사진이 한번에 20장이상은 안올라가네요.
사진만 따로 보고 싶으신 분은 www.cyworld.com/choi445h 로 오셔서 보세요.
일촌아니어도 보실 수 있어요
<출처 : ★ No.1 유럽여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