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개미 이재명 ◈
이재명은 자칭 ‘큰 개미’였어요
28세에 변호사로 개업하자마자 주식에 입문했지요
첫 투자 종목은 하필 ‘작전주’였어요
세력이 붙어 있는 줄 모르고 사들여 얼떨결에 3배를 벌었지요
그 후로도 소형주 투자로 성공을 거두며 주식에 빠져들었어요
변호사 본업 대신 하루 종일 단타 거래만 했지요
그것도 성에 안 차 선물·옵션까지 손댔다가 IMF 사태 때
깡통을 차고 말았어요
하지만 다시 정신 차려 우량주 장기 투자로 본전을 찾고
최고 15억원까지 수익을 올렸다고 했어요
예사롭지 않은 실력이었지요
이재명의 주식 애착은 각별했어요
2022년 대선 패배 직후, 조선·방산주를 2억여 원어치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요
선거 패배 충격에도 주식에 손대고 있었다는 것에 사람들은 놀랐어요
그가 산 종목은 그 후 4배나 올랐으니
보통 안목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었지요
올 대선에서도 그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어요
얼마나 자신만만하던지 주가 상승을 장담한다며
투자를 공개 권유할 정도였지요
“말을 해도 안 믿으니…”라며 자기 돈 1억원을 펀드에 넣고는
“더 오르기 전에 빨리 참여하자”고 했어요
대통령이 된 후에도 투자 독려는 계속됐지요
취임 8일째, 그 바쁜 일정을 쪼개 한국거래소부터 찾았어요
주가 부양에 진심이란 메시지였지요
민주당은 ‘코스피 5000 특위’를 만들고 정권 출범 한 달 만에
상법 개정안을 초고속 처리했어요
주가가 한때 급락하자 “숨 고르기”라고 마사지하며
언론에 ‘붕괴’란 표현을 쓰지 말라고 주문할 지경이었지요
금융위 부위원장이 “레버리지 투자의 일종”이라며
‘빚투’를 권장하는 사달까지 벌어졌어요
증권사 영업 사원을 방불케 했지요
이 정권에 주식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었어요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한 통치 프로그램이자 지지율을 높일
비장의 선거 전략이었지요
의도는 적중했어요
반도체 초호황까지 겹치며 코스피 4000을 돌파하자
개미들은 환호했지요
대장동 스캔들을 비롯해 대형 악재가 잇따라도 정권 지지율은
고공 행진을 거듭했어요
주가는 이 정권이 내세울 유일한 경제 성과였지요
집값 급등, 고용 침체, 원화 급락 등등 온갖 정책 실패 속에서
오로지 증시 호황에 목매는 모양새였어요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 또한 정치적이었지요
이재명 정부는 주식에도 좌파적 처방을 꺼내 들었어요
부(富)의 총량, 즉 ‘파이’를 키우는 대신 대주주 몫을
소액주주로 돌리는 분배적 조치를 밀어붙였지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했고,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기로 했어요
소액주주 권한 강화는 가야 할 방향이나
지나치게 과도한 경영 족쇄였지요
단기적 효과는 있겠지만 중장기적 기업 가치를 훼손할 위험성이 컸어요
한편에선 노란봉투법 같은 반기업 규제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몰아쳤지요
이 대통령의 지론인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증시 버전 같았어요
대통령으로선 주식 약자(弱者)를 위해 판을 깔았으니
서민들이 돈 좀 벌었을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지요
그러나 개미들의 투자 실력은 기대에 못 미쳤어요
정권 출범 이후 ‘빚투’ 했다가 반대매매 당한 개인이 8만명에 육박했지요
코스피가 2700에서 4000 선으로 오르는 동안에도
매달 1만여 명꼴로 주식을 털렸다는 뜻이었어요
증권사 개인 고객의 60%가 11월 상반기 중
평균 940만원 손실을 보았다는 집계도 나왔지요
급등락 변동장에서 개인은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어요
이 정권은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진
어떻게든 상승세를 이어가려 작심한 듯하지요
세제 혜택, 성장 펀드 투입 같은 호재를 계속 공급하겠다며
불을 때고 있어요
그러나 주가는 결국 경제의 거울이지요
온갖 반시장 규제로 기업을 억누르면서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순 없어요
인위적 부양책이 만든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고
그 타격은 개미부터 직격할 것이지요
상승 국면에서도 재미 못 본 개미들인데 하락장으로 바뀌면
어떤 사태가 빚어질지 불 보듯 뻔하지요
정부 장담을 믿고 뒤늦게 뛰어든 개미들에게 재앙이 벌어질 수 있어요
그런데 야당은 주가 상승세가 꺾일 경우 정권에 역풍이 불 것이라 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건 순진한 기대이지요
이재명은 그런 비관적 시나리오까지 계산에 넣고 있는지도 몰라요
설사 주가가 떨어져도 정치적 맥락에선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것이란 의미이지요
주식에 목줄 걸린 개미들로선 주가가 하락할수록
부양책을 갈구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정부의 시혜(施惠)에 더욱 매달릴 것이고,
이는 좌파 정치에 유리한 구도가 될수도 있어요.
온 국민을 주식 판에 몰아넣은 전략이 주효할수도 있지요
국민이 가난해질수록 국가에 의존하고
공적(公的) 포퓰리즘에 손 벌린다는 것이 좌파의 세계관이지요
원인·결과가 뒤집힌 이 정권의 ‘주식 주도 성장’도
그 연장선 위에 있어요
주가가 오르건 내리건 정권엔 ‘꽃놀이패’일지 모르나,
국가 경제로선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도박이 아닐수 없어요
이것이 바로 '너는 망해도 나만 살면 된다'는 좌파 이론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
▲ 지난 5월 29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코스피 5000시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