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록밴드 ‘부활’의 정규 1집 ‘Rock will Never Die’의 타이틀곡 ‘희야’의 도입부를 들어보면 빗소리 사이에서 종소리가 들려온다. 이는 부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일렉기타로 낸 소리다. 기자가 기타를 연습하며 숱하게 시도해 봤지만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국내 가요계에선 아직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록밴드의 세계는 아직도 수많은 사람에게 꿈의 세상이다.
직장인밴드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자 역시 기타 연주엔 전혀 경험이 없었지만, 우연한 계기를 통해 6년 가까이 어설픈 실력으로 무대에서 연주를 즐기고 있다. 일단 시작하면 재미있기 짝이 없는 기타, 그중에서도 일렉기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록밴드 뮤지션의 꿈을 키워보도록 하자.
기타가 뭐죠? Etc인가요?
▲ 아름다운 이 여성분이 들고 있는 것은 어쿠스틱 기타다
기타는 손이나 피크(pick)로 현을 퉁겨 울림을 내는 현악기의 일종이다. 일렉기타는 일반적인 6현 기타와 함께 저음을 내는 4현의 베이스 기타도 포함되는데, 본 기사에선 6현의 일렉기타를 다룬다.
일렉트릭 기타(전기기타, 이하 일렉기타)는 현의 울림을 픽업(pickup)이란 장비를 통해 전기적 신호로 변환시켜 앰프를 통해 소리를 내는 악기다. 어쿠스틱 기타는 바디의 울림통 자체를 이용하는데, 일렉기타는 바디의 내부가 비어 있지 않아 기타 자체로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아 증폭 장치를 이용해야 한다.
일렉기타는 현재도 기타를 만들고 있는 브랜드 ‘리켄베커’(Rickenbacker)에서 픽업을 장착해 만든 ‘Flying pan’을 최초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펜더’(Fender)에서 싱글 코일 픽업을 개발했고, 이를 장착한 ‘텔레캐스터’를 대량 생산·출시해 일렉기타를 대중화시켰다. 그리고 현재까지 ‘깁슨’(Gibson), ‘ESP’, ‘그레치’(Gretsch), ‘아이바네즈’(Ibanez) 등 수많은 브랜드의 다양한 일렉기타 모델이 출시되며 프로와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렉기타 A to Z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폴 타입을 기준으로 각 부분의 명칭과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1. 헤드(head) – 기타의 꼭대기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현을 고정하기 위한 헤드머신이 있는 부위다. 기타 메이커마다 헤드의 형태와 디자인이 제각각이고, 헤드 타입만으로 브랜드를 맞출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특이한 디자인의 기타는 헤드가 없는 경우(헤드리스)도 있다.
2. 헤드머신(head machine) – 각 줄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때에 따라 각 줄의 음 높낮이를 조율할 수 있는 부품이다. 브랜드마다 고유의 형태가 있는 경우가 많고, 해당 부품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도 있다. 헤드머신이 허술하면 연주 중 음이 낮아질 수 있어, 기타 메이커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신경을 쓰는 부품이다.
3. 트러스 로드 커버(truss rod cover) - 일렉기타의 넥 안에는 길고 가는 금속이 끝까지 박혀 있다. 이는 넥이 휘거나 뒤틀리지 않도록 지지해 주는 ‘트러스 로드’로, 기타의 음이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 준다. 일렉기타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넥이 약간 휘거나 뒤틀려 조정이 필요할 때, 이 커버를 열고 트러스 로드를 육각 렌치로 조금씩 돌려 조정해 주면 된다. 단, 개인이 이를 조정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자칫 반대로 돌려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으니, 관리가 필요할 때는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하자.
4. 너트(nut) – 현의 높이를 결정하고 현을 지탱해 주는 부분이다. 현을 짚지 않고 튕기면 해당 현의 원래 음이 나오는데, 너트가 줄을 잘 잡아주지 못하거나 높이가 일정하지 않으면 정확한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5. 넥(neck) - 연주자가 음계를 짚어 연주하는 부분으로, 여기에서 기타의 멜로디가 만들어진다. 중간중간 프렛(fret)이 있어 연주자가 손가락 끝으로 현을 짚으면 해당 프렛에 현이 걸리며 음이 정해지고, 피크나 손으로 현을 튕기면 그 음이 픽업으로 전달된다. 넥은 본체와 넥 위의 지판(fret board)을 만드는 나무가 다르다. 막 입문하는 사람이 나무의 재질까지 파악할 필요는 없지만, 이 부분의 나무 재질도 기타의 소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정도는 알아두자. 흔치 않게 두 가지의 다른 톤을 연주하기 위해 바디에 넥이 2개 붙어 있는 더블넥 기타도 있다.
6. 현(string) – 소리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6개의 현의 두께가 모두 다르고, 기타의 종류에 따라 6개 1세트의 줄 굵기가 조금씩 다르다. 오른손 기타를 매고 있을 때, 아래쪽 줄부터 1~6번이다. 1번이 가장 가늘고 음이 높고, 6번이 가장 두껍고 음이 낮다. 음의 높이는 6번부터 미(E)-라(A)-레(D)_솔(G)_시(B)_미(e) 순서다. 어떤 곡은 이 기본 튜닝에서 6번 줄을 반 음이나 한 음 낮춰 사용하기도 하고(드롭 튜닝), 6개 전체를 한 음 내려 연주하기도 한다(다운 튜닝). 또한, 드림 시어터의 존 페트루치처럼 필요에 따라 7현 기타도 종종 사용된다.
7. 스트랩 핀(strap pin) - 일렉기타는 신나게 무대를 뛰어다니는 것이 제맛이다. 기타를 어깨에 멜 수 있는 스트랩을 고정하는 핀이 사진의 위치와 기타 하단 중간에 있다. 어쿠스틱 기타나 SG 타입의 경우 상단 스트랩이 넥의 뒤쪽에 있는 경우도 있다.
8. 접합부 – 넥과 바디가 연결되는 부분. 대부분의 일렉기타는 넥 부분과 바디 부분이 나뉘어 있고, 몇 가지의 결합 방식을 통해 붙여서 완성한다. 일부 기타는 넥과 바디가 하나의 나무로 돼 있는 경우(through neck)도 있다.
9. 픽업 스위치(pickup switch) - 주로 픽업이 2개 이상 있는 기타에 배치돼 있다. 2개의 픽업 중 넥에 가까운 것을 프론트 픽업, 브릿지에 가까운 것을 리어 픽업이라 부르는데, 픽업 스위치는 어느 픽업을 사용할 것인지를 정해 준다. 3단계나 5단계로 나뉘어 사용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프론트 픽업은 솔로 연주에서, 리어 픽업은 리듬 연주에서 많이 사용한다.
10. 픽업(pickup) - 현의 소리를 포착해 증폭 장치로 전달해 주는 부품. 일렉기타가 존재할 수 있는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 코일을 하나만 감아 만든 방식은 ‘싱글 픽업’, 두 개의 코일을 반대 방향으로 감아 만든 것은 ‘험버커 픽업’으로 부른다. 싱글 픽업 2개와 험버커 픽업 1개가 배치된 기타의 픽업을 ‘싱싱험’으로 줄여 부르기도 한다. 두 종류는 소리를 내주는 성향이 달라 기타의 종류에 따라 조합이 무척 다양하다. 코일을 적게 감고 회로에 프리앰프를 배치해 출력을 높인 ‘액티브 픽업’도 많이 사용된다.
11. 바디(body) - 일렉기타의 기본이 되는 몸체에 해당한다. 일렉기타에 사용되는 모든 전기장치와 컨트롤러가 바디에 배치되고, 넥과 결합해 일렉기타 특유의 소리를 만들어 준다. 이 부분의 형태에 따라 다른 타입의 기타가 되고, 사용되는 나무의 재질도 무척 다양하다. 저가형 기타 중에선 원목이 아니라 합판을 겹쳐 만든 바디를 사용한 일명 ‘합판 기타’도 있다. 사실 막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에겐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12. 픽가드(pick guard) - 사진의 픽업 사이 부분이 피크나 손으로 현을 튕기는 부분이다. 때때로 넥에 가까운 부분을 치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강하게 음을 짚어 연주(hammering)하기도 하지만, 일렉기타의 대부분은 저 공간에서 연주된다. 이때 스트로크가 강하면 피크가 그 아래쪽의 바디를 긁기도 하는데, 이를 방지하는 것이 픽가드의 역할이다. 사진에는 픽가드가 장착돼 있지만, 같은 형태의 기타에서 픽가드가 없는 기타도 있다.
13. 브릿지(bridge) - 단어 그대로 현을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자세히 보면 6개의 줄을 직접 받치고 있는 새들(saddle)이 있고, 이 새들을 한데 모아둔 부품이 브릿지다. 이 부분의 높이와 위치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달라지며, 너무 높거나 낮으면 연주에 지장이 생긴다. 기타 연주를 하다가 브릿지 부분의 암(arm)을 당기거나 내려 음에 변화를 주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플로이드 로즈’ 브릿지로, 6개 현 전체의 음을 조절할 수 있는 브릿지다.
14. 노브(knob) - 픽업의 볼륨과 톤을 조절할 수 있는 다이얼 형태의 부품이다. 볼륨은 말 그대로 기타에서 앰프로 가는 음량을 조절하고, 톤은 현의 울림 중 높은 부분(treble)의 양을 조절해 소리의 두께와 성향을 조절한다. 최근의 기타는 두 기능을 결합해 위로 잡아당기면 톤, 눌러 내리면 볼륨을 조절할 수 있는 듀얼 노브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렉기타의 종류
일렉기타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전기 장비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기본 조건 하에 다양한 생김새의 기타가 많고, 브랜드마다 고유의 디자인을 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불어 브랜드마다 기본적인 음색이 다르고 특징도 각각 나뉘기 때문에 수집욕을 부르는 요인이기도 하다. 가장 대중적인 디자인의 일렉기타는 다음과 같다.
▲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데이빗 길모어'의 연주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메인으로 쓴다
1950년 펜더가 처음 싱글코일 픽업을 장착해 만든 ‘스트라토캐스터.’ 줄여서 ‘스트랫’이라고도 부른다. 프로 기타리스트들이 사용하는 비중은 항상 1, 2위를 다투는 모델이다. 같은 형태 안에서도 브랜드에 따라 헤드의 모양새가 모두 다르게 생겼다.
▲ 기타리스트 레전드중 하나인 '스티브 바이'의 연주 영상
아이바네즈 슈퍼스트렛 시그니쳐 모델 '잼화이트'(JEM7V WH)가 눈에 띈다
날카로운 고음부와 끊어질듯 한 저음부가 환상적인 솔로 연주를 자아낸다
스트랫에서 좀 더 날카로운 이미지로 변형된 ‘슈퍼스트랫.’ 스트랫의 픽업 배열이 헤비메탈 등의 강한 사운드에 맞지 않아, 좀 더 굵직하고 두꺼운 소리를 낼 수 있는 험버커 픽업을 장착하는 형태의 기타다. 아이바네즈와 ESP가 슈퍼스트랫으로 유명하다. 찢어지는 듯한 기타 사운드가 작렬하는 하드록 계열에서 많이 사용된다.
▲ 고전(?) 블루스와 현대 록음악을 이어주는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
신(神)을 넘어 레스폴 그자체, 물아일체의 챠크라를 보여준다
레스폴의 강력하다못해 짜릿한 이펙트가 돋보이는 전설의 솔로 연주 영상이다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기타로, 깁슨에서 기타리스트 레스 폴(Les Paul)에게 디자인과 제작을 의뢰해 만든 ‘레스폴’이다. 제작자의 이름이 고유명사처럼 된 경우로, 1952년 첫 출시 이후 많은 기타 메이커에서 비슷한 생김새의 기타를 제작하고 있다. 험버커 픽업을 주로 사용해 강력한 사운드를 낼 수 있다. 원래의 제작사인 깁슨의 레스폴 모델이 가장 인기가 높다. 스트랫과 함께 점유율 1, 2위를 놓치지 않는 모델이다.
▲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의 솔로 연주
날카로움과 둔탁함을 모두 보여주는 SG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마치 악마의 뿔처럼 위아래로 특이하게 돌출된 형태의 바디가 인상적인 SG 타입은, 영화 ‘아이언 맨’의 주제곡 ‘shoot to thrill’을 부른 호주의 록밴드 ‘AC/DC’의 기타리스트 앵거스 영이 주로 사용하는 모델이다. 험버커 픽업을 주로 사용하고, ‘까랑까랑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날카로운 소리를 내는 타입이다. 깁슨에서 주로 만들고, 다른 브랜드에선 잘 나오지 않는 형태다.
▲ 로이 뷰캐넌의 1976년 공연 연상
탤레캐스터의 묘한 애절함과 사이키델릭스러운 사운드가 돋보인다
혹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유하는 복잡한 기타라고 평하기도 한다
▲ 편집자 註 : 애니메이션 BECK에서 주인공 고유키가 사용하던 텔레캐스트
그래서 일본서 더 유명해진 느낌이다
펜더가 일렉기타를 대중화시킬 수 있었던 일등공신 ‘텔레캐스터.’ 싱글 픽업 2개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울림이 길지 않은데도 특유의 묘한 톤을 낼 수 있어 애용하는 기타리스트들이 꽤 많다. 거꾸로 소리를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60~80년대의 톱 기타리스트 로이 뷰캐넌이 평생 텔레캐스터 기타만 사용한 것은 유명하다. 미국보다 일본에서 더 인기가 많다.
▲ 전설급의 기타리스트는 아니지만, 전설급 브리티쉬 팝 그룹 오아시스의 공연
노엘 노이거가 이 할로우 바디 기타로 연주한다
일렉기타 중에서도 바디 속이 비어 있는 형태의 제품이 있다. 완전히 비어 있는 기타를 ‘할로우 바디’, 바디 내부의 가운데가 막혀 있는 기타를 ‘세미 할로우 바디’라 부른다. 일렉기타와 어쿠스틱 기타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타로 불리는 그레치의 ‘화이트 팔콘’이 할로우 바디 타입이다. 재즈 연주에 많이 사용된다.
▲ R.I.P.... 커트 코베인
이 밖에도 1994년 짧은 생을 마감한 커트 코베인이 활동 초기에 사용한 펜더 재규어나 각종 유명 아티스트 시그니처 모델이 존재한다. 전설의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는 자기가 직접 기타를 만들기도 했으니 희귀한 유형의 기타는 그 종류가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때문에 일일이 희귀 기타까지는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 RATM의 탐 모렐로는... 그냥 PASS하자
혼자서는 못 해요
일렉기타는 그 자체만으로는 제 역할을 하지 못 한다. 연주에 쓰는 피크와 어깨에 메는 스트랩을 제외하고도, 연주에 필요한 주변 물품들이 꽤 있다. 집에서 조용히 연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가장 간단하게 일렉기타를 연주할 수 있게 해 주는 주변기기를 소개한다.
▶ 앰프
일렉기타의 바디 하단이나 전면에는 케이블을 장착할 수 있는 포트가 있다. 전용 케이블의 한 쪽은 기타에, 한 쪽은 앰프에 꽂아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온다. 앰프의 종류 역시 기타만큼이나 다양한데, 초보자들은 5~6만 원대의 미니 앰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10~15W 정도의 출력이지만 집에서 그 볼륨을 최대로 키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케이블
앞서 언급한대로 기타와 앰프를 연결해 주는 케이블이 필요하다. 케이블 끝의 커넥터 굵기는 공통규격으로 같지만, 커넥터와 케이블의 재질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아마 처음 일렉기타를 구입할 때 함께 주는 케이블이 있을 텐데, 오래 사용하기에 좋은 제품은 아닐 것이다. 길이 3~5m 정도, 15,000원 가격대의 기타 케이블을 함께 구매하면 꽤 오래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이펙터를 2개 이상 사용하게 되면 이펙터끼리 연결해 주는 15~30cm 길이의 패치 케이블도 필요하게 된다.(패치 케이블이 필요한 시점까지 왔다면, 축하한다. 당신도 이제 기타키드!)
▶ 이펙터
수많은 아마추어 기타리스트들의 지갑을 털어낸 주범이다. 이펙터 없이 연주하는 일렉기타는 소리가 다양하지 못하다. 록밴드의 곡을 들어보면 찢어지듯 거칠거나 몽환적인 분위기, 왕왕거리듯 음색이 바뀌는 등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스톰박스’라고도 부르는 이펙터로 소리에 변화를 주면 가능해진다. 아마 기타 매장의 사장님께서는 처음 일렉기타를 구입한다면 BOSS 사의 ‘DS-1’을 추천해줄 것이다. 5만 원대의 저렴하면서도 범용적인 디스토션 이펙터로, 예의 ‘찢어지는’ 소리를 만들어 주는 이펙터다. 하나쯤 사두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집에서 이 이펙터를 제대로 쓰기는 어려우니 근처의 합주실을 찾아봐야 한다.
이펙터는 크게 왜곡계열과 공간계열로 나뉘는데, 소리를 일그러뜨려 거친 느낌을 내는 것이 왜곡계이고, 음의 높이나 길이를 변화시키는 것이 공간계다. 왜곡계에는 디스토션, 오버드라이브, 퍼즈 등이 포함되고 공간계는 딜레이, 리버브, 와우 등이 포함된다. 일렉기타를 배워보겠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이건 반드시 필요하다’, ‘이건 없어선 안 된다’ 등의 조언을 해줄 텐데, 막 시작하는 단계에선 사실 튜너와 오버드라이브 두 개면 충분하다. 기자의 경우 실력은 뒷전이고 이펙터를 모으는 재미에 빠져 옆길로 샜고, 마지막엔 007 가방 2배 크기의 이펙터 케이스에 튜너까지 포함해 10개의 이펙터가 빼곡히 들어찼다. (심지어 공연을 해도 그중 절반 정도만 사용할 뿐이었다)
어떤 일렉기타를 구매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어떤 기타를 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제 막 C 코드를 연습하는 사람이 깁슨 레스폴 스탠다드(약 360만 원)를 구입하는 건 확실한 오버액션이고, 개리 무어의 솔로를 능숙하게 연주하는 사람이 다음 기타로 20만 원짜리 입문용 기타를 구입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야 상관없겠지만, 오롯이 현재의 실력에 맞추며 소위 ‘장비질’(업그레이드)을 즐기는 것도 취미로 기타를 연주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 위 제품은 그레치의 레스폴 타입 기타 ‘화이트 펭귄’
기자가 가장 가지고 싶은 기타 1순위.
국내에서 새 제품이 약 450만 원 정도에 판매되는데, 물건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당장 살 돈도 없긴 하지만.
기자의 경험에 따르면, 처음부터 좋은 기타를 손에 쥔다 해서 실력이 그만큼 빨리 늘진 않는다. 아이바네즈의 ‘RGTHRG2’ 모델이 기자의 첫 기타였는데, 2년여 정도 사용한 뒤 되팔기 전까지 실력이 크게 늘진 않았다. 게다가 플로이드 로즈 방식의 브릿지는 연주할 때나 줄을 교체할 때 상당히 번거로워 초보자에겐 더욱 맞지 않는 기타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중에 쓸 때를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버리는 것이다. 일렉기타를 처음 배우려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예산은, 적게는 30만 원이면 충분하다. 여러 일렉기타 쇼핑몰에서 초보자용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데, 일렉기타를 비롯해 스트랩과 스트링, 앰프, 기타 스탠드, 케이블까지 연주에 필요한 제품 일체를 묶어 저렴한 가격에 판다. 스쿨뮤직의 경우 자체 브랜드 ‘코로나 CST250M 패키지’를 278,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약간의 욕심을 더해 오버드라이브나 디스토션 등의 이펙터 하나 정도를 함께 구매해도 4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예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디자인이다. 기타의 컬러나 디자인도 중요한 선택 요소 중 하나다. 어차피 내가 즐기기 위해 사는 것인데, 다른 사람이 ‘이 기타가 더 낫다’고 조언한다 해서 내 취향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높은 확률로 첫 기타는 스트랫과 레스폴 중 하나를 고르게 될 텐데, 국산 기타는 컬러와 헤드 디자인이 무척 다양하게 준비돼 있고, 초보자용 제품은 단품의 가격도 20~3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기자도 6년여간 몇 번이나 장비를 교체했지만, 직장인밴드 활동 초기에 구입했던 초보자용 기타 ‘Spear RD250 Cheery Sunburst’는 아직 팔지 않고 있다. 픽업이나 다른 하드웨어, 목재가 뛰어난 기타는 아니지만, 집에서 연습할 때는 전혀 불편한 점이 없다. 이 기타로 공연도 몇 번 했고, 다른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기타 소리를 듣고 해준 조언 덕에 기자에게 딱 맞고 마음에 드는 기타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장비 욕심을 조금만 뒤로 미뤄두면 연습이 더 재미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처음 기타를 구입할 때는 마음을 내려놓고 쉬운 선택을 하기 바란다.
아쉬운 마음에 전설적인 기타 몇가지...
유명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 혹은 스테디셀러 기타를 꼽기는 쉽지 않다 . 많은 기타를 써본 것도 아닐뿐더러 그 종류도 무척 많기 때문이다 . 다만 ‘ 비싼 것 = 좋은 것 ’ 이란 말은 이 분야에서도 먹히는 대전제다 . 약간은 상징적인 기타와 더불어 기자가 갖고 싶은 기타를 소개한다 .
‘가장 아름다운 기타’로 불리는 그레치의 화이트 팔콘 할로우바디 기타. 헤드의 형태와 함께 금장 부품, 바디 타입까지 ‘예쁘다’고밖에 할 수 없는 명품이다. 헤드머신을 비롯한 각종 부품과 바디 및 넥의 목재까지 최상급 재료를 사용했다. 픽가드 부분의 역동적인 팔콘 이미지가 이 기타의 상징이다. 소비자가 약 530만 원.
레스폴의 아버지 깁슨의 레스폴 58 히스토릭 모델. 깁슨 레스폴 기타의 라인업은 스탠다드, 클래식, 커스텀, 스튜디오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스탠다드 라인업의 ‘히스토릭’ 모델이 평균적으로 무척 비싼 편이다. 58 히스토릭의 경우 아마존에서 약 5천 달러, 국내에선 중고로 300만 원 중반 정도에 구할 수 있다.
이 기타는 화이트 팔콘처럼 기타 자체의 가격보다는 그 의미에서 더 큰 값어치를 지닌 물건이다. 2005년 아시아 지역의 쓰나미 피해가 극심할 때, 자선기금을 모으기 위해 유명 기타리스트들이 사인을 해 옥션에 올린 펜더의 스트랫이다. 이 기타는 옥션에서 270만 달러에 판매됐다. 여기에 사인한 기타리스트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구글에서 각각 이름을 검색해 보면 재미있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Mick Jagger, Keith Richards, Eric Clapton, Brian May, Jimmy Page, David Gilmour, Jeff Beck, Pete Townsend, Mark Knopfler, Ray Davis, Liam Gallagher, Ronnie Wood, Tony Iommi, Angus and Malcolm Young, Paul McCartney, Sting, Ritchie Blackmore, Def Leppard and Bryan Adams.
사진의 앨범 속 남자는 미국의 블루스 기타리스트 하이럼 블록이다. 그가 들고 있는 기타는 펜더 스트랫 62인데, 언뜻 보면 도장이 거의 벗겨지고 무척 낡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의 멋이라며 ‘레릭’이란 이름으로 새 기타를 일부러도 헌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보통 유명 기타리스트의 시그니처로 판매되는 기타의 경우, 그 기타리스트가 가지고 있는 기타의 낡은 부분까지 그대로 재현하기도 한다.
이 기타를 소개하는 이유는 현재 이 기타가 국내 록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리더 김종진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여 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기타의 감정 가격이 1억 원으로 나오며,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비싼 일렉기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 기타가 국내에 들어오게 된 얘기가 재미있다.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던 기타리스트 하이럼 블록은 마약에 빠져 연주를 놓고 말았다. 가진 돈이 없어 자신이 애지중지하던 기타와 마약을 맞바꿨고, 이 기타는 한두 명의 손을 거쳐 중고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것이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김종진은 미국으로 날아갔고, 8천 달러, 당시 환율로 약 650만 원에 그 기타를 손에 얻게 됐다. 그는 평소 하이럼 블록의 열성 팬이기도 해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한다.
나중에 블록의 절친이자 팀의 베이시스트 윌 리는 수소문을 통해 김종진에게 블록의 기타를 되팔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블록이 마약을 끊는다면 그냥 돌려주겠다”는 김종진의 요구에 윌 리는 기타를 포기했다고 한다. 블록은 그 이후 2008년 인후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다른 기타를 연주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하나의 전설이 만들어졌다.
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doil@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황연종
원문보기: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3&listSeq=3338285&page=1#csidx2bde68c2b983ccdae54cb1226396b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