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기도 속에는 욕심이 참 많이 들어 있습니다. 눈앞에 놓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시라고, 준비하고 있는 시험에 합격하게 해달라는 기도만을 열심히 하면서 살아왔지 하느님께서 저에게 거저 주신 수많은 것들에 대해 감사기도를 드려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저는 늘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사실, 수험기간에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매달렸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합격자 수가 정해져 있는 시험에서 ‘나를 합격시켜 달라’는 기도는 ‘다른 사람을 떨어뜨려 달라’는 이기적인 기도인데, 아직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 나의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셨다고 원망하던 제가 참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그럼, 그런 이기적인 기도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봅니다.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그 짧은 순간에 소원을 빌 수 있으려면, 그 소원을 늘 마음 속에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늘 마음 속에 담겨 있는 소원이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기에 그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겠지요. 그처럼, 우리가 간절히 기도하는 바람들은 늘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 소원들이고 우리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기에 하느님도 그런 우리들을 도와주실 것이고, 그래서 간절한 기도에 하느님이 응답하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론 하느님은 우리가 바라는 것 이상의 것을 주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저의 가장 간절한 기도는 투병 중이신 아버지의 쾌유를 위한 기도입니다. 미사시간, 출퇴근 사이 짬짬이 아버지의 하루가 행복하시길, 어제보다 더 좋아지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군인’의 길을 제시해 주셨던 분이었고, 저는 부하들을 특별히 사랑하셨던 푸른 제복의 아버지처럼 살고자 ‘군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제가 가장 존경하는 군인은 아버지이십니다. 저에게 늘 든든한 버팀목이셨던 아버지는 지금 암과의 사투를 벌이고 계십니다.
사실, 지금까지 저의 기도는 저와 남편 그리고 두 딸들을 위한 기도였지 부모님을 위해 기도한 적은 없었습니다. 부모님의 건강은 저에게 하느님이 거저 주신 선물이었는데 그것을 감사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감사함조차 느끼지 못했던 아버지의 건강이었는데, 막상 그것을 잃고 나니 아버지의 쾌유를 바라는 저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집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얻을 때보다 잃었던 것을 다시 찾았을 때에 더 큰 기쁨을 느끼면서도,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수많은 것들에 대해 감사할 줄 모릅니다. 오늘 제가 누리고 있는 수많은 것들, 심지어 저의 생명까지도 모두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것인데, 늘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워주시기만을 기도했던 저의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아빠, 오늘은 식사 잘 하셨어”하시는 어머니의 전화에도 감사하는 이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께서 저에게 거저 주신 많은 것들에 감사하는 기도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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