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탄생한 문화 중 하나가 바로 ‘인증샷’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인증샷’을 검색하면
58만여 개의 게시물이 검색될 정도로 사람들은 인증샷을 통해 아주 작은 일상의 하나라도 SNS로 공유하고 자랑한다.
SNS의 발달은 기업의 마케팅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 ‘대박’난다는 불문율이 생겨 이제는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SNS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잘 만든 한 제품, 열 아들 부럽지 않은’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2014년 8월 출시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없어서 못 팔던 과자였다. 당시 허니버터칩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가게를 돌며 발품을 팔고 주문 예약을 하고 심지어는 온라인상에서 웃돈까지 얹어 구매하는 일도 있었다.
허니버터칩의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기도 했지만 쉽게 구할 수 없는 ‘레어템’으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했고,
SNS에 올린 허니버터칩 인증샷은 ‘자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지난 선거철에도 ‘투표 인증샷’이 SNS를 가득 채웠다. ‘나도 선거에 참여했다’라는 인증샷은 아직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함의적인 뜻도 내포돼 있고, 일부는 인증샷을 찍기 위해 투표장으로 향하기도 했다.
처음 투표를 한 20대 젊은이는 투표를 마치고 선거관리위원에게 (인증샷을 찍기 위해) 확인 도장을 찍어달라고
했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두 가지 사례를 놓고 봤을 때 SNS 인증샷으로 같은 제품을 소비하는 이들에게는 유대감이 형성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별다른 광고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강력한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증샷으로 SNS를 사로잡은 제품들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찍고 싶은 비주얼
현대인의 소비 트렌드 중 하나는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가치소비’다. 나에게 가치가 있고 멋스러운
제품을 소비하고 이를 SNS에 공유하며 만족감을 얻는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스타일리시한, 인증샷을 부르는
디자인이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비주얼갑’ 제품이다.
▲메론 설빙
설빙이 2015년 출시한 ‘메론 설빙’은 올해에도 큰 인기를 끌며 효자상품으로 등극했다. 빙수 그릇 위에 통째로
올라간 메론은 그야말로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여름을 맞아 지난달 14일 선보인 ‘메론 설빙 2종’은 출시
10일 만에 판매량 30만 개를 돌파했다. 설빙은 해외진출에서도 SNS 덕을 톡톡히 봤다.
설빙이 중국, 태국 등지에 진출하기 전에 이미 한국을 방문한 현지인들이 SNS를 통해 설빙을 홍보했고 이는
현지 프랜차이즈 성공으로 이어졌다.
디저트 전문점 도레도레는 색색의 시트가 눈길을 끄는 ‘소중해케이크’ 일명 ‘무지개 케이크’라는 별칭을 얻으면서
유명해졌다. 이 케이크는 출시되자마자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난 덕분에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디저트 가게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는 전국으로 매장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그라운드플랜,
헬레나앤크리스티 등 여러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통해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코카-콜라사의 커피 브랜드 조지아가 출시한 ‘조지아 고티카 콜드브루’는 고강도 추출 과정을 통한 커피의
깊은 향과 맛을 담은 콜드브루라는 점과 함께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내세웠다. 기존 코카-콜라 알루미늄 컨투어
보틀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알루미늄 재질의 슬림 보틀 용기를 국내 커피 시장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길고 슬림한 용기에는 크라프트지 느낌을 살린 디자인과 콜드브루의 시원함을 연상시키는 파란색을 적용했다.
◆캐릭터 팬을 공략하라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들에게는 팬이 존재한다. 이미 팬층을 형성한 캐릭터와 협업한 제품은 기존 팬들의
열성적인 공유로 SNS 상에서 화재가 된다.
▲동원참치 미니언즈
동원 F&B는 ‘미니언즈’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했다. 미니언즈 기획상품을 구입하면 미니언즈 캐릭터가 그려진
틴케이스를 비롯한 보관용기도 증정한다. 동원참치는 이런 미니언즈 협업의 인기에 힘입어 패키지 자체에
미니언즈를 새긴 ‘미니언즈 동원참치’도 선보일 계획이다. SNS 상에서는 동원참치 캔을 쌓아 미니언즈 캐릭터들을
만들어낸 모습이 화제가 되는가 하면, 미니언즈 팬들의 구입 인증샷이 줄을 잇고 있다.
GS리테일은 ‘스타키몬스터랩’과 손잡고 ‘유어스스타키몬스터랩 음료’를 출시했다. 용기 자체를 캐릭터 모양으로
구현해 일종의 피규어로 만들었다. 캐릭터들은 음료수 용기로, 각양각색의 모자는 음료수 뚜껑으로 활용했다.
다양한 ‘유어스스타키몬스터랩’ 음료 패키지를 모으면 소비자가 원하는 조합의 캐릭터로 변형할 수도 있다.
‘유어스스타키몬스터랩’은 기존 스타키몬스터랩 캐릭터들의 팬들 뿐만 아니라, 귀여운 제품을 수집하는 마니아들의
수집 인증샷으로 화제가 됐다.
또한 영화관에서는 상영하고 있는 영화의 캐릭터를 팝콘과 음료에 적용해 스페셜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최근 개봉한 스파이더맨과 관련해 롯데시네마에서는 ‘스파이더맨 캐릭터 음료컵’을 출시했다. 이 컵은 거미줄을
타고 이동하는 캐릭터가 컵 위에 올라가 있는 형태로 마치 날아다니고 있는 듯한 익살스러운 포즈로 눈길을 끌고 있다. 메가박스는 ‘스파이더맨 머리’ 모양의 버켓이 포함돼 있는 이색 콤보를 판매하고, CGV도 스파이더맨 콤보와 스파이더맨 무드등 콤보를 선보였다.
◆센스 있는 작명
과거에는 ‘양파링’, ‘새우깡’과 같이 어떤 제품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제품명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 는 ‘시선강탈’할 센스 있는 제품명이 대세다.
웅진식품이 출시한 ‘부장껌’과 ‘사장껌’은 이름 덕을 보고 있다. 껌을 ‘씹는다’와 직장 상사를 ‘씹는다’라는
중의적 표현으로 SNS에서는 제품 사진과 함께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웅진식품은 SNS 인기에 힘입어 108g 대용량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오리온 꼬북칩
오리온은 지난 3월 ‘꼬북칩’을 출시했다. 회사 자체 공모를 통해 ‘꼬북칩’과 ‘터틀칩’이 경합을 벌였으나 거북이
캐릭터와 어우러진 한글 이름이 더 낫다는 판단 하에 꼬북칩으로 출시됐다. 꼬북칩은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를
연상시키기도 해 SNS 입소문을 타고 출시 4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1100만 봉을 달성했다.
6월 한 달에만 매출 28억 원을 기록했다. 허니버터칩이 2014년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50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꼬북칩의 판매 속도가 더 빠르다. SNS에서는 ‘지금껏 맛보지 못한 식감’,
‘먹을 때마다 소리가 일품’ 등 구매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센스 있는 작명은 화장품업계에서도 많은 사례가 있다. 스킨푸드가 여름을 맞이해 출시한 네일 컬러는 알록달록
칵테일 컬러를 콘셉트로 시원한 컬러들이 가득한데 유독 시선을 끄는 컬러가 있다. ‘모히또가서몰디브’
네일은 유명 영화의 극중 대사를 패러디해 이름을 지었다.
▲스킨푸드 모히또가서몰디브네일
에뛰드 하우스에서는 직원에게 느낌 살려 말했다가는 서로 민망해질 수 있는 제품이 있다. ‘우~베이비 플럼핑
틴트’는 이름 그대로 섹시하고 볼륨을 살려주는 플럼핑 성분이 들어있는 틴트이다. 에뛰드 하우스에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제품들이 많다. ‘당근으로 당근 잼’, ‘지구 라벤저스’, ‘체리티를 버찌’, ‘오셜록 홈’s’,
‘너 커서 모과될래?’ 등 수제잼을 연상시키는 네일 제품, ‘키스라스팅 틴트’, ‘두볼 가득 샤샤샤’,
‘딸기마카롱’ 등이 있다.
벤처업계에서도 시장의 눈길을 사로잡는 센스 있는 이름이 늘고 있다. 통합 온오프라인 연계(O2O) 커머스
플랫폼 ‘얍(YAP)’은 거꾸로 읽으면 ‘페이(PAY)’가 된다. 즉 ‘지불’을 뜻하는 단어인데 기존의 소비방식을
뒤집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265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의 간편 송금 ‘토스(Toss)’ 서비스명은
단어 그대로 ‘배구공을 가볍게 토스하듯이 쉽게 돈을 보낼 수 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서비스 구동 시 마치
공이 날아가는 듯한 포물선이 화면에 그려져, 돈을 쉽게 전달해주는 서비스라는 점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