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를 제치고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11일 자신의 발언을 '도핑 의혹'으로 몰고간 언론에 발끈하며 반박에 나섰다. 끝까지 금메달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히했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 매치TV와 현지 언론, 소트니코바의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소트니코바는 11일 팬들과 언론을 행해 "지난 한 주 동안 나와 내 팀, 내 주변 사람들은 언론에 의해 과장된 상황(도핑)에 대한 의견을 얻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다"며 "모두가 저의 공식적인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러한 피드(SNS 게시글 혹은 발언)는 늘 인용되고 많은 클릭(조회수)을 가져온다는 걸 이해하지만, 언론은 '내가 금지된 약물을 복용했다고 자백했다'고 썼다"며 "여러분, 그렇게 하면 안돼요"라고 비판했다.
소트니코바의 인스타그램 글/캡처
그녀의 해명은 이렇다.
「(문제가 된/편집자) 내 발언부터 한번 보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2014년을 되돌아봐도, 그들이 나에게 도핑이 발견됐다고 말했고,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뜻/편집자).... 그러나 나중에 문제가 없다(음성 판정/편집자)고 했다'.."
"너에게 도핑이 발견됐다"는 문구. 이 문구 뒤에는 많은 실질적인 버전이 있다. 오염된 것으로 확인된 샘플부터 샘플링 오류와 용기 손상까지, 또 도핑 담당자에 의한 샘플링과 샘플 운송및 보관에 관한 프로토콜 위반까지.
운동선수가 샘플에 문제가 있다는 통보를 받으면, 머리속에는 한가지 생각(특히 금지약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은)만 든다. "어디서, 어떤 도핑이 발견되었을까?" 그리고 패닉 - '아아아, 내가 도핑한 거야???!!!"
이건 오래 간다. 그리고 우리가(유튜브에서/편집자) 이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냥 지나가는 투로 이렇게 말했지 - "나에게 도핑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래, (그렇게/편집자) 말했어. 하지만 샘플에 문제, 흠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
소치 올림픽 금메달 소트니코바/사진출처:위키피디아
소트니코바는 유튜브 인터뷰에서도, 해명 글에서도 '1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말은 일체 하지 않았다. 국내 거의 모든 언론이 '1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본보(www.buyrussia21.com)는 7일 현지 언론을 인용해 그녀의 발언을 정확하게 전했다.
"2014년을 되돌아봐도, 그들이 나에게 도핑이 발견됐다고 말했고,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없다(음성 판정)고 했다. 두 번째 샘플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잘 풀렸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 '나는 겁이 났고 위축된 (심리) 상태였다'. 자, 상상해보라. 어린 아이(발리예바)가 ... 이 모든 걸 (이미) 경험한 나는, 카밀라(발리예바)가 어떻게 다시 은반 위로 나갈 힘을 되찾았는지 모르겠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아가, 현지 전문가들이 소트니코바가 '도핑이 발견됐다'는 식으로 용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아쉬워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도, 현지 언론도 이 발언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폭탄 발언'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특히 대한체육회가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재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소트니코바의 도핑 문제는 이제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대한체육회의 재조사 방침에는 소프트니코바가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B샘플에서는 음성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는 게 전제로 깔려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나 인스타그램 해명에서나 그녀는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말한 적이 없다.
대한체육회는 또 "소트니코바는 재조사가 필요한 극히 드문 케이스"라며 "도핑 검사 기술이 지난 수년간 향상되었으며, 이전에 찾지 못한 것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IOC는 올림픽 기간에 채취한 선수들의 혈액 및 소변 샘플을 10년 동안 보관한다. IOC는 대한체육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소트니코바의 샘플을 다시 조사할 수도 있다.
매치 TV는 대한체육회의 재조사 발표를 전하면서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획득과 올림픽 2연패 가능성으로 한국인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역시 흥미를 보일 것"이라며 "당시 4위를 차지한 미국 선수(그레이시 골드)는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변호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받고 일하는지, 또 서방 측이 러시아 선수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면,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이 매우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소트니코바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형태로든 왜곡된 정보는 외신이 러시아 선수들을 거론할 빌미를 준다"며 "왜 여러분들은 이것을 뒤집고 직접 부풀렸나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때나 지금이나 국제반도핑기구는 나에게 질문(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징계 자체도 없었다. 미안하지만"이라고 반박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는 13일 '러시아 피겨선수 소트니코바 도핑 이슈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 도핑 검사 방식을 일부 소개했다.
우선 '같은 시료(샘플)에서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취지의 발언에 도핑방지위는 의문을 제기했다. "선수에게 1회 채취한 시료(샘플)를 A와 B병에 나눠 담은 경우(반드시 그렇게 한다/편집자)라면, B시료 분석 때 A시료와 동일한 양성 반응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해당 도핑검사는 음성으로 간주해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지만, 이는 이례적"이라는 것. 그러면서 A시료와 B시료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도핑방지위에 따르면 도핑 검사는 선수의 샘플을 A병과 B병에 각각 나눠 담은 뒤, A병(1차 분석)을 먼저 검사하고 양성 반응이나 용기 훼손(소프트코바가 해명한 경우다/편집자) 등 특이사항이 발견되는 경우, B병(2차 분석)을 추가로 열어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B병 분석에서 문제가 없을 경우(음성 판정/편집자), '혐의없음'으로 종결된다.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도 엄밀히 말하면, 용기 훼손→B병 개봉및 검사→문제없음으로 결론이 난 경우다.. 본보를 이를 정확히 지적한 바 있다.
매치 TV는 IOC가 자신들의 질의에 “당시에는 도핑 사례가 없어 IOC가 언급할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 공보실도 매치 TV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도핑 양성 반응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소치 올림픽 당시에는 도핑 이슈가 제기되지 않았다.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이 제기된 것은, 러시아의 조직적인 약물 투여 실태가 폭로된 2015년 가을 이후다. 이에 대한 국제반도핑기구(WADA)의 보고서는 2016년에 발표됐다. 거기에 소트니코바도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샘플 훼손 흔적 때문이다. 그녀가 해명 글에서도 지적한 '샘플의 문제, 흠집(정확하게는 샘플 용기의 스크래치) 때문이다.
그러나 IOC는 이듬해(2017년) 11월 10일 소트니코바의 도핑 의혹을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그녀가 (올림픽 기간에) '2번째 샘플을 열어보니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본인의 말), 3년 뒤 IOC의 재조사에도 도핑 혐의를 벗은 것이다.
당시 IOC의 발표는 이렇다.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러시아 크로스컨트리 국가대표 4명을 실격 조치하고, 향후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 그러나 다섯 번째 선수는 도핑 규정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해 징계 없이 사건을 종료했다. 해당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
IOC는 해당 선수를 보호하겠다고 나섰지만, 그 다섯번째 선수는 소트니코바라는 사실이 곧바로 알려졌다. 소트니코바는 IOC조차 지키려고 했던 '도핑 의혹 비밀'을 5년여만에 스스로 까발린 결과가 됐다.
하지만, 소트니코바는 인스타그램 글의 '마지막 첨부'를 통해 "누구도 내게서 중요한 것들을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며 "소치 올림픽, 시상대에서의 감동, 울려 퍼졌던 러시아 국가, 팬들의 응원과 전율, 조국을 위해 뛰면서 느꼈던 벅찬 감정,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겠다"고 썼다.
소트니코바와의 대화를 뒤늦게 다시 올려 주목을 받은 유튜브 채널/캡처
소트니코바는 현지 인플루언서(릴리아 아브라모바)의 유튜브 채널 'Tatarka FM'에 나와 베이징 올림픽 당시 도핑 스캔들에 휩쓸려 최악의 결과를 낸 후배 피겨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를 옹호하는 차원에서 2014년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다가 '1차 검사 양성'이라는 '도핑 구설수'에 휘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