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수학여행이란
여는말
사전 준비과정
실제 실행과정
마무리
1. 여는 말
처음 수학여행이란 단어를 접했을 땐 나는 말 그대로 수학 공부를 위해 떠나는 답사 여행이 줄만 알았다(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기기만 하다). 그런 수학여행은 학습을 목적으로 떠나는 여행이라고는 한데 내가 보기엔 재미만을 추구하는 노는 여행인 것 같다. 어쨌든 그 수학여행을 우리 책숲 학교에서 드디어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좀더 책숲 스타일로 진짜 ‘수학’ 여행을 가게 되었다. 오래전 내가 착각했었던 수학여행이란 단어가 두 가지 뜻이 있음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여행은 총 2박 3일의 기간이었는데 지금부터 어째서 이번 여행이 진정한 수학여행이라 칭할 수 있는지 써내려 보도록 하겠다.
2. 사전 준비과정
책숲에서는 여행을 가면 공부와 배움을 젤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에 여행 전 미리 사전 조사를 한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요즘 계속해 오고 있는 공부 주제인 수학인데 이 또한 마찬가지로 수학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였다. 조사 기간은 매우 길었던 것 같다. 학교의 원래 학교 일정표에서 몇 가지 것들을 빼고 수학 조사에 그 시간을 투자했을 정도로 우리들 모두 수학 조사에 진심이었다. 우리가 가는 곳은 바로 부산이었는데 그곳에 있는 수학문화관과 현대미술관을 가장 중요한 두 목적지로 정하였다. 다시 수학 조사에 관해 말하자면 이번에 수학 조사를 하면서 모르던 것들을 정말 많이 알 수 있었고 그랬기에 보다 더 수학 조사에 흥미로움을 갖고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정말로 앞길이 막막하였다. 처음부터 너무 고난이도의 수학들을 접하게 된 것이었다. 근린 정리라든지 적분과 미적분, 함수 그 외 등등… 난생처음 접해보는 것들이었고 또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 하였다. 여기서 내가 멋지게 이 모든 고난들이 이기고 이해함으로써 해치웠다면 정말 좋겠지만 아쉽게도 남는 시간이 그 정도까지는 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좀 더 쉬운 다른 부분을 조사하였다. 그렇지만 방금 말했듯이 수학이란 무궁무진한 것이기에 다른 것들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을 한 끝에 드디어 조사를 완료할 수 있었다.
아까 말했던 부산 현대미술관은 이번에 그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선생님 노래의 한 파트인 ‘청요’ 노래들이 작품으로 전시되었기 때문에 들르게 되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었어도 꼭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기에 어차피 이번 여행에 한 번 들를 곳이 아니었나 한다. 역시나 이곳에 대해서도 사전 조사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현대미술을 전보다 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알고 보니 현대미술은 은근히 이해하기가 쉬웠다. 주제를 알고 나니 이해가 금방 되었다. 이게 현대미술이구나 하고 처음으로 느끼었는데 다양한 무언가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그 독창적인 방법들을 보고 정말 신기해했다.
3. 실제 실행 과정
첫날
아침 일찍 일어나 4시간이라는 긴 거리를 우여곡절 끝에 기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이 동행을 만나 심심하지는 않았다) 부사역에 도착하고 드디어 다른 일행들을 만날 수 있었다. 석주는 독감에 걸려 아픈 탓에 여행에 함께 할 수 없었다.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들 무사히 한자리에 모인 것에 감사했다. 이번 쏠라티를 빌리지 않아 대중교통과 선생님 차를 이용해 이동을 하였다. 첫 번째 일정은 민들레 유치원이었는데 부산 건축상을 받은 멋진 건물의 유치원이었다. 그 다음 일정으로는 금강공원 산책이었다. 마침 가을이라 나뭇잎이 물드는 철이었고 그래서 산책 내내 아름다운 자연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또 해운대에 갔던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바다 해변에서 마구 폴짝거리며 앞구르기도 하고 뛰는 등 이리저리 날뛰며 놀았던 게 기억난다. 덕분에 모래가 내 신발과 옷 안에 잔뜩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어떤 버스킹 하는 분을 구경하게 되었는데 노래와 하모니카, 아코디언 등을 함께 써가며 연주를 하였는데 나는 그 중 장화홍련전 노래가 젤 인상이 깊었던 것 같다.
민들래 유치원
금강공원 산책
해운대의 해변
둘째 날
드디어 수학 문화관에 가게 되었다! 수학문화관에 가기 예기치 않은 불상사가 있었지만, 다행히 잘 넘길 수 있었다. 처음 수학문화관을 본 소감은 수학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이 세상 모든 것들 속에 있다는 사실에 수학이 정말 이렇게나 경이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수학의 문화를 알려주는 그런 곳이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원하던 만큼 충분히 발표를 다른 이들에게 해주지 못하였지만, 나를 나름대로 만족한다. 특히나 이번 관람에는 부산 꽃피는 학교의 고등부 형들도 함께했기에 훨씬 더 재미있었다. 내가 발표한 내용들은 대부분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이었다. 그중 피보나치의 수열에 대해 발표했던 것이 젤 기억에 남는다. 문화관을 나가면서 각자 수학에 관한 구절들을 하나씩 외었는데 내가 외운 구절은 플라톤의 한 구절로 “수학은 너의 영혼의 눈을 뜨게 한다.”이다. 내 나름의 해석을 하자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수학적) 규칙속에 돌아가고 그 원리를 단순화(?)하여 공식으로 정리를 한 것이 바로 수학이기에 수학을 알아가면서 세상 원리에 대한 눈을 트이게 한다는 말인 것 같다.
수학발표를 하는 나
셋째 날
셋째 날에는 부산현대미술관에 갔다. 부산현대미술관은 덩굴 식물로 포장되어있는 건물부터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깃발로 표현된 예술작품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각각 발표하는 작품들이 있는 곳으로 가 미리 참고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준비한 프로젝트는 ‘죽은 나무와 접속하기’였는데 도시개발로 잘려 나간 나무들을 대상으로 그 나무들이 느끼는 감정과 접속을 시도하는 멋진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나중에 다들 몸 상태가 안 좋아져 귀가 시간을 좀 더 앞당기는 바람에 아쉽게도 발표를 하지 못하였다.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정말 아쉬웠다.
현대미술은 정말 신기한 것 같다. 낡은 고철이나 심지어는 쓰레기로도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처음 볼 때에는 이게 작품으로 볼 수 있는 것인가 하고 이상해하지만 작가의 숨은 뜻을 알고 나면 그 작품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나중에는 그 직설적인 표현 방식에 오히려 이해하기 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로 작품인 줄 모르고 바닥에 왼 구겨진 종이조각이 있길래 치우려 한 일이 생각난다. 뭘 표현하려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팻말이나 테두리를 좀 쳐놓았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또 마지막으로 선생님의 작품을 보았을 땐 조금 어색하면서도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학교에서 매일 부르던 노래 미술관에 전시되다니! 지금까지 불렀던 노래들이 현대미술로서 작품 가치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고 부산역에서 각각 흩어진 학생들을 저마다 제집으로 돌아갔다. 나만 빼고… 일정이 급하게 바뀌면서 원래 샀던 표를 환불하러 대기를 하는데 줄이 너무 길었다. 오직 환불이라는 한 단어를 머릿속에 계속 새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줄을 섰다. 결국 십 분을 그렇게 보내고 몇분 안 남긴 상태에서 있는 힘껏 달려갔다. 겨우겨우 타는가 싶었더니 저 멀리 반대편에서 내 기차가 덜커덩 거리며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게이트를 잘못 찾은 것이었다. 그렇게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은 뒤 저녁까지 부산역에서 때운 뒤 겨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나름대로 부산역에서의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생각한다.
4. 마무리
이번 여행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전의 여행들 못지않게 알찬 여행이었다 생각한다. 여러 가지 생각하지 못한 변수들도 많았지만, 그것들마저 재미있게 느껴지는 여행이었다. 공부는 공부대로 즐거움은 즐거움대로 함께 즐겼던 여행이었다. 맛있는 음식들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수학에 대한 조사와 실전 발표를 통해 이전에 비해 좀 더 수학과 가까워 지는 시간을 가졌다. 정말 진정한 ‘수학’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내 생각에는 전세계에서 이런 독특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는 유일무이 책숲뿐이 아닐까 한다. 조사하느냐 학생들 모두 고생이 정말 많았고 특히나 모든 것들을 끝까지 책임져 주시고 이끌어 주신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바이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