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사회사업에 함께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
대체인력으로 일하며 월평빌라 선생님들로부터 권유를 받았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실습은 학생으로 학교를 다닐 때 경험한 바 있습니다.
하나라도 더 보고,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싶은 열망으로 찾아간
서울 도봉구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에서였습니다.
스스로에게 하나의 도전이자, 사회사업을 꿈꾸며 내딛는 한걸음이었던 지난 여름, 참 행복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생활하며 모르는 곳을 누비는 매일의 생경함이 즐거웠고,
더위와 싸워가며 보고 듣고 배우는 일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성장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끊임없이 이어짐에 행복했습니다.
생각을 넓히고, 가치를 세우고, 꿈꾸었던 내일을 오늘 볼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단기사회사업에 함께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때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좋다고,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그때의 열정이, 열망이 꿈틀댔습니다. 마음이 간질거렸습니다.
면접 하루 전, 거창으로 모두 모였습니다.
매일을 살고 있는 곳이라 다른 지원자분들이 느끼는 장소가 주는 기분은 덜했겠지만,
같은 지향을 갖고, 함께 배워나갈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설렘은 결코 다르지 않았습니다.
같았습니다.
올여름 단기사회사업 첫 번째 일정으로 소장님 댁에 방문했습니다.
감악산에 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모여 탁자에 빙 둘러앉았습니다.
첫 만남, 처음이 주는 풋풋함과 어색함이 고스란이 느껴졌습니다.
더하고 말 것 없이 그대로 좋았습니다.
소장님과 사모님께서 준비해주신 샌드위치와 주스, 우유, 요구르트를 먹고 마시며 자기소개 했습니다.
자기소개는 어떤 자리든 처음은 피하고 싶은 법인데,
앞서 소개한 사람의 말을 듣고 속으로 중얼대며 어떤 말을 할지 혼자 곱씹어야 제맛인데,
첫 순서를 맡게 되었습니다. 생각할 새 없이 소개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진호입니다. 월평빌라에서 대체인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이번 단기사회사업에 학생으로, 실습생으로 여러분과 같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나이는 스물일곱이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참 시시하지만 그래도 해야할 말은 다 했음에 안도했습니다.
돌아가며 모두의 자기소개를 들었습니다.
지원사를 읽으며 이름을 외워두었던 터라, 속으로 얼굴과 소개와 이름을 되새겼습니다.
얼굴을 트고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쯤 감악산으로 출발했습니다.
보름 전인가 후라 별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했는데, 도착하니 참 많은 별이 반짝였습니다.
거창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도시도 밤의 빛으로 반짝였습니다.
"월평빌라 초장기에, 아무 사업도 없을 때 그때 직원들과 여기 온 적 있어요.
저 빛을 보며 빛만큼 발자국을 새기자 했는데, '우리가 누비자.'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에 여러분도 그렇게 해야죠?"
소장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도시가 내는 빛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좋은, 괜찮은 사회복지사가 되겠다 생각했으나,
결코 어디의 직원이 되고자 희망하지는 말자 스스로 다짐한 적이 있습니다.
번듯한 규모, 사람들이 알아주는 이름, 입구의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하듯 놓여있는 상장을 자랑하는 곳의
구성원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 더 가치있는 것이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 일을 위해 내 가진 젊음을 아낌없이 소모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월평빌라에 왔습니다. 단기사회사업에 지원했습니다.
도시의 반짝이는 빛을 바라보며, 지금 여기 서있는 스스로를 돌아봤습니다.
'옳다고 배웠던 것, 맞다고 믿었던 것을 실천하는 사회사업가가 되겠다.' 한 다짐을 떠올렸습니다.
혼자 헤쳐가지 않고, 혼자 짊어지지 않고 여기 동료들과 함께일 수 있음에 힘이 났습니다.
'잘 해보자. 절대 후회하지 말자.' 다짐했습니다.
날이 밝아 소장님 댁에서 잠깐의 산책과 든든한 아침을 먹고 월평빌라로 향했습니다.
세 개의 과업별로 나뉜 팀끼리 모여, 면접 장소인 수승대로 출발했습니다.
오늘의 면접관이신 김경선 아주머니와 최희정 선생님,
지원자인 정현이-호칭을 놓지 않았지만,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동의 없이 이름을 부릅니다. 어서 친해지고 싶습니다.-와
저, 이렇게 네 명이 같은 차를 탔습니다.
최희정 선생님께서 안내해주신 대로 김경선 아주머니와 정현이, 저 셋 만의 시간이 먼저 주어졌습니다.
살짝 긴장한 마음으로 아주머니와 함께하는 첫 번째 면접이라고 하면 좋을까요.
아주머니의 동의를 구한 후 휠체어를 밀며 수승대를 돌았습니다.
"아주머니, 어디로 갈까요? 어느 쪽으로 가고 싶으세요?"
"아주머니, 서울에 동생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방문하는 것처럼 동생과 여행은 어떠세요?"
"질문에 '운전 잘하는지' 물으신 것도 있던데, 저는 면허는 있는데 아직 연습하는 중이에요."
아주머니와 처음 만나는데도 옆에서 정현이가 살갑게 아주머니께 말을 건넸습니다.
틈틈이 저도 아주머니께서 미리 질문하셨던 것에 답하고, 대화 나누었습니다.
아주머니께 여쭈고 원하시는 곳에서 산책 미션인 사진을 찍었습니다.
말로 표현하시진 않았지만, 사진 찍을 때 환하게 웃어주시고,
여쭈는 질문에 짧게나마 명확히 답변해주시니 감사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도 저희처럼 설레고 즐거운 시간이기 바랐습니다.
전에 수승대에 오신 적 있다는 아주머니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돌다보니 시작한 곳까지 왔습니다.
덕분에 다리 위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 구경하며 알차게 즐겼습니다.
예상 질문으로 올려주신 것과 같은 내용으로 최희정 선생님께서 질문을 하고, 저희는 대답했습니다.
답변하며 이어질 말을 생각하느라 짧은 침묵이 생기기도 하고, 했던 말을 반복하기도 했지만,
자기소개와 같이 해야할 말은 잘 챙겨서 했습니다.
"아주머니, 어때요? 학생들 합격시켜 주실 거예요?"
최희정 선생님이 묻고, 아주머니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결과는 합격.
'정말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겼습니다. 비로소 마음의 짐을 덜었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두 달 조금 넘는 동안 입주자분들과 많은 식사를 함께했지만, 식당을 찾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지 않을 것 아는데
아주머니께서 잘 드실지, 식당에서 우리를 너무 배려하진 않을지 괜한 걱정이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기우였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맛있게, 즐겁게 식사하셨고, 식사하는 동안 무언가를 청할 때가 아니면
식당에 있는 누구도 우리를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후기를 빌어 고백합니다.
이후 아주머니가 직접 이곳저곳을 돌며 정현이와 저에게 아주머니 댁과 월평빌라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저희를 이끌며 바삐 옮겨 다니시는 아주머니 덕에 감사한 기억이 늘었습니다.
월평빌라의 누군가가 집 소개 해주는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손님으로 반갑게 맞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버스 출발시간 탓에 먼저 출발한 경화와 지윤이에게 인사하지 못했지만,
남은 모두를 버스터미널에서 만나 배웅했습니다.
차에 둔 게 있다며 허겁지겁 다녀온 민용이가 챙긴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제 저녁과 밤, 오늘 아침과 낮 함께했는데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끝이 아니고 시작임에 기쁘게 생각하려 했습니다.
뜨거운 여름 정현, 지윤, 민용, 경화, 민강이와 함께할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이곳 거창에서 마음 다해 기다리겠습니다.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단기사회사업 면접을 위해 마음 써주신 모든 입주자 면접관님들, 선생님들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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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정 선생님께서 '잘 묻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오면 좋겠다 하셨습니다.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기' 잘하기 위해, '잘 묻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열심히 공부하고 생각해가겠습니다.
「월평빌라 이야기」에서 읽은 바 되새기며 글을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당사자에게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가족에게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지역사회에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하면 가능하리라 확신합니다. (p.147)
첫댓글 정진호 선생님을 월평으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진호 선생님처럼 좋은 사람이 사회복지 현장에,
시설 현장에서 일한다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면접 1박 2일 동안 품은 마음을 귀하게 잘 다듬어 봅시다.
동료, 월평에서 두어 달 일했지만 아직은 낯설죠?
한 달 함께할 동료, 든든하겠습니다.
동료들을 위해 한 달 동안 자취방 내줘서 고마워요.
신아름 팀장님, 최희정 팀장님, 박시현 소장님 모두 정진호 선생님이 있어 든든하다 생각하실 것 같아요.
사회사업은 세상을 바꾸는 일이요, 젊음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사회사업의 진수를 느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