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 스토리보드 – 군단장에서 술꾼까지, 베스의 기묘한 모험

[국민트리]

‘가디언 테일즈’ 스토리보드의 세 번째 시간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유저 여러분의 댓글을 반영해 선정했다. 바로 캔터베리 왕국 몰락의 주범이자 한때 인베이더를 이끌던 신관 ‘베스’다. 지난 ‘리리스 – 3인의 기사’ 편에 짧게 등장했는데, 이것만으로도 반가워한 유저가 많았다.

베스는 프롤로그부터 등장 주인공 ‘헤실 기사’의 아치 에너미이자, 수없이 검을 나눈 끝에 시즌 1 최종 보스로 등장한 존재다. 아울러 미래 기사와 미래 공주의 비극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해 게임 내 명실상부한 악역을 맡는다. 하지만, 굳건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으며, 헤실 기사 못지않은 다양한 밈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다. 어쩌다 인류의 적이 유저들의 마음에 들게 되었는지, 그녀의 인생사, 아니 인베이더생사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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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키 퍼슨: 너무 일찍 합류한 최종 보스 ‘베스’

▲ 베스: 내 인생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건 누군가의 음모가 틀림없어! (사진: 국민트리 제작)

베스는 등장 당시 엄청난 이슈를 몰고 온 캐릭터다. 가디언 테일즈 스토리의 메인 줄기는 헤실 기사와 응애 공주가 캔터베리 왕국을 재건하고, 침략자 인베이더 군단을 물리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베이더 캐릭터, 더 나아가 군단장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구현된 건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그녀가 출현한 시점은 아직 흑막이 ‘암흑 마법사’ 정도로 불리던 때였다. 이와 관련해 유저들은 ‘무언가 흥미를 돋우기 위해 한발 앞서 나온 건가?’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어찌 됐든 베스는 좋은 인게임 성능을 앞세워 1티어 캐릭터에 등극했고, 스토리상 이어진 시즌 2에서 의외의 모습을 선보여 호감 포인트를 쌓은 바 있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시즌 2 재등장 전까지는 옹호의 여지가 없는 악역이었다는 뜻이다. 그녀 휘하의 인베이더가 그동안 저지른 악행은 유저 여러분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토지 오염과 타락 유도, 사람의 생명을 이용해 만든 인베이더 크리스탈 등이 대표적이다. 더욱 자세한 내용과 악행을 차례차례 살펴보자.

주요 관계도

▲ 사실 그녀의 진짜 구세주는 청소부 아저씨들이 아닐까? (사진: 국민트리 제작)

베스의 주요 관계도를 살펴보자. 가장 두드러지는 건 아치 에너미인 헤실 기사와의 관계다. 인류의 희망이자 주인공인 헤실 기사와 침략자 군단의 리더 베스는 불구대천의 원수다. 작품의 시작과 시즌 1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리고 구세주는 베스가 섬기는 신이다. 그녀는 신관이자 군단장으로 구세주의 예언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며, 작중 선보인 교활하고 냉혹한 책략가 모습은 이에 기반한다. 하지만, 헤실 기사와 엮이면서 구세주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구세주는 헤실 기사를 죽이지 말라고 지시했으나, 매번 그(녀)에게 방해받자 ‘구세주는 틀렸어!’라며 부정하기에 이른다.

오히려 베스의 진짜 구세주는 시즌 2에 등장하는 청소부 아저씨들이 더 적합하다. 병나발을 불며 폐인 생활을 하던 베스를 잘 챙겼고, 직장 선배의 입장에서 사심 없이 돌봐준다. 이어 테러리스트가 습격하자 베스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려고까지 해 그녀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킨다. 자세한 건 잠시 후 자세히 알아보겠다.

응애 공주는 정체와 관련한 떡밥으로 엮인다. 베스가 평행 세계의 공주라는 분석이다. 두 캐릭터의 본명이 모두 ‘엘리자베스’이고, 베스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또한, 둘 다 시간을 넘는 능력이 있으며, 공주가 없는 세계에는 베스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설의 핵심이다. 마침 인베이더가 인류라는 떡밥도 있어 힘을 얻는데, 아직 정확히 밝혀진 건 없으니 현시점에서는 ‘이런 의견이 있구나’ 정도로 알아두자.

베스의 3대 구성 요소, ‘악의 군단장 – 아치 에너미 – 청소부’

심약자는 접근 주의! 충격과 공포의 제 13 군단

앞서 언급했듯 베스와 암흑 마법사는 동일 인물이다. 프롤로그에서 헤실 기사와 응애 공주, 카밀라 일행을 추격해 뿔뿔이 흩어놓은 장본인이다. 가디언 테일즈의 스토리를 연 개국공신이며, 열심히 강해져서 쓰러뜨려야 할 대마왕 포지션이기도 하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절대 악역의 이미지가 부족하다. 베스가 인지도를 높인 건, 그녀가 지휘하는 ‘제 13 군단’의 악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해당 부분은 인베이더 기자가 제 13 군단에 잠입해 내막을 취재하는 외전 스토리 ‘인베이더 잠입 취재’에서 잘 드러난다.

의외인 점은 인류의 숙적인 인베이더 군단 내에 인류에게 온건한 이들이 존재하는 점이다. 테티스 행성 주민들과 화합을 주장하거나, 포로로 잡힌 주민들을 불쌍히 여겨 음식을 나눠주는 이 그리고 그걸 보고 눈감아주는 인베이더도 있다. 하지만, 의외는 의외일 뿐이다.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군단장 베스에게는 색출해서 제거할 불온 분자에 불과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인베이더는 테티스 주민들을 철저히 고문하며 착취한다.

화룡점정은 ‘인베이더 연구소’다. 게임을 진행하던 일부 유저들이 너무 끔찍한 나머지 ‘SD 그래픽인데도 무서워 스토리를 진행하지 못하겠다’라고 평가한 전설의 레전드 파트다. 심약한 유저들을 위해 최대한 간단하게 비유하자면, 유명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현자의 돌’을 검색해보길 바란다. 제조 과정이 매우 비슷하다.

더욱 소름돋는 건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제 13 군단의 명칭이 ‘정화 기관’인 점이다. 대체 뭘 정화하는지 모르겠지만,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이는 인베이더 세력 내에서도 충격적인 모양이다. 잠입 취재한 기자의 보도 뉘앙스에 따라 상반된 여론을 감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비판 기사를 쓰면, 인베이더들은 제 13 군단의 실체에 경악해 반대 시위를 벌일 정도다.

아, 위험천만한 기사를 쓴 인베이더 기자의 신변이 걱정되는가? 당연히 베스의 눈에 띄어 세뇌를 당했으나, 다행히도 월드 11에서 생존이 확정되었으니 안심해도 좋다.

숙명의 아치 에너미, 베스와 헤실 기사

▲ 헤실 기사 한 명 때문에 군단장에서 주정뱅이, 청소부 트리를 탄 건에 대하여 (사진: 국민트리 제작)

베스의 두 번째 핵심 구성요소는 헤실 기사와의 대립이다. 두 캐릭터는 꾸준히 대립하며 칼을 겨누는 숙적이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았는데, 정반대의 결말을 맞이했다.

먼저 헤실 기사 입장부터 짚고 넘어가자. 그(녀)에게 베스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나타나 캔터베리 왕국을 멸망시키고, 왕궁을 초토화시킨 침략자다. 게다가 주민들을 붙잡아 끔찍한 일을 저질러 반드시 타도해야 할 대상이다.

악연의 절정은 월드 9, 10이다. 베스가 헤실 기사를 포탈에 집어던지고, 헤실 기사는 10년 뒤 미래로 보내진다. 눈치챘는가? 그렇다. 미래 공주와 미래 기사가 등장하는 분기점이다. 이때 유저들은 힘든 선택을 해야 했고, 선택지에 따라 새드 엔딩으로 이어진다.

베스 입장에서도 헤실 기사는 끔찍한 존재다. 비정상적인 속도로 성장해 인베이더 군단에 피해를 누적하는 것과 함께 레지스탕스 연합의 구심점이 돼 반격의 불씨를 키운다. 결국 베스가 직접 나서 결전을 벌였다가 패배했고, 이를 계기로 처참하게 몰락한다.

▲ 처참한 몰락이지만, ‘정말 잘 어울리는 옷이다’라는 의외의 평도 많다 (사진출처: 공식 카페)

시즌 2에 들어서는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다. 흥미롭게도 월드 12, 13에서 베스와 헤실 기사는 ‘제 13 군단장’과 ‘가디언’이라는 지위를 내려놓은 채 다시 만난다. 전반적으로 헤실 기사는 과거의 앙금이 없는 듯싶으나, 베스는 침략자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그(녀)를 경계하거나 한 수 접고 들어간다.

눈여겨볼 건 월드 13이다. 당시 베스는 신세 한탄을 하는 한편 가치관에 변화를 느끼고 있었는데, 침략자였던 자신을 도와준 청소부 아저씨를 위해 다시 싸울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때마침 사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헤실 기사를 만나자, ‘나를 베러 온 것이라면 지금은 저 청소부를 지켜야 하니 오늘은 피해줄 수 없느냐’라고 조심스럽게 요청한다.

예전의 베스라면 하지 않았을 대사를 들은 헤실 기사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헤실 기사는 그저 조용히 그녀에게 전에 사용하던 검을 전해주고, 놀란 베스는 서툴게 감사를 표하며 사태 종결까지 협력 관계를 맺는다. 이때 ‘이래 봬도 과거 유능한 군단장이었으니, 일단 나를 믿고 따라 달라’고 말하는 모습은 감회가 새롭다.

내가 죽여온 이들이 나를 지탱한다

그동안 인베이더 군단장으로서 승승장구했지만, 시즌 2에 접어들며 베스의 입지는 나락으로 수직 하락한다. 놀랍게도 새로운 무대인 마계에서 등장하는데, 예전의 위세는 온데간데없는 길거리 주정뱅이 신세가 됐다. 무기도 버려둔 채 인사불성으로 취해있으며, 헤실 기사를 마주해도 신세 한탄과 함께 휘청 휘청 사라질 뿐이다.

그녀와 재회하는 건 바로 다음 에피소드인 월드 13이다. 이대로 폐인의 삶을 살 수는 없었는지, 리리스 타워의 청소부로 취직해 유니폼을 입고 나타난다. 물론, 전직 높으신 분 겸 얼마 전까지 술 주정을 부리던 신세라 청소에는 서툴지만 말이다.

▲ 베스가 버려둔 전용 무기 ‘프레데터’, 이를 헤실 기사가 돌려주는 모습이 감회가 새롭다 (사진출처: 공식 카페)

이때 베스의 변화와 심리 묘사, 행동이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자신을 잘 돌봐준 청소부 아저씨들을 신경 쓰는 한편, 테러리스트 소동이 벌어져 사상자가 발생하자 그들을 화장실로 몰아넣고 언쟁을 벌인다. 베스는 도움을 주던 아저씨들을 보호하려 하고, 아저씨들은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로 보이는) 베스를 위해 싸우려 한다.

상황이 일각을 앞다투기에 베스는 마법으로 청소부 아저씨를 잠재우고 전투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동안 오염 종족이라며 인류를 학살하던 자신의 과거를 혼란스러워한다. 그녀의 심리에 변화가 생겼고, 개심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후 그녀의 행적은 앞서 언급한 대로다. 과거 군단장 시절의 카리스마를 발휘해 바리케이드를 구축, 민간인들을 성공적으로 지켜낸다.

이 에피소드 후 커뮤니티에서 베스의 이미지 변화에 대한 호평과 기대가 늘었다. 더불어 ‘이 에피소드가 등장한 후 베스를 실장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기쁨 섞인 아쉬움도 있었다. 그동안 침략해온 대상에게 구원받아 개심하는 모습을 심도 있게 조명한만큼, 이를 계기로 이어질 남은 시즌 2에서는 조력자로 활약하며 속죄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여론이 많다.

인베이더 군단 신관이라면 밈도 많아야지

누가 헤실 기사의 라이벌 아니랄까 봐, 베스도 다양한 밈을 지닌 ‘밈 부자’다. 가장 유명한 건 헤실 기사와 관련한 밈이다. 챕터 10에서 검은 마법사로 등장했을 때인데, 대치 중인 헤실 기사의 이름을 연거푸 외치는 장면이다. 문제는 이때 유저가 설정한 닉네임을 외치기 때문에 이상한 닉네임을 지었다가 졸지에 긴장감이 와르르 무너진 사례도 있다. 일부 유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런 이름을 두 번이나 외치지 말라고!’라며 화를 냈다는 후문도 있다.

또한, 베스는 지난 시간 소개한 ‘가장 비겁한 기사’ 밈의 근원이다. 헤실 기사를 처치하기 위해 10년 뒤 미래로 날려보냈고, 기사는 ‘미래 공주를 위해 응애 공주를 버리는 무책임한 가디언’과 ‘응애 공주를 위해 미래 공주를 두 번 절망에 빠뜨린 가디언’이라는 가불기에 빠진다. 물론, 어느 선택지를 고르든 분노 게이지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유저들에게 정의 구현을 당하는 것까지가 완성이다.

▲ 뽑자니 적이고, 안 뽑자니 아깝고, 도대체 어떡하라고! (사진출처: 공식 카페)

본인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한 것도 비겁한 기사 밈에 박차를 가했다. 캔터베리 왕국을 재건하고, 인베이더를 물리쳐야 할 기사가 인베이더 군단의 높으신 분을 파티에 영입하는 아이러니함 때문이다.

이를 활용하면 온갖 요상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쳅터 10에서 자신과 영혼의 맞다이를 하거나, 인베이더 토벌을 위해 모인 영웅 사이에 은근슬쩍 합류 또는 미래 베스를 물리치고 현재로 돌아와 헤실 기사 마냥 엉엉 우는 응애 공주를 안고 달래주는 장면이다. 감동적인 장면이 망가진 것 같지만,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어 유열을 즐기는 유저들도 존재한다.

시즌 2 재등장한 후엔 ‘주정뱅이’ 밈도 더해졌다. 인류를 위기로 몰아넣은 극악무도한 침략자 리더의 몰락과 술 주정을 부리는 모습이 큰 인상을 남겨서다. 게다가 청소부로 재취직하고 개그 캐릭터로 노선이 변화해 소주병을 들고 다니는 팬아트나 비슷한 술꾼 ‘린’과 엮이는 추세다.

패러디 탐사: 기동전사 베스맨 X4

끝으로 베스에 녹아있는 각종 패러디를 알아보자. 가디언 테일즈에는 무수한 패러디가 있는 만큼, 본문에 없고 유저 여러분이 발견한 추가 패러디 요소가 있다면 댓글로 덕력 어필을 부탁한다.

가장 잘 알려진 건 스킨 ‘베스 MK – Satan’이다. 일본 기업 ‘코토부키야’의 미소녀 프라모델 라인업 ‘프레임 암즈 걸’에서 모티브를 따왔는데, ‘흐레스벨그’의 디자인을 보면 헤드기어 디자인이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등의 V자형 빔 날개는 건담 시리즈의 ‘스트라이크 프리덤 건담’ 날개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싶다.

이어 영화 마니아라면 최초 소환 대사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두는 법’이라는 말로, 수많은 상을 섭렵한 명작 ‘대부’ 시리즈 2편의 명대사다. 시리즈의 주인공 ‘마이클 콜레오네’의 대사인데, 헤실 기사와 베스의 관계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점이 포인트다.

▲ 록맨 제로 시리즈 완결을 장식한 명장면과 흡사하다는 평이 있다 (사진: 국민트리 촬영)

끝으로 ‘캡콤’의 고전 명작 ‘록맨’ 시리즈의 오마주도 있다. 그중 ‘록맨 제로 4’와 ‘록맨 X4’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전자는 베스의 계략에 의해 헤실 기사가 미래에 남는 새드 엔딩에 등장한다. 바로 헤실 기사의 유품인 투구만 남는 씬이다.

록맨 X4 오마주는 같은 최종 보스 ‘시그마’가 대상이라는 분석이 많다. 해당 캐릭터는 베스의 암흑 마법사처럼 사신을 연상하는 후드를 입고, 흑막으로 암약한 바 있다. 3페이즈에 걸친 보스전을 펼치는 최종 보스인 점도 단서다. 더불어 맵 하단에 ‘구슬 생성 – 분신 소환 – 여러 모습으로 변하며 광선과 운석 등을 떨어뜨리는 3페이즈 패턴’처럼 작품을 즐겨본 유저라면 낯이 익은 패턴도 구사한다. 아무래도 베스를 제작할 당시 개발진 내에 록맨 유행이 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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