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이 글을 적기 전 혹시나 해서 나무위키에 들어갔습니다.
다 봤습니다. 영화를 다 봤어요. 마블 영화를! 2014년 윈터 솔저때부터! 모든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이건 말이 안됩니다. 혹시 내가 놓친 영화가 있어서 이런 이해 안되는 흐름의 영화를 본건가 했는데, 이젠 확실해졌어요. 이건 TV판 영화로 나왔어야 할 퀄리티의 영화를 마블 영화라고 제값 받고 판 셈이었습니다.
그동안 그래도 마블이라고, 노 웨이 홈이나 가오갤3 같은 명작도 만든다고 별 얘기 안했는데, 오늘은 좀 적고 싶어졌습니다. 아... 맥주 한잔 하고 싶은데 헌혈해서 되는지 모르겠네요. 생각해보니 당일만 먹지 말라고 했지 다음날도 먹지 말라고는 안했었네요. 12시 지났으니 마시며 적으렵니다.
1. 전형적인 것도 정도가 있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저는 전형적인 거 정말 좋아합니다. 남들은 '이거 너무 진부한 거 아냐?'라고 해도 플롯상, 혹은 절정에서 그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면 좋아하고, 특히 슈퍼히어로물은 바로 그 '전형적'인것 때문에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런 장면을 좋아합니다. 가오갤 1만 해도 사실 어머니와의 회상과 마지막 가오갤의 형성 자체는 언더독의 전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전형적이었지만, 그간의 빌드업이 각별하고 즐거워서 그 감정의 폭발이 너무 맘에 들었죠.
근데, 자 하나 말해볼게요
a. 적(혹은 아군)이 뭔가를 찾는다.
b. 적(혹은 아군)이 일이 틀어짐을 알고, 그러면 이걸 타개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여기까진 브금이 심각하거나 없음
c. 갑자기 장면이 확 바뀌면서 경쾌한 브금과 함께 도시가 나오고 경박한 모습으로 그 필요한 도구(혹은 능력)의 주인공이 노닥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닌가요? 네. 마블에서 상당히 즐겨 사용하는 장면입니다.
사실 초반 MCU에선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럼 언제 이 장면이 인상깊게 쓰이느냐?
제 기억상 캡틴 아메리카:시빌워입니다. 이 장면 전환이 상당히 적절했던게, 아직도 이전 장면은 기억이 안나는데 스파이더맨 등장씬, QUEENS와 함께 나오는 LEFT HAND FREE 브금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문제가 뭐냐면, 이 때 장면이 워낙 잘 뽑혀서인지 몰라도 이후 MCU에서 심심하면 나온다는 겁니다. 이 장면이 인상깊은건 모두가 사랑하는 이웃 스파이더맨과 시빌워 영화 자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제대로 코미디를 날린다는 흐름에 있기도 한데요.
샹치? 샹치는 그렇다 치겠습니다. 한번 정도 다시 쓸 수 있지.
그렇다고 한번만 나왔냐? 아뇨, 지금 기억이 안나서 혹시 틀릴까 싶긴 하지만 이후 MCU를 볼 때마다 이런 비슷한 장면을 본 거 같아요. 다만 그 영화들을 다시 볼 엄두들이 안납니다.
그리고 오늘 또 봤습니다. 정말 화나는건, 그동안은 그래도 빌드업을 어느정도, 정말 어느 정도 하고 그런 장면 전환을 썼는데, 이번엔 빌드업? 아니 3분도 안되는 장면 이후에 바로 클리셰를 써버리는겁니다. 그렇다고 빌런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난 것도 아니고, 지금 나오는 캐릭터와 비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보는 사람은 벙찌는 겁니다. 빌드업이 어느 한쪽도 제대로 된게 없어요. 이게 뭐야? 아니 이게 뭐냐고? 하면서 일단 계속 보게 되는거죠.
그런데 보다보니 이번엔 갑자기 캡틴 마블이 나옵니다. 아 이거 캡틴 마블 후속편이었어? 그런데 아까 걔는 누군데? 왜 갑자기 바뀐는거야? 점점 영문을 알수 없게 되는거죠. 아니, 클리셰를 쓸거면, 제대로, 빌드업을 해서 써야 될거 아닙니까? 망치가 못을 때리기 위해 있는거지 못도 안올라왔는데 때리면 그게 도구입니까? 나무 부서뜨리려고 있는 무기지. 마치 계란후라이에다 올려야되는 케찹을 프라이팬에 두르는 식이예요. 정작 계란 후라이가 되면 케찹이 다 타서 먹지도 못하는겁니다. 식상한데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는 겁니다!
2. 그래서 빌런은 또 뭔데?
이번 영화의 문제는 빌런의 캐릭터성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겁니다. 아니, 이번 빌런은 진짜 멋진 캐릭터성을 갖고 있었어요. 물론 아내에 대한 사랑에 미쳐버린 불멸자나 영웅인 것처럼 행세하는 사기꾼처럼 참신한 캐릭터성은 아니지만, 오래전 가오갤1에서 몰락해버린 크리 제국에 대한 정신적 후계자로서 모든 크리인의 희망으로 책임감을 느끼는 이타적/이기적 최고사령관이라니, 이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진 빌런이 어디 있었습니까? 아니, 우주의 절반을 날려버리려는 죄책감을 이고 간 타노스 님 같은 예외는 제외하고요. 그야말로 입체적인 성격을 가지기에 이만한 빌런도 없었을겁니다.
그런데 이 친구의 행적? 아니 솔직히 행적은 정말 이해가 됩니다. 아무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바로 캡틴 마블입니다. 빌런의 행동은 사실상 캡틴 마블의 행적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겁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빌런과 캡틴 마블의 갈등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게 상당히 중요한게, 그동안은 절대 악 같던 빌런이 사라지거나(레드 스컬), 결국 빌런의 뜻을 등에 지고 가거나(블랙 팬서), 이도 저도 아니면 빌런이 회개하는(이터널스, 가오갤3),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었는데, 이번 빌런은 자신의 뜻을 히어로와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절대 악도 아니고, 회개도 안했습니다. 진짜 말도 안되는게, 캡틴 마블과 빌런은 분명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흐름상 빌런은 캡틴 마블을 믿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사실상의 말도 안되는 자기파멸엔딩을 맞이하는데, 심지어 그 죽음이 무의미한 수준이었다는거죠. 개죽음이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캡틴 마블이, 진짜 했어야 할 시도들을 하나도 안하고 있었고 마지막 죽음에 대해서도 크리인들에게 말하지 않는 등 허술하게 처리해버렸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거죠.
지금까지의 빌런들은 적어도 최후에 대한 당위성을 찾을 수 있거나, 쉽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거나, 한번 더 돌이켜 생각해볼만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엔 전혀 아니었습니다. 왜 죽었지? 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더라고요. 이게 뭐야? 왜 죽은거야? 왜 죽인거야?
3. 그래서 애는 또 누군데?
게다가 빌런이 가장 큰 문제도 아닙니다. 차라리 캡틴 마블의 단독 주연이었으면 이런 허술한 점도 안나왔을 것 같아요. 문제는 이 영화가 미즈 마블과 모니카? 라는 캡틴 마블 1에 나왔던 그 조그만 아이가 커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아니, 정말 큰 문제는 미즈 마블이에요. 미즈 마블로 이 영화 장르 자체가 바뀌었거든요.
물론 캡틴 마블이 호불호의 영역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캡틴 마블 1은 조온나 멋있는 캡틴 마블이 각성하기 전 90년대 이야기를 다루면서 캐릭터성을 정립하고 즐거운 95 윈도우 등의 레트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믹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갑자기 하이틴 메리수 코미디 영화로 장르가 변경됩니다. 아니, 이 영화는 제법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탈무드에서 나오는 말이 있죠. '내 피는 다른 자의 피보다 진한가?' 이 영화에서 이 주제는 좀더 무겁게 다룹니다. '내 종족의 생존이 달려있을 때 다른 종족의 거주지를 파괴해도 되는가?' 이에 대해 부정하면 결국 나올 질문도 있죠. '그렇다면 여기에 태어난 나는 무슨 죄가 있는것인가? 왜 그들이 얻은 것이 아닌 것을 내가 얻겠다는게 안된다는 것인가?' 같은 말이죠. 아니, 그런데 이런건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중요한건 이런 주제를 다루는데 정작 중점은 이 미즈 마블을 활약하게 만들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거든요.
'어머니..'를 외치고 사라지던 닉 퓨리는 어디 갔습니까? 늘 심드렁하고 신경질적이던 닉 퓨리 어디갔냐고요. 왜 권총을 가지고 미즈 마블과 히죽거리고 왜 전투 하나에 당황합니까?
왜 모두의 갈등이 그냥 한번 말하고 어깨 한번 감싸쥐고 끝나는 겁니까? 아니, 가오갤이었으면 여기서 틱틱대든 시니컬한 농담을 하든, 화해를 거부하든 긴장감을 쫙 가져갔을겁니다. 아직 화해할 때가 아닙니다. 그만큼 무거운 원한이었을 것들이 무진장 나오거든요.
왜 이런 갈등이 겨우 5분도 안걸리는 시간에 풀리냐고? 이 미즈 마블이 활약해야되니까요. 이 아이를 메리수마냥 만들어야 되니까. 이 아이를 중심으로 앞으로 서사를 만들어가야하니까!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니 그러면 이 애가 중심이라면 이 아이에 대해 설명이 되었냐? 아뇨. 저는 얘를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그동안 미즈 마블이 뭘 해왔는지 아는건 하나도 없고, 사람들이 일부러 미즈 마블을 찾은 것도 아니고, 애가 카리스마를 가지든 정신적 성장을 하든 그런 것도 없고, 그냥 시종일관 머리에 꽃밭이 있는것 마냥 어디서든 실실대고 있다가 막판에 갑자기 뭘 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 히어로에게 감정이입을 하냐고요;
그러니까 영화 자체가 이 아이때문에 계속 붕 뜬 기분이 듭니다. 차라리 둘만, 모니카와 캡틴 마블만 나왔으면 갈등이 하나니 진중하게 풀고, 둘다 과거로 묶인 것처럼 빌런과도 어나힐레이터의 악연으로 묶였으니 동등한 느낌으로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가는 플롯도 가능했어요.
얘가 나와서! 과거를 그냥 대충 풀고! 시나리오도 얼렁뚱땅 가고! 하이틴마냥 이상한 방식으로 갑자기 문제를 해결하고! 그러고도 결과는 시리어스하게 나와버렸습니다!
이게 차라리 끝이면 좋겠는데, 더 심각한건 미즈 마블에게 캐릭터성을 주다보니 온갖 코믹한 장면은 이 친구로 통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상태면 미즈 마블이 빠질 경우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아니, 그나마 봐줄만한 장면인 개그조차도 싹 사라지는 거예요. 왜, 왜 이렇게 만든거예요 영화를?
4. 그래서 이거 언제 끝나?
이게 제일 큰 문제예요. 엔드게임을 본지 벌써 5년? 6년이 다 되어가고 있어요. 엔드게임 보겠다고 밤중에 차 운전하고 도시에 가서 영화 보고 새벽의 여명을 보며 나오던게 엊그제 같은데, 문제는 이젠 엊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원래 안그랬잖아요? 인피니티 사가까지는 적어도 한번씩 엮이는 부분이 있었어요. 아이언맨1? 이미 여기서부터 닉 퓨리가 나왔어요. 닉 퓨리를 중심으로, 비록 퍼스트 어벤저처럼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 주마간산마냥 막 넘어간 경우도 있지만, 이리저리 영화를 만들며 결국 어벤저스에서 한번 묶는데 성공했죠. 이후 어벤저스를 발판으로 결국 엔드게임까지 잘 주행했던게 인피니티 사가였죠. 그때 저도 팬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도 그랬을겁니다.
그래서 지금은요?
파 프롬 홈은, 좋아요, 시작이 괜찮습니다. 스파이더맨이 드디어 리더의 위치로 올라가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상한걸 느꼈어야 했습니다.
블랙위도우는 재밌게 봤습니다. 과거 얘기지만, 재밌는건 재밌는거지.
샹치? 그래 여기서 시작하는구나 싶었죠. 이터널스? 그래서 저 셀레스티얼이 뭔가 중요한 일을 하나 싶었죠. 그런데 가면갈수록 이상한겁니다.
노웨이홈? 정말 감동이지만, 여기서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는 끝이 났고, 원래 아이언맨이 맡기려던 리더 위치에서도 내려왔어요..이제 어벤저스 같은 통합편이 나와야 활약할 타이밍입니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 그래, 이제 멀티버스가 나오나봅니다. 그러겠죠? 이제 모이겠죠?
그런데 러브 앤 썬더? 갑자기 왜 딸을 만들어? 아니, 언제 메인이 시작하는거야?
이상해요. 와칸다 포에버, 퀀텀매니아, 가오갤3 다 보는데, 아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전혀 모르겠는거예요.
히어로물이잖아. 그동안 제대로 메인 빌런을 만들어서 그 메인이 활약하는걸 만들었잖아. 대체 언제 시작하는거야?
그리고 이번에 더 마블스가 나왔습니다.
진짜 구린 퀄로 나왔고, 심지어 이제야 사람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바로 미즈 마블이요.
? 이상한데? 라고 느끼는 분들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바로 그랬거든요.
왜 사람을 모으는거야? 위협이 뭔데? 뭐 때문에 모으는데? 능력은 누가 되는데?
계속 비교하게 되지만, 인피니티 사가는 상당히 당위성이 있었습니다.
닉 퓨리는 수-퍼 솔저라든지, 신이라든지 아이언맨과 같이 대결한 빌런이라든지 여러 경우를 봐왔고, 본인이 '평범한 사람'이니까, 특별한 사람들을 모아서 지구를 위협할지 모르는 악당들을 타겟하겠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반대했다가 어벤저스 때 확실한 성과가 나와서 유지했죠. 닉 퓨리도 사실상 편집증 같은 모습을 보이고요.
그래서 이번엔 어떤 상황인거죠? 지구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다름아닌 캡틴 마블이에요. 본인이 독선적으로 한 행동으로 빌런이 탄생해버리고, 이번 일로 언제든 지구를 파멸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증명됐으니까요. 그런데 캡틴 마블은 그럴 이유가 없다는걸 누구보다 잘 아는게 닉 퓨리와 미즈 마블이에요. 그러면 대체 슈퍼 히어로가 지키는 뉴욕과 지구를 위협할 존재가 누구인거죠?
가장 히어로 집단을 안만들어도 될 것처럼 보이는 영화가, 히어로 집단을 만드는 거예요. 그것도 히어로에 심취한 것 같은 미즈 마블이 만드니까, 그냥 장난치려고, 좀더 기분내려고 만드는 것처럼 보여요. 농담처럼, 오마주처럼 막판에 행동하는데, 솔직히 전혀 안재밌었어요. 이게 뭐하는건가, 무슨 개연성인가 하는 생각 밖에 안들더라고요.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그렇게 만들었다 쳐요. 그럼 지금 이 미즈 마블이 만든 집단과, 멀티버스의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캉이 대결할텐데, 문제는 이 캉이 무슨 목적으로 깽판을 치는지, 심지어 딱히 깽판도 아니에요. 우주를 지배하겠다, 뭐 그런 진부한 사상도 안보이고 지들끼리 잘지내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그냥, 그냥 좀 넓게 독재하겠다는 애를 상대로 이런 히어로 집단을 만드는건데, 그렇다면 멀티버스에서 서로 연락하고 지내는 독재자 집단 VS 틴에이저가 만든 히어로 집단이 다투는게 메인 이벤트가 되는겁니다. 이 빌드업을 보기 위해 기다린 시간이 4년인거예요. 네, 시간만 보면 아이언맨부터 어벤저스까지 걸린 시간과 비슷해요. 사실 이때도 다 성공한건 아니에요. 엄밀히 말하면 아이언맨과 어벤저스만 성공했죠. 그런데 적어도 아이언맨은 확실히 성공했고, 아이언맨의 스타성이 워낙 강해서 어벤저스까지 보러 가게 되는 힘이 있었어요. 지금은, 아, 메인이 미즈 마블이에요. 그나마 중요인물인 스파이더맨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도 예상일만 보면 3년이 남았어요.
아니, 이게 맞나? 맞는건가?
물론 미즈 마블에 대한 캐릭터성을 이해할 수 있는 방안은 있고, 그간의 빌드업을 이해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해서 드라마를 싹다 시청하면 이런 빌드업에 대해 어느정도 뇌내 보정을 거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이것도 기분이 나쁩니다. MCU는 그동안 영화로만 봐도 즐거움을 선사했던 컨텐츠였어요. 페기 카터 안봤다고 캡틴 아메리카가 이해 안됩니까? 어벤저스 엔드 게임에서 캡아가 과거로 돌아가 즐거움을 느낀 이유를 설명 못해요? 드라마 데어 데블 안봤다고 노웨이홈의 맷 머독이 이해 안되나요? 심지어 난 봤어! 봤는데도 그 장면은 그냥 팬서비스 그이상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영화만 봐선 갈등의 빌드업도 다 제대로 안됐고, 갈등을 푸는 장면들은 정말 싹다 작위적인 한방컷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좀 감정 이입 좀 하게 기다려 달라고, 네들이 어깨 만진다고 해결될 갈등이면 진작 됐어야지. 적어도 가슴에 남은 갈등은 있어야 되잖아! 그 갈등이 빌런 말곤 없다는게 가장 어이가 없었어요.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저녁까지 기다렸어요. 거의 다 끝나가는데 안보기는 뭐해서, 오전에 도시에서 할일 다 끝나고 서울의 봄이란 좋은 영화를 봤는데도, 일부러 저녁도 밖에서 먹고 대기도 하면서 이영화를 볼 시간을 기다렸다 이 말입니다. 평이 안좋아도 그냥 마블이 요즘 안나가니 그런게 아닐까 하면서 기다렸죠. 이터널스도 욕 먹었지만 저는 재밌게 봤으니까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이렇게 실망스러운 마블 영화는 처음이었습니다. 왜, 이걸 왜 시네마 영화로 만들었을까 고민했는데, 결과는 하나입니다. 저 히어로 집단 때문이에요. 지금 멀티버스도 나왔고 메인 이벤트 빌런도 나왔는데, 아직도 집단 결성이 지지부진하니까 억지로 집단을 결성하려고, 저 미즈 마블을 낑겨서 넣으려고 무리하게 저퀄의 영화를 만든겁니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돼요. 케빈 파이기가 때이른 노망이 든게 아닌 이상 이런 영화를 일부러 유통시키진 않았을겁니다. 아닌가? 이런 영화를 유통한걸 보니 정말 노망이 든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
계속 메인 이벤트 메인 이벤트 하는데, 저한테도 오늘 하루의 메인 이벤트는 이 영화를 보는 거였습니다.
다 보고나니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서 그냥 주저리 주저리 써봤습니다. 보통 영화를 보았을 때 맘에 들면 나무위키든 구글링이든 나오는 정보를 하나씩 찾아보면 제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관점들도 찾아보는데, 이번건 아직도 제대로 못읽겠습니다. 영화에 대해 곱씹을수록 별로여서 그런거 같습니다.
아... 너무 부정적인 글인데, 아무튼 여러분은 이왕이면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올 때 보시면 좋겠습니다. 디플의 일부로 보는게 이 영화의 가격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물론 저는 남들 다하는거 하면 뭔가 지는 것 같아서 아직 디플을 안하고 있으니 아마 당분간은 다시 볼 일이 없을 것 같네요.
첫댓글 지금 차기 영웅들 서사가 너무 부족해요
사실 서사는 부족하지 않다 생각합니다. 샹치, 이터널스, 스파이더맨, 아메리칸 차베스 모두 아이언맨 정도로는 캐릭터성이 충분하고 서사도 나쁘지 않다 생각해요. 물론 발암의 캐시라든지 이상한 놈들은 많지만...
문제는 중심을 잡는 히어로의 부재예요. 어벤저스 때는 서사가 충분했나요? 사실 어벤저스의 서사는 샹치나 이터널스로도 어느정도 잡힐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벤저스의 서사를 담당한 '닉 퓨리'가 이리저리 나오면서 적어도 떡밥을 지속적으로 날리면서 앞으로 뭔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번 것은 빌런 소개를 너무 오래하다보니 정작 이렇게 모이게 하는 구심점을 빌드업 하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최악의 구심점 계기를 만들어버린거죠. 그냥 구심점 만들지마! 싸우다보니 구심점이 생기게 하라고!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이야기들을 엇나가게 하고 있는거죠.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상상도 안됩니다. 그동안 쌓아온 서사에 덧붙여도 이정도로 중구난방이진 않겠는데요.
워낙 요즘 마블 영화 평가가 바닥이라 스파이더맨이랑 닥스 빼고는 안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