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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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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언 2. 자료의 소개 3. 創世神話의 개별적 검토 4. 한․滿․蒙 創世神話의 변천의 포괄적 검토 5.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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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언
한국과 만주․몽골은 빈번한 교섭을 통하여 역사적·문화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 예로, 1117년 여진의 아골타가 고려에 보낸 국서 가운데에 “高麗爲父母之邦(高麗史 睿宗 12年 3月)”의 기록이나 金王朝가 宋王朝와 국가 정통 논쟁을 벌일 때, 張行信이 “按始祖實錄止稱自高麗而來 未聞出於高辛(金史 張行信傳)”이라 말한 사실은 滿族이 고구려에 대해 느끼는 심정적 일체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1). 심정적 일체감의 이면에는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생활해온 역사적 경험과, 滿族의 세계관의 심연에 자리하고 있는 신화적 사고의 유사성 등이 가로놓여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몽골의 부리아트族이 거주하는 바이칼 호수에서부터 내몽골·동몽골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부여계통의 유적과 유물이 근자에 발굴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대에서부터 일찍이 한민족과 몽골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2). 노르브냠에 의해 몽골과 한국의 창세신화가 대단히 유사한 측면이 있음을 개별 신화소의 측면에서 검토된 바 있는데, 이 역시 신화적 사고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는 두 민족 사이의 공통 요인이 예사롭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것이다3).
최근에 이들 민족들의 신화에 대해 본격적인 대비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서대석, 조동일, 김재용, 이종주, 조현설, 노르브냠, 최원오 등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어 구조적·신화소적 동질성과 이질성이 검토되었고, 새로운 자료들이 학계에 소개되었다4). 이 글은 창세신화에 국한하여, 기존 연구에서 보여준 성과들을 수용하면서, 후속 과제로 남겨진 부분들을 택해 논의를 전개한다.
對比硏究에는 여러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자료의 실상을 확인하여 현상적인 측면에서 같고 다른 점을 검토하는 것에서, 대상 자료를 하나의 범주로 인식하여 동질성이 확인되는 범위 안에서 하나의 큰 틀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각 민족들의 개별성을 확인하여 달라진 연유를 문제삼고, 같을 수 있었던 기반을 적극적으로 고찰하는 따위의 여러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들 민족의 창세신화 자료들 가운데, 현상적인 측면에서 동질성이 확인되는 자료를 대상으로 하여 韓․滿․蒙 세 민족 창세신화의 보편적인 인식과 틀을 설정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살펴보는 데에 일차적 목표를 둔다. 이를 위해 우선 창세신화소들을 각각 정리하여 대비한다. 이어서 창세신의 神統과 인세차지경쟁을 중심으로 창세신화 변천의 공통적 양상을 확인하고자 한다. 신화 변천의 양상은 각 민족마다 다를 수 있어 개별 민족들의 신화 자료가 균등하게 조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창세신화 만큼 다양한 자료를 만주와 몽골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는 만주나 몽골의 신화 연구가 정치한 구비문학 연구 방법론에 의거하여 깊이있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할 것이다. 만주와 몽골의 창세신화 자료들이 그들 민족 내의 또 다른 지역적 차이나 소수부족 사이의 편차를 확인하여 논의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조사되지 못한 데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본고는 자료의 균등한 비교와 대조가 어려운 한계를 안고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어 만주와 몽골의 창세신화 자료 가운데 대비연구의 성과가 기대되는 대표적인 자료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제한적인 자료의 범위 속에서 고찰한 결과가 미처 다루지 못한 자료들을 포괄할 수 있는, 완벽한 일반론의 틀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본고에서 새롭게 고찰한 결과가 한국과 만주, 몽골 창세신화의 공통적인 전승과 변천의 양상의 중요한 줄기 하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자료의 소개
한국의 자료는 이미 기존 연구에서 깊이 있게 분석되었기에5) 번거로운 언급을 피하고 필요한 부분에서 해당 부분을 제시하기로 한다. 만족의 자료로는 <天宮大戰>과 <三人貝子>를 택한다. 몽골의 경우에는 노르브냠에 의해 소개된 구비 신화자료를 택하여 논의하고,6) 필요에 따라 자료를 추가할 것이다.
1) 天宮大戰7)
방대한 분량의 이 신화는 이종주에 의해 소개되었기에 전체적인 내용은 그 쪽에 미루고 여기서는 각 모링별 중심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① 1모링 : 신록을 탄 버어더인무 샤먼의 등장과 샤먼의 권능에 대한 내력이 소개됨.
② 2모링 : 태초에 물거품 속에서 아부카허허가 탄생한 후, 그의 下身과 上身에서 地神 바나무허허와 光明神 와러두허허가 생겨났다.
③ 3모링 : 세 여신이 함께 여성과 남성, 벌레와 짐승을 생겨나게 한다.
④ 4모링 : 아부카허허의 살 한덩이로 만든 九頭의 오친여신이 아부카허허의 뱃속에 들어가 惡神 예루리가 탄생한다.
⑤ 5모링 : 예루리가 세상에 나와 여러 재앙을 퍼뜨린다.
⑥ 6모링 : 예루리가 아부카허허에 대항하여 투쟁이 벌어지는데, 아부카허허가 당해 내지 못한다.
⑦ 7모링 : 예루리에게 아부카허허가 잡히자 뭇 여신들이 구해낸다.
⑧ 8모링 : 예루리와의 2차 대결에서 아부카허허의 뭇 여신들이 함께 예루리를 제압한다.
⑨ 9모링 : 자연현상을 투쟁의 결과로 설명하고, 이어 두 번에 걸쳐 인간세상에 대홍수가 일어나고 이어 男性天神 아부카언두리가 등장한다.
2) 三人貝子8)
이 신화는 창세신화적 성격과 더불어 시조신화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서사단락을 정리한다.
① 아부카언두리가 인류를 만들어 내어 地上에 가서 살도록 보내었다.
② 大地에는 빛과 열이 없어 매우 어둡고 추웠기에 인간들이 살아갈 방법이 없었다.
③ 아부카언두리가 四徒弟에게 4개의 태양을 만들게 했으나 그들이 9개를 만들었다.
④ 태양들에게 빛을 많이 비추도록 경쟁을 시키니 대지는 메마르고 짐승이나 사람이 죽을 지경이었다.
⑤ 窩集部의 산인베이지는 장백산주의 아들이라고도 하는데, 아부카언두리가 하늘제사 때에 米酒를 마시고 추하여 인간세상에 내려와 인간과 결연하여 낳은 아이다.
⑥ 산인베이지는 대단히 빠른 성장을 하면서 거인적 면모를 과시한다.
⑦ 산인베이지가 9개의 태양에게 1개만 남고 가라 하나 오히려 빛과 열로 인해 부상을 입어 장백산 부왕에게 도움을 청한다.
⑧ 부왕의 방책에 따라 河神的 性格의 巨蟒과 土地神의 도움을 얻어 태양을 제거한다.
⑨ 아부카언두리가 나타나 태양을 남겨 두라 하고는, 산인베이지에게 오채천승을 주고 태양을 관장하게 하였다.
⑩ 아부카언두리가 둘째 태양의 열을 뺏아 달로 만들어 버렸다.
⑪ 滿族의 祭天典禮는 산인베이지에 대해 제사하는 전례인데, 이는 곧 태양을 없애준 神의 傳說이다.
3) 오치르바니 보르항과 차강 슈헤르트9)
대지와 인간을 창조한 두 창세신의 창세과정과 악마의 등장, 그리고 두 창세신의 인세차지 경쟁 따위가 그 내용이다.
태초에 대지(즉 땅)라는 것은 없었다. 단지 공기와 물 두 가지가 있었을 뿐 이다. 그 때 오치르바니 보르항(Ochirbani burhan; 金剛佛)은 하늘에 있었다. 그가 한 번은 아래를 바라보고서 「이 대수(大水) 대신에 대지를 만들리라」 하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그는 이 일은 혼자서는 도저히 할 수 없고, 누군가 도와줄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벗이 될만한 동지를 찾아 헤매다가 차강 슈헤르트(Tsagaan Shühert)를 발견하고, 그를 동지로 택하였다. 그들이 물 가까이 이르렀을 때 바다 가운데에 큰 거북이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오치르바니가 이르기를, “너는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 그 놈을 물 위로 끌고 와 배(腹)를 위쪽을 향하게 한 다음 그대로 버려둬라. 나는 그 놈의 배 위에 앉아 있겠다. 그러면 너는 그 사이에 바다 밑으로 들어가 흙을 가져와라! 하지만 너는 늘 나를 생각하면서 가거라. 그러면 생각한 바가 그대로 실현될 것이다.”라고 말하고서, 차강 슈헤르트를 바다로 보냈다.
그는 바다 밑으로 다가가 진흙창에서 흙을 가져오려고 했으나 뜻하지 않게 기이하고 단단한 물체와 마주쳤다. 그는 마음 속으로, ‘내가 가지려고 한 것이 아니다. 오치르바니가 가져오라고 한 것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차에, 손 가득히 진흙이 쥐어져 있었다. 그는 이 진흙을 가져다가 오치르바니에게 주었다. 그는 차강 슈헤르트가 가져온 흙을 거북이 위에 놓았다. 그러자 점차 거북은 자취를 감추고 대지가 생겨나, 그 위에 둘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 둘은 앉아서 졸다가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 그 이전에는 원래 잠자고 휴식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이 때 악마가 땅 위에 둘이 있는 것을 보고 다가왔다. 그러나 그 둘이 누워 있는 곳 말고는 다른 자리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악마는 ‘이 둘을 잠자는 채로 세상과 함께 물 속에 버리겠노라’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땅에서 그들을 낚아채 물 속으로 던지려고 하였으나 물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그러자 악마는 할 수 없이 세상 끝으로 가서 두 보르항(=神佛)을 물 속에 버릴 요량으로 그들을 움켜쥐고 세상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그러나 가도가도 물은 보이지 않았다. 악마는 힘이 다하도록 달려 끝내는 탈진하여 두 보르항을 벌판에 버린 채 달아나 버렸다. 악마가 자취를 감춘 뒤 오치르바니가 일어나 친구를 불러 깨우고서는 말하기를, “악마가 우리 둘을 물 속에 처넣어 죽이려고 한 것을 우리의 대지가 구원해 주었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둘은 생명을 얻게 해준 대지 위를 거닐었다.
그러다가 둘은 ‘이 대지에 생명체를 만들어내자’고 합의하였다. 이렇게 하여 진흙으로 사람을 만들어 세우고, 이제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을 차례가 되었다. 이에 오치르바니가 말하기를, “우리가 생명을 구해 오려고 떠난 사이에 악마가 와서 이 사람에게 해코지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훌륭한 파수꾼이 필요하다.”라고 하였다. 그래서 차강 슈헤르트가 개를 만들어 사람을 지키도록 하였다. 한편 개는 그 때 털이 없는 벌거숭이였다. 그래서 둘은 사람에게는 혼(精神)을, 개에게는 털을 가져다 주기로 하였다.
그 둘이 떠나자마자 악마가 나타났다. 개는 악마를 물어뜯으려고 하면서 사람에게 전혀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악마가 말하기를, “너 제발 짖어대지 말고 물러나 있거라. 내가 너에게 털과 음식을 주겠노라.”라고 하고는 개에게 털을 주었다. 그러나 개가 음식을 요구하자, 다시 악마가 말하기를, “이 사람은 너의 주인이다. 그가 너에게 먹을 것을 줄 것이다.”라고 하고는, 사람의 몸에 접근하여 실을 태워 거기서 나오는 연기를 사람의 코에 불어넣었다. 그러자 사람은 곧 바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이내 악마는 없어져 버렸다.
오치르바니가 친구와 함께 돌아와 보니 사람은 이미 생명을 얻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이 광경을 보고 말하기를, “우리가 너를 만들고, 혼을 구해 와서 너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갔는데, 네가 소생하여 돌아다니고 있구나. 누가 너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느냐?”라고 묻자, 사람이 말하기를,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렇게 하여 사람이 만들어지고, 그들은 또한 동물을 만들었다.
오치르바니가 차강 슈헤르트에게 말하기를, “이제 이렇게 만든 사람을 지도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너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고 경솔하다.”라고 하자, 차강 슈헤르트가 투덜거리면서 말하기를, “내가 없으면 너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말다툼이 시작되어 급기야는 틀어잡고 싸우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오치르바니가 이르기를, “자, 이러지 말고 둘이서 그릇에 물을 붓고 각각 바라보고 앉아 있도록 하자. 그리고 누구의 그릇에서 꽃이 자라나는가를 보도록 하자. 그리고 꽃이 자라나는 쪽이 이 세상의 주인이 되도록 하자.”라고 하였다. (그런데) 실은 악마가 이렇게 이 둘 사이를 갈라놓고 불화를 일으켰던 것이다. 그렇게 앉아있는데 오치르바니의 그릇에서 먼저 꽃이 자라났다. 차강 슈헤르트가 애꾸눈을 뜨고 이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는 오치르바니의 꽃을 자기의 그릇에 갖다 놓았다. 오치르바니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서, “이 세상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사기꾼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라고 말하고서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4) 쉬베게니 보르항과 마이다르 보르항․에세게 보르항10)
이 신화에서는 창세신 셋이 합의하여 인간세상을 만드는 내용이 있으며, 이어 세 창세신의 인세차지경쟁이 이어져 있다. 다만 경쟁에 참여한 세 신 가운데 에세게 보르항은 경쟁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한국 북부지역의 창세신화와 같이, 미륵과 석가라는 명칭을 덧입은 두 거인신이 등장하고 있어 특별한 관심을 끈다.
옛날에 대지(즉 땅)라는 것은 없고 전체가 대수(大水)로 덮여 있었다. 석가모니 보르항(=석가모니불), 마이다르 보르항(=미륵불), 에세게 보르항(Esege burhan)11) 셋이서 합의하여 세상을 만들기로 하고 물위를 가고 있었다. 그 때 마침 앙가트(Angat)라는 새(원앙새?)가 새끼 12마리를 데리고 물위로 떠가고 있었다. 세 보르항이 새에게 이르기를, “너 말이야, 물 밑바닥에 들어가 그 곳에서 검정색, 빨강색 흙과 모래를 가져다 다오!”라고 하였다. 앙가트라는 새는 세 보르항의 말에 따라 물 밑바닥으로 잠수해 들어가 검정색 흙, 빨강색 흙과 모래를 날라다 주었다. 그리하여 세 보르항은 앙가트 새가 가져다 준 흙과 모래를 물 위에 뿌려서 땅을 만들고, 그 곳에 나무와 식물이 자라나게 하였다고 한다.
그 다음에 사람을 만들었다. 사람의 몸은 빨강색 진흙으로, 뼈는 하얀색 돌로, 피는 물(水)로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세 보르항은 남자와 여자 두 사람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이 두 사람에게 어떻게 생명을 불어넣고, 누가 이들을 보살필 것인지에 대하여 논의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세 보르항은 각각 자기 앞에 그릇을 놓아 두고, 누구의 그릇에서 빛이 발(發)하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그들은 각자의 앞에 있는 그릇에서 빛이 발하는 보르항이 앞으로 사람을 보살피기로 결정하고 모두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석가모니 보르항이 맨 먼저 일어나 그릇을 살펴보았다. 그 때 마이다르 보르항 앞에 놓인 그릇에서 빛이 발하고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석가모니 보르항은 마이다르 보르항 앞에 있는 그릇을 자기 앞에 있는 그릇과 바꾸어 놓고서는 다시 누워 잠을 잤다. 얼마 있다가 세 명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 그릇을 살펴보았다. 당연히 석가모니 보르항 앞에 있는 그릇에서 꽃이 피어나고 빛이 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석가모니 보르항이 사람들을 보살피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이다르 보르항은 석가모니 보르항이 속임수를 써서 꽃이 피고 빛을 발하는 자기 앞의 그릇과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르기를 “네가 나를 교활하게 속였기 때문에 네가 보살필 사람들 역시 서로가 서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속이고, 도둑질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후 마이다르 보르항과 에세게 보르항은 하늘로 가고, 석가모니 보르항은 자기들이 만든 두 사람과 함께 지상(地上)에 남게 되었다. 한편 보르항이 맨 처음 사람을 만들 때 추위에 떨지 말고 얼지 말라고 털을 주었다. 그러나 개는 만들 때부터 벌거숭이로 두었다. 석가모니 보르항은 두 사람이 잠자고 있는 사이에 개에게 그들을 지키도록 명하고 하늘로 갔다. 그 사이에 악마가 나타났다. 개는 석가모니 보르항이 시킨대로 으르렁거리고 짖어대면서 악마가 잠자고 있는 사람 쪽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자 악마가 말하기를, “너 말이야, 제발 나에게 으르렁거리지 마라. 네가 가만히 있으면 내가 먹을 것을 주마. 그리고 사람처럼 털도 만들어 주겠다. 그러면 너는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개는 악마의 말을 듣고 으르렁대기를 그만두었다. 그러자 악마는 개에게 먹을 것을 주고 털도 자라게 해주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개의 털을 불결하다고들 한다. 악마는 잠자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사방에서 침을 뱉고 가버렸다. 석가모니 보르항이 하늘에서 내려와 악마에게 해(害)를 당한 사람들과 털이 나있는 개를 보고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개에게 이르기를; “앞으로 너는 항상 굶주림에 시달리리라! 뼈나 씹어 먹고 추위에 떨면서 사람이 세수하고 남은 더러운 물이나 핥고, 사람에게 두들겨 맞으면서 지내리라!”라고 하였다.
그 후 석가모니 보르항은 사람의 더렵혀진 털을 뽑아 정화(淨化)하고, 단지 머리와 여타 다른 곳의 깨끗한 털만을 남겨 놓았다고 한다. 사람이 잠자면서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털은 악마의 침으로 더럽혀지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최초의 사람들은 몸에 털이 없는 벌거숭이가 되었다고 한다.
3. 創世神話의 개별적 검토
3.1. 滿族의 創世神話
<天宮大戰>과 <三音貝子> 그리고 다른 각편을 연결하면 아래와 같이 정리될 수 있다.
①아부카허허(女神)
②바나무허허(大地의 여신) ②와러두허허(별자리 여신)
女性創造
오친女神(九頭)
男性創造
두카허女神 ③예루리(惡神)
시스린女神(바람․천둥)
④ 싱커리女神
저구루女神
더덩女神
푸터진女神
시리女神
⑤아부카언두리(男神) 長白山主
⑥언두리정투 ⑦산인베이지
악신 예루리는 대단한 능력을 지녔기에 상위신으로 인정되는 아부카허허에 대항할 만한 존재로 설정되었다. 실제로 둘 사이의 1차 대결에서는 예루리가 승리하여 아부카허허는 예루리의 포로가 되었다가 두카허여신의 도움을 받는다. 둘 사이의 2차 대결은 아부카허허가 직접 나섰다고 하기 어렵고 두카허여신과 시스린여신 및 시리여신 등이 협공하여 예루리에게 승리하는 양상을 보인다. 결국 선신과 악신의 대결에서 최종적인 승패는 아부카허허에게서 생겨난 여러 여신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하겠는데, 이는 인세차지경쟁에 등장하는 다른 민족의 신화와 함께 검토될 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리라 판단된다.
그런데 아부카허허는 대지의 큰 홍수 이후에 아부카언두리라는 남성신으로 바뀌어 등장한다. 이 양상은 인세창조의 과정과 이후의 과정이 서로 이어져 있으면서, 한편으로 새로운 인세의 신이 등장함을 의미한다고 생각되는데, 이 점 또한 창세신화의 보편적인 틀을 설정할 때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三音貝子>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아부카언두리(阿不凱恩都哩)와 산인베이지의 관계이다. 9개의 태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산인베이지의 행적과, 河神(水神)的 性格을 띤 巨蟒과 山神的 性格을 아울러 지닌 土地神의 기능 등이 아부카언두리와 특별한 관련을 지니면서 창세신화의 공백 가운데 하나를 메울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놀리 전승되는 인세차지경쟁담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나, 여기에 상응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판단되며, 이를 통해 일월조정 및 제치가 갖는 신화적 의미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인베이지의 행적은 해의 수를 조정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인간세상의 신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가 제거하는 여러 해들은 父神이면서 天神인 아부카언두리의 제자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산인베이지의 태양 제치는 상위신 아래의 두 성격의 신들이 대결을 벌이는 것과 유사한 의미를 파생시킨다고 생각한다. 혹시 인세차지경쟁의 또다른 표현이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편, 아부카언두리의 천지창조와 인간창조에 관한 다른 각편이 소개되어 있다12).
태초에 하늘과 물이 맞붙어 있었는데, 아부카언두리가 자신의 모습을 본따서 인간 남녀를 만들어 돌단지 안에 넣어 물에 띄워 보냈는데, 인간이 번성하게 되자, 돌단지가 좁아 땅을 만들어 주었다. … 아부카언두리는 맏제자 언두리정투에게 인류의 보호신이 되도록 명하였는데, 둘째 제자 예루리가 질투하여 人世에 악마들을 퍼뜨려 놓자 아부카언두리가 둬룽피즈를 내려보내 언두리정투를 도와 예루리를 없애게 하였다. 둬룽피즈가 단칼에 예루리를 없애니, 예루리의 찢겨진 시체는 산과 준령으로 변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아부카언두리, 언두리정투, 예루리의 세 신이 등장하는데, 인세차지경쟁의 범주에 속할 만한 신화소가 있다. <천궁대전>과 달리 아부카언두리가 직접 예루리와 대결하지 않고 언두리정투와 예루리의 대결을 원조하는 상위신으로만 기능한다. 그런데 <천궁대전>에서 아부카허허가 결국 자신에게서 나온 뭇 여신들이 예루리를 제압하는 양상과 견주어 보면, 인세차지경쟁에서 상위의 至高神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어느 쪽이 본래의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금은 판단을 유보해 둔다.
태초의 시절에 인간세상이 만들어지고 지상에 내려오는 천지왕은 그 성격상 아부카언두리와 가깝다. 또한 대별왕과 소별왕의 경쟁에 천지왕이 개입하지 못하는 양상은, 산인베이지가 부친인 아부카언두리의 네 제자가 만든 9개의 태양을 제거하는 데에 관여하지 못하는 것에 비견된다. 물론 최종적으로 해와 달을 생성시키게끔 남겨 두도록 명령하자 산인베이지가 그만 두는 것은 여전히 父神의 권위가 유지됨을 뜻하기에 차이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산인베이지의 원래 목적이 해를 하나 남기고 나머지를 제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산인베이지의 의도와 아부카언두리의 뜻이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전적으로 父神인 아부카언두리의 명령 때문에 태양 제치가 중단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런 해석의 근거를 더해주는 것은 바로 巨蟒으로 표현된 河神(水神)과 土地神의 등장이다. 천신의 후예이면서 천신이 마련한 질서가 인간세상에 맞지 않아 시정하고 河神과 地神의 助力으로 새로운 인세의 질서를 마련하는 것은 이 신화의 의미를 증폭시키는 하나의 요소이다. 결국 天神으로부터 인간영웅이 五彩天繩을 받아 태양의 뜨고 지는 것을 관장하게 되었으니 인세에 새로운 천신(태양신)이 등장한 것이다13). 그 아래 河神과 地神이 놓인 형국이어서 비로소 인간들의 삶과 직결되는 신들의 계통이 확정되었다고 하겠다.
3.2. 몽골의 창세신화
몽골의 두 자료는 한국의 북부지역 창세신화와 대단히 닮았다. 불교의 영향을 받은 神名이 그렇고 인세차지경쟁의 수단이 그렇다. 창세의 주역신이 둘이기도 하고 셋이기도 한데, 한국의 창세신화에서 지역별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에세게 보르항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우나, 다른 자료에 보면 父神이 에세게로 설정되어 있다14).
① 식무니, 마이다르, 에세게(父神) 셋이 누가 人世를 차지할 것인지 의논한다.
② 각자의 앞에 도자기를 놓아두고 누구의 도자기에서 빛이 발하는가 하는 시합을 한다.
③ 식무니가 먼저 일어나 마이다르 앞의 도자기에서 빛이 발하고,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자기 것과 바꾸었다.
④ 마이다르가 식무니의 속임수를 알고 인간세상 사람들이 서로 속이고 도둑질하면서 살 것이라고 예언한 뒤 승천한다.
에세게는 식무니와 마이다르의 인세차지경쟁에서 배제되어 있는데, 두 거인신의 상위신이라 한 점이 주목된다. 앞서 제시한 자료의 에세게 보르항이 上位의 父神이라 한다면, 쉬베게니와 마이다르의 경쟁에 함께 참여하다가 아무런 이유없이 이후 경쟁에서 사라지는 설정이 이해될 수 있다. 제주도의 창세신화에서 父神인 천지왕이 대별왕과 소별왕의 대결에 개입하지 못하고 배제되어 있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른 자료에는 ‘하늘’의 맏이인 에를렉과 동생 울겐 형제가 대결을 벌이는데, 형이 속임수를 써서 동생을 이기는 것으로 설정된 신화가 있다. 여기서도 역시, 父神이 누구인지 구체적이지 않으나, 형제간의 대결에 등장하지 않는다15).
① 칠형제인 ‘하늘’의 맏이 에를렉Erleg과 동생 울겐Ulgen 둘이 사람을 만들었다.
② 울겐이 주술로써 사람을 만들고, 金·銀 그릇에 파란 꽃이 피게 하였다.
③ 에를렉이 그것을 훔쳐 다른 사람을 만들었다.
④ 울겐이 화가 나서 에를렉이 만든 사람은 黑人이 되어 서쪽에서 살고, 자신이 만든 사람은 白人이 되어 동쪽에 가서 살 것이라 예언하였다.
⑤ 검은 사람이 가죽으로 헤츠(무당이 쓰는 북)를 만들어서 이 땅에 내려와 무당이 되었다.
노르브냠이 소개한 자료에서는 에를렉과 울겐 가운데 누가 형인지 혼란이 있다. 울겐 혹은 울리겐은 몽골-투르크系 창세신화의 주인공이자 창조주라 하는데, 에를릭(Erlig)이 친동생으로 나온다. 에를릭은 실제로 땅을 만든 신이라 하는데, 신화 내용에 보면, 에를릭이 물 속에 잠수하여 흙을 입에 담아 와서 울겐에게 주어, 울겐이 그 흙으로 땅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 때 에를릭이 입안에 남아있던 흙을 뱉어 늪과 산골짜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울겐이 화가 나서 에를릭이 이 땅에서 흔적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 악담을 했다고 한다.16) 형제관계가 역전되어 있는데, 어느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두 설정이 각기 전승되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국과 만족의 경우와 대비해 보면, 속임수로 인간을 창조한 에를렉은 석가, 소별왕,차강 슈헤르트, 쉬베게니에 상응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물 속에 들어가 흙을 가져와 대지를 창조하였다는 신화소를 고려하면, 에를릭은 몽골1의 차강 슈헤르트와 같은 성격의 신이라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울겐이 이승을, 에를릭이 저승을 차지한 것이어서, 治所의 차원에서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인세차지 경쟁의 결과 몽골-투르크의 신화에서는 에를릭이 地下神이 되었다고 하지만, 부리야트의 신화에서는 땅의 신으로 나타난다고 하므로, 에를릭의 성격을 현재로서는 확정하기 어렵다고 하겠다17).
3.3. 한국의 창세신화
한국의 경우, 천지창조의 主神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 문면에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두 자료를 제시한다.
한을과 이 생길 젹에\미륵님이 탄생한즉\한을과 이 서로 부터\러지지 안이하소아\한을은 북개곡지차럼 도도라지고\는 四귀에 구리 기동을 세우고 <김쌍돌이본>
천지개백 도업으로 제이르자\도수문장이 손으로 하늘을 치받고\또 손으로 지하를 짓 눌러\하늘 머린 건술 건방 방으로 도업고\땅의 머린 축방으로 열립네다 <고창학본>
미륵과 도수문장은 하늘과 땅을 분리시킬 만한 거인신이다. 미륵이 천지생성과 동시에 탄생하여 미륵 이외에는 어떤 존재도 없었다고 했다. 하늘과 땅이 붙어 있을 때에 도수문장이 나타난 것은 미륵과 다르지 않으나, “옥황이 도수문장 굽어보니”라 하여 하늘 옥황의 천지왕이 도수문장에게 명하여 천지를 분리시키게 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천지의 생성을 가능케 한 창조의 신은 하늘 옥황 천지왕이 되는 셈이어서 한국 창세서사시의 창조신이 제주지역에서 그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 자생한 미륵에게 천지를 분리하도록 명한 존재는 찾아볼 수 없으나 도수문장의 천지 분리는 하늘 옥황 천지왕의 명령에 의해 행해진다.
창세의 거인신이 있어 자발적으로 천지를 분리시켰다고 노래하는 것이나 상위의 신에 의해 거인신이 분리시켰다고 하는 경우는 모두 대단한 거인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 의해 천지가 직접적으로 갈라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는 중국의 盤古神話와 유사한 점이 인정된다.18) 그러나 盤古는 적극적으로 천지를 분리시킨 주역이 아니라 날마다 키가 자라나 하늘과 땅 사이가 벌어지게 되었다고 하여 우리의 경우와 차이가 있다. 오히려 水族, 布依族, 佤族의 창세신화에 천지를 분리시킨 주역으로 翁戛, 伢俁, 天神 里와 地神 倫등이 등장하고 있어 유사성이 확인된다19). 따라서 거인신의 천지 분리 신화소를 盤古神話의 영향이라 단언하기는 어렵고, 창세신화이면 설정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이 생길 적에 미륵이 탄생하였다고 한 점은 아부카허허에 가깝다. 둘 다 천지미분의 상태에서 분리의 주체로 등장하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단지 미륵은 자의에 의해서, 아부카허허는 자연적으로 물거품이 길어지면서 천지가 분리된 것이 다르다. 그렇다면 미륵은 아부카허허처럼 創世의 至高神인가 하는 점이 문제로 제기될 수 있으나, 결정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다만 미륵의 신체에서 일월성신이 만들어졌다고 하는 북부지역의 이본들을 참고할 때 미륵이 인세창조의 주역신임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북부지역의 <정운학본>에서는 창세의 주역신으로 세 신이 등장한다. 인세차지경쟁의 두 주체인 미륵과 석가여래는 각각 三十三天과 二十八宿이 本이라 하고, 창세신으로 등장하지만 경쟁에서 배제되어 있는 서인님은 근본이 天下宮이라 하였다. 세 신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확정하기 어려우나, 몽골의 신화를 활용하면, 서인님은 에세게 보르항과 거의 같은 神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서인님의 天下宮은 중부지역의 <시루말>에 창세신으로 인정될 수 있는 天下宮 당칠성과 겹친다. 서인님이 미륵과 석가여래의 상위신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20)
4. 韓․滿․蒙 創世神話의 변천의 포괄적 검토
4.1. 창세신과 다른 신들의 관계
한국과 만주, 몽골의 세 민족 창세신화를 하나의 범주로 묶어 이해하게 될 때, 창세의 主神과 下位神, 그리고 인세차지경쟁의 主體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우선 하나의 가설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다.
가)上位의 創造神
나)下位의 創造神① 下位의 創造神②
다)人世차지競爭神① 人世차지競爭神②
라) 除治의 對象(神)
가)의 경우를 살핀다. 여기에는 아부카허허-아부카언두리, 오치르바니 보르항, 에세게 보르항 등을 들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에는 천하궁 당칠성, 천지왕이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북부지역본에서 천하궁 서인님을 에세게 보르항과 같이 이해하여 상위신으로 설정할 수 있을 가능성만은 남겨둘 수 있다고 생각되며, 다만 상위신의 표지가 대단히 약화되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오치르바니 보르항은 상위의 창조신으로 성격이 명확하지는 않으나 차강 슈헤르트를 찾아 그로 하여금 육지를 만들 수 있게 하였기에 상위신의 흔적을 지녔다고 판단된다.
나)의 경우를 살핀다. 아부카허허의 각 신체부위에서 생겨난 여러 여신들과 쉬베게니 보르항, 마이다르 보르항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차강 슈헤르트는 오치르바니의 뜻에 따라 육지를 창조하는 데에 직접 기능하는 下位神的 면모를 드러낸다. 아부카언두리의 네 제자 역시 상위신의 命에 의해 인세에 태양을 만든 존재여서 이 범위에 들 수 있다. 한국의 경우, 미륵과 석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미륵은 하늘과 땅을 분리시킨 주역신이며, 그의 신체 일부에서 일월성신이 생성되었기에 창세의 主神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늘에서 미륵이 들고 있는 금·은쟁반에 떨어진 금·은벌레가 인간 남녀가 되었다고 노래한 것에 주목하면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미륵이 하늘에 축사하여 인간의 근본인 금·은벌레가 내려왔으므로(미륵님이 … 한을에 祝詞하니/한을에서 벌기 러져) 미륵의 상위에 창세신이 따로 존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21). 이런 추정이 인정된다면, 미륵은 하위의 창세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에는 나)에 해당하는 신들이 이어져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善神과 惡神의 대결도 있고, 善惡을 구분하기 힘든 대등한 신격 사이의 대결도 있다. 아부카허허는 지고의 창세신이면서 자신에게서 파생되어 나온 악신 에루리와 대결을 벌이지만, 1차 대결에서 패배하고 만다. 이어 하위의 여신들의 조력으로 승리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예루리와의 대결 주체는 아부카허허가 아니라 하위신인 셈이다. 이런 사정은 제주지역에서 천지왕이 수명장자와 대결을 벌이다가 실패하고 소별왕이 나서서 징치에 성공하는 <박봉춘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만주의 신화에서는 경쟁의 주체가 라)의 제치대상과 같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인세차지경쟁이 대·소별왕 사이에 벌어지지만, 그 이전에 천지왕과 수명장자의 대결은 인세를 누가 다스릴 것인가 하는 의미의 대결로도 이해할 수 있어 滿族의 신화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치르바니와 차강 슈헤르트, 쉬베게니와 마이다르의 대결은 미륵과 석가의 대결과 거의 동일하므로 이론의 여지가 없다.
<三音貝子>에서는 男性天神인 아부카언두리가 등장한다. <天宮大戰>과 견주어 보면, 이 신화는 <天宮大戰>에 곧 바로 이어져 보다 완결된 滿族의 신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女神 아부카허허가 대지의 큰 홍수 이후에 男神 아부카언두리로 바뀐 양상이 그대로 이어져 산인베이지라는 시조신화와 연결되고 있다. 아부카허허가 창세신이니 아부카언두리가 창세신으로 설정된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다만 아부카허허 시절에 이미 생성되었던 日月이 없어 4명의 제자로 하여금 태양을 만들도록 하였다고 한 것이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아부카허허 시절의 대홍수가 인류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할 때, 일월의 생성이 다시 등장하는 것이 신화의 연결에 있어 크게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인간세상의 위대한 신으로 제향을 받는 존재가 산인베이지이므로, 그는 인세의 질서를 갖추게 한 인간 영웅이면서 신이다. 人世의 治者가 되기 위해 누구와도 대결하지 않았다 하겠으나 산인베이지가 아부카언두리의 네 제자와 대결을 벌이는 것 역시 대별왕과 소별왕의 대결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하겠다. 단순히 여럿인 해를 제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해를 주관하는 신적인 주체가 분명하므로 둘 사이의 대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복수의 해를 제거하는 것은 자연적 재앙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의미에 인세의 치자를 하나로 확정하는 의미가 중첩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22) 인세차지경쟁의 또 다른 양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언두리정투가 예루리와 대결하는 양상은 대별왕과 소별왕의 대결에 더불어 소별왕과 수명장자의 대결이 합쳐진 양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둘은 모두 아부카언두리의 제자이니 같은 층위의 신이라 할 수 있고 대·소별왕과 같이 형제 관계로 설정된 것과 같이 다룰 수 있다고 본다.
라)에는 대체로 악신이 해당한다. 만족의 예루리나 몽골의 악마가 그렇다. 한국의 경우에는 장자, 혹은 수명장자로 등장하는 존재가 이에 해당한다. 어느 쪽이나 악행을 저지른 존재라는 점에서 그 성격이 일치하여 창세의 주역신 혹은 그 혈통을 이어받은 신이 완전한 인세의 치자가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등장한다. 그런데, 한국이나 몽골의 경우와 같이, 인세차지의 결과 부당하게 승리한 쪽이 인세의 치자가 되었기 때문에 인세에 죄악이 만연하게 되었다고 하는 설명의 논리는 쉬베게니나 차강 슈헤르트, 석가, 소별왕이 악신 에루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는 에루리가 아부카허허나 그녀의 하위신과 대결을 벌이는 악신이어서 그 대결이 곧 인세차지경쟁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4.2. 창세신의 기능분화
창세신화의 원형을 확정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각 민족마다 개별성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만족, 몽골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단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청된다. 다만, 이들 세 민족의 신화는 특별히 相同性이 인정되는 만큼 가능한 범위 안에서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어 試論的인 검토를 한다.
태초의 지고신은 인간세상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것으로 아부카허허를 들 수 있다. 아부카허허는 자신의 신체에서 땅의 신과 빛의 신, 바람신, 천둥신, 인간, 해와 달 따위를 생성시켰기 때문에 결국 인세의 창조주인 셈이다23). 무엇보다 우선하여 대지신과 별자리신을 생성시킨 것은 이 두 요소가 만족들의 삶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위 여신의 생성은 森羅萬象의 창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루리와 대결에도 1차적으로 개입하고 있기에 창세의 전 과정에 아부카허허의 행적이 나타난다. 특별히 이런 사정을 고려하여 창세신화의 신화소에 따라 해당 신을 상응시키면 아래와 같이 된다24).
|
①창조신탄생과정 |
②대지 창조 |
③천지 분리 |
④일월성신 창조 |
⑤인간 창조 |
⑥악신과의 대결 |
⑦인세 차지경쟁 |
⑧천부지모 결연과 인간영웅탄생 |
⑨일월 조정 |
한국1 |
× |
× |
미륵 |
미륵 |
(미륵) |
×(석가-장자) |
미륵 - 석가 |
× |
미륵․ 석가 |
한국2 |
× |
× |
도수문장 |
천지왕-청의동자·반고씨 |
× |
천지왕·소별왕-수명장자 |
대별왕-소별왕 |
천지왕-총명부인 등 |
대별왕·소별왕-유운거저 등 |
만족1 |
아부카허허 |
아부카 (바나무) |
× |
아부카 |
아부카·바나무·와러두 |
아부카·뭇 여신 |
×(아부카-예루리) |
× |
× |
만족2 |
× |
×(아부카언두리) |
× |
아부카-四徒弟 |
아부카 |
× |
×(산인베이지-9개의 태양) |
아부카-人世女人 |
산인베이지 |
만족3 |
× |
아부카언두리 |
× |
* |
아부카 |
언두리정투-예루리 |
(언두리정투-예루리) |
× |
* |
몽골1 |
× |
오치르바니-차강 슈헤르트 |
× |
× |
오치르바니-차강 슈헤르트 |
차강 슈헤르트-악마 |
오치르바니-차강 슈헤르트 |
× |
× |
몽골2 |
× |
쉬베게니·마이다르·에세게 |
× |
× |
쉬베게니·마이다르·에세게 |
쉬베게니-악마 |
쉬베게니·마이다르·에세게 |
× |
× |
몽골3 |
|
|
|
|
|
|
식무니·마이다르·에세게 |
× |
× |
몽골4 |
|
|
|
|
|
|
에를렉-울겐 |
× |
× |
이렇게 보면, 만족 1의 <천궁대전>은 거의 모든 신화소들을 갖추고 있는데, 천부지모의결연과 인간영웅의 탄생은 만족 2의 <三音貝子>에서 메워주고 있다. 인세차지경쟁의 보다 명확한 내용은 다시 만족 3에서 나타나는데, 이렇게 보면 만족의 신화 셋은 온전하게 창세신화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③의 경우는 ②가 있음으로 해서 따로 설정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다. 대지의 여신이 자신의 下身에서 나왔으므로 땅의 경계가 명확하여 대지신이 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아부카허허의 물거품이 길어지면서 하늘이 물과 분리되었다고 한 것이 천지분리와 유사한 측면이 있어서 대지를 만들기 이전에 이미 하늘이 분리되어 있었다고 하는 설정을 했다.
몽골의 경우, 특히 구체적인 것이 ②이다. 태초에 하늘과 공기, 물만이 있었는데 물 대신에 大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때 하늘이라는 또다른 공간은 이미 별도의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어 ③의 신화소가 개입하지 못한다. 몽골의 신화에서는 특별히 ⑧의 신화소가 없거나 대단히 약화되어 있다. 앞서 살핀대로 에세게 보르항을 父神으로 본다면 神統이 어느 정도 인정될 수 있으나 구체적이지 않아 흔적만 더듬어 볼 수 있을 따름이다. 몽골 4의 자료에서 ‘하늘’의 칠형제 가운데 맏이인 에를렉(Erleg)과 그의 동생인 울겐(Ulgen)이 등장하여 신통의 2代記的 인식이 보인다. 그런데 이 둘은 인간을 누가 창조하는가의 문제로 다툼을 벌인다는 점에서 특이한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인간의 창조자가 곧 인세의 치자가 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에를렉과 울겐은 한국의 대별왕과 소별왕에 비견할 만하지만 인간을 창조한 존재여서 차이가 분명하다.
몽골 신화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⑨의 신화소이다. 한국이나 만족의 경우에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창세신과 관련되면서 일월조정이 행해지지만, 몽골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창세신화와 거리를 두면서 별도의 신화로 전승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25).
한국의 경우는 천지 분리의 과정이 비교적 구체적이어서 하늘과 땅이 같이 생겼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또한 창세의 거인신에서 천부지모의 결연으로 인간영웅신이 탄생하여 인간세상의 치지가 되는 과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승하고 있다. 북부지역에서 석가가 당금아기와 결연하여 삼불제석을 생산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의 다른 연결로 이해가능하다.26) 한국의 경우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지역적으로 창세의 거인신인 미륵이나 석가가 행한 과업을 하위의 다른 거인신들이 등장하여 수행한다는 점이다. 미륵이나 석가와 같은 창세의 거인신이 지녔던 역할이 분화되어 나가는 양상을 보여준다고 이해할 수 있는데, 만족1의 아부카허허가 창세의 전 과정에서 하위의 여신들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천지왕의 직접적인 명령이 아니라 하위의 신인 대·소별왕의 명에 의해 그 아래의 거인신이 등장하여 일월을 조정한다든지, 혹은 반고씨와 같은 거인신의 눈을 취하여 일월성신을 생성시키는 주체가 상위의 창세신이 아닌 점에서 그 차이를 확인하게 된다.
창세신의 종합적 기능이 분화되는 양상은 창세신과 다른 신과의 관계가 달라지면서 일어난다. 이 점에 주목하면 창세신화의 내적인 변천을 논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태초의 시절에 등장하는 창세신은 유일신이든가, 복수의 신이라 하더라도 그들 사이에 계통적 관계가 설정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천궁대전>에서 보듯이, 유일신에서 파생되어 나온 하위의 신은 그것 자체로 각각의 신격이면서 한편으로 인간세상의 만물을 창조한 것이니 부자나 형제관계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오치르바니나 차강 슈헤르트의 관계 역시 특별한 관계를 설정하기 어렵다. 다만 대지의 창조 과정에서 오치르바니가 상위신의 성격을 띠지만, 신화의 초두에 인간세상을 같이 창조할 신을 찾아다닌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두 신격 사이에 혈통적 관계가 설정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몽골 2에서 쉬베게니와 마이다르, 에세게 또한 동시에 등장하는 신격이어서 같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몽골 3에서 에세게가 父神으로 설정된 것은 다소 후대적인 변모로 이해된다. 에세게가 부신이 아니라 지고의 상위신으로 설정되고 나머지 둘이 그 하위신으로 나타난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으나, 관계를 부자의 양상으로 설정한 것은 다분히 후대적 변모라고 볼 수 밖에 없다.
女神 아부카허허가 男神 아부카언두리로 변모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두 번에 걸쳐 대홍수가 일어난 후에 남신이 여신의 자리를 이어받는다. 서로 다른 신이 아니라고 하나 性의 변화는 앞서 일어난 대홍수와 더불어 주목을 요한다. 홍수는 소멸과 창조의 양가적 성격을 띤다. 곧 여신 아부카허허의 시절에서 남신 아부카언두리의 시절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원을 알리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그런데 대홍수를 일으킨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 의문으로 제기될 수 있다. 신화의 문면에서는 감추어져 있으나, 김재용은 A. Dundes의 논지를 받아들여 감추어진 상위의 남성신이 존재할 가능성을 타진했다27). 그런데 <천궁대전>에서 아부카허허는 至高의 창세신으로 그 성격과 지위를 분명히 하기에 홍수의 모티프를 통해 숨어있는 최고의 男性天神을 상정하기 보다 문면과 문맥을 함께 고려하면서 이 모티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홍수의 의미는 무엇인가. A. Dundes의 주장처럼, 홍수신화가 여성의 창조성을 모방하려는 남성의 욕망을 드러내는 이야기의 전형28)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해석을 가한다. 女性 天神에서 男性 天父神으로 性이 변모하는 점에 착목하게 되면, 대홍수와 남성 욕망이 관련되어 있는 점이 함께 논의될 수 있다. 즉 아부카허허, 곧 女神의 시절이 끝나는 標識, 그리고 男神의 시절이 새롭게 시작되는 標識로써 대홍수 모티프가 등장한다고 보는 것이 신화의 문면과도 부합된다고 본다29). 여성에서 남성으로 다시 후예를 둔 천부신으로 거듭난 아부카허허는 신격의 변모과정에서 대홍수의 주체로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하겠다.
아부카언두리의 시절이 되면서 창세신화의 전개과정에서 급격한 변모가 일어난다. 남성천신의 代理者인 맏제자 언두리정투에 맞서 둘째 제자 예루리가 인세의 치자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아부카허허가 1차적으로 자신이, 2차적으로 하위 여신이 예루리와 대결하던 것에서 아부카언두리는 거리를 두고 대리자를 통해 악신을 제치한다. 둘 사이의 승패는 이미 아부카언두리의 대단한 능력으로 쉽게 결정되어 남성천신의 권위가 확고하게 인정된다. 인간 세상에 악마의 잔영이 있기는 하나 천신의 대리자가 온전히 치자의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다음으로 남성천신이기만 하던 아부카언두리가 天父로 거듭 났다(滿族2). 인세에 하강하여 인간 여인과 결연하여 인간영웅(신)을 생산하는 父神으로 변모한 것이다. 혈연관계가 분명해졌다. 부모의 존재가 분명해지고 父子의 血統이 구체화됨으로써 創世神의 後裔는 人間英雄이면서 始祖神으로 새로운 治者가 되는 것이다.
몽골의 신화 셋도 변모의 자취를 간직하고 있다. 오치르바니와 차강 슈헤르트, 쉬베게니와 마이다르 사이에 특별한 관계를 확인할 수 없고, 다만 이들은 창세의 여러 신일 따름이다. 그런데 몽골3으로 제시된 부리야트족의 신화에서 에세게가 父神으로 등장하여 변화가 생겼다. 몽골2와 몽골3의 신화 사이에 어느 쪽이 앞선 것인가. 신화의 문면을 존중하는 관점에서 보면 몽골3의 자료가 후대의 것이다. 다만, 에세게가 父神이 아니라 上位神이고 쉬베게니와 마이다르가 파생된 下位神일 경우에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또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신화의 해당 문면을 존중하면서 검토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보아 몽골 3의 자료를 후대적인 변모로 이해하고자 한다. 몽골3의 다른 신화에서 변모의 양상이 더욱 뚜렷하다. 인간창조의 과정에서 경쟁하는 두 신은 창세신다운 면모가 지속되지만 형제 관계로 설정되면서 부자관계도 아울러 나타났다고 하겠다.
한국의 경우, 창세의 거인신이기만 데에서 천부로 변모하여 인간영웅 형제신을 생산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창세의 거인신이 행했던 과업들을 하위신이나 인간영웅 형제신의 하위에 속하는 거인신이 수행하기도 하여, 기능의 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창세신화의 다양한 변모가 각 민족별로 현상적으로 다르게 나타나고, 개별 민족들 사이에서 지역적인 차이를 보인다. 몽골의 할흐족이나 부이야트족 사이에 차이가 있고, 한국의 경우에는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다. 만주족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부족이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려우나, 분명한 점은 각 민족별로 변모한 사실이 민족적 특성일 수 있고, 다시 그 민족을 구성하고 있는 小族團(部族), 혹은 地域의 특성일 수 있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민족별로, 그리고 소수 부족이나 지역별로 달라졌는가 하는 것은 창세신화 변천의 조건이 서로 달라 그랬다고 할 수 있다30).
이상의 검토를 근거로 각 민족의 창세신화의 양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滿族
바나무허허(下位女神)
Ⅰ. 아부카허허
와러두허허(下位女神)
언두리정투(弟子神)
Ⅱ.아부카언두리 ⇕
예루리(弟子神)
산인베이지(子神)
Ⅲ.아부카언두리 ⇕
四徒弟神 (弟子神)
● 몽골
오치르바니(下位神)
Ⅰ.(?) ⇕※ 오치르바니 차강 슈헤르트(下位神)
차강 슈헤르트(下位神)
마이다르(子神) ┌─ 쉬베게니
Ⅱ. 에세게 ⇕ ※ ├─ 에세게
쉬베게니(子神) └─ 마이다르
┌─ 에를렉(子神)
Ⅲ. 하늘 ─┤ ⇕
└─ 울겐 (子神)
● 한국
미륵(下位神)
Ⅰ. 서인님·하늘(?) ⇕
석가(下位神)
도수문장(下位神)
Ⅱ. 천지왕 유운거저·활선생 거저님(下位神)
청의동자(下位神)
대별왕(子神) 유국유자(下位神)
Ⅲ. 천지왕 ⇕ 활선생거저님(下位神)
소별왕(子神)
위의 도식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창세의 至高神 ― 下位神> → <男性창세신 ― 弟子神> → <天父창세신 ― 子神>의 세 양상이 韓·滿·蒙 세 민족의 신화에서 두루 나타나 창세신화 변천을 함께 말할 수 있게 한다. 선신과 악신의 대결 역시 최상위신과 악신의 대결보다는 하위신과 악신의 대결이 본격적이라 판단된다. 인세차지경쟁에 등장하는 두 신이 한국과 몽골의 경우 子神 혹은 兄弟神으로 설정된 것은 최상위의 신이 물러나고, 인간 세상과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는 신들이 전면에 등장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몽골의 다른 신화 자료에서 이런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태초에 세상이 혼돈되어 있었고 그 어둠 속에서 에헤 보르한(창조신)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에헤 보르한은 하늘과 땅을 분리하려고 결정하고 처음에는 野鴨을 만들었다. 野鴨은 물 속으로 들어가 입술에 진흙을 묻혀 돌아왔다. 에헤 보르한은 이 진흙으로 어머니가 될 大地 우르겐(울겐)을 창조하고 거기에서 동·식물을 만들었다. 에헤 보르한은 태양으로부터 선량한 딸 망잔 그루메를 만들고, 달로부터는 사악한 두 번째 딸 마야스 할라(혹은 할라 망잔)를 만들었다. 선량한 딸 망잔 그루메로부터 서천의 신들이 태어나고, 사악한 딸 마야스 할라로부터는 동천의 신들이 태어났다. 최초의 인간도 에헤 보르한에 의해 창조되었다. 해가 지는 땅에서는 여자가, 해가 떠오르는 땅에서는 남자가 창조되었다. 둘이 만나서 합하여 최초의 남자 파한과 여자 토야가 태어났다31).
에헤 보르한은 부리야트의 오이 하리항, 할흐의 에이 하르항과 같은 말로서, 지금까지 부리야트에서는 ‘에게엥 에헤 보르항’ 곧 가장 위대한 神佛이라 한다32). 따라서 위 인용에서의 에헤 보르한은 몽골2의 에세게 보르항과 같은 신이다. 그런데 에세게 보르항은 몽골3에서 식무니와 마이다르의 父神으로 등장한다. 어느 쪽이든 에세게 보르항은 창세의 상위신인 점이 인정된다33). 그런데 위의 신화에서는 에세게 보르항이 태양으로부터 선신이면서 여신인 망잔 그루메를, 달로부터는 악신이면서 여신인 마야스 할라(혹은 할라 망잔)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 둘은 모두 에세게의 딸들이다. 두 딸들이 선신과 악신이 되었기에 몽골2의 에세게, 마이다르와 쉬베게니의 관계도 추정해 볼 수 있다. 결국 선신과 악신의 대결, 혹은 인세차지경쟁의 두 주체는 지고의 상위신이 아니라 1代를 引下하여 등장하는 신들이라 판단된다.
모든 의례와 신화의 모태가 되는 상승의 상징체계는 천상계의 절대신과 관련되어야 한다. 우리가 알기로는 “높은 것”은 거룩하다. 그래서 많은 고대인들은 이런 절대신들을, “높은 데 계시는 분”, “하늘의 신” 혹은 간단하게 줄여서 “하늘”이라고 했다. 상승과 “높은 데”의 상징체계는 천상계의 절대신이 “은퇴”한 뒤에도 존속한다. 잘 알겠지만, 절대신도 극진히 모셔지던 상태에서 자기 자리를 잃고, 보다 “역동적”이고 “친밀감”이 더한 신들에게 그 종교적 자리를 내어 준다. “여가장제”라고 불리게된 주술-종교적 복합은 천상계 신이 “은퇴하는 신”으로 변모한다는 것을 강조해서 역설한다. 종교의 흐름에서, 천상계 절대신이 영락(零落) 혹은 전면 퇴각하는 사례는, 하늘과 땅이 교통이 용이해서 누구든 쉽게 오르내리던 저 태초의 낙원시대와 관련된 신화에서 더러 나온다. 이 용이하던 교통체계가 어떤 사건으로 무너지면, 절대신은 최고천으로 은퇴해 버린다.34)
식물 채취와 소규모의 수렵 단계까지 전개해가던 천신이 대지모(大地母)의 남편이자 풍요다산의 강건한 남성신에게 마침내 축출당하게 된다.35)
한국과 몽골에서처럼, 인세차지경쟁에서 속임수를 써서 부당하게 승리한 쪽이 인세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하는 발상은 오늘날의 관점에서 선악의 문제를 설명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을 따름이지, 부당하게 승리한 차강 슈헤르트나 쉬베게니, 석가가 인세의 치자로서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승패가 나뉜 것이 중요할 뿐이고, 그 과정에서 문제되는 윤리적 판단은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창세신화다운 면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원시적 사고방식으로 인간세상의 처음을 이야기하던 창세신화는 오늘날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을 통해 창세신화다운 성격을 지속시키다가 시대가 바뀌면서 고대적 사고방식이, 다시 중세적 사고방식이 침투하여 혈통 관계가 형성되고, 오늘날 일상적인 삶의 차원에서 제기되는 선악의 문제가 등장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36). 한국의 창세신화가 <제석본풀이>형의 신화와 선후의 관계로, 혹은 구조적 관계로 긴밀하게 맞물려 변천하고 있는 양상 역시 창세신화의 시대적 변천의 경로인 셈이다37). 만족의 창세신화 역시 한국과 대단히 근접한 양상을 보인다. 실제로, 神鵲이 세상을 구했다고 하는 내용의 <白云格格>라는 신화에서는 아부카은두리가 이미 帝王統治者의 형상으로 바뀌어 있다고 하는 것은 원시신화가 고대신화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증좌라 할 것이다38).
4.3. 創世의 女神에서 男神으로의 변천양상
한국과 만주, 몽골의 창세신화에서는 三神의 양상이 어느 정도는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그 양상을 보기로 한다.
|
한국 |
만주 |
몽골 |
1 |
서인님/돌림마누라 |
아부카허허 |
麥德尒 / 에세게 보르항 |
2 |
미륵 |
아부카언두리 |
마이다르 보르항 |
3 |
석가 |
예루리 |
쉬베게니 보르항 |
위의 표에서 주목할 것은 1항목이다. 여신에서 남신으로의 변천이 가장 분명한 쪽은 만주이기에 특별히 논의하지 않고, 몽골의 경우를 살핀 다음, 한국의 경우를 추론한다. 앞서 검토한 대로 만족 신화의 창세신은 女神 아부카허허이다. 男神 아부카언두리는 후대적 변천의 결과이다. 그런데 몽골의 경우에도 이런 점이 확인된다. 麥德尒(마이더얼)의 정체가 문제인데, 해당자료를 소개한다.
1) 오랜 옛날, 만물이 장차 번식하려 할 때에, 도도한 홍수가 우주의 모든 생명을 뒤덮어 버렸다. 女天神 麥德尒가 백마를 타고 삼천색 세계를 살폈는데 남빛의 천상수를 가운데 단지 수미보산의 산봉우리만 드러나 보였다. 그것은 원래 하늘에 오르는 사닥다리였다. 산정 옆에는 산골짜기가 있어 사람을 살게 하였다. 사람들은 단지 반 척의 키였고 말도 단지 토끼 새끼 만하였다. 이른 새벽에 생겨난 어린 아이가 저물 녘에 말을 타고 불을 붙여서 불을 던지니 맥덕이는 인류가 재난을 만나는 것이 참을 수 없어, 말을 타고 수면 위를 급하게 달렸다. 말밥굽이 물에 닿자 불빛이 일어나고, 우주의 공기와 흙이 타버리게 되자 일시에 모든 우주 전체가 엄청난 불꽃에 휩싸였다. 수증기가 변하여 구름이 되고 불꽃이 하늘에 이르러 뭇별이 되었다. 하늘의 불이 더욱 타서 점점 커지자 우주의 공기와 흙이 재가 되어 수면 위에 떨어져 더욱 쌓여 두꺼워지면서 점차 대지가 형성되었다. 맥덕이는 神龜를 보내어 밑으로 내려오는 대지를 짊어지게 하고, 남신(해)과 여신(달)을 보내어 수미보산 주위를 돌게 하여, 대지 위의 인류에게 광명을 주었다.
遠古時候 萬物將要繁殖之時 滔滔洪水 淹沒宇宙間的一切生命. 女天神麥德尒娘娘騎白馬視察三千色世界 她見藍色的天水中 只露須彌宝山之山尖 它原是登天的梯子 山頂旁有个山洞 住着人 人只半尺高 馬也只有免子大. 早晨生下的孩子 晩上就能騎馬接火送火 麥德尒不忍心讓人類遭受灾難 就打馬在水面上奔馳 馬蹄踏水淺起火星 燃着了宇宙間的空气和塵土 一時間整个宇宙燃起熊熊烈焰(燄). 水蒸氣変成了云彩 火星飛到天空変成星星. 天火越燒越大 宇宙間的空氣塵土化爲灰塵撤落水面 越積越厚 逐漸形成大地. 麥德尒娘娘派神龜馱往下落的大地 又派神男(太陽) 神女(月亮)輪流圍着須彌宝山轉 給大地上的人類帶來光明39)
2) 아주 오래 전, 하늘이 장차 만들어지려고 하고, 땅도 장차 생장하려 하며, 인간도 장차 생겨나려 하고, 만물도 곧 번식하려고 할 즈음에, 온 천지는 한 차례 참혹한 큰 재해를 치렀다. 도도한 홍수가 하늘과 땅을 뒤덮어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잠겨버렸다. 얼마의 세월이 지났는지 모를 즈음, 神女 맥덕이(麥德爾)는 빛나는 흰색의 神馬를 타고 나와 삼천색 세계를 살피다가 이 모습을 보게 되었다. 神女 맥덕이는 흰색의 神馬를 타고 남색의 수면 위를 오가며 달렸는데, 神馬의 네 발굽이 수면을 밟자 눈부신 불꽃이 방사되었다. 흙은 연소되어서 재가 되어 수면에 뿌려졌다. 이후에 재가 점점 쌓여 두꺼워져서 한 덩어리의 끝도 가도 없는 대지가 형성되었다. 대지가 눌려 수면 아래로 내려가자 하늘과 땅이 천천히 나누어지게 되었다.
好久以前, 天將要形成, 地將要生長, 人將要投胎, 萬物將要繁殖的時候, 整個天地經歷了一次殘酷的活劫, 滔滔的洪水鋪天蓋地, 淹沒了宇宙的一切生命. 不知過了多少年, 麥德爾神女跨閃光的白色神馬, 來觀察三千色世界, 看着這樣的情況. 麥德爾神女騎着白色神馬, 往來奔馳藍色的水面上, 神馬的四蹄踏動水面, 放射出耀眼的火星. 塵土被燃燒後變成了灰, 便撒落在水面上. 後來灰越積越厚, 漸漸形成了一塊無邊無際的大地. 大地壓着水面往下沈落, 天與地慢慢地被分開了40).
창세신으로 등장하는 麥德尒는 분명 女神이다. 女天神 麥德尒는 모계씨족사회의 산물(是母系氏族社會的産物)이라 하거니와 중요한 점은 麥德尒가 佛經에 나오는 彌勒佛을 지칭한다는 것이다(麥德尒乃佛經中的彌勒佛).41) 한국 창세신화의 주역신인 미륵과 같은 양상이라고 하겠는데 몽골의 창세신인 마이다르 보르항 또한 곧 彌勒이기에 麥德尒가 마이다르와 동일한 神格임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서 우선 확인되어야 할 것은 마이다르 보르항이 男神인가 女神인가 하는 점이다. 마이다르 보르항의 행적을 보면 그가 남신인지 여신인지 알기 어렵게 되어있다. 그런데 한국의 북부지역 창세신화에서도 나타나듯이 미륵이 석가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꽃피우기의 능력, 혹은 植物의 生長能力이나, 그외의 대결양상을 통해 볼 때, 미륵이 日神的 原理를 구현하고 있음이 인정된다.42) 그런데 日神的 性格의 신이 곧 男神이라는 단선적 논리는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그렇게 인식되었다 하더라도 日神이 곧 男神이고 月神이 곧 女神이라는 등식을 확정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한국의 민담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남동생이 달이 되고 누이가 해가 되었다고 하는 설정도 분명하게 보인다. 몽골의 경우에도 이런 점이 확인된다.
14세기 몽골에 대한 기록을 남긴 유럽인 수도사 플라노 카르피니의 기행에 <몽골인들은 달을 위대한 칸이라고 부르고 기도한다. 그들은 해를 달의 모친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태양이 달에게 빛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 기록대로라면 몽골인들은 태양보다 달을 더 소중히 여겨 ‘위대한 칸’이라고 불렀던 것이며, 이는 옛 몽골 시가에서 <태양이 어머니이고 달이 아버지이다, 그들의>라는 단락과 일치한다. 다시 말하면 달을 남성으로, 태양을 여성으로 상징하였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몽골인들은 태양과 달을 시조로 인식했던 점이 해와 달의 정기가 여자와 남자가 되고, 이들이 인류의 시조가 되었다는 점과 상통한다43).
한국의 창세신화에서 곳에 따라 미륵이 日神的 原理를 구현하고 있으며, 그 양상이 女神的 性格을 내포하고 있다고 하는 해석이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몽골의 마이다르 보르항의 행적을 보면, 잠을 자면서 누구의 도자기에서 빛이 발하고 꽃이 피어나는지를 다투는 과정에서 마이다르의 능력이 가장 뛰어남을 드러내는데, 이 역시 마이다르가 작물의 생장과 빛이라는 두 가지 요소와 연결되어 日神과 女神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도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창세의 至高神이 적극적으로 활약하지 않거나 아예 사라져 버린 신화에서 석가와 쉬베게니와 대결하는 미륵 혹은 마이다르라는 창세의 신이 創世女神의 神性을 이어받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추론을 할 수 있다44). 후대의 신이 남신인지 여신인지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더라도, 이런 사실이 바로 여신에서 남신으로 변천하는 창세신의 성격 변화의 과도적 양상을 암시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한국의 서인님과 돌림마누라, 몽골의 에세게 보르항은 인세차지 경쟁의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 분명히 창세의 시절에 등장하면서도 인세차지 경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밀려나 있는 양상은 이들 신이 혹시 창세의 女神과 이어진 신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그 존재만 드러내고 사라지는 신이 창세신화에 나타난다면, 그것은 분명 창세신화 본래의 전승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데, 그 기능이 사라졌다고 하는 것은 이들 신이 창세의 여신에서 남신으로 변천하는 과정에서 함께 소멸하면서 그 존재만 남겨 놓은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4.4. 창세신화 내부의 변천표지 ―<三音貝子>의 경우
창세신화의 변천은 하나의 신화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논리적 비약을 조금 감수한다면, <三音貝子>에서 天父 아부카언두리와 父王 長白山主의 혼란을 이런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산인베이지의 父는 아부카언두리이기도 하고 長白山主(父王)이기도 하다. 같은 신화 안에서 父子關係가 어긋나고 있다.
滿族이 공식적으로 국가에서 長白山에게 존호를 부여한 것은 金代(1172)로 알려져 있다. 金史 禮志 長白山神條에 “大定十二年 有司言 長白山在興王之地 禮合尊崇 議封爵 建廟宇 十二月 禮部·太常·學士院奏奉勅旨封興國靈應王 卽其山北地建廟宇”라 하여 長白山을 興王之地로 尊崇하고 興國靈應王의 封爵을 주어 廟宇도 建立하였다는 기록이 그것이다45). 長白山神이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신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 동안 만족들 사이에 장백산이 숭배의 대상이 되었음을 말해준다.(遼代에는 長白山神을 白衣觀音이라 하여 遼 皇室의 守護神으로 삼았다고 한다. 장백산이 대단한 숭배의 대상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三音貝子>에서 아부카언두리와 장백산주가 혼란을 일으킨다. 신화 내용을 보면, 아부카언두리의 명에 의해서 태양을 만들어야 할 네 제자(神)가 9개의 태양을 만들어 인세에 재앙을 주게 되었다고 하고, 산인베이지가 이를 시정하기 위해 나섰다가 부상을 입고, 부왕인 長白山主에게 방도를 듣고 이를 제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9개의 태양은 본래 아부카언두리의 뜻이 아니라(그에게는 인간들이 빛과 열을 지녀 잘 살기를 원하는 의도에서 태양을 만들도록 했다), 네 제자의 의도에 따른 것이므로 산인베이지의 태양 제치는 아부카언두리의 뜻에 완전히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산인베이지가 아부카언두리의 명에 따라 태양 제치를 그만둔 것은 이 둘의 혈통관계를 분명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위대한 남성천신인 아부카언두리가 혹시 장백산주가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해본다. 인간세상에 재앙없이 사람들이 잘 살도록 하는 것이 천신 아부카언두리의 뜻이라면, 9개의 태양은 마땅히 조정되어야 하는 과제가 된다. 그 과제를 산인베이지가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아부카언두리가 방도를 일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는 천지왕의 두 아들이 태초에 이미 (천지왕에 의해서) 생성된 복수의 일월을 조정하는 것과 상통한다고 본다. 장백산신이 오랜 세월 숭배의 대상이었다면, 아부카언두리가 장백산신의 모습으로 겹쳐지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산인베이지가 신화의 문면에서 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부신에게 접근하기 위하여 長白山이라는 현실적 공간과 그에 상응하여 長白山神이 등장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할 것이다.
滿族의 巫俗에서 長白山主의 神偶는 나무를 조각하여 첨정형으로 만든 것이다. 만족의 전통 관념으로는 女神偶가 尖頂形이고 男神偶는 平頂形이다. 이에 의거해 볼 때, 長白山主의 神偶는 女性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滿族의 신화와 전설에서는 모두 長白山主가 뛰어난 재주를 가진 흰 수염의 노인으로 나온다46). 이는 남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과 역사의 주체로서의 등장에 따른 신격의 변화로 이해가능하다. 그런데, 佛多媽媽(포도마마)와 같은 신으로 인정되는 奧莫西媽媽(아오무시마마)는 옛날에 長白山 天池 옆의 한 커다란 버드나무 위에 살았다고 한다47). 佛多媽媽가 아부카허허와 직결된다고 할 때, 長白山主의 본래적 성격은 女神이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神偶가 尖頂形일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포도마마, 아부카허허, 아오무시마마, 아부카허허, 장백산주의 관계가 <三音貝子>의 長白山主에 연결될 수 있다.
포도마마 ━ 아부카허허 ━ 아오무시마마 ━ 長白山主(女神)
아부카언두리 ━━━━━━ 長白山主(男神·父王)
三音貝子
천신 아부카언두리가 장백산주일 가능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하나의 신화 안에서 부친의 혼란이 생긴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다. 단순하게는 구연자의 혼란으로 간주할 수 있으나, 신화에 의미를 부여하는 관점에서 보면, 장백산주의 등장이 전승집단의 신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볼 수 있게 한다. 앞에서 필자는 三音貝子라는 人間英雄이 河神과 土地神의 도움으로 새로운 인간세상의 질서가 마련되었다고 한 바 있다. 새로운 인간세상의 질서는 아부카허허나 아부카언두리보다 더욱 세상 사람들의 삶에 가까운 신들이 등장함으로써 갖추어졌다고 할 것인데, 이 때에 인간세상과 멀리 떨어진 천상에 至高의 神으로 존재하는 天神보다 현실적으로 인식이 가능한 聖所에 거처하면서 人間事를 주관하는 神의 존재가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다고 본다. 아부카언두리의 명에 의해서 복수의 태양이 생겨났던 시절에서, 장백산주와 인간영웅신, 그리고 河神과 土地神 등 人間事에 보다 직접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신들이 구체적인 형상을 띠고 나타나 창세신화의 변천의 한 양상을 드러내었다고 판단된다. 長白山主는 먼 옛날 지고의 여신에서 남신으로, 그와 동시에 아부카언두리의 또 다른 형상으로 滿族神話에 등장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아부카언두리가 장백산주의 형상으로 바뀌면서 인간세상의 새로운 질서를 갖추는 과정에 배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여하면서 위대한 신으로서의 생명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5. 결론
태초의 시절에 갑자기 나타난 거인신의 신이하기만한 행적이 인간영웅신의 父神과 인세 여인의 夫神으로 바뀌고(북부지역의 미륵과 석가), 다시 천지왕이라 하여 왕의 칭호를 지닌 천신이 되기도 하고, 人間兄弟神에게 이승과 저승을 다스리게 하면서 스스로 물러나 있는 至高의 創世神은 창세신화 변천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셈이다. 쉬베게니와 마이다르, 에세게 역시 父子의 관계로 설정되고, 오늘날 인간세상의 여러 현상이 생겨나게 된 사정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신이, 부당하게 승리한 윤리적 결함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세의 치자로 전승되는 것은 그 신이 바로 오늘날 인간의 형상이 되도록 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부당하게 승리한 결과 이 세상에 악이 만연하게 되었다 하면서도 악마의 전횡을 제압하고 인간의 삶에 개입하는 인간세상의 친숙한 신이 된 것이다.
창세신화의 변천은 비단 이것뿐만 아니라 女神에서 男神으로의 경로도 함께 보여준다. 아부카허허와 마이더얼에서 아부카언두리와 마이다르 보르항으로의 변천 양상을 볼 때, 그 경로가 분명한 만주의 신화도 있고, 그렇지 못한 한국의 신화도 있다. 그 가운데에 몽골의 신화가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만주의 <三音貝子>와 같은 신화에서는 동일한 신이 그 이름을 달리하여 등장하는 특별한 양상이 드러나는데, 이를 신화 전승과정에서의 혼란으로 단순히 넘기지 않고 창세신화 변천의 내부적인 표지로써 이해하고 그 근거를 살폈다.
한국과 만주, 몽골의 창세신화를 대비하는 작업은 각 민족의 신화를 개별적으로 연구하여 그 의미를 밝히는 것에서 이들 세 민족 신화의 같고 다른 점을 확인하여 변천의 경로를 공통적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
창세신화가 이렇게 변천했다고 해서 고유한 성격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창세신화 전승의 지속과 변천이 공시적 자료를 통해 확인되기 때문에 창세신화의 오랜 연원과 전승을 두 측면에서 함께 말할 수 있다.
본고에서 다룬 내용은 창세신화의 일부에 해당한다. 전승되는 신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과제가 우선 남아있다. 신화소의 전승과 변이를 통해 창세신화 변천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구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abstract>
The Mythological Meaning of Transformation in Creation Myths of Korea, Manchu, and Mongol
Park, Jong-Seong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diverging aspects of the God of Creation's role in Creation myth, based on the analysis of the transmitting aspects of mytheme in Creation myths of Korea, Manchu, and Mongol. The main result of mytheme analysis indicates that the Highest God of Creation were diverged into the God of Creation in a higher grade, God of Creation in a lower grade, God competing for the rule of the mortal world, and removed God and the role was also divided accordingly. In such a divergence, the change from the highest God of Creation to the father God of human hero provides a significant axis in the transition of Creation myth.
The transition of Creation myth includes the changing course from the female God to the male God Considering the transition from Abka hehe to Abka eonduri etc, respectively, the transitional course is evident in Manchurian myth, but not in Korean myth. It can be assumed that Mongolian myth is somewhere between them. In the myth in which the Highest God of Creation does not play an active role or disappears from the outset, Sokka and Miruk or Maidar confronting Shibegeni play roles inheriting the male God of Creation's divinity. This fact implies that the transitional aspect in the character change of the God of Creation, even though it is unclear where God in the next generation is the male God or female God.
Three aspects such as <the Highest God of Creation - the God of Creation in a lower grade> -> <the male God of Creation - the following God> -> <the father God - the son God> crucially indicates the transition of Creation myth, generally occurring in Korean, Mongolian, and Manchurian myths. The match between the good God and the evil God can be full-fledgedly found in the match between God of Creation in a lower grade and the evil God, rather than the match between the Highest God of Creation and the evil God. In both Korean and Mongolian myths, two Gods appearing in the competition for the rule of the mortal world are set up as the son god or the brotherhood God, implying that Gods more directly connected to human world come to the fore, replacing the Highest God of Creation.
A Manchurian myth like <Samumpaeja(三音貝子)> displays a unique aspect where an identical God appears with different names. It can be understoood as the internal representation of the transition of Creation myth, rather than as the confusion in the transmission of myth. It is highly probable that the heavenly god abka eonduri is <Jangbaeksanju(長白山主)>. From the perspective of bestowing the meaning to myth, the appearance of <Jangbaeksanju(長白山主)> can be regarded as the change in recognizing God by the transmitting group. The new disciplines of human world are provided by the appearance of Gods who are more closely involved in human life than abka hehe and abka eonduri. To be more specific, Gods who governs human life, living in a sacred place come to the front, replacing the heavenly god who are the highest God in Heaven, far remoting from human world.
* 본 논문은 한국학술진흥재단의 1998년도 인문사회 중점영역 연구비 지원으로 이루어졌음.
** 서울대 강사
1) 박원길, 북방민족의 샤마니즘과 제사습속, 국립민속박물관(비매품), 1988, 244면 참고.
2) 몽골 유학생이었던 노르브냠의 傳言이다.
3) 본고에서는 이들 세 민족의 역사적 사실을 함께 논의하지 않는다. 해당 신화자료들을 중심으로 신화 자체의 전승과 변천의 양상에 관해 주목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 사실과 신화의 전승과 변천에 관한 논의는 別稿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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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徐大錫, 創世始祖神話의 意味와 變異, 口碑文學 4, 1980, 김헌선, 한국의 창세신화, 길벗, 1994, 김재용․이종주, 앞의 책, 박종성, 한국창세서사시연구, 태학사, 1999 등의 논의를 들 수 있다.
6) 노르브냠, 앞의 논문,
7) 富育光, 薩滿敎與神話, 遙寧大學出版社, 1990, 227-245면의 내용을 이종주가 번역한 것이 있어 좋은 참고가 된다. 이후 滿族 1로 칭한다.
8) 傅英仁 搜集整理, 滿族神話故事, 北方文藝出版社, 1985, 95-99면. 이후 滿族 3으로 한다.
9) H. Sampildendev가 1984년에 간행한 몽골신화에 실린 자료를, 노르브냠, 한국과 몽골의 창세신화 비교연구, 서울대 석사학위논문, 1999, 12-14면에서 소개했다.
10) Uno Holmberg, The Mythology of All Races, Vol. 13, New York : Cooper Square Publishers, Inc., 1964, 375-376면에 내용이 소개되어 있으나, 노르브냠, 앞의 논문, 15-16면에서 보다 상세한 내용을 소개했다. 노르브냠이 인용한 자료는 M.N. Khangalov가 1960년에 간행한 저작집Ⅲ에 있는 것이라 한다. 한편, Holmberg가 소개한 자료에는 석가모니 보르항이 Shibegeni-Burkhan, 마이다르 보르항이 Madari-Burkhan으로 되어 있으나, 노르브냠이 명칭의 잘못을 지적하여 쉬베게니를 석가모니로, 마다르를 마이다르로 바로잡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쉬베게니를 석가모니로 바로잡았다고 한 것은 몽골 고유의 발음과 어긋나기에 여기에서는 쉬베게니로 옮긴다.
11) 직역하면 ‘아버지 불’ 또는 ‘아버지이신 신불’이라 한다.
12) 박연옥, 중국의 소수민족설화, 학민사, 1994, 28-36면에 滿族의 창세신화가 소개되었는데, 編者에 따르면, 이 자료들은 1992年 中國黑龍江朝鮮族出版社에서 간행한 中國少數民族神話傳說集에 있다고 한다. 대강의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이후 滿族3 자료로 칭한다.
13) 천신의 명에 마련된 질서가 인간세상의 재앙이 되어도 천신이 개입하지 않으므로 인간영웅이 이를 대신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혈통을 부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14) 노르브냠, 앞의 논문, 38면. 이후 몽골 3으로 한다.
15) 같은 논문, 39면. 이후 몽골 4로 한다.
16) 같은 논문, 24-25면.
17) 黑 타타르의 신화에서는, 에를릭이 몽골 2에 등장하는 악마로 등장한다. 곧 惡神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18) 관련 자료는 서유원, 중국의 창세신화, 아세아문화사, 1998, 77-80면과, 何新, 洪熹 譯,神의 起源, 東文選, 1990, 224-227면에 여러 편이 소개되어 있다.
19) 서유원, 위의 책, 67-70면 참고.
20) 쉬베게니·마이다르·에세게의 경우와 비교할 때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다.
21) 참고로 Yenisei Ostiaks의 신화에 보면, 위대한 創造神이 땅의 한 조각을 오랜동안 두 손에 쥐고 주무르다가 결국 던져버렸는데, 오른손으로 던진 것은 남자가 되고, 왼손으로 던진 것은 여자가 되었다고 한다. 하늘에서 미륵의 양손에 떨어진 벌레들이 인간으로 화했다고 하는 우리의 신화와 비교할 만하다고 본다. Uno Holmberg, The Mythology of All Races, Vol. 13, New York : Cooper Square Publishers, Inc., 1964, 373면.
22) 한국 창세신화와 관련하여 일월조정의 의미를 중첩적으로 이해한 것은 졸저, 한국창세서사시연구, 태학사, 1999, 131-171면에서 다룬 바 있다.
23) 태초에 至高의 女神이 천지개벽의 주체가 되었다고 하는 신화는 鄂溫克族, 維吾爾族, 蒙古族에서도 확인된다. 陶陽·鍾秀, 中國創世神話, 上海人民出版社, 1987, 155-158면 참고.
24) 한국1 : 북부지역 자료, 한국2 : 제주지역자료, 만족1 : 天宮大戰, 만족2 : 三音貝子, 만족3 : 언두리정투 신화, 몽골1 : 오치르바니·차강 슈헤르트신화, 몽골2 : 쉬베게니·마이다르·에세게 신화, 몽골3 : 식무니·마이다르·에세게 신화, 몽골4 : 에를렉·울겐 신화.
25) 이런 언급은 노르브냠, 앞의 논문에서 제시한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이다. 다른 자료가 있다면 다시 따져서 수정해야 할 것이다.
26) 여기에 관해서는 拙著, 앞의 책, 4장에서 다룬 바 있다.
27) 김재용, 앞의 논문, 236-237면.
28) 같은 논문, 같은 곳.
29) 이종주는 대홍수의 등장이 “人間을 우주 자연과 같이 천상적 존재로 인식하는 논리와 지상의 여타 생명과 같은 모습을 가진 지상적 존재로 인식하는 두 논리가 神話에서, 神의 創造를 거치는 주지와 홍수 후 유일 人間의 번식 주지로, 연결에서 이중으로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하고, 홍수 이후에 설정되는 신화의 논리를 점검했다.(滿族創世神話 ‘우처구우러본’의 創造와 鬪爭, 韓國古典硏究 3집, 1997, 385-386면)
30) 이러한 관점은 조동일, 앞의 책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를 따른다.
31) 하선미 편, 세계의 신화 전설, 혜원출판사, 1994.
32) 노르브냠, 앞의 논문, 26-27면.
33) 이후 에헤 보르한을 에세게 보르항으로 통일하여 칭한다.
34) 미르치아 엘리아데, 샤마니즘(이윤기 譯), 까치, 1992, 428면.
35) 미르치아 엘리아데, 대장장이와 연금술사(이재실 譯), 1999, 32면.
36) 조동일, 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 문학과지성사, 1999, 제 2장 참고.
37) 졸저, 앞의 책, 4장 3절에서 여기에 관해 논의한 바 있다.
38) 富育光은 <白云格格>을 “這則神話 顯然經過了時代的潤改 阿布카已変爲帝王統治者的形象 但仍可看到北方古洪水神話的基本影子”라 하였다. 富育光, 앞의 책, 216-217면 참고.
39) 陶陽․鍾秀, 中國創世神話, 上海人民出版社, 1989, 99면.
40) 陶陽․牟鍾秀, 中國神話, 上海人民出版社, 1990, 20면. 서유원, 중국창세신화, 아세아문화사, 1998, 103면에서 원문을 재인용하고 번역의 용어를 다소 바꾸었다.
41) 陶陽․鍾秀, 中國創世神話, 上海人民出版社, 1989, 100면.
42) 拙著, 앞의 책, 3장 참조.
43) 노르브냠, 앞의 논문, 33면.
44) 물론 창세의 지고신인 여신이 일신이나 월신의 어느 한쪽에 해당한다고 하기 어렵다. 창세의 여신은 오히려 이 둘의 성격을 포괄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신화의 변천과정에서 그 여신적 속성을 이어받은 후대의 창세신이 등장함으로써 일신적 성격을 필요에 따라 지녔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45) 이동복, 동북아세아사연구-금대여진사회의 구성-, 일조각, 1986, 42-43면.
46) 崔元午 編譯, 앞의 책, 34-35면 참고.
47) 傅英仁 講述, 1984. 최원오, 같은 책, 38면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