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오찬욱 역 헤이케 이야기를 다 읽었고 서장만 소개하고자 합니다.
원문
祇園精舍の鐘の声、
기온쇼쟈노 카네노 코에
기원정사의 종소리
諸行無常の響きあり。
쇼교무죠오노 히비키아리
제행무상의 울림이며
娑羅双樹の花の色、
샤라소오쥬노 하나노 이로
사라쌍수의 꽃잎빛은
盛者必衰の理をあらはす。
죠샤힛스이노 코토와리오 아라하스
성자필쇠의 이치로다
驕れる人も久しからず、
오고레루 모노모 히사시카라즈
교만한 자 단명하니
ただ春の夜の夢のごとし。
타다 하루노 요노 유메노 고토시
그저 봄날 꿈일지니
猛き者もつひにはほろびぬ、
타케키 모노모 츠히니와 호로비누
용맹한 자 무너지니
ひとへに風の前の塵に同じ。
히토에니 카제노 마에니 치리니 오나
바람 앞의 티끌이라
2021년작 애니메이션 마지막 영상(1분 33초부터)
https://youtu.be/q6LHX-HmCNE?t=94
영상 1분 35초 이후 영상에서 출연한 성우
유키 아오이(여. 화자) / 사쿠라이 타카히로(남. 다이라 시게모리 역)
11화는 원작에도 나온 단노우라 전투와 도쿠코 태후(기요모리 딸내미. 승려가 되어 겐레이몬인이라 불림)의 말년을 다룹니다. 원작은 중간에 쉬어가기로 사건들 배경을 설명할 때 중국이나 일본의 옛날 썰도 푸는데, 배경 설명에 도움은 되나 영상으로 다룰 때는 얘기가 새게 됩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제작진에선 단노우라 이후 요시쓰네의 행보 등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도쿠코의 말년까지만 다루고 끝납니다.
(옛날 썰을 푸는 예시를 보자면 중국의 조고, 왕망, 주이, 안록산과 일본의 다이라 마사카도, 후지와라 스미토모, 미나모토 요시치카, 후지와라 노부요리를 견주는데 한때 잘 나갔다가 괜히 반란을 일으키거나 세도를 부리다 패가망신한 사람들입니다)
도쿠코와 고시라카와 법황의 대화는 원작에도 나오는데, 전쟁 동안 겐지를 피해 서쪽으로 피신할 때와 패전 후 교토로 돌아올 때의 경험을 다루며 그 동안 해탈했다는 내용입니다.
기원정사의 종소리를 한 번씩 말하는 인물은 고시라카와 법황, 구마가이 나오자네, 시즈카 고젠, 다이라 스케모리인데 구마가이 나오자네는 겐페이 전쟁 후반에 아들뻘인 다이라 아쓰모리를 이치노타니 해변(고베 근처에 있음)에서 일기토로 죽인 뒤 전쟁이 끝나자 승려가 됩니다. 시즈카는 요리토모에게 잡혀간 뒤 가마쿠라에 있는 쓰루오카 하치만구에서 신에게 춤을 봉납하는데 요시쓰네에 대해 들어봤으면 이후 결말은 아시리라 봅니다. 스케모리는 단노우라 전투 직후 바다에 뛰어내리는 장면이 나오긴 한데, 전후 생존설이 있고 오다 노부나가가 나중에 이 사람 후손을 자칭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1구 기원정사의 주제는 제행무상입니다. 사무라이로서 처음 태정대신(고려의 문하시중급 관직)에 오른 이세 헤이시 가문도 30년도 못 가 망했고 그 헤이케를 몰아낸 요리토모도 아들 대에 처가인 호조에게 실권을 뺏기고 손자 대에 직계가 끊기게 됩니다. 요리토모보다 먼저 쇼군이 된 요시나카도 장수로서는 뛰어났지만 정치에 재능이 없어서 오래 가지 못했고 요시나카와 헤이케를 무찌른 요시쓰네도 형에게 버림받죠. 즉 승패에 상관없이 영원한 건 없다는 불교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역사를 배우고 기억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마련이고 애니에서도 화자가 직접 의문을 제기하는데, 비록 영원한 건 없지만 사람들이 보고 들은 걸 들려주면서 기억을 전하며 남게 된다는 결론을 직접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고전문학이 지금도 이어지는 까닭이겠죠.
그 외 애니메이션 관련 참조할 만한 영상
Asmik Ace - 야마다 나오코 인터뷰 (전편/후편)
일본어 자막만 달렸지만 일본어를 대충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으면 대략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만큼 제작시 어떤 부분을 다루고자 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영상입니다. 야마다 감독이 교토애니메이션 출신인데 그 사건 이후 이직해서, 그걸 되짚어 보면 더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