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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화도무도(畵道武道)
1
위기(危機)
무림대회 오 일(五日)째 되는 날, 마침내 조자건은
대회에 참가를 했다.
상산(象山)의 고수인 철금도(鐵金刀)
만대균(萬大鈞)이 두 번째 도전자를 물리치고
군웅들의 환호성을 받고 있을 때 조자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나가려오?"
사마결의 물음에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무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자건이 비무대 위로 올라가자 유난히 파란 하늘이
그의 눈을 찔렀다.
"정말 좋은 날씨로군."
조자건은 천천히 숨을 불어 내며 중얼거렸다.
만대균은 그가 올라올 때부터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상대를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처음 보는
얼굴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두 명의 고수들을 연파(連破)한 것을 보고도
도전해 올 정도라면 한 가닥 하는 인물임이 분명한데
도무지 낯이 선 것이다.
게다가 수중에 들고 있는 것은 목검(木劍)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엉성하게 깎은 나무막대뿐이었다.
백의사내는 그 나무막대를 오른쪽 어깨에 척 걸쳐 멘
채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일 장 앞에 다가선 백의사내는 가볍게 포권을
했다.
"낙양의 조자건이오."
그 말에 만대균은 흠칫 놀랐다.
그는 새삼스런 시선으로 조자건의 전신을 쭈욱
훑어보며 물었다.
"당신이 요즘 강호에 혁혁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수풍운 조자건이오?"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대균의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떠올랐다.
"당신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소. 당신은 평범한
초식만을 사용하여 고수들을 물리친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조자건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건 겪어 보면 알 게 될 거요."
만대균은 한동안 그를 뚫어지게 주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나는 손을 쓸 테니 귀하는
준비하시오."
그는 수중에 들린 철금도의 손잡이를 힘껏
움켜쥐었다.
그의 철금도는 강철에 오금(烏金)을 섞어 만든
것으로 무게는 육십 근이나 나갔다. 단단하기가 이루
말할 데 없는데다 중량이 엄청나게 무거워서 만대균이
이 철금도를 세차게 휘두르면 아무도 감히 정면으로
맞받는 사람이 없었다.
조자건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수중의
나무막대를 오른쪽 어깨에 걸쳐 멘 채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만대균은 철금도를 휘둘러 조자건의 어깨를
공격했다.
쾌액!
무시무시한 도풍이 일어나며 육십 근에 달하는
철금도가 조자건의 상체를 휩쓸듯 다가왔다.
스읏!
철금도가 막 조자건의 어깨를 박살낼 듯 다가온
순간, 조자건은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앞으로
한 발 다가서며 왼손을 쭉 내밀었다.
그의 공격은 만대균처럼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았으나 그 시기가 아주 적절하여 만대균의 철금도가
휘둘러지는 공간과 공간 사이를 교묘하게 뚫고
들어갔다.
찌직!
옷이 찢어지는 음향이 들리며 철금도의 도영이 씻은
듯 사라졌다.
중인들이 놀라 보니 만대균은 가슴팍 부근 옷자락이
길게 찢어진 채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뒤로 물러나
있었다.
만대균은 철금도를 든 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조자건이
사용해서 그의 옷을 찢은 수법은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비화수(飛花手) 중의 철수개화(鐵手開花)였던
것이다.
시시하기 짝이 없는 철수개화 초식이 어찌 자신의
철금도를 뚫고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하나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손에 사정을 보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번에
큰 낭패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음...... 내가 졌소."
결국 만대균은 땅이 꺼져라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패배를 시인하고 물러났다.
중인들 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들은 왜 갑자기 만대균이 맥없이 물러나는지 몰라
자기들끼리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떠들고 있었다.
사실 조자건이 펼친 수법은 너무도 평범하여 어떤
신기한 절학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
줄 수도 있었다. 게다가 승부가 너무 빨리 끝나 버려
싱겁기조차 했다.
어쨌든 그는 일 승(一勝)을 거두었으니 두 번 더
승리를 하든지 북이 다섯 번 울릴 때까지 상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상대가 좀처럼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주최측에서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둥! 둥!
세 번의 북이 울리도록 비무대 위로 올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휘익!
한데 막 네 번째의 북이 울릴 순간, 갑자기
비무대의 저 멀리에서 하나의 인영이 눈부신 속도로
허공을 날아 대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인영이
날아온 거리는 삼십여 장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 기경(奇驚)할 신법에 주위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 굉장하다......!"
"정말 멋진 신법이다......!"
장내는 다시 요란한 함성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조자건은 나타난 인영을 보았다.
그 인영은 조자건과 눈이 마주치자 냉랭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당신에게 도전하는 게 뜻밖이오?"
조자건은 솔직히 시인을 했다.
"그렇소."
나타난 인영은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당신은 그 동안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 실력에 비해 명성이 지나치게
높았소. 그러니 내가 오늘 무림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란 사실을 똑똑히 알게 해 주겠소."
입꼬리를 가늘게 하여 웃고 있는 인물은 다름아닌
용호풍운필 손중화였다.
손중화의 용호풍운필은 강호무림에서 가장 무서운
열 가지 기문병기 중의 하나로, 특히 빠르고
변화무쌍해서 방비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다.
조자건은 팔괘주에서 처음 손중화를 보았는데
그때부터 손중화는 그에게 못마땅한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빛을 감추지 못했다.
한쪽은 요즘 혜성처럼 나타나 강호를 술렁이게 하고
있는 신비(神秘)의 고수요, 다른 한쪽은
우내십대기문병기 중의 하나로 이미 그 명성이 중천에
떠 있는 해를 능가할 정도로 눈부신 절정고수.
결선에서 붙어도 시원찮을 두 절대고수가 예선의 첫
관문에서 격돌하게 되었으니 중인들은 더욱 흥분되고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손중화는 팔짱을 낀 채 조자건의 앞으로 다가와서
우뚝 섰다.
"흐흐...... 자, 이제 당신이 자랑하는 그
나무토막으로 재주를 마음껏 부려 보시지."
그는 아예 병기를 꺼낼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그는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다.
그의 용호풍운필은 이런 나무토막 같은 것으로는
결코 막을 수 없는 절세의 신병(神兵)이었다. 게다가
조자건의 수법이란 것도 하나같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단지 그 초식의 절묘한 묘용(妙用)만으로
상대를 격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의 수법이라면 굳이 자신의 독문병기를 꺼낼
필요도 없이 맨 손으로 충분히 격파할 자신이 있었다.
그는 오늘 수많은 군웅들이 보는 앞에서 이 얄미운
녀석의 콧대를 산산이 짓밟아 줄 요량이었다.
이상하게도 조자건만 보면 그는 괜한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자신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조자건을 쓰러뜨리고 그의 일그러진 얼굴을 두 발로
짓밟은 다음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이제 그 순간도 머지않았다.
조자건은 그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는 상대의 조롱 섞인 눈빛을 보고도 격동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은 한결 차분해졌다.
그는 요즘 누구에게도 말못할 한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 고민은 그로서는 무척 심각한
것으로서 그 때문에 그는 몇 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운 적도 있었다.
하나 오늘 운이 좋다면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윽!
조자건의 신형이 붕새처럼 허공을 날아
손중화에게로 접근해 갔다.
동시에 그의 수중에 들려 있던 나무막대가 기이한
호선을 그리며 손중화의 콧등을 향해 날아갔다.
손중화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조자건이 시전한 수법은 복호장(伏虎掌) 중의
호소산림(虎嘯山林)을 검으로 펼친 것이었다. 한데 그
위력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평범한 호소산림이 분명한데 노리는 방위가 여섯
군데가 아닌 무려 스물네 군데에 달했다. 그 방위를
다 막으려고 했다가는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판이었다.
할 수 없이 손중화는 옆으로 몸을 움직여 그 공세
속을 빠져 나왔다.
그가 펼치는 보법은 칠성연환보(七星連環步)라는
것인데 현문(玄門)의 절학 중에서 최고수준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히 손중화는 다섯 번이나 몸의 자세를 변화시켜
조자건의 호소산림 공세를 빠져 나왔건만 여전히
조자건의 나무막대는 그의 콧등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손중화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칠성연환보를
펼쳐 허깨비 같은 몸놀림으로 조자건의 옆으로
돌아섰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명 손중화는 이 장(二丈)이나 이동해서 조자건의
우측에 가 있었건만 그 나무막대는 이미 그의 콧등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지 않은가?
손중화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오른쪽 소매를
세차게 떨쳤다.
팟!
그의 소매에서 무언가 예리한 섬광이 피어 나오더니
그의 콧등으로 날아들고 있는 나무막대를 그대로
강타했다.
정작 이상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분명 반으로 싹둑 잘라져야 할 나무막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리고 손중화의 소매에서 나온
섬광만이 헛되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엇?"
손중화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직한 경호성이 흘러
나왔다.
손중화는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조자건을 주시했다.
조자건은 어느새 일 장 뒤로 물러난 채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나무막대는 여전히 오른쪽
어깨에 걸쳐져 있어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는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손중화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뛴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손중화는 한동안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조금 전 검을 수발(收發)하는 동작은 정말
놀랍군. 내가 당신을 조금 잘못 생각한 것 같아."
그의 눈에 싸늘한 냉기가 피어 올랐다.
"하나 나로 하여금 용호풍운필을 꺼내게 했으니
당신은 앞으로 크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요."
그의 손에는 기이한 모양의 붓이 들려져 있었다.
붓의 겉표면에는 용과 호랑이가 뒤엉켜 있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한쪽 끝에 가느다란 실이 매어져
손중화의 손목과 연결되어 있었다.
손중화는 천천히 수중의 붓을 들어 조자건을
가리켰다.
"나의 신룡풍운구절(神龍風雲九絶)을 맛보고 나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걸."
그가 손을 쳐드니 붓에서 기이한 서광(瑞光)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점차 강해지더니 종래에는
마치 횃불을 켠 듯 환하게 밝아졌다.
"신룡출운절(神龍出雲絶)─!"
찰나, 예리한 음성과 함께 풍운필이 사방으로
사나운 빛을 뿌리며 조자건의 전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조자건은 전신으로 심한 압박을 느꼈다. 그것은
출도 후 처음으로 부딪쳐 보는 강력한 경기(勁氣)의
소용돌이였다.
그는 피하기는커녕 그 빛의 소용돌이 속으로 몸을
던지며 수중의 나무막대를 세차게 휘둘렀다.
파파파팍!
복마검법 중의 역벽화산(力劈華山)이 펼쳐지며
소용돌이의 한가운데가 쫘악 갈라졌다. 그 사이로
언뜻 손중화의 놀람에 찬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자신의 절세의 신룡출운절을 조자건이
역벽화산으로 뚫고 들어오자 두 눈에 신광을
번뜩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중의 풍운필을
번개같이 회전시키며 신룡풍운구절 중의
창응절(蒼鷹絶)과 박운절(搏雲絶)을 연거푸 전개해
냈다.
슈슈슈슉!
주위 사방이 온통 필영(筆影)으로 뒤덮이며
조자건의 소맷자락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조자건은 팔뚝이 훤히 드러난 채로 다시
복마검법 중의 팔방풍우(八方風雨)와 개창망월을
휘둘러 맞서 갔다.
팔방풍우는 이름 그대로 여덟 군데의 방위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초식이었다. 변화가 간단하면서도
초식의 앞뒤가 잘 조화를 이루어 빈틈이 없었다.
개창망월은 주로 상대의 상체를 공격하는 초식인데
지금 조자건이 펼치는 개창망월의 공세는 손중화의
상체 서른두 개 대혈을 모두 노리고 있어 피하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팔방풍우와 개창망월을 동시에 펼쳐 내니 두 초식이
상호 보완되어 더욱 위력이 강맹해졌다.
파파파.......
비무대는 온통 붓그림자와 막대그림자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손중화는 자신이 펼친 창응절과 박운절이
복마검법의 두 초식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입술을 잘근 깨물며
조자건의 발 밑으로 몸을 던지며 풍운필을 세차게
위로 휘둘렀다.
그 날렵하고 매서운 솜씨에 조자건은 촉망 중에도
감탄이 흘러 나왔다.
조자건은 지금 손중화의 상체를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체쪽의 수비가 아무래도 약간 허술해져
있었다. 그 미세한 틈을 손중화는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팟!
손중화의 분뢰절(奔雷絶)이 발 밑에서 위로 솟구쳐
오자 조자건은 뒤로 몸을 뉘이며 번개 같은 발길질을
해 댔다. 허공에 그의 발 그림자가 수십여 개가
나타났다.
원앙각(鴛鴦脚)이란 수법이었는데 손중화는 단순한
원앙각으로 마흔여덟 개의 발 그림자를 그려내는
사람을 생전 처음 보았다.
그는 내뻗던 풍운필을 옆으로 돌리며 비스듬히 누운
상태에서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쾌액!
그의 수중에 있던 풍운필이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조자건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갔다. 이것은
신룡풍운구절 중에서도 위력이 놀라운
비홍절(飛虹絶)이란 수법이었다.
손중화는 출도한 이래 이 초식을 펼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만큼 갑작스럽고 예측하지 못한
일격이었다.
조자건이 원앙각을 채 다 뻗기도 전에 손중화의
풍운필은 어느새 그의 목덜미에 거의 닿아 있었다.
절대절명의 순간, 조자건의 몸이 밑으로 푹
가라앉았다.
손중화는 인간의 몸이 이토록 빨리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의 풍운필은 조자건의 머리털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우수수.......
잘라진 머리카락 몇 개가 허공에서 너풀거렸다.
하나 놀라운 일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분명 조자건을 스치고 지나갔던 풍운필이 허공에서
급격하게 회전하며 다시 조자건의 뒤통수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회선절(廻旋絶)이란 초식이었는데 풍운필에
연결된 천잠사를 조종하여 공격하는 초상승의
무공이었다. 비홍절과 회선절을 연거푸 전개하는
이번의 공격은 그야말로 가히 살인적인 위력이
있었다.
그때 조자건은 천근추(千斤墜) 공력을 이용하여
몸을 최대한 아래로 굽힌 상태였기 때문에 도저히
몸을 솟구쳐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앗?"
대 아래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마결을 비롯한
중인들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손중화의 입꼬리에 회심의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조자건의 뒤통수가 풍운필의 예리한 광채에 그대로
꿰뚫릴 순간, 조자건은 몸을 굽힌 상태에서 폭발치듯
몸을 쭉 뻗으며 앞으로 폭사해 나갔다. 그것은 마치
활시위를 최대한 잡아당겼다가 놓아 화살을 쏘아 내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쑤악!
조자건의 신형은 그야말로 빗살과 같은 속도로
앞으로 치달려 갔다. 그 속도의 가공함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저...... 저럴 수가......."
손중화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올 때는 이미
조자건의 신형은 풍운필의 공세범위를 벗어난 후였다.
그토록 무서운 위력으로 날아들던 회선절의 공세는
폭발치듯 뻗어 나간 조자건의 몸을 따라잡지 못하고
허공을 한 바퀴 돈 후 손중화의 손으로 회수되었다.
손중화의 눈초리가 실룩거렸다.
조자건이 방금 펼친 신법은 강호상에서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궁신탄영(弓身彈影)이라는 것이었다.
이 신법은 사실 익히기는 아주 쉬웠다.
몸을 최대한 구부렸다가 펼치며 그 탄력을 이용해
앞으로 치달려 나가면 되는 것이다.
하나 지난 오랜 세월 동안 강호무림에는 이 신법을
펼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했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시전하려면 고무줄 같은 유연성과
초인적인 반사신경, 그리고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체내의 힘을 한 곳에 응집했다가
단 일순간에 폭발시키듯 배출해 내야 된다는
점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체내의
기혈(氣血)이 역류해 치명적인 내상을 입기가
일쑤였다.
오직 단 한 순간을 위해서 모든 힘을 모았다가
일시에 힘을 방출한다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손중화의 오만함이 가득하던 눈가에 한 줄기 불안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그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조자건이 자신의 적수가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조금 전의
격돌로 그는 상대가 결코 자신의 하수(下手)가 아님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는 이번에 자신이 패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그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하나 그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했다.
조금 전에 그는 거의 상대를 격패시키기 직전까지
가 있었다. 아마 조금만 운이 좋았다면 조자건은 이미
차디찬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조금 전보다 더욱 무서운
살수(殺手)가 세 가지나 남아 있었다.
그 삼대절초(三大絶招)라면 능히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과자옥의 말대로 조자건은 결코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2
허점(虛點)
조자건은 비록 손중화의 살인적인 공세를 피했으나
그 바람에 두건이 풀어져 머리가 흐트러졌다. 옷도
여기저기가 찢겨지고 양쪽 소맷자락은 갈라 터져
팔뚝까지 맨살이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실로 낭패스러운 모습이었다.
하나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내비치는 그의 두
눈은 물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여전히 오른손에 나무막대를 든 채 그걸
천천히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의 전신에서 가공할 기운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손중화는 한눈에 그것이 절정의
고수들에게서만 일어나는 무형지기임을 알아보았다.
상대가 무형지기를 일으키도록 가만히 방관하고
있으면 그 무형지기는 점점 커져 하나의 커다란
기세(氣勢)를 형성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무공의
높고 낮음을 떠나 결코 그 기세를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손중화는 이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무형지기가 기세화 되도록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는 수중의 풍운필을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리며
조자건의 왼쪽으로 다가갔다.
파라라락!
그의 손에서 회전하고 있는 풍운필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종내에는 마치 하나의 원반 같은 형태가
되었다. 순간 손중화는 그 세차게 회전하고 있는
풍운필을 조자건의 옆구리를 향해 집어 던졌다.
파파파팍!
엄청난 경기(驚氣)가 폭풍치듯 일어났다. 그 경기의
폭풍에 걸렸다가는 설사 금강동인(金剛銅人)이라 해도
갈가리 찢겨지고 말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손중화의 신룡풍운구절 중에서
삼대절초 중 하나인 폭륜절(暴輪絶)인 것이다.
폭륜절의 위력은 지금까지 보여준 여타 초식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비홍절과 회선절이 기병(奇兵)의 묘(妙)를 살린
초식인 반면에 이 폭륜절은 순수한 본연의 위력으로
상대를 살상하는 무시무시한 초식이었다.
이것은 폭풍노도처럼 선회하며 다가들기 때문에
맞받았다가는 제아무리 천하에 둘도 없는 호신강기를
가진 인물이라 할지라도 몸이 그대로 관통 당하고
만다.
피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손중화의 오른 손목에
연결된 천잠사가 미세한 조종을 하기 때문에 피한다
할지라도 계속 쫓아가 결국은 상대를 쓰러뜨리고야
만다.
피할 수도 없고 맞받아 칠 수도 없는 공포의
폭륜절은 죽음의 수레바퀴마냥 조자건의 옆구리를
향해 계속 다가서고 있었다.
조자건은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풍운필을 바라보고 있다가 벼락 같은 호통을
내지르며 수중의 나무막대로 태산압정(泰山壓頂)의
식으로 풍차처럼 회전하는 풍운필을 내리쳤다.
"이얍!"
나무막대는 마치 허공에서 떨어지는 뇌전(雷電)과도
같은 맹렬한 기세로 회전하고 있는 풍운필에
부딪쳤다.
콰쾅!
순간, 폭발치는 듯한 음향이 터져 나오며 그토록
가공할 속도로 회전해 오던 풍운필이 기세를 잃고
땅에 떨어졌다.
"윽!"
그와 함께 손중화는 풍운필과 연결했던 오른쪽
손목이 부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뒤로 주춤 한
걸음 물러섰다.
조자건 또한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는 비록 복마검법 중의 태산압정으로 풍운필의
가공할 위세를 중도에 차단시켰으나 그 여력에 몸을
휘청거리고 있었다. 하나 그는 두 눈을 번뜩이며
손중화를 향해 날아들었다.
스윽!
그의 수중에 들린 나무막대에서 수십 가닥의
그림자가 허공을 희뿌옇게 뒤덮었다.
"지...... 지독한 놈......!"
손중화는 이를 부드득 갈아붙이며 손목을 놀려
바닥에 떨어진 풍운필을 회수해 세차게 옆으로 그어
댔다.
쭈아악!
단천절(斷天絶)의 기세가 구름처럼 일어났다.
조자건은 피하지 않고 그 기세 속으로 뛰어들었다.
파파팍!
사방으로 칼날 같은 경기가 폭사해 나가며 손중화는
다시 세 걸음이나 격퇴 당했다. 놀랍게도 단천절의
가공할 기세로도 조자건의 나무막대에 실린 위력을
감당해 내지 못했던 것이다.
손중화의 얼굴이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조자건의 무공은 싸우면서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단천절은 그 위력이 여타 초식보다 월등한데도 그는
아주 간단하게 그 공세를 격퇴했던 것이다.
손중화의 마음에 상대에 대한 두려움이 솟구쳤다.
이 자의 초식은 단순한 것 같지만 그 안에는
현묘(玄妙)한 기운이 담겨 있어 막아내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이 자는 체력과 기세가 남달랐다.
그것은 공력(功力) 이전의 문제였다.
그 초인적인 체력과 남을 압도하는 기세에 손중화는
점차 약세를 보이는 것이다.
손중화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결말을 보아야 한다.
상대가 무서워 꽁무니를 뺀다면 그건 이미
용호풍운필이 아니다.
그 동안 쌓아 올린 용호풍운필의 찬란한 명성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자를 반드시
쓰러뜨려야만 한다!
그의 눈에서 괴이한 광망이 번뜩였다.
그와 함께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부르르.......
그의 손에 있는 풍운필이 격하게 떨리며 저절로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갓잡은 잉어가 팔딱팔딱
뛰놀고 있는 것 같았다. 동시에 그의 양손은 백옥처럼
하얗게 변해 갔다.
조자건은 두 눈을 별빛같이 반짝이며 손중화의
얼굴을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 손중화가 펼치려는 공격이 얼마나 가공한
것인지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손중화의 손에서
뛰어 놀고 있는 풍운필의 형태는 그가 전설적인
기어필(氣馭筆)의 수법을 쓰려고 한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부르르.......
손중화의 손 위에서 팔딱거리고 있는 풍운필은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지더니 나중에는 그 형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야압!"
찰나, 손중화는 엄청난 호통을 내지르며 손에서
회전하고 있던 풍운필을 앞으로 내던졌다.
파파파파.......
그것은 거대한 빛의 폭풍(暴風)있었다. 주위 사방이
온통 새하얀 빛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신룡풍운구절 중의 최절초인
파천황절(破天荒絶)인 것이다.
그 무지막지한 위력 앞에는 천하의 어떤 것이라도
산산이 박살 나고 말 것 같았다.
순간 조자건의 몸이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번개같이
나무막대를 휘둘러 삼십이 검(三十二劍)을 격출해
냈다.
그의 손에 들린 나무막대가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던지 일검(一劍)부터 서른두 번째의 검까지가
마치 거의 동시에 펼쳐진 것 같았다.
그 폭포수 같은 삼십이검은 창졸지간에 사방을
갈기갈기 찢으며 다가들던 풍운필과 정면으로
격돌하고 말았다.
꽈꽈꽈꽝!
파파파파.......
천지를 개벽(開闢)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기세가 사방으로 뿜어 나갔다.
손중화는 그토록 엄밀하고 살인적인 파천황절의
공세가 너무도 가공할 압력에 짓눌려 제대로 펼쳐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조자건이 펼쳐 낸 삼십이 검이 그물처럼 허공에
검막(劍幕)을 형성해 그의 공세를 짓눌러 버렸던
것이다.
순간 손중화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시뻘건 선혈을 뿜어내며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가슴이 빠개지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
때문에 그는 정신이 가물가물해졌다.
하나 그 와중에도 그는 고통보다 오히려 경악을
느꼈다.
'이...... 이럴 수가...... 파천황절이 복마검법
따위에 깨어지다니.......'
조금 전 조자건이 펼친 것은 복마검법 중의
금강서벽(金剛舒壁)이었다.
금강서벽!
복마검법 중 하나로 빠르고 강맹한 맛은 있지만
공격하는 범위는 기껏해야 여덟 곳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제아무리 금강서벽을 능수 능란하게
시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팔검(八劍)밖에는 발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 전 조자건은 분명 삼십이 검을
발출했지 않은가?
서른두 개의 검영을 뿌려 대는 금강서벽은 더 이상
단순하지가 않았다.
"으......."
마침내 손중화는 무릎을 꿇었다.
그토록 찬연히 빛나던 그의 용호풍운필은 빛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고, 그의 몸은 심각한 내상을 입어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중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드디어 우내십대기문병기 중의 하나가 꺾인 것이다.
그것도 몇 달 전만 해도 강호에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인물에게 꺾인 것이다.
이제 우내십대기문병기의 찬란한 신화(神話) 중
하나가 깨어졌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신화가 깨어질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새로운 신화가 탄생될 것인가?
신화를 깬 사나이, 조자건은 우뚝 선 채 묵묵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주위에는 죽음 같은 침묵이 이어졌다. 하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우와...... 과연 일수풍운답다......!"
"와아...... 우내십대기문병기마저
꺾이다니......!"
주위는 엄청난 환호성과 경탄의 물결로 뒤덮여
버렸다. 환호성은 일각 가까이나 계속되었다.
조자건은 그 함성 소리가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의 시선은 줄곧 자신의 옆구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옆구리는 경기의 여파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가느다란 핏줄기가 살짝 내
보였다.
아마 조금 전의 격돌 때 파편 하나가 스친
모양이었다. 그것은 사실 상처라고 할 수도 없는
경미한 것이었다.
하나 조자건의 시선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것은 그가 출도한 이후 처음으로 당하는
부상이었다.
"조형, 정말 최고요. 정말 멋졌소."
조자건이 대 아래로 내려오자 사마결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는 연신 입에 침을 튀기며 떠들어댔다.
"사실 조형이 용호풍운필과 마주쳤을 때 걱정을
많이 했었소. 한데 조형의 실력은 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었소. 나무막대기 하나로 용호풍운필을
꺾었다면 천하의 누구도 믿지 못할 거요."
사마결은 히죽히죽 웃었다.
"이제 머지않아 조형은 강호의 전설(傳說)이 될
거요."
조자건의 표정은 의외로 침울했다.
사마결은 그가 아무런 대꾸가 없자 그를 돌아보다
그의 안색이 별로 밝지를 않자 물었다.
"왜 그러는 거요?"
조자건은 잠시 침음하다가 불쑥 물었다.
"당신이 보기에 내 무공은 어떻소?"
사마결은 그가 묻는 의도를 몰랐으나 곧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조형의 무공은 내가 본 중에서 단연 최고요. 나는
아직까지 조형만큼 완벽한 무공초식을 펼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소."
의외로 조자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지 않소."
사마결은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않다니......?"
조자건은 문득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내 무공은 당신이 생각한 것만큼 완벽하지 않소.
적어도 열여덟 군데의 허점(虛點)이 있소."
사마결은 깜짝 놀랐다.
"열여덟 군데나 말이오?"
"그렇소."
조자건은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처음 내 무공에 허점을 발견한 것은
중조산에서 강장비환 현일립과 겨룰 때였소. 그때
나는 그의 미리혈옥수와 격돌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내
무공에 무언가 미흡한 구석이 있음을 알았소."
조자건은 잠시 침음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나는 확신을 할 수가 없었소. 그러다가
회수의 강 위에서 집마부의 고수들과 겨룰 때 확실히
알 수 있었소. 내 무공에 몇 군데의 허점이 있다는
것을......."
사마결은 나직한 탄성을 터뜨렸다.
"아! 그래서 그때 그렇게 이상한 표정이 되었던
거로군."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이 보잘것없는 고수들을 만날 땐 그렇지
않지만 일정 수준 이상에 다다른 고수들과 격전을 할
때면 반드시 허점을 발견할 수 있었소. 지금까지 나는
모두 열여덟 개의 허점을 발견해 냈소."
사마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까지 쭈욱 그들과 싸워 이겼지
않소?"
"그건 그들이 내 무공에서 허점을 발견할 만큼의
수준에 도달해 있지 못했기 때문이오."
조자건은 자신의 옆구리를 가리켰다.
"조금 전 나는 손중화와 겨루었을 때 하마터면 그
허점 중 하나에 노출될 뻔했소. 만약 그랬다면 패한
쪽은 그가 아니라 나였을 거요."
사마결은 터진 그의 옷자락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별로 대단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지 않소. 이번엔 운이 좋았지만 만약 내
무공의 허점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어 처음부터 그
허점을 노리고 공격해 온다면 나는 절대로 그 자를
이길 수 없소."
사마결은 다시 물었다.
"당신이 자신의 무공에 허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왜 그 허점을 보완해서 없앨 생각을 하지 않소?"
조자건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처럼 일이 쉽다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을
거요. 나는 비록 내 무공에 열여덟 군데의 허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걸 없앨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소."
"허점이 있는 걸 알면서도 그걸 없애지 못한다는
말이오?"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무공의 허점이란 것은 어떤 초식상의
미흡함이나 변화의 문제점 같은 것이 아니오. 이것은
내 내면(內面)에 관계된 것이며 내가 무공을 전개하는
방식과 무공 자체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소."
사마결은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서
조자건은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이것은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소.
대가(大家)의 그림은 어떤 특정한 형식이 없어도
훌륭한 작품이 되는 반면 미숙한 자는 아무리 기교를
부려도 어딘가 미흡한 곳이 나타나오. 그것은 그 자가
제아무리 좋은 붓으로 좋은 먹을 갈아서 그린다 해도
없어지지 않소. 그것은 표현상이나 기법상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인 솜씨, 즉 화도(畵道)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오."
조자건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말을 계속했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요. 이것은 무도(武道)에
관련된 허점이오.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면 단번에
허점을 메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른 방법이
없소."
사마결은 그의 말을 음미하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영원히 그 허점을 메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아니오?"
"그렇소."
"그 허점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면 허점을 메울
때까지 남과 싸우지 않으면 될 거 아니오?"
"그게 또 그렇지 않소. 단순히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그 허점들을 메울 수 없소. 그건 오직 몸으로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껴야만 없애 나갈 수 있는 거요.
마치 미숙한 자가 미숙함이 없어질 때까지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요."
사마결은 갈라 터져 나간 그의 옆구리를 바라보다가
다시 물었다.
"하나 만일 그러다가 당신의 허점을 발견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요?"
조자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묵묵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반드시 그 자의 손에 죽게 될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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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 회가 거듭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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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ㄷ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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