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로 하여금 엄청난 분별심을 갖게 해 준 세 남자들...
친정 아버지의 화려한 스팩 덕분에 남자에 관한 오만한 편견을 가지게 되었고 친정 오빠를 보면서 또 거기에 전 남편이 가져다 준 충격적인 일련의 사건들이 저를 남자란 사람을 인격적으로 보지 않게 했습니다.
일때문에 알게 된 사람들은 대부분 남성인데 사실 클라이언트이기 때문일 뿐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지요.
한 업종을 오래하다 보니 일을 떠나 인품이 좋은 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죽마고우가 아닌 술마시고 car를 타는(말이 없으니까요) 친구가 탄생하게 됩니다.
재미난 것은 저보다 다들 연식이 되신 분들입니다.
저더러 오빠하자고 ~~ 전 아무나 좀 알면 오빠라 하는 것이 싫더라구요. 남편이 처음 간 식당에서도 아이고 누님이 어쩌고 예전에 그 누님이네 하며 너스레를 떨고
하는데 질려서 말입니다.
우연이지만 이 주차고우 멤버의 출신에 따라 제가 애칭을 붙여 주었답니다.
라도 오빠는 전라도 순천이 고향인데 나이는 72세
"아따 허벌나게 뒈질 놈이 아따 거시기 갸 미쳐 부린거다냐 뭐다냐 인자 거시기가 거시기 혔응게 니도 거시기 챙기랑게~~나가 맴이 아파부러 미치것당께" (남편과 이혼한다 했더니)
라도 오빠는 72세지만 탤런트 하정우랑 닮으시고 키가 190이나 되시죠. 분위기도 아주 닮으셨지요.
애국심이 뛰어나셔서 제 전화 벨이 울리면 술 드시다가
자리에서 일어 나시고 부동자세로 서 계십니다.
상도 오빠는 경상도 진주가 고향입니다.
"갱호강 안인나 그쟈 거서 피리 많이 잡았다 아이가
(여름 휴가를 안태고향-태어나기만 곳의 경상도 사투리-인 산청 경호강으로 가자는 호객행위)
어여 차라봐라 단디해라 조디 꽉 다물고 안인나
말 안듣째 어여 핑기 총알같은 비법이 안인나
씨꺼 안치삐라-다리를 부러뜨리랍니다
옥시시 안 인나 그자 뽑아삐고 엉딩이를 주 차삐라"(제 남편을 두고 하시는 말씀)
상도오빠는 69세인데 미국이 싫어서 가족 모두 떨어져
기러기 할배로 늙었답니다. 회전초밥 집에서 혼자 식사하다가 옆자리 인연으로 알게 되었지요.
성질이 얼마나 급한지 주문한 회가 늦게 나온다 싶으면
아주 그 집 테이블 터져 버리고 곧 바다에 뛰어 들어 참치 한마리 잡아 오실 태세입니다.
제가 회전초밥 집에서 약속에 늦는 상대때문에 기다리다가 상도 오빠가 드시는 게 다 괜찮아 보여 따라 먹었더니 "와 나 따라 해요. 아지매" 그게 인연이 되었죠. 대머리인데 부인이 두피에 문신을 해줬다는데
술 한잔 하고 머리에 땀나면 진짜 웃깁니다. 그래서 다시
제거하라고 했더니 "어여 대굴빡 다 빠사지는 줄 알았는데 내더러 또 하라꼬 이대로 살다 뒤질란다"
청도 오빠는 충청도 서산이 고향입니다.
나이는 63세
"워뗘 냄시 겁나불지 먹어볼텨 어여 자~ (저에게 먹을 것을 강요할때)
우리 거거이 가유 형들은 안허고퓨?(노래방을 가자)
갔슈 어제 향냄새 맡고 떳슈"(친구분 돌아가셨다고)
일명 책창사 출판사 대표이신데
"끼짜가 판쳐유 돌것슈"
부록을 파는건지 책을 사는건지 아리송하답니다.
와이프 명의로 모든 게 있다고 엄살을 떨곤 하지요.
키가 저보다도 작습니다. 학창시절 내내 1번 밖에 못해봤다고 ~ 부인은 15cm 키가 크다고 ~
아들이 오빠를 닮고 딸이 엄마를 닮는 비극적 가족사가
있답니다.
원도 오빠는 강원도 인제가 고향인데 58세
사실 지금도 따라하기 제일 어려운 사투리거든요.
전세계에 경영하는 회사가 42개고 한달 급여가 24억이신 분인데 술을 한자리에서 소주 30병을 드십니다.
"넌 버덩에서 살아서 그렇치 난 목소리가 커야 들리거든
산속에서 소리 질러야 들리지
잠망 아니 ? 누에 똥 싸는 소리 아냐(표현이 어려운 억양과 말투거든요)
이런 개 젓~좆 같은 씨입을 못헐넘들
오~어늘 쟈~냑은 마셔봐여~ 그따가 ~~~"
욕을 아주 잘하는데 젓도 아닌 좃도 아닌 마치 영어를 굴려 발음하듯라 엄청 유연해요. 8개국어를 자유자재로
하시지만 좆도 말을 제일 잘하신답니다.
부인이 바람났답니다. 이혼하신지 좀 됐는데 처가 11명
형제 다 거두고 먹고 살게 다 해줬더니 젊은 놈이랑
일을 냈다네요. 딸들을 돈 필요할때 마다 딸 둘을 볼모로 내서워 가져 간다네요.
장가 안간다고 어머니가 약을 드시고 자살기도를 하시는 바람에 두 번 보고 결혼했대요. 마흔 살에
심지어 맏며느리인데 시댁에 간 적도 없고 바람 핀 상대를 통화하라고 바꿔주더랍니다.
여자라면 이가 그라인드 되신 다네요. ㅋㅋ
한달에 한 두번 거의 모이는 날은 원도 오빠가 국내에 있는 시간으로 하면 다들 칼같이 나오십니다.
라도 10병 상도 청도 각 5병 원도 30병 깍새(서울깍쟁이) 3병 합이 53병 술값만 159000원
계산은 제가 그린 사다리타기로 안주와 술 대리운전비
나머지 2인은 공짜
메뉴는 늘 참치회 장소는 늘 안국역 근처 횟집
우리는 술을 맥주 잔에 각자 알아서 따라 마십니다.
30병이 절대 속도 느리지 않습니다.
500찌리 맥주 잔에 소주를 드시거든요.
중국 가서 마오타이 10병도 드셨답니다.
더 재밌는 것은 술 마시다시가 화장실을 다 함께 갑니다.
네 분이 화장실에서 사나이 우정이 싹 튼답니다.
페이스 조절은 눈치껏 하고 해산은 반드시 11시
왜냐 술을 4시부터 땡기다보니 좀 지겹기 때문 ㅋㅋ
이제 7년 넘게 알아 격이 없이 지냅니다. 제가 이곳에 와
술과의 이별을 고하자 모두 너무나 슬퍼했다는 ㅠㅠ
이 정겨운 오빠들과 7년 동안 노래실력 향상에 쓰인 돈도 상당하답니다. 그래서 전 노래는 못하지만 아는
노래는 많고 노래방 번호 많이 외웠답니다.
이제는 나돌이들 빠돌이와 빠순이처럼 누나바라기
동생들입니다. 43살 성형외과 의사 노총각이죠
"누나 소원이야 누나 얼굴에 칼 좀 대보자구
내가 누나는 특별히 200에 세워줄께 다른 사람들한테
150받는데 " 골려 먹죠. 직업병인지 강남에서 누나처럼
칼안대고 먹물없는 얼굴로는 예의가 아니라나 뭐라나
한 놈은 40살 한양대 음대 교수인데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살이 뽀얗고 말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몇시간이 가는지도 모른답니다.
또 한 놈은 37살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데 덕분에 유명 셰프라는 사람들 요리 많이 먹어봤네요.
얘들과는 맛집 투어합니다. 청담동 병원에 차 세우고
차 한대로 이동해서 술값은 돌아가면서 한번씩 내구요.
이곳 생활을 시작하고 당연히 이런 오빠 동생들과도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 얼마간은 보고 싶다 못살겠다 하더니 저는 이제 레전드가 되었습니다.
마치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멀리 떨어져 그들과 어울리지 않게 되자 광어와 도다리가 구분되어 졌습니다.
제가 없다고 세상이 멈추는 게 아니지요.
인생의 연륜이란 건 무엇일까요?
주차고우 오라버니들은 답을 하지 않는 제게 문자를 보내십니다.
"아가 마구로가 끝내줘버린디 깍새 보고자프네 "
"어여 본디 인썡이 좆같어 참치가 딱 신문칠이네 구락부
한 번 설쳐 삐자"-노래방 가자는 뜻입니다
"동상 그만 생각혀 생각만 한다고 되남 어뗘 살만 한가부네 식사는 혔어? "
"내사랑 그대여 그대는 그저 평범한 여인으로 살아보게나 이 젓같은 세상이 너무 그대를 속였구나
그대가 어디에 있든지 그저 편안하기를 바라네
(멋있게 나오다가 삼천포행 특급 욕설열차)
젓어좃만 찬 할배들과 마구로 씹다가 혀 씹~~~
씨이팔 그대고 지랄이고 내가 제일 쫄따구 되가꾸
사다리 그려야 겠냐"
아~ 어제는 원도 오빠가 나미비아에서 오셨다고 네 분이 모두 모이셔서 동영상까지 보내셨네요. 술만 드시면 강력한 사투리에 혀가 꼬불아져 뭔 말씀을 하는지 처음엔 잘 못알아 들었습니다.
나돌이 아그들은" 보고싶엉 하소연 할때가 업당 "
"누나없는 세상 버클없는 동철네가봤니 쥐"
"누님을 상대로 절대 칼 쓰지 않겠습니다"
한동안 무던히도 보내던 문자가 끊겼습니다. 다 바쁘게
사니까요.
원도 오빠는 바리톤으로 노래를 잘 하시고 인물도 훤하시고 비가 오던 날 처음 주차고우에 마지막회원으로 입회 하시던 날 호텔에서 피아노를 치시면서
노래를 하셨죠.-그날 종치셨거든요.
"돌아선 그대 등에 흐르는 빗물은 빗물은
이 가슴 져리도록 흐르는 눈물 눈물
그대 몰래 소리없이 흐르는 빗물은 빗물은
끝없이 솟아나는 차가운 눈물 눈물
말없이 그대 등에 흐르는 빗물은 빗물은
이 가슴 애타도록 흐르는 눈물 눈물"
전 와~~ 노래하는 사람에 따라 이렇게 들리는구나 감동 먹었죠.
참 한가지 처음 고향이 어딘지 이야기 할때 멋쟁이 최고령 라도 오빠가
"아따 좀 유명한 곳에서 나째 나가 거시기 (기침 한번)
전라도 조개군 넣으면 물난리 18번지랑께'
침 흘리고 소주 넘어오게 웃었죠.
그게 끝이 아니었답니다.
원도 오빠 한 숟가락 더 얹어
"내 고향은 강원도 송이군 만지면 커지리예요"
조영남 노래 내고향 충청도에 바리톤으로 왕 크게
횟집 떠나가는 박수에 어디서 나온 일성호가가 아니라
하모니카를 주머니에서 꺼내고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또 부르고 ~~
가끔씩 뵙고도 싶지만 저와의 약속이 제겐 중요합니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이 제대로 살고
싶어서 이 곳에 왔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원하든지 또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조용한 가운데 알고 싶습니다.
제 글에 혼자만의 시간이 있으니 뜨개를 많이 하겠다고
댓글을 주셨는데 한동안 하다가 잠시 쉬고 있어요.
선생님께 나머지 실과 바늘을 보내 드렸었죠.
제가 모니터 때문에 자세가 나빠 교정중이거든요.
선생님께서 그때 또 뜨고 싶을거라 하셨는데 사실 참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올때 아예 컴퓨터는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겨울이 빨리 올 것 같습니다.
오늘도 비가 오네요.
김장훈이 부르는 것보다는 오늘은 김연우가 부른
나와 같다면이 듣고 싶은 날이네요.
"나의 잘못했던 일과 따뜻한 너의 마음만 생각 나"
첫댓글 뜨개가 취미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방에 들어와서 이 글을 읽을 수 있었을까요?
글 속 상도 오빠가 고향이라는 진주에서 살고있으며 휴가차 가고자던 경호강이 산청에 있지요~
첩첩산중이랄수있는 깡촌 산청이 제고향이구요ㆍ
지금은 귀농하고픈 사람들이 줄을서는곳이 되었지만요ㅎㅎㆍ글속이지만 님의 호탕함이 느껴지는 글, 의미심장한 글들 잘 읽고 있는 애독자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네. 그러게요. 저도 역시 제가 이렇게 제 글을 많은 분들이 읽어 주실 줄 몰랐으니까요. 진주에 남강 유등축제와 장어구이도 실컷 얻어먹고 이마트가 동일상품이 서을보다 저렴해서 차 터지게 사오기도 했었죠. 서부시장에서 만난것도 사구요. 진주냉면 완전 맛있었죠. 겨울이 오려나봅니다. 단디하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