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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쓰긴 했는데 어차피 다들 아시잖수? 그냥 막 써야지.
넵, 서울의 봄을 봤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천만(예상)영화 둘 중 하나인 물건이죠. 어제 회사에서 저희 부서의 문화행사의 날이어서 봤습니다(잇힝)
어제 봐놓고 왜 오늘 쓰느냐...유로트위터에도 썼지만 영화내용이 완전 열불터지는 내용이다보니 그 좃같음여운을 씹어내느라... 아흑. 다들 마찬가지이실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의 박정희 암살 직후 육본 지하2층 지휘소(이후 B2벙커)에서의 장면입니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최규하(극중 최한규)가 B2벙커에 군 주요 인사를 모아놓고 박정희 암살을 알리며 계엄령 선포 및 육군참모총장 정승화(극중 정상호)를 계엄사령관에 임명하죠. 그러나 사실상 실제 권력은 보안사령관 전두환(극중 전두광)이 쥐고 있었습니다. 왜냐...박정희 사망 전, 당시 정보권력을 쥐고 있던 조직이 1) 중앙정보부 2) 대통령 경호실 3) 국군보안사령부였는데, 박정희 암살사건이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 경호실장과 대통령을 쏴죽인 사건이다보니 1과 2가 수장을 잃고 잠시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덕분에 차지철이나 김재규에 비해 연배나 경력이나 끗발이 다 밀리던 전두환이...이하생략.
실제로도 그랬지만 영화에서도 전두환의 월권•위법행위가 여럿 묘사됩니다. 자기보다 월등히 윗계급인 각 부처의 차관들을 불러다가 국무회의마냥 보고를 받고, 대통령 안가에서 발견된 비자금을 보고도 없이 제멋대로 6억을 박근혜에게, 1억을 자기가 꿀꺽, 2억을 정승화총장에게 뇌물로 주려다 깨지고 국방부장관 노재현(극중 오국상)에게 대신 쥐어주며, 언론에 보도지침을 자기가 뿌리는 등 마치 자기가 대통령이 된 것마냥 날뛰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성격이 오만하고 과시욕이 강하며 항상 자기가 보스이기를 갈망하는 사람이었는데(황정민 배우가 특유의 연기톤으로 매우 강렬하게 어필해주니 어금니 꽉 깨물고 보십쇼), 그런 놈이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를 빌미로 이놈저놈 죄다 불러다 족칠 권력을 얻었으니 오죽했겠나요. 그런 자기과시욕을 대변하듯 영화 내내 전두환은 잡티하나 없이 칼각잡힌 남색 근무복을 입고 있습니다. 격한 총격전(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을 벌이고 나서도요.
그런 전두환에 대비되게 영화의 주인공인 장태완(극중 이태신)이 묘사됩니다. 잘 아시듯 대한민국 대표 미남배우 정우성이 역할을 맡았는데, 아무래도 이 이름은 충무공의 이름에 장태완장군의 이름 한글자를 넣어서 만든 듯합니다. 극중에도 '반란군이 날뛰는데 맞서싸우는 군인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냐'는 대사를 하며, 능력은 몰라도 심성만큼은 충무공 못지않은 사람임이 드러납니다. 당시 상황상 요직 중의 요직인 수도경비사령관 자리를 끝까지 고사려다 충성심에 호소하는 참모총장의 요청에 겨우 수락하는 모습이나, 자리에 부임하자마자 부대를 휘어잡으며 하나회 소속인 놈들 가려내는 모습, 예하부대 시찰과정에서 보여주는 강직하고 단단한 모습, 똘마니들(?) 끌고다니며 기세등등한 전두환 앞에서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당당하게 할말 다 하는 모습 등에서 그의 강렬한 애국심과 충성심을 볼 수 있죠.
그러면서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 또한 여럿 보여줍니다. 근무지로 찾아온 아내에게 무뚝뚝한듯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 아내에게 못 들어가게 되어 미안하다고 전화하는 모습(실제로는 전사한 고 김오랑 중령의 일화), 8공수여단장(실제 9공수) 윤흥기 준장(극중 박기홍)을 설득하며 전시임용되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갑종장교 출신으로서의 심정을 토로하는 장면 등등... 정우성이 이름값에 비해 연기력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우직하고 단단한, 외로운 길을 끝까지 가다가 마침내 꺾이고야 마는 남산 위의 철갑 두른 소나무 같은 모습을 진하게 보여줍니다. 그렇게 그에게 감정이입하다가 마지막에 전두환에게 '넌 군인으로도 인간으로도 자격이 없어' 라고 일갈하고 반란군에게 체포당하는 모습을 보면 감성 풍부한 분은 눈물이 나실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뭐, 영화가 내내 분노의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이긴 합니다만.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는 또 다른 지점은, 핵심인사 전두환과 장태완 외에도 그날 많은 힘을 쏟아넣은 반란군 멤버들, 그리고 그날 맞서싸우다 끝끝내 꺾인 많은 인물들을 잊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날 전사자는 사실 딱 두 명으로 군사쿠데타 치고는 엄청 적은데, 그 두명은 자막으로 관등성명과 '사망' 두 글자까지 박아서 쿠데타 진압군 전사자임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특히 반란군의 육본 점거과정에서 전사한 병장이 있었는데, 주역인물이 죄다 별이고 대령이 몸으로 뛰는 영화 내에서 수없이 스쳐지나가는 말단 병사임에도 그 친구에게 이름까지 지어주며 전사자임을 명확하게 표현해주었더라고요. 반란군에게는 귀찮았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상 끝난 상황에서도 죽음으로 임무를 지킨 그 병사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또 한 명의 전사자인 고 김오랑 중령(극중 오진호) 역은 배우 정해인이 맡았습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단단한 연기력을 가진 정해인이, 주인공 장태완이나 특전사령관 정병주 소장(극중 공수혁) 못지않은 충성심을 단단하게 표현해 주었습니다. 고 김오랑 중령의 명복을 빕니다.
반란군의 주요 인물들도 제대로 표현해 주었습니다. 좋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쳤더군요. 너무 잘해서 열받는 케이스랄까(...) 노태우(극중 노태건)는 기존의 창작물에서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하게 표현하거나, 전두환의 친구라기보다 똘마니같은 모습으로 표현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다소 소심하면서도 한번 결정하면 전두환 못지않게 강경하게 일을 추진하며 전두환이 없는 자리에서 선배와 후배들 단속하며 끌고 가는 2인자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 주었습니다.(실제 쿠데타 과정도 처음에는 정승화 총장 쳐내고 무력시위 정도만 하려던 정치적인 쿠데타였다가, 노태우가 9사단 출동명령을 내리면서부터 전면 무력쿠데타로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죠. 노태우는 확고부동한 2인자였습니다.)노태우도 훤칠한 키에 제법 준수한 용모의 소유자였는데 배우도 큰 키에 잘생긴 사람을 데려다가 적절히 분장까지 해주니 얼굴 나오는 순간 노태우라는 걸 알아보겠더군요. 중간에 소소한 개그도 해줍니다. 많이들 아시는 노태우의 유행어(?) '믿어주세요'를 구사하시더군요. 심각한 장면인데도 상영관 내의 40대 이상 관객들이 다함께 푸흡 하고 터졌습니다.
개그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전체적으로 심각하고 긴장감있는 영화임에도 중간중간 소소한 개그씬으로 힘을 풀어주는 완급조절이 훌륭했습니다. 국방부장관의 아임 퐈인 땡큐 앤듀라던가, 방금 말한 믿어주세요 라던가, 장태완이 반말로 욕설을 섞어 탱크 운운하는 장면에서는 전화받고 있던 유학성(극중 배송학)이 쫄아서 '이...이기 인제는 위아래도 없네...' 라고 궁시렁대는 장면...이순자 역을 맡은 분은 존재 자체가 강력한 웃음(!) 배우분께는 죄송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싱크로가 높은 가운데에서도 압도적인 싱크로...푸히힠
허화평(극중 문일평)의 음흉하고 사악한 모습도 배우가 너무 잘 표현해줬고(제5공화국에서는 사실 너무 잘생긴 배우가 맡았었죠), 전두환의 최고 심복인 장세동(극중 장민기) 역시 음흉하고 악독한 느낌을 잘 살려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예하부대 움직임을 완전히 틀어막아 진압측이 병력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만들었던 황영시, 유학성, 차규헌 등의 역할이 많이 깎여나갔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걔들 말고도 그 자리에 참여한 장성들과 영관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쿠데타에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모르고 보면 쟤들은 두목하나 잘 둔(?) 덕에 아무것도 안하고 권력을 독차지한 것처럼 보이겠더군요. 많이 아쉬운 점이지만, 뭐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영화니까 극의 진행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점이라고 물 좀 타봅니다(?)어이
쿠데타를 막으려 이리저리 노력하던 장태완이 수경사 직속인원을 데리고 반란군 수뇌부를 향해 출동하는 장면이 마지막으로 나옵니다. 이 장면이 클라이막스입니다. 비장한 각오로 출동하는 장태완, 그런 그의 모습이 안타까워 총으로 위협까지 하며 포기를 권하던 참모, 실전경험은 커녕 총 쏴본 경험도 거의 없었을 행정병과 취사병들이 사령관의 호소에 주저없이 따라나서는 모습, 반란군사령부 앞 바리케이드를 두고 대치한 채로 벌이던 숨막히는 신경전, 포격을 불과 10여초 남겨두고 반란군에 포획당한 국방부장관이 상황종료를 외치자 포격을 중단하는 안타까운 모습, 국방부장관의 명령이라서, 또한 민간인의 피해가 걱정되어서 결국 진압을 포기하고야 마는, 혼자서 바리케이드를 넘어 전두환과 눈을 마주하고 일갈한 뒤 체포당하고야 마는 비장하고 아린 그 장면...
은 사실 모두 허구입니다.이런시발 장태완 장군이 30경비단 본부건물을 포격하려던 것, 사령부 인원을 총동원해서 싸우려 시도했던 건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민간인의 피해와 사령관에 대한 프래깅 우려로 진압을 포기하고 체포당합니다. 전두환에게 일갈하고 뭐 그런거 없었죠. 하지만 그 마지막 대사는 무엇보다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 진압군의 모두가 하고 싶었던 말, 그리고 우리 모두가 전두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기에, 그 모든 장면 하나하나 마음에 아프게 새겨집니다. 비록 전두환개새끼 개를 혐오하는거 아닙니다는 안타깝게도열불터지게도 천수를 누리다 존나 편하게 뒈졌죽었지만, 죽은 그놈의 무덤에 침이라도 한번 뱉어줘야 이 분노가 한 방울이라도 풀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새끼 존나 편하게 뒤졌어...씨발...그렇게 뒤지면 안되는 새끼였는데...하...또 열받네...
그밖에 소소한 소감이라면 99% 완벽한 소품 고증입니다. 영화가 군인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는 물건이다보니 군사장비도 잔뜩 쏟아져 나오는데, 1979년 당시 군이 운용하던 장비가 제대로 묘사됩니다. K2소총이 아직 개발중이었으니 소총은 죄다 M16이 나오고, 권총도 다들 K5가 아닌 M1911을 들고 있죠. 1911이 장탄수가 7발밖에 안되어 특전사령관실 전투가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K5면 13발이 들어가니 적어도 너댓놈은 더 보내버릴 수 있었을텐데 ㅠㅠ 전차도 M48A5K도 아닌 A3가 주력이던 시절인데, M48A3는 다 도태된 놈이니 영화에 나온 건ㅍ레플리카 아니면 CG일텐데 진짜마냥 정교하더군요. 어두워서 잘 안보여서 그런가...? 킁...
이것저것 많이도 썼네요. 하여튼간에 평점을 매겨보자면...
감동 : 9/10
신파 : 의외로 7/10
스토리 : 10/10
분노 : 경고!12등급 빡침이 감지되었습니다!
종합평점은 9/10으로 주겠습니다. 1점이 빠진 이유는 과정이 어쨌건 구현이 어쨌건 열연이 어쨌건간에 그 개새끼가개를 혐오하는거 아닙니다 (2) 이기는 게 정해진 결말이라서...쓰바 또 열받네 썅
빡치는거 좋아하는 빡죠같은 분 강추, 전두환이 씨발새끼인거 잘 아는 분 강추, 전두환이 씨발럼인거 잘 모르는 분 강추, 영화 택시운전사, 26년, 화려한 휴가, 1987을 재미있게 또는 감명깊게 본 분 강추, 하여튼 대한민국 사는 사람 다 강추입니다. 전두환 찬양하는 새끼는 일단 나한테 와서 한대맞고 시작이다 천만 갈지 안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것보다도 그때 그날 있었던 그 일을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하기에 제 돈 주고라도 더 봐야겠네요.
P.S. 점심시간에 쓰기 시작해서 지금 다 씀(...)
P.S.2 쓰다가 존나 빡쳐서 그렇습니다(?)
P.S.3 사실 쓰다가 부장님한테 걸려서 그렇습니다(???)
P.S.4 다 쓰고 검사받으랬는데 튀고 있습니다(?!)
첫댓글 다 쓰고 생각해보니 서울의 봄 - 택시운전사 - 1987 순서로 보면 나름 전두환 연작(?)이라 할만하겠네요. 셋다 잘 만든 좋은 영화입니다.
금요일 18시에 부장님의 호출을 받는 직장인의 비애... 스트레스 받으며 영화 보는 타입은 아니어서 일단 마음이 평온할 때 기다려서 봐야 겠네요
어떻게 보시든 영화보고 나오면 빡칠 겁니다. 저도 끝나고 나오면서 보니 상영관에서 나오는 관객들 다들 얼굴이 벌겋게 물들어 있거나 일그러져서 나오더군요. 저도 그중의 1인이었습죠.
서울의 봄을 보면서 아는 일격은 견딜 수 있는데 모르는 일격은 더 빡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아... 참모장... 국방장관..아..아아...
택시운전사는 그나마 보면서 마지막 힌츠페터라든지, 중간에 그냥 넘어가는 군인이라든지 그나마 멘탈이 좀 쉬는 구간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정말 끝까지 답답했죠. 그런데도 다 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몰입감...
1987 아직 못봤는데 봐야겠네요. 감상 잘 봤습니다..
아, 국방장관에 대한 얘기를 빼먹었네요. 모르는 분 많았던 트롤러...김의성이 너무 리얼하게 연기해버렸...저래놓고 나중엔 하나회랑 붙어먹으며 잘먹고 잘살다 뒤집니다. 씨바 또 열받네...
결말을 알아도 재밌는 영화가 명작이라죠.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명작입니다. 그때 그 사람들 이후로 실명 못쓰게된 건 아쉽습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들리는 전선을 간다.. 비장미 절정이었습니다.
크으 맞습니다. 원래도 그리 밝은 곡이 아닌데 그 노래를 느리고 낮게 편곡하니 장송곡에 가까운 비장하고 엄숙한 느낌이더군요.
보다 스트레스 받음
또 의외로 1212의 디테일적인 내용은 일반인(?) 들은 잘 몰랐다는 것도 놀라운 포인트 였고...
지금이라도 살아잇는새끼들은 죽이고 죽은놈은 시체끄집어내다 갓다버려야하는데
이제 5.17내란까지 다룬 영화가 나오면 신군부 유니버스(?)의 완성이군요
그나저나 저는 이거보고 1987 다시보니 결말에서 눈물이 나더군요
@아이로봇 MK.2 전두환 연작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보면서 열불터지고 눈물터지는 마음아픈 영화들이죠. 한국 현대사의 슬픈 단면이 오롯이 전해진다고 할까...
외유내강 부사장 : 한국영화에 위기가 찾아왔는데 저희가 받은 걸 보니 위기 같다.
ㅋㅋㅋㅋㅋㅋㅋ큐ㅠ 정말 웃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