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 기름 장수의 기름 줄기가 창공에 호(弧)를 그리며 춤추다 좁디좁은 호리병 구멍에 들어가는 걸 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는 다시 입산했다지 거듭 겨눈 검(劍)이 겨자씨를 가르고 그냥 같은 겨냥이 백전불패의 겨룸이 될 때까지
나는 내가 말한 나보다 더한 사람이 될 수 있어
수피 시인 루미는 대장장이 망치질을 보다가 오른손으로 하늘을 떠받치고 왼손으로 땅을 누른 채 우주가 도는 방향으로 시간에 시간을 더해 빙빙 돌았다지 되돌이는 춤이야 지랫대야 거듭이 그를 들어올릴 때까지
나는 네가 생각하는나와 다르게 돌 수 있지
나무 말구유에 나서 나무 십자가에 매달렸던 그리스도는 나무를 다스리는 대대로의 목수셨지 세상의 지게를 자르고 밀고 깎고 파다 못 박히셨어 비아 돌로로사 두 팔 벌려 거듭 피는 봄 나무들이 부활의 캠프 아니 구원의 웜홀이 될 때까지
나야말로 누가 아는 그 누구도 아냐
포정이라는 백정은 단칼로 소의 멱을 잡고 획획 쐐쐐 뼈 마디마디와 살 사이사이를 켰다지 거듭의 칼날이 활처럼 움악 소리를 낼 때까지
사랑을 노래하는 카사노바의 입술도그러할진대, 그게 시라면, 뭇칼질에 건너뛴 일획이, 거듭이 생략된 노래가, 가당키나 할 것인가
그렇게 믿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겠는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문학동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