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 친구 꽃사슴에게 추천해준 책이 있었더랬다..
김영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모..줄여서 나는 "엘리베이터"라고 부르는 작품집인데,
감각있는 김영하의 초기 단편들이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마음에 차는 좋은 책이다..
이 외에도 그의 작품집 "호출"도 그렇거니와..
그 후에 계속해서 내놓고있는 작품집은 다들
참신한 작품성과 젊은 작가(?)답지않은 노련함으로 점철되어있다..
이쯤에서 심심한데 김영하의 약력이나 좀 볼까...
1995년 문예지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여 데뷔했다.
1996년『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수상했으며,
1999년「당신의 나무」로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2004년 올해는 『검은 꽃』으로 동인문학상,「보물선」으로 황순원문학상을,「오빠가 돌아왔다」로 이산문학상까지 받았다..
저서로는 소설집 『호출』『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오빠가 돌아왔다』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는『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아랑은 왜』『검은 꽃』 등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임용되기까지 했다.
빌어먹을....잘 쓰는 데다 상복도 많다...
김영하의 소설은 작품성이 있는데다 대중성까지 확보해서..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하기에 좋다..대개는 마음에 들어하니까..
그러고보니 꽃사슴은 마음에 들어했는지 물어보질 않았네..ㅡ..ㅡ
암튼....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제 본 "주홍글씨"라는 영화가 단편집 "엘리베이터"에 들어있는 "사진관 살인사건"이라는 작품을 차용했다는 것이다.
어제 내가 이 영화를 좋게 본 이유중에 하나는 내가 김영하의 책을 좋게 봤기 때문이기도 한 것일테다..
사진관 살인사건은 사진관 주인 남자가 피살된 이후,
강력한 용의자로 대두된 부인..
그러나 정작 범인으로 체포된 것은 동네 깡패..
그런데...범인 체포 후 부인이 살인에 사용된 흉기를 구입한 증거가 발견되고...
게다가 부인을 짝사랑하던 남성의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나...
그렇다면 정말 죽인 건 이들이란 거야, 아님 동네 깡패라는거야..
그녀는 정말 남편을 죽이려 했을까....??
이 소설은 한 차례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소설의 미스테리함이 영상의 명료성과 부합되지 않아서..
그러니까..독자의 상상력으로 충분히 수백가지 해석이 가능한 다의성의 장면이..
영상이 가지는, 어쩔 수 없이 명료해져야 하는 당의성과 충돌하여..
다소 '엉뚱한' 모호성을 가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영상화의 실패를 본보기 삼은겐지, 감독이 잘난겐지..
명료한 사건의 정황을 설명해주었고..
역시 영상이 소설보다는 감상하기에 쉽다는 생각...을 하고..
한편!!
한석규의 연기는 꽤 훌륭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석규의 이미지는 "초록물고기"에서의 이미지인데
이 영화에서 한석규의 이미지가 초록물고기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그의 외모는 대개 부드럽고, 모성본능을 자극하며, 참한..그 무엇으로 대표되곤 하는데...
실상 들여다보면 그만큼 날카롭고 위악적인 그림이 잘 나오는 배우도 드물다..
아...있다면...유지태 정도??
실제로라면 뼈다귀 밖에 안 남았을 법한 마른 몸..
인상을 쓰는대로 수십개씩 한꺼번에 물결치는 얼굴 주름..
삐에로의 입술처럼 과장된 웃음에서 비치는 조소..
이 역을 그처럼 그에 어울리게 잘 해석해낼 배우가 있었을까..
이은주도 좋았다..
난 늘 그녀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외면하려고 하지만...
그녀는 참 연기를 잘한다..
역시..실제로라면 뼈다귀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이 마른 몸...
얼굴에 두덕두덕 붙은 복스러운 살덩이에 어울리지 않게 차가운 눈초리..
그런 살덩이와는 정반대로 사랑에 중독되어버린 목소리...
한석규와 이은주의 배드신은....참으로 멋졌다..
근래 본 배드신 중 가장 멋졌다..
성현아는...흠....
나는 덩치가 크다는 소리를 들으면...그렇게 기분을 나빠하고...
키 큰 게 좋지 모!! 이래왔는데....
오늘 보니까 아니었다..
확실히 여자는 키가 크면...성현아처럼 말라 비틀어져도...
뭔가 조화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영화 스크린 위에 무언가 삐죽한 게 하나 튀어나와있는 느낌....
크다는 컴플렉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그녀가 살과의 전쟁을 얼마나 치열하게 할지..
나도 해봐서 안다..
이은주나 아니..한석규보다도 오히려 골격은 훨씬 큼직할텐데....
몸뚱아리는 이은주보다 말라비틀어졌으니......
암튼..나는 우선 성현아의 얼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녀는 모델스럽다..
그녀가 나온 씬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가 누드 사진을 찍는 장면.
그때만큼은 길다란 그녀의 외모도...
어떻게 보면 바보스러워보이는 그녀의 이목구비도...
묘하게 배치되어 아름다웠다..
그 외에 그녀가 감정연기를 하는 부분은.....
다른 배우가 했으면 더 예뻤겠다........예를 들면 심은하...?
이런 생각이 든 정도...
가장 마음에 안드는 캐스팅은 엄지원이다..
우선 그녀의 얼굴은 그저 예쁘기만 하다..
그나마도 입술 부분의 하모니가 맞지 않아서 클로즈업을 잡으면 부담스러워진다..
이마 부분이 튀어나온 것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거나 드라마 속에 나온다면 봐줄만 하지만..
그렇게 다중적인 성격과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는 역에는 맞지 않았다..
말하자면 그녀의 배역은 여자 세명 중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그녀는 슬픔도, 배신도, 아픔도....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다..
감독도 알았을까...그 중요한 배역의 화면 지배율이 그 정도로 낮았다니...
구성에 있어서는...
소설을 차용한 사건 하나..
거기에 덧붙여 경찰의 사생활 하나..
두개의 사건이 상당히 안 어울려서..도대체 하필이면 왜 저 사건이어야 했나...
임신중절이라는 가느다란 고리는 너무 미미하지 않은가..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나름대로 사건의 이질성에 의문을 가질지언정 두개가 서로 다른 영화라는 느낌까지는 아닌정도...
마지막에 트렁크에 갇힌 채 이은주가 오열하는 장면은...
오..압권이었다...
그 압도적으로 공포적인 그 상황을...관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키고...
그녀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나중에 이은주가...어떻게 한다..영화보실 분을 위하여 이제 그만)
당위성마저 제공했던...
그 폐쇄적이고 극도로 잔인한 상황.......그들이 자초한..
영화 내내 진행된 그들의 상황을 극도로 이미지화한 장면이 아닐까.
트렁크 씬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이 영화의 전부가 그 장면으로 채워진 것 같이 기억된다..
나름대로 좋았던 영화...
이 영화의 교훈은???
바람피면 죽는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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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고라파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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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21 13:19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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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잘 읽고 갑니다. 영화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님의 사견에 덧붙인 글로 재미있는 포인트를 잡은 느낌.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