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에 독서[讀書]를 하고 있는데
그 어디선가 하소연 비슷한 기미가 느껴져
방향[方向]도 없이 밖을 나섰다.
가로등이 켜져 있으나, 만추(晩秋)의 스산한 어둠이 깔려 있었으니...
간선도로의 길 사이에 직사각형의 화분이 험하게 부서져 있었다.
교통사고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에 남겨져 있었다.
벌써 여러 날이 흘러가 버렸는 모양이다.
화분에 심어 놓은 활련화들도 삭막하게 말라져 버렸다.
한적한 간선도로였고, 밤도 깊은데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멈칫거리고 서성거렸다.
그 무슨 하소연 같은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행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른 쓰레기 같은 그 활련화 중에서도, 뿌리까지 잘려진
한 가지에 자꾸 마음이 쓰여
마음이 원(願)하는 대로 가져와
맑은 물을 투명한 병에다 담어 주었다.
오렌지색 삿갓등 아래에다 놓아 두었다.
그냥, 안쓰러워 그렇게 해 주었을 따름이었다.
이제 일주일이 흘렀다.
내가 책상 앞에 앉으면
그 활련화들은 높이가 50cm까지 자라나
하루가 멀다하고 꽃들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뿌리는 없었으나,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옛 동화책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
마른 쓰레기처럼 버려진 한 가지에서
이런 아름답고 신비한 사연이 피어나다니
이 꽃들로 인하여
이 쓸쓸한 11월의 세월들이 따뜻하게 보이고, 느껴졌다.
고맙고 흐뭇하였다.
꽃에게도 정다운 대화를 자주 하여 주었다.
이도, 삶의 기쁜 목록(目錄)에 포함시키기로 하였다.
첫댓글 버려진 꽃을 가엾게 여길 수 있는 님의 정서가 아름답습니다. 식물과 교감할 수 있는 분....
화련화란 꽃이 궁금해집니다^^
꽃과 대화할수 있는 너와집님의 마음씀이 아름답습니다
와 너무 신기하네요. 너와집님에게서 사랑받아 다시 소생한 그꽃 사진 너무 보고싶네요. ㅎㅎㅎ
이뻐해주는만큼 이쁘게 피어났나봅니다. 아름다운 마음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