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861호
축구
남호섭
코트디부아르 국가 대표 드로그바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섰다. 2005년 10월, 조국이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날이었다. 승리의 소감을 말하던 드로그바가 갑자기 생방송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러분, 일주일 동안만이라도 무기를 내려놓고 우리, 전쟁을 멈춥시다."
그 뒤, 정말 남북으로 갈라져 싸우던 코트디부아르에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4년 만에 찾아온 평화였다.
바로 이웃 나라 라이베리아에는 2005년 12월에 외다리 축구팀이 만들어졌다. 최고 스타는 데니스 파커, 열여섯에 군인이 되어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14년 동안 나라는 온통 전쟁터였고 소년들도 서로 적이 되어 싸웠다. 마음속에 미움만 가득하던 데니스가 이젠 총을 놓고 축구하러 간다. 한 골 넣을 때마다 외다리로 껑충껑충 춤을 추고 치켜든 목발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또, 그 이웃 나라 시에라리온에도 외다리 축구팀이 있다. 최고 스타는 역시 소년병 출신 셰코 주레, 열여섯에 다리를 잃었다. 외다리로 구걸하고 싸움꾼으로 시간을 보내던 셰코와 친구들이 공을 찬다. 11년 동안 아군과 적군으로 싸우던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축구를 한다. 그들에게도 이젠 꿈이 생겼다.
서아프리카의 세 나라, 오랜 내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들. 한때 이곳은 프랑스와 미국과 영국의 노예 사냥터였다. 사람 사냥꾼들은 황금과 상아도 약탈했다. 그들이 버리고 떠난 땅에는 가난과 싸움만이 남았다.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축구를 한다.
- 『벌에 쏘였다』(창비, 2012)
*
어느 교장 선생 훈화 말씀
남호섭
아시아 역대 최고라는
차범근 선수가 쓴 글에 이런 말이 있더라
그시절은 나 같은 축구 선수들 책꽂이에도 시집 몇 권씩은 꽂혀 있었다 그것을 일종의 문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폐결핵에 걸려 프로 축구 선수의 꿈을 접었던
알베르 카뮈는 작가가 돼서 노벨 문학상까지 받는다
그래도 축구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아서
다시 기회가 오면 축구와 문학 중 어느 것을 택하겠나?
친구가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당연히 축구지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나
시인 윤동주도 학창 시절
학교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였다
패스 잘 넣어 주는 중앙 미드필더 동주는
홀로 밤이 되면 이렇게 다짐을 하곤 했단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그러니까 얘들아
날마다 축구하는 거는 좋은데
이따금 시도 좀 읽어라
- 『이제 호랑이가 온다』(창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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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월드컵 <한국과 가나>전이 벌어지는 날이지요.
그래서 남호섭 시인의 시를 골라봤습니다.
"축구"도 그렇고 "어느 교장 선생 훈화 말씀"도 그렇고
제가 달리 사족을 붙일 이유는 없겠습니다.
우리가 왜 시를 쓰고, 시를 왜 읽어야 할까요?
다만 한 번 더 묻고 싶을 뿐입니다.
축구 얘기로 시작했으니 내친김에 졸시 하나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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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착하믄 뭐하노
박제영
착하다 사람 좋다
그기 다 욕인기라
사람 알로 보고 하는 말인 기라
겉으로는 사람 좋다 착하다 하믄서
속으로는 저 축구芻狗 저 등신 그러는 기다
우리 강생이 등신이 뭔 줄 아나
제사 때 쓰고 버리는 짚강생이가 바로 등신인 기라
사람 축에도 못 끼고 귀신 축에도 못 끼는
니 할배가 그런 등신이었니라
천하제일로 착한 등신이었니라
세상에 두억시니가 천지삐까린데
지 혼자 착하믄 뭐하노
니는 그리 물러 터지면 안 되니라
사람 구실을 하려믄 자고로 모질고 독해야 하니라
길게 말할 게 뭐 있노
우리 강생이 그저 할배랑 반대로만 살면 되니라
하모 그라믄 되니라!
- 『안녕, 오타 벵가』(달아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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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든동 오늘 가나전에서 우리 팀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2022. 11. 28.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독하게 살야야 한다에 밑줄 짜~~~악
볼 찬지가 사반세기가 된 것 같습니다.
축구는 못 해도, 탁구라도 쳐야 겠습니다.
만삭인 배.
순산하기 위해서라도.
수고하심에. 꾸벅^^
늘 강건하셔요.
다래투 올림.
등신 축구는 되지 말고.......
오늘 축구는 꼭 이겨 16강에 갔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마스크 축구 하는 손흥민을 위해서라도...
전국에서 응원하는 붉은 악마들을 위해서.....
무엇보다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위해서....
우리 모두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