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1897년 7월 사형을 언도 받고 동년 8월 26일 사형집행이 확정되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광무황제(고종)의 특사(特赦)로 사형 직전에 집행정지령이 내려짐에 따라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훗날 이 아슬아슬했던 과정이 공개됐습니다. 백범이 사형을 면하게 된 것은 법무대신이 사형자 명단에 선생의 이름과 함께 죄명을 ‘국모보수(國母報讐)’라고 쓴 것입니다. 즉 국모를 죽인 일본인들에게 원수를 갚았다는 뜻이지요. 이것을 본 황제는 즉시 어전회의를 열어 백범의 사형을 면하게 합니다. 또 한가지, 백범은 당시 인천교도소에 수감돼있었는데 전화가 개설된 것은 처형 사흘 전이었다고 합니다. 만일 서울과 인천 사이에 전화 개통이 늦게 됐었다면 아무리 황제의 명령이 있더라도 그 내용이 전달되기 전에 사형이 집행되었겠지요. 2년 만에 백범은 감옥을 나섭니다. 형기가 만료된 것이 아니라 탈옥(脫獄)을 한 것이지요. 백범은 이후 전국을 방랑하던 어느 날 공주(公州) 마곡사(麻谷寺)에 도착합니다.
마곡사 대웅보전은 2층 형태로 돼있다.
때는 안개가 마곡사를 감싼 저녁, 범종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지친 그에게 동행하던 이 서방이 출가(出家)를 권유합니다.
마곡사 대웅보전 옆에 있는 '그대의 발길을 돌리는 곳'이란 글자가 정겹다.
알지 못할 힘에 이끌려 백범은 마곡사 매화당(梅花堂)에 도착합니다.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산문(山門)을 내달리는 시냇물 위 다리를 지나 심검당(尋劒堂)에 도착하니포봉당(抱鳳堂)이라는 노승이 일행을 맞지요.
스님이 된 백범이 머문 마곡사의 심검당이다.
심검당이란 글자에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다.
심검당의 예전 모습이다.
이 50년 됐다는 노승은 백범에게 상좌(上佐)되기를 청합니다. 다음날 결국 백범은 머리를 깎지요. 상투가 떨어지는 순간 모래 위에 눈물을 흘렸다는 그 장소가 아직도 마곡사에는 남아있습니다. 모래는 없고 바위만 잡초 사이로 언뜻 보이지요.
백범이 머리를 자른 삭발터다. 머리를 자른 후 그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고한다.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을 얻은 백범은 이후 갖은 불교 서적을 섭렵하면서 여섯달의 세월을 보냅니다만 주변에서는 그를 부러워하는 스님들이 많았다지요. 주지 스님이나 그가 모시는 하은당(荷隱堂)이 모두 칠팔십 노인이니 그들만 작고하면 그 많은 재산이 모두 원종의 것이 된다는 수군거린 겁니다.
마곡사 스님들이 거처하는 공간이다.
예불을 드리기위해 대광보전으로 들어가는 스님들. 백범도 아마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원종, 즉 백범은 마곡사를 떠나 환속(還俗)하고 학교를 세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계몽운동을 하고 신민회 활동에 참여하다 두 차례나 투옥되며 일제로부터 갖은 고문을 당하게 됩니다. 그가 받은 형기는 2차 때 2년, 3차 때는 거기 15년이 추가됐습니다. 감형(減刑)을 받은 끝에 풀려난 백범은 얼마 뒤 중국으로 떠나게 되고 여러분도 잘 아시는 임시정부에서의 활동이 시작됩니다. 어떻습니까, 이렇게 기구하고 불운한 삶을 살았던 백범 선생이 없었던들 과연 우리가 이렇게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까요? 충남 공주 마곡사는 유서깊은 절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맨 먼저 만나는 곳이 해탈문(解脫門)이고 마곡천을 건너는 돌다리가 보입니다.
마곡사 경내로 진입할 때 제일 처음 만나는 해탈문이다.
마곡사 경내를 가로지르는 마곡천을 건너며 백범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었을 것이다.
거길 건너면 오른쪽으로 심검당, 왼쪽으로는 백범당이 있고 정면으로 대광보전과 그 뒤 대웅보전이 보이지요.
심검당 맞은편에 있는 백범당에는 그의 유물이 있다.
대광보전의 문짝이다. 어느 미술작품보다 화려하다.
마곡사 대웅보전의 지붕이 하늘로 날아갈듯 날렵하다.
대광보전 옆길로 가면 넓은 마곡천 건너는 징검다리가 보이고 백범 명상길이 시작됩니다.
백범 명상길을 걸으며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백범이 절에 은거했던 것을 기념해 심은 나무다.
북한의 위협이 날로 심해지는 요즘, 일희일비하지 말고 백범길을 걸으며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차분히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백범 김구 선생의 파란곡절이군요.
충남 공주에 있는 마곡사에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마곡사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깊은뜻이 있는 사찰을~~~~~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