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 이화은
평생 조연으로 살더니
드디어 주인공이 되었다
집안에서도 모임에서도
아무 데를 가도 최고령이다
최고라는 말이다
주인공이 죽는 걸로 결말이 나는 연극을 보듯
관객들이 모두 주시한다
건강은 어떠세요
기색을 살핀다
언제쯤 죽어 연극이 끝이 나려나
뻔한 결말이지만 그래도 반짝
이 호황을 누려야 한다
이것도 잠깐이다
ㅡ웹진 《님Nim》(2023,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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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이 지나면서 시내 곳곳의 장례식장이 분주해지나 봅니다
지난 달부터 매주 볼 일 보러 본가에 오고가는데
지인의 부고가 도착하니 신기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고인이 80대 중반에서 90대 중반까지이니
유족들도 크게 슬프진 않은가 봅니다
모두가 고희를 지난 친지들이 우스개처럼 주고받는 말이 앞으로 10년입니다
근육을 만들려고 매일 운동하는 지인들이나
삼시세끼 마다 약 한 줌씩 털어넣는 지인들이나 주어진 시간은 엇비슷할테니...
연극의 막은 어떻게 내릴 건지 아직은 아무도 섣부르게 예단하진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