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 백성이 무슨 잘못? 저만 처먹고 돼지 새끼처럼 뚱뚱한 놈(김 부자) 때문이지".방금 전 맛있는 빵 세 박스를 선사받고 나누어드리려고 했다. 봉사 활동을 하는 안유범 탈북 인사에게 전하려 하니 그쪽에서도 남아 돈다고 한다. 둘이 그랬다. 참! 좋은 세상이지요! 북한 인구 절반이 이 좁은 서울에 모여 살 정도로 인구 밀집도가 세계적인 곳이다. 이런 곳에서 입에 넣으면 슬슬 녹는 이 빵들이 남아 돌다니. 북한 생각이 홍수처럼 몰려와 덮친다.
가장 즐거워야 할 명절이 다가오면 사실 걱정이 앞선다. 특히 추석이 그렇다. 또 사람이 모이면 모일수록 항상 걱정이 앞선다. 저들을 어케 먹이나 하구요. 수령님의 크나큰 배려라는 요란한 수식어 속에 사탕 과자는 고사하고 된장 간장이라도 나누어주면 좋겠지만 -
아무 것도 없으니 평시 큰 소리치던 간부들도 옹색해진다. 된장 간장은 콩으로 만들어야 하나 그게 없으니 옥수수가 재료이다. 그러니 엄연히 된장 간장이 아닌 것이다. 이런 것도 못 주는 실태를 쓰는 내가 짜증이 나 길게 말하고 싶지 않다.
명절에 나누어 줄 것이 참 부족하다 못해 정말 없다. 오죽하면 전지전능한 김정은 수령도 낙하하다 죽다 살아난 군부대에 불고기 선사를 크게 자랑 할 정도이다. 고기 먹으면 성인병 걸릴까 꺼리는 남한과 격세지감이다. 북한에는 정말 나누어 줄 것이 없다. 있다고 하는 것은 정말 조악하기 그지 없다. 지금은 고사하고 33년 전 까마득한 이야기를 들어보시라.
탈북하여 연길에 1992년 체류하고 있을 때이다. 묵고 있는 조선족 집에 친인척 청년이 북한 방문하고 와서 하는 소리가 있었다. 함흥에서 사탕을 물고 연길까지 왔는데도 녹지 않았다는 것이다. 좀 보탠 말이긴 하지만 그만큼 한심하다는 것이다. 사탕은 강냉이 가루에 엿을 조금 넣어 굳힌 것이다.
웃음거리는 이것 하나뿐이 아니어서 줄줄이 이어진다. 모여있는 조선족 처녀 총각들이 배를 잡고 웃어 죽겠단다. 연이은 웃음거리를 쏟아내자 한 처녀가 나를 생각하여 말린다. 북한에서 온 나를 조롱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자제하며 그런다. 저 사람이 무슨 잘못! 그래서 도망쳐 나온 것이 똑똑한 나그네지. 북조선 백성이 무슨 잘못?! 저만 처먹고 돼지 새끼처럼 뚱뚱한 놈(김 부자) 때문이지. 이번엔 내가 무안할 정도로 <위대한 수령>을 마구 욕한다. 거룩한 수령을 맘대로 욕해도 아무 일 없는 중국만 해도 참 별세상이었다.
그리 잘 살지 못한 조선족 일곱 집들에 1년 간 있어도 식량 때문에 나를 미워한 적은 한번도 없다. 북한에서는 친부모라도 3일 지나면 눈치가 보이고 7일 지나면 원수로 보인다. 개혁 개방한 중국은 식량 배급소가 절로 사라질 정도로 먹는 것은 풀려있었다. 쌀은 공산주의!라고 한 거창한 수령님 교시가 이렇게 간단히 풀릴 줄이야.
남자로서 볼 때 푹신푹신한 여성들이 왜 그렇게 이뻐 보이던지. 살찐다고 걱정하는 여성들이 참 이상할 정도였다. 잘 먹어야 이뻐지는 것을 새롭게 느낄 정도였다. 30년 지난 지금도 푹신푹신한 여성에 대한 평가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