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의 1위 공급사 TSMC는 10월 15일 목요일 오후에 실적을 발표했다. 실적 발표일의 주가는 대만 본주 기준 -1.31%, ADR 기준 -0.51%를 기록했다. 실적 발표 내용 중에 주가 하락을 유발할 만한 부정적 내용은 없었다. 그동안 견조했던 주가 상승으로 차익 실현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년 동안 1개월, 3개월, 6개월, 9개월 기준 주가수익률은 각각 +10.0%, +32.3%, +75.0%, +46.8%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 분쟁 환경에도 불구하고 월별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여러 번 경신하며 실적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3Q20 매출은 US$ 기준 121.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2%, 전 분기 대비 +16.9%를 기록하며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순이익률이 각각 53.4%, 42.1%, 38.5%를 기록했다. 애플리케이션별 매출 중에 3분기의 매출 성장을 견인한 부문은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이다. 전 분기 대비 +25% 증가하며 주력 부문에 해당되는 스마트폰 부문 매출 성장률(+12% Q/Q)를 상회했다. HPC는 PC, Tablets, Server, Base Station, Game Console에 주로 탑재되는 제품을 의미하며, 저전력 CPU, GPU, Neural Processing Unit, AI 가속기,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 등이 이에 해당된다.
4Q20 매출 가이던스는 US$ 기준 124~127억 달러이다.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는 각각 51.5%~53.5%, 40.5%~42.5%이다. 매출 가이던스는 전 분기 대비 보합(flat% Q/Q)에 가까운 수준이다. 전방산업에서 스마트폰용과 자동 차용 수요는 증가 또는 회복하지만 나머지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감소하거나 보합 수준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TSMC에서 선단 공정은 16nm 이하 공정을 의미하는데, 3Q20 기준으로 선단 공정의 매출 비중은 61%까지 올라왔다. 공정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5nm, 7nm, 16nm 매출 비중이 각각 8%, 35%, 18%이다. TSMC는 선단 공정 중에서 5nm 매출 비중을 이번 분기(3Q20)부터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시작했다. 5nm 선단 공정 이전의 최신 선단 공정이었던 7nm 매출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는 2018년 3분기이다. 매출 시현 시기를 기준으로 7nm에서 5nm로의 전환이 2년 만에 이루어진 셈이다.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선단 공정에 대한 시설투자가 지속해서 필요 하며, 2021년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 시설투자 규모는 2020년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단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의 가격은 legacy 공정 대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웨이퍼 아웃풋을 통해서 추정할수 있다. 12인치 환산 기준, 웨이퍼 아웃풋은 2018년에 10,800,000장(월평균 기준 900K), 2019년에 10,100,000장(월평균 기준 824K)이다. 2019년의 웨이퍼 아웃풋은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그러나 2019년의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했다. 결론적으로 제품의 가격은 +10.8% 상승한 셈이다. 2018년과 2019년의 선단 공정 매출 비중이 각각 41%, 50% 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단 공정용 주문이 제품의 가격 상승을 수반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일부 선단 공정에서는 TSMC 가 전공정 서비스뿐만 아니라 InFO(Integrated Fan-Out) 또는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등의 후공정 서비스 까지 대응하고 있는데 이처럼 후공정 서비스가 추가된 것도 제품 단가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TSMC는이러한 후공정 기술을 3DFabric이라는 브랜드로 통합했다.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는 선단 공정뿐만 아니라 후공정 기술에 대한 시설투자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TSMC의 실적 발표 내용은 코로나19 이후 서플라이 체인에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TSMC 고객사들의 전반적 재고가 통상적 수준(seasonal level)보다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점과 TSMC의 재고도 늘어난다는 점이다. 업계 전반적으로 재고가 늘어나는 영향은 서플라이 체인의 병목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 미중 무역 분쟁, 생산라인 relocation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최근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이처럼 재고를 비축하는 경향은 당분간 지속되어 new normal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TSMC에 전망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업종에서 파운드리 업종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반도체 시장의 연간 성장률은 5%인데(메모리 반도체 제외), 그중에서 파운드리 업종의 연간 성장률은 20%이다. 전년 대비 높아진 가동률과 ASP의 상승이 파운드리 업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2021년에도 계속 성장하려면 시설투자를 늘려야 한다. TSMC는 연내에 이미 시설투자 예산을 상향 조정했는데, 이번 실적 발표에서 시설투자 계획을 기존 예산(160~170억 US$)의 상단에 해당되는 17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TSMC의 장비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ASML Holding의 실적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대만향 매출 비중이 47%를 기록해 지역별 매출 비중에서 가장 높다. TSMC의 선단 공정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2년에도 TSMC는 ASML Holding의 최대 고객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5G 관련 내용이다. TSMC는 2020년 스마트폰 시장의 5G penetration ratio를 제시 해왔는데 2019년에는 이에 대해 mid-teen%으로 언급하다가 이제 high-teen%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5G 스마트폰의 반도체 탑재량(silicon content)은 4G 스마트폰 대비 30~40% 높다는 점을 언급했다.
TSMC의 실적 발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1) 전방산업에서 5G 스마트폰이 실적 성장을 견인하는 한편, HPC의 매출 기여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 (2) TSMC가 시설투자 계획을 지속적으로 상향했고 삼성전자의 로직 반도체 시설투 자도 점점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 반도체 업종에서는 nVidia, Skyworks에 관심을 가져야 할것으로 판단되고, 한국 반도체 업종에서는 삼성전자 시설투자 수혜주 중에서 로직 반도체 수주가 가능한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나 김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