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메가박스에서 개최된 [아파트] 시사회를 보고 왔다. 재미 없다. 무섭지도 않다. 고소영의 [아파트]라기보다는 [폰][가위[분신사바]의 안병기 감독 작품이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아니었다.
[아파트]는 인터넷 만화작가 강풀의 만화를 영화화 한 것이다. 만화에서는 서울 교외의 낡은
아파트가 무대였지만 강남 중심의 고소득층 아파트로 배경이 바뀌었다. 주인공도 29살의 백수 청년에서 세련된 직업을 가진 인테리어 디스플레이러로 바뀌었다. 하지만 원작대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훨씬 더 매력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소득층 아파트에 세련된 직장 여성보다는 서울 변두리의 낡은 아파트에 백수 청년이 훨씬 매력적이지 않은가?
대부분의 공포 영화는 폐쇄 공간을 무대로 펼쳐진다. [아파트]는 현대 도시인의 삶의 터전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밤 9시 56분만 되면 사람들이 스스로 불을 끄고 누군가 죽는다. 그 아파트에 사는 인테리어 디스플레이어 세진(고소영 분)은 맞은 편 아파트 베란다에서 사람이 떨어지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인은 학대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어이없는 장면도 몇 씬 있다. 세진의 부모가 차량 전복의 교통사고로 숨지는 장면에서는 뒤집힌 차 안에 스턴트맨 혼자 헬멧 쓰고 있는 모습이 롱샷으로 잡힌다. 다음 장면 차 안에서 피 흘리고 쓰러진 클로즈업 샷에서는 두 명의 중년 남녀가 앉아 있다. 이런 엉성한 편집도 실망을 더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특별한 것이 없다. 흔히 공포영화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이 그대로 들어 있다. 관객들의 상상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것이다. 당연히 맥이 빠진다. 긴장감도 약하고 공포도 없다. 수많은 풍문을 낳으며 오랫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면서 호러 퀸 자리를 노리는 고소영의 연기도 그저 그렇다. 그녀만의 독특하고 색다른 매력은 없다. 차라리 [아랑]이 훨씬 치열하고 상상력도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