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花(매화)
이건창(李建昌:1852~1898)
본관은 전주. 자는 봉조(鳳藻), 호는 영재(寧齋)· 명미당(明美堂).
강위· 김택영·황현 등과 교분이 두터웠다.
한말의 大詩人인 김택영이 우리나라 麗韓九大家의 한 사람으로 이건창을 뽑았다.
문집으로는 『명미당집』 과 『당의통략』이 있다.
온종일 몸을 깨끗이 하고 작은 감실에 앉아 있으니
盡日淸齋坐小龕 진일청재좌소감
*감실: 조상님을 모신 재실
때마치 부엌에서 계집종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네
時聞廚婢語呢喃 시문주비어니남
버들나무 가지로 실을 짜서 옷을 지으면 좋겠네
絲絲楊柳裁衣好 사사양류재의호
매화꽃 알알이 밥을 해 먹으면 달기도 하겠네
粒粒梅花作飯甘 입립매화작반감
*
양반이라고 평생 백수로 살아도
할 일 없으면 공자왈 맹자왈
헛기침만 해도
남존여비(男尊女卑)니, 하면서
그것도 모자라서 신분제도까지 만들어
강상(綱常)의 도리라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까지
지껄어대면서 사람을 개 · 소 · 말보다 못한 삶을 살았던
이 땅에 살다 갔던 노비(奴婢)의 삶이 눈물겹다.
잘 먹지도 못하고
입지도 못하고
밤낮으로 노동에
주인의 노리갯감으로
때로는 화풀이용으로 멍석말이당하며
평생 성(姓)도 이름도 없이 살다 간
한 번도 사람으로 불리어지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본 적도 없는
오죽하면 그들을 가축처럼
재산목록 1호도 아닌
그저 밥 먹는 동물의 단위처럼 구(口)라고 지칭했을까?
팔고 사는 가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대물림되는 노비의 신세는 정말, 가슴이 먹먹하다.
백성(百姓)은 그들만의 세상이다
조선의 양반은 제 동족을 노비로 만들고
중국의 눈치만 살펴가면서
소중화사상(小中華)에 물든 얼치기들이다
얼마나 배가 고프면
“매화꽃 알알이 밥을 해 먹으면 달기도 하겠네.”
얼마나 헐벗으면
“ 버들나무 가지로 실을 짜서 옷을 지으면 좋겠네.”
앞으로 양반소리 하지도 말자!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다음 생은 축생(畜生)으로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