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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름다운 미술과 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5060
황금세기문학과 희랍신화
서반아어과 강사 이 원 영
Ⅰ. 신화의 개념
근래 출판계에는 일시적이나마 우리의 주목을 끄는 현상이 있었다. 그것은 서구 희랍신화에 대한 번역서와 소개서 등의 출판물이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오비디우스의『변신 이야기』(민음사),『그리스와 로마의 신화』(대원사),『문명 속으로 뛰어든 그리스 신들』(사계절),『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푸른 나무) 등이 있으며 서구 정신사 연구의 전문적인 필독 연구서로서 브루노 스넬의『정신의 발견』(까치)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출판문화계의 동향을 통해 우리의 전공 특성상 자주 접할 수 있었던 희랍신화를 정리하고 동(同) 신화가 스페인 황금세기문학에서 갖는 역할을 알아보자.
서구문화와 문명의 정신적 토대를 히브리적 사유와 그리스적 사유로 양분할 때 전자는 종교적 형식을 빌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후자는 문학과 예술분야에서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같은 그리스적 사유의 특성을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가 바로 그리스 신화이다. 그렇다면 신화의 의미란 과연 무엇이며 좁게는 희랍인들의 의식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이들 물음에 대한 답은 질문의 순서에 맞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화를 통한 인류라는 정신적 총체의 정의는 개별적인 민족의 검증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란 일어난 일들이 불확실하고 증명이 불가능하지만 그 속에는 마치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보여주는 하나의 전설이 존재한다. 이러한 신화는 통상 세 가지의 특성을 지니는 바 불확실성, 사실성의 추구, 전통성이 그것이다. 이들을 풀어 설명한다면, 신화를 통해 서술된 사건들은 항상 서술된 그대로 일어났음을 시사하고 신화의 전통성을 수많은 화자와 청자들의 읽기와 청취의 반복적인 구전을 통해 후대로 전해짐을 뜻한다. 반면에 불확실성이란 신화가 언급하는 비현실적 사건들은 실제로 일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실제적 사건도 함께 신뢰도를 상실하게 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허구와 실제를 함께 수용하고 있는 신화는 확실성에 바탕을 두는 역사와 가설에 바탕을 두는 허구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에른스트 로버트 커티어스는 역사와 신화를 "역사란 실제적 사건들을 언급하고 신화란 자연스러움에 반하기에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들을 언급한다."라고 구분한다. 이러한 신화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특성상 그리고 다루어지는 인물에 따라 신화, 전설 그리고 민담 등 세 가지로 세분화될 수 있다. 즉, 신화는 신들이나 신격화된 자연의 제반 현상들을 다루며, 전설을 등장인물들이 많은 경우 신적 혈통을 타고나고 지상에서의 삶을 마치게 되면 대개 신격화되지만 항상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가문을 통해 특정한 이름으로 인간과 유사하거나 인간으로서 성에 관계없이 영웅으로 형상화된 인물들을 다룬다. 이에 반해 민담은 등장인물이 자신의 공적이나 특성상 두드러진다 해도 가문, 시대 그리고 집단과는 무관한 인물들을 다룬다.
그렇다면, 고대 고대 희랍인들이 도저히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자연적이거나 초월적인 현상들이나 전설적인 인물들에 대한 인상을 노래할 때 어떠한 마음자세를 지녔겠는가? 다시 말해, 상상할 수 없는 현상에 접했을 때 그에 대한 느낌과 그 많은 느낌을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을 그들은 초월적인 신화적 인물의 덕분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 시인들은 기억력과 구전을 배웠으며 서사시 서두에 신화적 지식을 담거나 전하였다. 이렇게 시인들의 능력을 후원하던 신화적 인물들이 바로 기억의 여신인 Mnemosyne의 딸들인 뮤즈(Musas)들이었다. 다시 말해, 시인들은 전설적인 지식에 대한 파수꾼으로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신성하거나 영웅적인 인물과 그들에 대한 주제를 반복하거나 생각해낼 뿐이었다.
Ⅱ. 신화의 전래
이러한 신화적 인물들과 이들과 관련된 신화적 테마들은 여러 신화작가들의 작품을 통하여 후세에 전해졌으며 이들 작가로는『일리아드』와『오디세이』를 쓴 호머로부터 황금세기 전에『변신이야기』를 쓴 오비디우스와『신통기』의 보카치오 등을 들 수가 있다. 이렇게 전래된 희랍신화는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주의의 한 부분으로서 부활되어 황금세기의 중요한 시적 소재가 된다. 한편, 오비디우스의『변신이야기』(Metamorfosis)가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스페인어로 번역되면서 스페인에서는 문학과 예술의 주제로서 희랍신화가 많은 흥미를 끌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번역서가 갖는 의미나 그 가치를 다루기에 앞서서 희랍신화에 대한 당대의 인식이 상당했음을 León Hebreo의 저서『Diálogos de amor』또는『El Tostado spbre Eusebio』에 대한 분석을 통해 Andrés Soria Olmedo는 밝히고 있다. 요약하면 신화적 허구나 역사에 대한 해석방식에 대한 León Hebreo의 견해는 인물이나 사건의 역사를 전하는 외형적 틀로써의 즉자적 의미와 점성술이나 신화적 비유를 통한 삶의 도덕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처럼 희랍신화에 대한 인식에 깊이가 있다는 점은 León Hebreo의 번역서와 오비디우스의 저서에 대한 네권의 번역서가 분명히 입증하고 있는 바, 이들 번역서들이 개별적으로 Apolo신화를 어떻게 해석하는 지를 통해 그 흐름을 접해보기로 하자.
1. ALONSO DE MADRIGAL
1506년 초판 번역본이 발간된 총 2권 6장의 『El Tostado sobre Eusebio』에서 Madrigal (또는 Alonso Tostado)는 팔레스타인의 세파레아의 주교인 Eusebio가 희랍어로 쓴 역사와 연대기에 대해 해박한 논평을 달고 있으며 Apolo신화에 대해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첫째, Apolo의 출생을 Eusebio가 아테네인들의 계보로 간주함에 대해 Madrigal은 아테네의 역사에 특수성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둘째, Apolo의 생모인 Latona가 해산시에 Pitón이라는 뱀의 박해를 받아 사흘 밤낮을 수면과 식음을 전폐하고 해산지를 찾아다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시적 창작행위로 간주하였다. 셋째, Apolo의 출생지로 여겨지는 Ortigia 섬이 유동적 상태에서 부동적 상태로의 변모를 지진의 소멸로 인식하였다. 이어서 지진의 소멸을 Apolo의 덕분으로 돌리는 것은 태양의 신을 대변하는 한 점성가에 의해서라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Apolo가 지진이 그칠 때를 알고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의 예언은 틀렸기 때문이었다. 넷째, 창의력과 지혜를 입증하는 많은 것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Apolo를 지혜의 신으로 간주하면서 또한 의술의 창시자로 부르고 있다. 후자의 속성은 음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부드럽고도 조화 있는 악기의 연주가 이상적인 음을 만들어내듯 적절한 맥박수가 건강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Apolo와 그의 연인인 Dafne 사이의 사랑의 신화에 대해 Madrigal은 모든 강들을 신성시하고 의인화하며 강의 신들에게 연인들 간의 대화, 사랑, 혼인 그리고 자녀의 출산 등과 같은 인간의 행위와 인간의 형상 그리고 인격을 부여하려는 시인들의 의도 내지는 창작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Peneo라는 강이 Dafne를 그의 딸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밖에 Corónide에 대한 Apolo의 사랑의 변이적 표현인 흰 까마귀의 검은 색으로의 변모에 대해 Marigal은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천체들 사이의 열의 생성관계로 파악하는 그의 자연관 내지는 우주관을 보여주고 있다.
2. JORGE DE BUSTAMANTE
Jorge de Bustamante의 비유적 해석이 담긴 산문체 번역본은 대략 1546년 이전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한편, 1580년에 오비디우스의『변신이야기』가 비유를 담은 Antonio Pérez Sigler의 또다른 번역본이 나타나지만, 그의 Apolo에 대한 비유적 해석은 Bustamante의 번역본의 해석과 동일하다.
Apolo에 대한 번역자의 첫번째 해석은 Apolo와 Pan사이의 음악적 대결을 다루고 있다. 양자간의 시합을 Tmolo가 공정한 심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Midas는 Pan이 Febo(Apolo의 별칭)보다 가창력이 우수하다고 평가를 내린다. 왜냐하면 Midas는 감상력이 뒤떨어져 그에게는 거칠고 투박한 소리가 오히려 낫게 들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감상력으로 Pan의 노래가 우월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이처럼 음악적으로 열등하다는 그의 판단에 심히 분노를 느끼고 또한 그의 고집을 겪게 되자 상대의 청각에 문제가 있음을 "그대가 지닌 청각이 그토록 예민하니 내 더욱 크게 만들어 주리."라고 역설적으로 말하여 Midas의 귀를 당나귀의 귀로 만들어 버린다. 이와 같은 신체적 변화에 대해 Bustamante는 태초에 하늘과 땅은 그 누구도 개의치 않고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비밀을 밝히기로 약속하였다고 말한다. 이러한 Midas의 그릇된 판단에 대한 그의 구체적인 해석은 다른 부분에서 계속된다. 즉, Pan의 노래가 Apolo의 것보다 우월하다는 Midas의 오심은 정상적인 것으로, 그 이유는 인간들의 판단으로는 Apolo와 같은 신의 초월적인 면보다는 Pan의 세속적인 면이 더 소중하고 의미 있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나귀의 귀를 가질 만 하며 자신의 몰이해를 물질이나 위엄으로 감추려하면 할수록 말많은 시종으로서의 자신의 습관은 대지로 형상화된 모든 사람들이 눈에 띄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지는 후에 갈대를 생산하였고 우리는 이것을 인간의 부도덕성을 찾아내는 작가나 시인들의 함정이나 덫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Bustamante에게 있어서 흰 깃털이 검은 것으로 변한 까마귀의 의미는 혼란스런 험담가가 악에 마음이 기울어 선의를 악의로 변화시킨다는 교훈으로 희고 맑던 이전의 정신은 후에 검고 더러운 것으로의 변함을 뜻한다. 그리하여 Minerva의 멸시를 받고 까마귀로 변한 Coronis를 통해 말 많은 자는 신중함을 지닐 수 없음을 우리에게 인식하게 해준다.
Apolo에 부여된 또다른 속성에 대한 비유는 태양의 신으로서 의술과 관련하여 생명을 소생시키는 햇빛의 의학적 효험이다. 햇빛을 상징하는 Febo의 화살에 목숨을 잃은 후 다시 소생한 Asclepio는 다름 아닌 강렬한 태양 빛인 Febo의 화살에 대지가 타오를 때, 그곳에 서식하는 약초의 뿌리에서 추출한 약효가 반인반수의 Cicerón으로 형상화된 훌륭한 의료인의 손에 주어질 때 인간을 죽음에서 삶으로 이어주는 빛의 의학적 내지는 광합성적 효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신의를 저버리는 인간의 부도덕성에 대한 비유로서 은혜를 모르는 인간 Laomedonte에 대한 Apolo의 희생에 대한 역자는 인간의 사악한 이기심이란 당연히 그 죄가를 받게 된다고 역설하며, 또한 한줌의 모래 알갱이만큼이나 많은 나이의 삶을 청했던 Sibila를 통해서는 생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인한 노년의 불행과 비참함은 생이 아닌 죽음의 연속에 불과하다는 그의 인생관을 우리에게 피력하고 있다.
3. PEDRO SÁNCHEZ DE VIANA
1589년 Valladolid에서 발간된 Sánchez de Viana의 『Anotaciones sobre los quince lobros de las transformaciones de Ovidio. Con la mitología de las fábulas y otras cosas』(우화 및 기타 신화와 더불어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15권에 대한 주석)의 서문에서 저자는 고대 희랍신화의 특성과 그 계보에 대한 신화적 해석 외에 일련의 에베메로적, 물리적 그리고 도덕적 해석을 가하겠다고 밝히면서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신화의 가치를 중시한다.
생명의 빛이라는 뜻의 Febo로 불리는 Apolo는 서문에서 시인들의 후원자이자 아홉 뮤즈들의 후견인으로 기술되고 있으며 역자가 언급한 Apolo의 속성으로는 활현금의 발명자요, 음악과 의술을 찾아낸 자로 그리고 자신의 발명에 대한 예언자로 언급되고 있다. 뮤즈의 후원자인 그가 올리브와 종려나무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야생 올리브나무가 그에게 봉헌되며 올리브나무가 태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그에게는 음악의 발명가로서 매미가 봉헌되기도 하였다. 목자의 신으로서 그는 자신의 가축을 돌보는 Foronides에게서 가축을 훔쳐 Batto라는 동굴에 숨겨두었다가 그중 한 마리가 낙오되어 울부짖자 모든 소들이 따라 울어 결국 발각되기에 이르고 그리하여 그곳을 "발견의 동굴"이라 부르며 오늘날에는 시금석이라 불린다는 Mercurio와의 신화에서도 목자들의 신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Pitón이라는 뱀과 관련된 비유에서는 Apolo의 승리는 첫째, 인간에게 오염과 질병 그리고 죽음을 야기시키는 우기 때의 태양의 역할을 상징하며, 둘째는 햇빛으로 인해 농사의 수확에 장애가 되는 과다한 습도와 건조가 조절된다는 것, 셋째는 희랍어로 "경솔한 신뢰"를 뜻하는 Pitón에 대한 Apolo의 승리는 곧 지혜와 정확성의 승리라고 주장한다.
Pitón을 제거한 후 Apolo가 신탁을 차지하게 됨을 역자는 "Apolo가 그 지역(Delos 섬)과 신탁을 관장하게 되는 바, 그곳에는 세 개의 다리가 달린 탁자가 있었다고들 한다. 그러나 호머는 이것을 손잡이가 달린 잔으로 생각하였으며, 어떤 사람들은 의심나는 점을 자문하기 위해 사제가 물에 몸을 담던 욕조와도 같은 것으로 또는 질문 받은 사안을 처리하고자 앉던 의자는 Apolo의 선방으로 여겼다"라고 말한다.
까마귀로 변신한 Coronis에 대해 역자는 까마귀가 Apolo에게 봉헌되었다는 것은 한여름의 더위 속에 알을 품어 새끼를 부화시키는 까마귀의 독특한 본성에 기인하는 것이고 성장하며 신체의 색이 흰색에서 검은 색으로 변하는 것은 헌담을 일삼는 자나 불화를 조장하는 자는 종국에는 자신의 의지마저 왜곡시킨다는 점을 우리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4. JUAN PÉREZ DE MOYA
1585년 Madrid에서 첫판이 발간된 Juan Pérez de Moya의『Filosofía secreta』는 고전문학에 대한 인문주의적 계몽정신에 입각하여 신화 사전적 성격을 띠고 쓰여진 그리스-로마 신화의 전문서적이지만 고대 희랍세계신화의 도덕적 교훈을 찾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문주의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학문적 성격을 배제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해박한 지식을 접하면서 도덕적 가르침까지 받을 수 있는 서적이 된 것이다.
Ignato라는 신을 믿었던 아테네인들은 전염병이 만연하자 어떤 제물로써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지 자연스럽게 Apolo의 신탁에 자문을 구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그러나 어떤 제물을 어디에서 어느 신에게 바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듣지 못하자 그들은 명성이 높은 철학자 Epiménides를 통해 Apolo의 뜻을 알게 되어 양들을 제물로 삼아 들판에 풀어놓고 양들이 머무는 곳에서 Ignato신에게 제사를 지내어 질병을 퇴치하였다 한다. 그러나 이처럼 실생활 속에서 희랍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Apolo는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즉, Júpiter (Zeus의 로마식 명칭)와 그 밖의 신들에 대항하여 거인 Tifeo가 벌인 싸움에서 Apolo가 까마귀로 변신하는 것은 태양계 행성들의 특성을 설명하려는 천문학적인 비유로 이해될 수 있다.
Apolo의 부모와 그의 출생 이야기 중 어머니인 Latona가 자신의 아이들인 Apolo와 Ártemis를 Licia의 한 호수에서 씻기려다 사람들에게 고초를 겪자 이들을 개구리로 둔갑시켰다는 허구적인 이야기를 저자는 Licia인과 Rodia인 그리고 후자를 돕는 Delos인들 간의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에서 식수를 확보하려는 양측의 싸움이 그 소재가 된 것으로 본다.
Apolo의 여러 속성에 있어서 목자, 음악 그리고 의술의 신으로서 속성은 다른 저자들과 다른 점이 없이 대동소이하며 특히, Alonso de Madrigal과는 견해가 일치한다. 이에 반해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Apolo가 연주하는 수금의 소리에 따라 아홉의 뮤즈들이 춤을 춘다는 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천문학적 해석이다. 그는 Apolo는 태양으로 그로 인해 우리는 모든 물리적 시간을 인식하고 태양의 움직임으로 인해 뮤즈로 상징되는 모든 태양계의 위성과 그밖의 천체들을 측정할 수 있으며 이들 위성들은 모두 자력으로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피사체임을 밝힌다. 한편 수금이 일곱 개의 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피타고라스의 견해를 이용해 일곱 개의 위성으로 간주하고 이러한 태양계의 조화로운 움직임이 곧 음악을 낳았고 그래서 이들 위성들의 핵심인 Apolo가 음악의 생성자가 되는 것이라는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설명을 한다.
도덕적 관점에서 본 저자의 비평은 Apolo의 연인이던 Corónide가 Élato의 아들인 Isquis와 불륜을 저지르자 그녀를 섬기던 까마귀가 이를 Apolo에게 알리는 사건에 대해 나쁜 소식을 밀고하는 자 또한 그 행위를 저지르는 자 못지 않게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의 형상으로 트로이성의 건축에 참여한 Apolo의 이야기는 신화의 신뢰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트로이의 왕 Laomedonte를 자신의 필요성에 의해 행한 과도한 요구와 약속을 무시하고 신의를 저버리는 인간으로 묘사하여 도덕적 의미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연인들에 대한 Apolo의 사랑은 표층적으로 볼 때 도덕적 타락을 극단적으로 묘사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이것은 형식에 불과하고 심층적으로는 그의 연인들이 모두 식물로 변신한다는 점에서 태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예로 월계수로 변한 Dafne와 히아신스로 변한 Hiacinto를 들 수 있다. 덧붙여 Apolo가 사랑을 이루려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이들이 변모하였다는 것은 순결함을 지키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간주된다.
Ⅲ. 신화의 수용
지금까지 하나의 신화적 인물을 통해 본 황금세기 초의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인식의 정도와 그 내용을 살펴본 바 비유를 통한 도덕적, 천문학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시의 작가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Apolo신화를 자신의 창작활동의 소재로 다룬 시인들의 숫자가 우리의 귀에 익숙한 Garcilaso de la Vega, Lope de Vega, Miguel de Cervantes 등을 포함하여 40명에 이른다. 이들이 수용한 신화는 다양한 시형식과 작가들의 개별적인 의도에 따라 부활하고 재창조되었다. 이에는 시대적 상황이 빚어낸 삶의 허무와 그에 대한 환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외부환경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불가능하여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이해를 표현하게 된 과거의 신화가 황금세기에는 환경으로부터 빚어진 결과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내적 평가와 수용으로 다시 번성기를 누리게 된다. 그러기에 더욱 우리의 관심을 끌만한 가치가 있고 우리의 이해와 연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