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사이트 미들(parasite middle)의 충격
패라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족이란 말이 있다. 식물이나 동물에서 어떤 두 종(種) 사이의 관계 중 한 종이 다른 한 종에게 손해를 주면서 자신은 이익을 얻어 살아가는 관계를 기생(parasitism)이라 하는데 패라사이트싱글은 결혼하지 않고 부모 집에 얹혀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결혼이라는 틀보다 자신들만의 삶을 만끽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얼마전 일본에서는 "패러사이트 미들(parasite middle)의 충격"이라는 책이 발간되어 일본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三神万里子氏가 쓴 책으로 중간관리직이지만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방관만 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에는 관심도 없고 이야기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만 하는 45세 이상의 중간관리직을 지칭하는 말인데 30대 이상의 사원들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업계를 불문하고 45세 이상의 중간관리직에는 정보를 흘려도 소용이 없어요 라는 말이 30대에서 40대 초반의 사원들에게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정말 우리 상사가 바로 그래요." 30대 사원들의 호소다.
상담을 해도 포인트가 빗나가는 이야기나 하거나 보고서를 올려도 제대로 읽지도 않는다. 자신이 해야할 일도 태연하게 부하에게 맡기고 지시도 애매해서 맡긴다고만 이야기하거나 위에서 시키니 어쩔 수 없다고 책임 회피적인 발언만 하는 중간관리자의 문제가 일본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아무 도움이 되는 정보가 없는 45세 이상을 제끼고 30대 종업원과 주로 의견을 나누었다"는 일본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미국계 펀드의 관계자에게 일본의 관리자라는 말은 경영관리 (management)와 사무관리( administration)라는 말이 혼선이 되어 45세 이상의 관리직이 무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근무시간의 대부분을 사무실에서 보내면서 시간이 경과할수록 시장감각이 뒤쳐지고 호기심이 없고 현장에서의 보고도 위기의식이나 핵심에서 멀어지면서 우선순위를 매기지 못해 대처전략을 세우지 못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노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45세가 되면 일을 하지 않게 되는가?
" 일본 기업은 최근 10년간 기업의 조직이 피라미드에서 플랫조직으로 바뀌면서 연공서열로 승진하던 시대가 사라졌습니다. 그러한 변화가 일하는 가치관에 있어 45세 전후로 크게 단층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패러사이트미들(parasite middle)은 개인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고 세상의 흐름이 바뀐 결과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기업에서 조직의 신뢰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습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확실히 일본은 1990년대 후반 들어 환경이 급변했다. 정보화 혁명이 불고 외국계 기업들이 연속해서 진출하면서 인원조정, 성과주의 도입, 관리직 포스트 축소, 연공 급여 조정 등
American standard의 시장원리가 지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익숙한 30대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45세 이상의 관리직은 아직 순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모델에 집착하고 있는 현상이다.
그들은 가정에서도 어려움을 안고 있다. 주택대부나 교육비 부담이 증가하고 양친의 노후 부양 문제 특히 간병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 자신의 신체도 옛날 같지 않다. 괜히 잘못 움직였다가는 포스트가 날라가 버리면 생활이 안된다는 불안이 겹쳐 리스크를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 되어 방관자로 변해버린다.
" 지금 일은 맘에 안들어.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벤쳐 기업에 가서 싸울 기력은 없어. 그렇다고 내가 창업을 할 수가 있나? 유학을 갈려고 해도 이제와서 늦고...돈도 들고.... 처도 결사반대야. 괜히 잘못 일벌리면 이혼당하기 십상이고... 그러니 연봉이 깎여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맡겨도 내게는 현상유지가 가장 합리적이야.."하고 자조적인 푸념을 하는 45세 중간관리직의 우울함은 남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직장내에서의 활력을 잃어 간다. 점차 30대 들도 지쳐 의욕을 잃어 간다. 얼마전 발표한 일본의 인사과제를 보면 2위가 종업원의 만족도 향상, 3위 관리자 의식개혁, 4위 중고령 사원 활용방안이다.
바다 건너 일본의 패러사이트미들 문제는 우리에게 아무 관련이 없는가?
외환위기 이후 미국식 시장원리가 침투된 것도 연공서열이 무너지고 성과주의가 도입되어 온 것 또한 일본 과 같다. 얼마전 한 다국적 기업의 조사에서 드러난 한국 직장인들의 상사에 대한 만족도는 바닥 수준이다. '상사가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하는가'에 대해 '매우 그렇다' 또는 '그렇다'는 응답(32%)은 3분의 1이 안 됐다. 16개국 중 꼴찌였다. '부하 직원에게 권한을 위임한다'(31%)거나 '의사 소통을 잘한다'(31%)는 대답도 최하위였다. 우리 나라 밑에는 일본과 인도 뿐이었다고 한다. 패러사이트 미들(parasite middle)의 충격은 이미 우리의 문제가 아닌가? 전체 구성원 중에 40대 비중이 늘어만 가는 우리나라에서 일본의 45세 이상 관리직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또 45세의 문제는 지금 40세를 들어선 직장인들의 바로 코 앞의 닥친 일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패러사이트 미들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저자는 패러사이트 미들에게 전문화의 길을 걸어 갈 것을 권유한다,
45세 정체감의 원인은 승진 중심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방향상실로 인해 생긴 현상이라 진단한다. 그러므로 전문가로 거듭 도전하는 것이 매너리즘에서 탈피하고 능력의 정체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를 즉 포스트 부족으로 인한 승진 목표 상실을 프로로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기회로 보상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평소 재직 중에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층과 그렇지 않은 층의 양극화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프로의 길을 걸아 가는 것이 결국 미국에서 확대되고 있는 Independent contractor (독립업무 청부인)으로서의 삶의 방향과도 일맥상통하다는 것이다다.
Independent Contractor는 고용계약이 아닌 업무단위의 청부계약을 복수의 기업과 맺어 활동하는 자립한 개인으로 흔히 Free Agent(인터넷을 주로 이용하여 자택에서 혼자 일하면서 조직의 지원없이 자신의 지식에만 의존해서 독립하여 사회와 연결되는 비지니스를 구축한 삶)이라 하는데 이들의 삶을 패러사이트 미들이 가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조직으로 부터 독립되어 회사의 벽을 넘어 활동하는 사람들이 협회원만 9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 지식서비스 산업의 종사자는 복잡한 정보를 인텔리전트하게 정리해서 필요로 하는 곳에 공급하는 작업을 수행하며 시간과 정보라는 자산을 활용하여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급여는 자신의 가지고 있는지식의 가격에 시간을 곱한 것이다
이는 맛사지와 같은 노동서비스와 구별되는데 맛사지가 시간당 몇 만원선이라고 한다면 지식서비스는 고객을 위해 자신의 두뇌서비스를 사용한 것이므로 10만원에서 수십만원의 가격이 가능하다
기업과사회에 필요로 하는정보의 gap,을 예리한 눈으로 관찰하고 가공하고 발신하면서 세상에 공헌하는 생활이 이들의 삶이다.
이를 45세 이후의 일에 대한 자세부터가 달라져야 한다.
그저 평이하고 편안한 일을 선호하는데에서 벗어나 신규분야나 사회적으로 공한하는 의미가 있거나 난이도가 높은 일들이 자신이 독립시에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일하는 동기도 과거처럼 조직내에 포스트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나 사회의 정보의 gap을 메꾸는 것을 미션으로 한다, 그러므로 항상 타이밍을 중시하며 어디서나 일만을 생각하며 바로 돈이 될까 안되까가 아니라 하시라도 유효한 정보라고 한다면 기꺼이 돈을 내고 라도 습득하려고 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새로이 정보 무장을 하고 자신의 일에 관한한 최신 정보를 모아 그것을 분석하는 힘을 길러
포인트와 우선순위를 매겨서 회의에서 상사나 부하에게 설명하고 문제제기하는 능력을 갖고
적극적으로 조직경영에 참여하는 액티브한 생활을 하는 패러사이트 미들을 기대한다고
三神万里子 氏는 말한다.
시간과 정보를 무기로 사회에 기여하려고 하는 삶은 중년기적인 삶이다
과거 자기실현의 방향을 승진과 급여에 두었지만 이는 청년기적 자기 실현이다. 칼 융은 청년기의 목표를 중년이후에도 유지하려고 하면 그 목표는 의의를 상실한다고 했는데 중년 이후는 자신도 몰랐던 잠재적인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타인을 위해 그 능력을 활용하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이야 말로 훌륭한 자기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승진이나 출세는 지엽적인 것이 된다.
45세. 자신의 인생이 보이는 시기이다. 자신이 가장 자신이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회사에서의 자신에 대한 기대는 무엇인지 앞으로 자신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죽을 때 자신은 어떤 사람으로 불리어 지고 싶은지 등 종합적으로 생각할 때다.
자신의 앞날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자신을 돌아 보고 지금까지 자리나 직함에 연연해하던 생활에서 이제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시기다. 지금까지의 가치관에 연연하지 말고 새로이 자신의 전문분야를 정해 자신이 제공해야 할 지식서비스의 정보의 gap을 파악하여 그것을 연마하여 사회에 제공하는 공헌의 삶을 통해 Active한 삶, 미래 직업의 주역이라는 Independent Contractor, Free Agent적인 삶, 챨스 핸디가 이야기하던 코끼리와 같은 기업에 붙어 자신의 전문성을 갖고 복수의 일을 하면서 살아 가는 벼룩의 삶의 모습을 三神万里子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첫댓글 좋은 내용의 글이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