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7> 그러나 발행 직후 대통령의 초상이 두쪽으로 찢어지거나 절반으로 접혀지는 등 손상된 화폐가 시중에 나돌았다. 항간에는 대통령을 욕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초상을 중앙에 넣었다는 유언비어가 등장했다. 이에 대통령의 한 측근은 “나라의 국부(國父)이신 대통령의 초상을 지폐 중앙에 집어넣어 용안이 찢겨지거나 접혀지는 등 욕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이니 즉시 도안을 교체하라”는 엄명을 내렸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한은은 대통령 초상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바꾼 새로운 500환권을 2년뒤인 1958년 발행했다.
○…1962년 5월16일 발행된 100환권 지폐에는 일반인이 도안 모델로 등장했다
<그림8> 한복을 차려 입은 어머니와 아들이 당시 책처럼 생긴 통장을 들고 있는 도안은 국민들에게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의도였다. 그러나 이 100환권은 우리 화폐사상 유통기간이 가장 짧아 발행된지 20여일 뒤인 그해 6월10일 제3차 통화조치 실시로 새로운 화폐로 대체되며 폐기됐다.
○…1972년과 73년 발행된 5000원권과 1만원권에 등장하는 이이와 세종대왕 초상은 갸름한 얼굴에 큰눈과 오똑한 콧날 등 서구적인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림9> 당시 국내 제조기술로는 은행권의 원판을 제작할 수 없어 영국의 은행권 제조회사인 토마스 델라루 사에 제작을 의뢰했는데 이때 영국인들의 정서를 기준으로 콧날을 높이는 등 인물을 서구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1910년 한일 합병을 단행한 일본은 이듬해 3월 구 한국은행을 조선은행으로 개편했다. 조선은행은 이후 40년 가까이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하며 태평양전쟁 중 만주와 중국 본토에서도 통용되는 은행권을 남발해 일본의 전쟁비용 조달 지원책을 담당했다.
1950년 6월12일 설립된 한국은행은 6ㆍ25전쟁 중 최초의 한국은행권을 발행했고 전후에는 통화개혁을 단행, 화폐단위를 100분의 1로 평가절하한 ‘환’ 표시 화폐를 발행했다. 또 5ㆍ16 군사정변 이후에는 정부의 경제개발계획 일환으로 화폐단위를 10분의 1로 평가 절하한 한글 ‘원’ 표시 화폐를 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