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의 뿌리’ 다리] 다리를 보면 전신 건강이 보인다 사진 : ⓒgetty images bank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건강 관리에도 유효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건강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 우리 몸에서는 다리가 그렇다. 건강 측면에서 다리가 품은 가치는 어느 신체 부위 못지 않다. 다리에는 의외로 전신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질 높은 정보가 담겨 있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실내외를 불문하고 꽁꽁 싸매게 돼 상태를 확인하는 데 소홀하기 쉽다. 겨울철 다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건강 체크포인트를 소개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고, 근력이 떨어진다. 힘이 없어 활동량이 줄면 섭취한 에너지(포도당)를 충분히 소모하지 못해 비만과 고혈압·당뇨병의 위험이 커진다. 심장질환·치매·뇌졸중 역시 근육 감소와 관련돼 있다. 이런 ‘근감소증’을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다름 아닌 다리다. 경희대병원 어르신진료센터 원장원 센터장(가정의학과)은 “다리는 근육 감소가 가장 빨리 시작되는 부위”라며 “이를 예방해 신체 활동량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거의 모든 병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리 둘레로 가늠하는 근감소증: 근감소증이 다리부터 시작되는 건 근육의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일반인은 걷고 뛰는 등 짧은 활동을 할 때 다리를 쓴다. 이를 위해 다리 근육도 버티는데 쓰이는 ‘지근’보다 빠르게 힘을 쓰는 ‘속근’이 주를 이룬다. 속근은 지근과 비교해 단련하기 쉽지만, 반대로 쓰지 않으면 더 잘 빠진다. 체내 근육의 70%가량이 몰린 다리는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보통 근감소증을 진단할 땐 전신 근육량·보행능력·악력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그러나 최근 근감소증을 다리 둘레만으로 손쉽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헬스케어 콩그레스’에서 일본 도쿄대 이이지마 가츠야 교수가 소개한 ‘핑거링 테스트’다. 핑거링은 양손의 검지와 엄지를 이어 만든 동그란 원을 가리킨다. 핑거링의 크기와 종아리의 가장 두꺼운 곳에 두께를 비교해 근감소증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실제 이이지마 교수팀이 일본의 65세 고령층 2011명을 45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종아리가 핑거링보다 굵은 그룹을 기준으로 ▶딱 맞는 그룹은 2.4배 ▶부족한 그룹은 6.6배나 근감소증 위험이 컸다. 이이지마 교수는 종아리 굵기가 핑거링보다 굵지 않으면 근감소증 확률이 높다고 봤다. 핑거링 테스트 결과에 따라 사망률과 요양병원 입원률도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원 센터장은 “핑거링의 크기는 30~32㎝로 대부분 일정하다. 근육량·보행능력 등을 가늠하는 종아리 둘레를 핑거링으로 재는 것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는 측정법”이라 말했다. 만일 핑거링 테스트에서 근감소증 위험군에 속하면 계단 오르기, 수영 등 근력 운동을 충분히 실천하고 붉은 살코기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가까이 하는 게 좋다. 정강이부터 시작되는 피부 건조증: 다리가 가려울 땐 몸의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겨울에 흔한 피부 건조증도 다리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정강이 바깥쪽부터 시작된다. 가려움증이 정강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토피 피부염과 구분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남재희 교수는 “다리는 피부 보습을 담당하는 피지가 적게 분비되고,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기 쉬워 건조증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건조증일 때 가렵다고 오래, 자주 씻는 건 오히려 증상을 악화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피부를 자극하는 샴푸·비누 등도 적게 쓰는 게 좋다. 이렇게 했는데도 가려움증이 지속하거나, 유독 발목·정강이만 심하게 가렵다면 반대로 더 잘 씻어야 한다. 무좀 때문일 수 있어서다. 무좀은 발이 진균(곰팡이)이 감염돼 생기는 질환이다. 불에 가까울수록 열기가 세듯, 발과 가까운 다리에 곰팡이가 과민반응(이드반응)을 유발해 가려움증이 심해질 수 있다. 남재현 교수는 “다리만 가렵다고 오는 환자 10명 중 8명은 무좀 환자”라며 “건조증·무좀에 상관없이 깨끗이 씻고 난 후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가려움증을 관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추천했다. 다리 혈색·부기로 혈관·신장질환 위험 추정: 추운 겨울은 혈관이 수축돼 급성심근경색·뇌졸중 등 혈관질환이 생기기 쉽다. 문제는 혈관 건강을 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중앙대병원 혈관외과 김향경 교수는 “심장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혈액 공급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혈관은 하나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다리에 문제가 보이면 심장·복부 등 주요 혈관도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리 혈관이 막히면 피부색이 변하고 다리가 붓는다. 먼저 피부색은 다리 혈관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동맥이 막히면 피가 아래로 내려가지 못해 다리가 하얗게 변한다. 이와 달리 정맥 질환일 땐 혈액이 올라가지 못하고 붙잡혀 다리가 빨개진다. 다리가 붓는 것은 정맥이 막혔을 때다. 정맥 질환일 땐 혈액이 몰려 혈관이 튀어나오거나 다리가 붓는다. 흔히 알려진 ‘하지 정맥류’를 떠올리면 쉽다. 정맥은 동맥보다 혈류량이 적어 전신 건강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단, 갑자기 피부가 빨개지고 눈에 띄게 붓는다면 응급상황이므로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몸 깊숙한 곳에 있는 큰 정맥(심부정맥)이 피떡으로 막혀 피부 바깥쪽에 혈액이 쏠리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김향경 교수는 “심부정맥 혈전이 폐를 막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며 “하지 정맥류는 작은 정맥의 문제라 크게 위험하지 않지만 심부정맥 혈전증은 즉시 항혈전제 등 응급처치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장기 기능이 떨어져도 다리가 붓는다. 특히 ‘몸속 정화조’로 불리는 콩팥(신장)이 약해지면 세포 사이의 수분(체액)이 하체로 쏠려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고대안암병원 신장내과 임성윤 교수는 “한 쪽 다리만 부으면 혈관 질환을, 양쪽이 다 부으면 혈관·신장질환을 모두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 비대칭으로 파악하는 이상 징후] 다리 길이 차이는 허리 질환 경고등 한쪽 눈꺼풀만 처지면 마비성 질환 의심...양팔의 혈압 차이도 체크해야
100% 좌우가 똑같은 사람은 없다. 얼굴만 해도 카메라 방향에 따라 ‘사진빨’이 달라진다. 그래서 신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게 눈에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체 비대칭이 모두 당연한 것만은 아니다. 조그만 불균형이라도 건강을 우르르 무너뜨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좌우비대칭이 겉으로 드러나는 목·어깨·허리 등이 그렇다. 이들은 여러 개의 뼈가 연결된 구조로 한 곳이 틀어지면 주변의 뼈와 근육, 연골이 비대칭을 보상하기 위해 다함께 뒤틀린다. 한쪽 방향으로만 신체를 사용하는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골프·배구·야구선수가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주로 한쪽 방향으로만 몸을 회전하기 때문에 신체의 좌우가 뒤틀려있다. 2010년 한국사회체육학회지에 실린 ‘전문 운동선수의 편측성운동이 척추의 형태학적 구조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한쪽으로 운동하는 선수의 골반·척추·몸통의 좌우 기울기는 양쪽으로 운동하는 선수에 비해 불균형했다. 다리를 꼬고 앉으면 골반이 틀어지고 한쪽 어깨로 가방을 매면 어깨가 비뚤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와 달리 의외의 원인이 신체 불균형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깨를 다치면 양팔의 길이가 1cm 이상인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 또한 한쪽 어깨와 팔을 혹사시키는 야구선수에게 많이 나타난다. 한쪽 팔이 다른 쪽 팔보다 긴 ‘데드암증후군’이다. 어깨를 잡아주는 인대와 같은 구조물이 반복적인 자극에 의해 점점 약해지고 늘어나 생기는 현상이다. 정선근 교수는 “일반인도 테니스·골프·야구처럼 한쪽 팔을 많이 쓰는 운동을 즐긴다면 데드암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며 “팔에 갑자기 힘이 빠지고 저리다면 양쪽 팔 길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허리디스크나 척추측만증이 있으면 양쪽 다리 길이가 달라지기 쉽다. 허리가 아픈 사람은 걸음걸이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디스크 손상이나 관절염으로 통증이 생기면 이를 피하려 아픈 쪽으로 몸을 기울고 걸음걸이가 비툴어지기 때문이다. 정선근 교수는 “몸이 기울어진 환자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하면 디스크가 찢기거나 뼈 사이로 튀어나온 경우가 많다”며 “다리 길이가 2cm만 차이 나도 상대적으로 긴 다리에 체중이 실려 무릎 관절염, 발목 염좌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눈을 떴을 때 한쪽 눈꺼풀만 처지거나 과도하게 떠지는 것은 마비성 질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나로 연결돼 안구와 눈꺼풀을 움직이는 시신경에 마비가 생긴 것일 수 있다. 갑상선안병증도 의심할 수 있다. 갑상선안병증은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눈꺼풀에 부종이 생기거나 근육이 마비돼 놀란 눈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대희 교수는 “시신경마비·갑상선안병증 같은 마비성 질환은 한쪽 눈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며 “한 쪽 눈꺼풀만 외형적인 변화가 생긴다면 시력·안압·안구돌출지수·안구운동장애 등의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숨은 비대칭 요소도 항상 체크하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혈압·시력처럼 작은 수치라도 양쪽에서 크게 차이나면 뇌졸중이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팔의 혈압 차이를 체크하면 혈관질환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다.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혈관염, 양쪽으로 피를 균등하게 보내지 못하는 부정맥이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로 한 쪽의 혈류량이 줄면 상대적으로 혈압이 낮게 측정된다. 실제로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혈류량이 줄어든 뇌졸중 환자는 양팔에서 혈압차가 흔하게 나타난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진권 교수는 “3년 간 급성뇌졸중으로 입원 및 사망한 환자를 추적 관찰했더니 양팔의 수축기 혈압차가 10mmHg 이상 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배 정도 사망률이 높았다”며 “뇌졸중 환자라면 항상 양팔의 혈압을 모두 재야 한다”설명했다. 당뇨 환자 4명 중 1명꼴로 일생에 한 번 이상 당뇨발을 경험한다. 발에 난 작은 상처를 방치해 조직이 죽거나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상처가 감염되고 혈액 순환 장애가 지속되면 발의 일부를 절단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당뇨 환자의 발에 궤양이 생기면 5년 생존율이 50% 이하라는 보고도 있다. 이는 대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보다 낮은 수치다. 당뇨 환자가 단순한 발의 상처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당뇨발이 생기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당뇨 환자는 발가락 등 하지의 작은 혈관이 막히기 쉽다. 피가 통하지 않으니 산소와 영양분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노폐물 배출이 어려워 해당 부위에 궤양이 쉽게 생긴다. 둘째, 당뇨를 앓는 환자는 당뇨 합병증 중 하나인 신경 손상으로 감각이 무딘 편이다. 신발이 작거나 볼이 좁으면 발에 상처가 나기 쉬운데 당뇨 환자는 이를 느끼지 못하고 계속 활동해 상처를 악화시킬 수 있다. 셋째, 당뇨 환자는 피부 저항력이 떨어져 있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쉽게 상처가 난다. 한양대 구리병원 성형외과 최승석 교수는 “전체 당뇨발 환자의 10~40%가 궤양으로 다리 일부를 절단한다”며 “잘라내도 여전히 환자의 하지 혈관이 막혀 있거나 감각이 저하돼 있어 재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당뇨발 드레싱 치료에 솜이나 거즈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수분을 함유한 ‘습윤 드레싱’을 주로 사용한다. 촉촉함을 유지하는 게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고 뗄 때도 통증이 적기 때문이다. 습윤 드레싱은 종류가 다양해 상처의 형태와 상태에 따라 적절히 선택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폼 드레싱을 사용한다. 흡수력이 좋고 가스를 방출해 적절한 습윤 환경을 만들어 준다. 상처에서 나온 분비물이 지나치게 많을 때는 하이드로파이버 드레싱을, 죽은 조직을 살짝 녹여야 할 땐 화상 치료에 주로 사용하는 하이드로콜로이드 드레싱을 사용한다. -매일 발을 씻고 발가락 사이는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닦는다. -화상 예방을 위해 히터·핫팩·사우나를 이용하지 않는다. -맨발로 걷지 않고 항상 양말이나 실내화를 신는다. -물집이나 작은 외상, 긁힘, 창상이 발생하면 바로 병원을 방문한다. 중앙시사매거진 |
출처: 마음의 정원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