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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미제라블] Chapter 1 팡틴
자베르 경감
마들렌은 팡틴을 자기 저택 안에 있는 병실로 옮겼다. 수녀들이 여자를 인계받아 침대에 눕혔다. 팡틴은 열이 심하게 올라 온몸이 불덩어리 같았다. 그녀는 밤이 되자 한참 동안 큰소리로 헛소리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팡틴은 이튿날 정오가 되어서야 눈을 떴다. 침대 곁에서 숨소리가 들리기에 휘장을 걷어 보니 마들렌 시장이 서 있었다. 그는 자기 머리 위에 있는 무엇인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연민과 고민에 찬 눈으로 그는 기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시선을 따라가 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벽에 걸려 있는 십자가상에 가서 멎었다.
팡틴의 눈에는 마들렌의 모습이 달리 보였다. 빛에 싸여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그는 기도에 몰두해 있었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겨우 머뭇거리며 말했다.
“거기서 무얼 하고 계세요?”
그는 여자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어 보며 대답했다.
“좀 어때요?”
그녀가 말했다.
“괜찮아요. 실컷 잤는 걸요. 퍽 좋아진 듯해요. 대단한 것이 아니니까요.”
“나는 하늘에 계신 순교자에게 기도했소.”
마들렌은 마음속으로 덧붙였다.
‘이 세상에서 고통받는 여인을 위해서.’
마들렌은 지난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정보 수집에 몰두했다. 이제는 팡틴의 신상에 대한 자세한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는 계속 이어 말했다.
“가엾게도 당신은 무척 고생을 했군요. 그렇지만 불평을 해선 못써요. 당신은 지금 하느님이 선택한 사람이 될 자격이 있어요. 인간이란 그렇게 해서 천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죄가 아닙니다. 당신이 빠져나온 지옥은 천국으로 가는 첫 번째 문이오. 여기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어요.”
그는 깊이 한숨을 쉬었다. 여자는 이가 빠진 입을 벌려 그에게 정답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틀렌은 곧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편지를 썼다. 팡틴은 그들에게 120프랑의 빚을 지고 있었다. 마들렌은 그들에게 300프랑을 보내면서 이 돈에서 빚을 제하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병든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으니 나머지 돈을 비용으로 삼아 아이를 데리고 몽트뢰유쉬르메르로 와 달라고 했다.
그 편지와 돈을 받자 테나르디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제기랄! 아이를 주면 안 돼! 이 종달새 계집애가 우리 젖줄이 되고 있는데. 뻔하지 어떤 얼간이가 얘 어미 년한테 홀딱 반한 거야.”
그는 500 몇 프랑의 계산서를 그럴듯하게 꾸며 반격을 했다. 계산서에는 300프랑이나 되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두 항목이 적혀 있었다. 하나는 의사 또 하나는 약사의 것이었다. 그 두 사람은 에포닌과 아젤마가 오래 앓고 있을 때 치료를 해 주고 약을 팔았었다. 코제트는 앞서 말했듯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저 이름만 조금 바꾸면 되었던 것이다. 테나르디에는 계산서 밑에 ‘300프랑을 정히 영수함’이라고 썼다. 마들렌은 한 번 더 300프랑을 보내며 ‘속히 코제트를 데려 오세요’라고 썼다.
테나르디에는 말햇다.
“빌어먹을! 아이를 돌려줄 것 같아?”
팡틴의 건강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자리에 누워 있었다. 마들렌은 하루에 두 번씩 문병을 왔다. 그때마다 여자는 그에게 묻는 것이었다.
“코제트를 곧 만나 볼 수 있을까요?”
그는 대답했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올 겁니다. 나도 당장 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면 아이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이 빛났다. 그녀가 말했다.
“아아!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하지만 여자는 회복되지 않았다. 오히려 병세가 나날이 악화되는 것처럼 보였다. 드러난 어깨뼈 사이의 피부에 갑자기 눈을 쑤셔 넣었기 때문에 발한 작용이 멎어, 수년 전부터 가지고 있던 병이 재발했던 것이다. 의사는 팡틴을 진찰하고 나서는 고개를 저었다.
마들렌이 의사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의사가 말했다.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습니까?”
“있습니다.”
“그러면 어서 부르세요.”
마들렌은 몸을 떨었다. 팡틴이 물었다.
“의사 선생님이 무어라 하셨나요?”
마들렌은 억지로 웃었다.
“아이를 빨리 불러오라 하셨소. 그러면 당신의 병도 빨리 나을 거라고.”
“아아, 옳은 말씀이에요! 하지만 테나르디에 부부는 어째서 우리 코제트를 내놓지 않을까요? 아아! 그 애가 오다니. 드디어 행복이 눈앞에 온 것 같아요.”
테나르디에는 좀처럼 코제트를 보내 주지 않았다. 그는 코제트가 아파서 겨울에는 보낼 수가 없다는 등 이것저것 아이에게 돈이 필요하다는 등 핑계가 많았다.
“아무래도 사람을 보내서 코제트를 데려와야겠는데….급하면 나라도 가야겠다.”
그는 팡틴이 부르는 대로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쓰고 서명하게 했다.
테나르디에 귀하
코제트를 이 사람에게 보내 주세요.
사소한 비용은 모두 지불하겠습니다.
삼가 감사를 드립니다
팡틴
마들렌은 코제트를 데리고 몽페르메유로 자신이 직접 가기로 결심했다. 이러는 동안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를 형성하고 있는 불가사의한 덩어리는 아무리 힘껏 깨뜨리려 해도 안 되는 법이다. 운명의 어두운 광맥은 여전히 거기서 나타나게 마련이다.
어느 날 아침 마들렌은 몽페르메유로 여행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자기 서재에서 시청의 급한 공무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자베르가 할 말이 있다며 찾아왔다. 그 이름을 듣자 마들렌은 불쾌한 감정이 억제되지 않았다. 경찰서에서의 사건 이후 자베르는 마들렌 시장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들렌도 자베르 경감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이리로 모시게.” 마들렌이 말했다.
자베르가 들어왔다.
마들렌 시장은 난롯가에 앉은 채 펜을 한 손에 들고 서류를 뒤적거리며 무엇인가 적어 넣고 있었다. 서류에는 도로 규칙 위반에 관한 조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자베르가 들어왔음에도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가련한 팡틴의 일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냉담한 태도를 취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자베르는 두서너 걸음 앞으로 나와서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마들렌은 그제야 펜을 놓고서 반쯤 돌아앉았다.
“그래 무슨 용무요, 자베르 씨?”
자베르는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 이어 일종의 비장함을 지닌 그가 솔직하고도 엄숙하게 말을 꺼냈다.
“시장님, 죄가 될 만한 행위가 발생했습니다.”
“어떤 행위?”
“하급 관리가 행정관에 대해 아주 중대한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저는 제 의무로써 이 사실을 보고드리러 왔습니다.”
“그 관리란 누구요?”
“저 자신입니다.”
“당신?”
“그렇습니다.”
“그러면 피해자라는 행정관은?”
“시장님입니다.”
마들렌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베르는 엄숙한 태도로 여전히 눈을 내리뜬 채 계속했다.
“시장님, 저는 저의 파면을 당국에 요청해 주시도록 부탁하러 왔습니다.”
당황한 듯 마들렌이 입을 열려고 하자 자베르가 가로막았다.
“저더러 사표를 내지 않겠느냐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치 못합니다. 스스로 사직을 청하는 것은 아직도 명예로운 일입니다. 저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처벌받아야 합니다. 저는 추방당해야 합니다.”
자베르는 잠시 쉬고 나서 덧붙였다.
“시장님, 저번에는 부당하게 엄격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정당하게 엄격해 주십시오.”
마들렌이 외쳤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요? 무슨 어리석은 짓이오? 대관절 무슨 뜻이오? 당신이 내게 범한 유죄행위란 무엇이오? 내게 어떻게 했다는 거요? 자기 자신을 비난하여 면직을 바라다니……”
“추방입니다.”
“추방이고 뭐고 내게는 이해가 가지 않고 있소.”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장님.”
자베르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여전히 냉정하게, 그러나 슬픈 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시장님 6주일 전의 일입니다. 그 매춘부 사건 후 저는 분개한 끝에 시장님을 고발했습니다.”
“고발?”
“파리 경시청에 말입니다.”
자베르와 마찬가지로 좀처럼 웃지 않는 마들렌도 웃기 시작했다.
“시장이 경찰권을 침해했다고 말이오?”
“전과자로서입니다.”
시장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자베르는 여전히 눈을 내리깐 채 말을 계속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시장님께서 바르볼에서 행하신 조사, 포슐방 영감이 다쳤을 때 보여 주신 무서운 완력, 능란한 사격 솜씨, 약간 저는 듯한 걸음걸이.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리석었습니다! 저는 결국 시장님을 다름 아닌 장 발장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누구? 지금 뭐라고 했소?”
“장 발장입니다. 제가 20년 전 툴롱 교도소의 교도관으로 있을 때 본 죄수입니다. 그 장 발장은 감옥에서 나온 뒤 주교의 집에서 다시 도둑질을 했다고 합니다. 길에서는 사부아 소년에게 강도질을 했습니다. 이후 8년 동안 행방을 몰라 수색 중이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일을 저질러 버렸습니다! 저는 화가 난 끝에 그만 시장님을 경시청에 고발햇습니다.
조금 전부터 다시 서류들을 뒤적이고 있던 마들렌 시장은 전혀 무관심한 투로 말했다.
“그랬더니 어떤 회답이 왔소?”
“저더러 미치광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미치광이라는 말이 옳았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인정하다니 다행한 일이오.”
“할 수 없습니다. 진짜 장 발장이 발견되었으니까요.”
마들렌이 들고 있던 종이쪽지가 땅에 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자베르를 바라보다가 착잡한 어조로 내뱉었다.
“아아!”
자베르는 말을 계속했다.
“시장님, 사실은 이렇습니다. 아라스 근처의 시골에 샹마티외라는 노인이 있었답니다. 너절한 인간이어서 아무도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었죠.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먹고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그러니까 이번 가을의 일인데 샹마티외 노인은 양조용 사과를 훔치다 체포된 것입니다. 누구의 사과였더라…..뭐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겠지요. 어쨌든 담을 뛰어넘어 나뭇가지를 꺾고 훔쳤습니다. 그는 붙잡힐 때까지도 사과나무 가지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경범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교도소가 불완전했기 때문에 예심판사는 샹마티외를 아라스로 이송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라스에는 도립 교도소가 있습니다. 아라스 교도소에는 부르베라는 전과자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감금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모범수여서 잡역부 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장님, 샹마티외가 도착하자 부르베가 외쳤습니다.
‘어어! 나는 이 녀석을 알고 있어. 이 녀석은 전과자지. 이것 봐, 나를 알아보겠나? 너는 장 발장이지? 장 발장!’
‘장 발장이 누군데?’
샹마티외는 깜짝 놀라는 시늉을 했습니다.
‘시침 떼지 말게’하고 부르베가 말했습니다.
‘너는 분명히 장 발장이야! 너는 툴롱 교도소에 있었어. 20년 전에 우리와 같이 있지 않았어?’
샹마티외는 부인했습니다. 그랬을 테지요. 그래서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면밀히 조사된 것입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판명되었습니다. 샹마티외는 30년 전 여기저기서 특히 파브롤에서 가지치기 인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그러다가 오베르뉴와 파리에서 그를 본 사람이 있었습니다. 파리에서는 수레 만드는 목수 노릇을 했고, 그의 딸은 세탁 일을 했다고 하지만 증거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이 이 고장입니다.
절도죄로 교도소에 가기 전에 장 발장이 무슨 일을 했느냐 하면 가지치기 인부 노릇을 했죠. 파브롤에서 말입니다. 또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장 발장은 세례명을 장이라 했고 그 어머니 성은 마티외였습니다. 녀석이 교도소를 나왔을 때 신분을 감추기 위해 어머니 이름을 따 장마티외라 바꾸었을 것은 자연스런 이치입니다.
이어 그자는 오베르뉴에 갔습니다. 거기서는 장을 샹으로 발음하니까 샹마티외라 불리게 딘 것이지요. 녀석은 자연스럽게 샹마티외가 되고 말았습니다. 툴롱에서도 조사했습니다. 장 발장을 알아본 것은 부르베외에도 두 사람이 더 있었습니다. 종신 복역수인 코슈파이유와 슈닐디외입니다. 이 두 녀석을 교도소에서 끌어내어 자칭 샹마티외와 대면시켰습니다. 그들도 전혀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부르베와 마찬가지로 틀림없는 장 발장이라는 것이었지요. 나이도 54세에 키나 풍채도 같았습니다. 바로 장 발장이었던 것입니다. 이 무렵에 저는 시장님을 파리 경시청에 고발했습니다.
‘당신은 돌았소. 장 발장은 아라스에서 당국에 체포되었소’라는 회답이 왔습니다. 여기서 체포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제가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이 가실 것입니다. 저는 예심판사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직접 샹마티외와 대면했습니다.”
“그래서?”
마들렌이 말을 재촉했다. 자베르는 난처하고 슬픈 듯한 모습을 하며 대답했다.
“시장님, 진실은 어디까지나 진실입니다. 저는 화가 치밀었지만 그 자는 장 발장이었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마들렌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 말이 틀림없소?”
자베르는 깊은 확신에서 나온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네. 확실합니다! 뿐만 아니라, 진짜 장 발장을 본 지금에 와서는 제가 어떻게 그토록 시장님을 의심했는지 저 자신도 모르겠습니다. 시장님, 용서를 빕니다.”
“그래, 그 사나이는 뭐라 하던가요?”
“시장님, 참 난처한 일입니다. 녀석은 통 모르겠다는 얼굴로, 자신은 샹마티외일 뿐 그 밖의 것은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자는 놀란 얼굴을 하고서는 듯 바보인 척 가장하고 있습니다. 아주 약삭빠른 놈이니까요. 그러나 어림없는 일이죠. 증거가 있으니까요. 증인이 네 명이나 있으니 녀석은 유죄가 될 것입니다. 지금 아라스의 중죄 재판소에 회부되어 있습니다. 저도 증인으로 출두하게 됩니다. 소환되었으니까요.”
마들렌은 책상에 바로 앉아 서류를 손에 잡았다. 그는 마치 일에 열중한 사람처럼 서류를 침착하게 들여다보며 글을 써 내려갔다.
“그래, 재판은 언제인가요?”
“내일입니다. 판결은 늦어도 내일 밤이면 내려질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판결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분명한 일이니까요. 진술이 끝나면 곧 돌아오겠습니다.”
“좋아요.”
마들렌은 말하며 손짓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내렸다. 자베르는 가지 않았다.
“실례입니다만, 시장님.”
“또 무슨 용무가 남았소?”
“시장님은 아직도 제게 하실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게 무어요?”
“저를 파면하는 일입니다.”
마들렌이 일어섰다.
“자베르 씨,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오. 나는 당신을 존경합ㄴ다. 당신은 자기 과오를 과장하고 있어요. 더구나 그것은 한 사람에게만 관계되는 일이오. 자베르 씨. 당신은 승진이 마땅하지 퇴직이란 당치도 않은 말이오.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바랍니다.”
자베르는 사심 없는 시선으로 마들렌 시장을 쳐다보았다. 그 눈동자 속에는 현명하지는 않으나, 엄격하고 청렴한 양심이 깃든 것처럼 보였다. 그는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시장님, 그것은 안 될 말씀입니다.”
마들렌이 자베르의 말을 받앗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나 개인에 관한 일이오.”
자기 생각에만 몰두해 있는 자베르는 말했다.
“시장님,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남들을 엄격하게 대해 왔습니다. 그러니 어찌 제 자신에게 권한을 남용하는 태도를 취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제 자신에 대해 엄격하지 못한다면 제가 한 모든 정당한 행위가 부정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만두게 해 주십시오.”
“나중에 생각합시다.”
마들렌은 자베르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베르는 뒤로 물러서며 거친 어조로 말했다.
“그건 안 됩니다. 시장님. 시장은 밀정 따위와 악수를 해선 안 됩니다.”
그는 공손히 인사를 한 다음 문 쪽으로 향했다. 일단 거기에 멈춰 서 돌아선 그가 여전히 눈을 내리깐 채 말했다.
“시장님! 후임이 결정될 때까진 근무를 계속하겠습니다.”
자베르는 나갔다. 마들렌은 생각에 잠겼다. 돌로 된 복도를 걸어 멀어져 가는 뚜렷한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